정치적 부족주의가 소셜 미디어 판도를 흔들까

7월 6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최대 위협은 틱톡, 서브스택, 클럽하우스가 아니다.

페이스북이 지난달 30일 출시한 뉴스레터 서비스 ‘불레틴(Bulletin)’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지난달 30일 뉴스레터 서비스 ‘불레틴(Bulletin)’을 출시했습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 ‘서브스택’이 제공하는 기능과 거의 같습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21일에는 소셜 오디오 플랫폼 ‘클럽하우스’와 유사한 서비스인 ‘라이브 오디오 룸(Live Audio Room)’을 내놨습니다. 트위터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난 1월 뉴스레터 플랫폼 ‘레뷔(Revue)’를 인수했고, 지난 5월에는 라이브 오디오 기능 ‘스페이스(Spaces)’를 출시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시대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이들은 잠재적 위협이 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면 조기에 인수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모방 서비스를 내놓습니다. 빅 테크들의 모방 전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MS는 슬랙을 모방해 팀즈(Teams)를 출시했고, 아마존은 스타트업이 입점을 거부하면 똑같은 PB 상품을 만들어 팝니다. 구글은 무선 스피커 스타트업의 기술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로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맞설 수 있는 상대는 드뭅니다. 이들의 사용자가 지나치게 많고 지나치게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에 방점을 두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신문, 방송 등 거의 모든 미디어는 정치적으로 분화됩니다. 커질 대로 커진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정치적 부족주의를 강화하고, 정치적 부족주의는 소셜 미디어의 정치적 분화를 이끕니다. 두 제국의 잠재적 경쟁자는 틱톡, 서브스택, 클럽하우스가 아닙니다. 보수주의자를 위한 소셜 미디어입니다.
 

정치적 부족주의

소셜 미디어의 에코 챔버 ©researchgate.net
인터넷은 무수한 개인을 만들었고 동시에 무한한 네트워크를 조직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나와 같은 사람을 추리는 동시에 나와 남을 비추고 분리하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정치, 사회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안된 서비스가 아닙니다. 오직 사용자의 참여를 유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가 선호하는 게시물을 더 많이, 더 자주 제공합니다. 소셜 미디어가 이끄는 정치적 부족주의는 부족원에게 배타적 울타리를 제공하며 소속감을 주고, 울타리 밖 타인을 배제하며 쾌감을 줍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내가 속하지 않은 부족은 의견이 다른 집단이 아니라 경멸의 대상이 됩니다. 

사용자의 기호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추천 알고리즘’은 사회학적으론 ‘필터 버블(Filter Bubble)’을, 심리학적으론 ‘확증 편향’을, 정치학적으론 ‘부족주의’를 부추깁니다. 그 폐해는 오늘 우리가 소셜 미디어에서 경험한 놀라울 만큼 획일적인 취향의 피드입니다.
 

통신품위법 230조와 플랫폼의 정치 성향

영구 정지된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 ©트위터
최근 페이스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을 2023년 1월까지 2년간 정지하기로 했습니다. 트위터 역시 지난 1월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대선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게시글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잇따라 게재하며 극렬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을 부추겼다는 이유입니다. 페이스북, 트위터가 트럼프의 SNS 계정을 정지하자 보수 일부와 극우 세력은 두 플랫폼이 정치적으로 좌편향됐다며 반발했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정치 편향 문제는 미국 의회에서도 격렬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에 따라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가 올린 유해한 게시물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소셜 미디어들은 이 권한을 축소하면 자유로운 온라인 의사소통이 파괴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법 개정을 원합니다. 그 방향은 반대입니다. 민주당은 인종 차별적 콘텐츠와 가짜 뉴스를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걸러내기를 원하고, 공화당은 현행 검열 기준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기업이 덜 개입하기를 원합니다. 둘 중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좌우 한쪽 부족을, 다시 말해 좌우 한쪽 사용자 집단을 잃을 수 있는 리스크가 됩니다.
 

팔러와 게터

보수주의자를 위한 소셜 미디어를 표방하는 ‘게터(GETTR)’ ©게터
지난 4일 보수주의자를 위한 소셜 미디어를 표방하는 ‘게터(GETTR)’가 출시됐습니다. 트럼프 재선 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제이슨 밀러가 주도하는 서비스입니다. 주요 기능은 트위터와 거의 같습니다. 게터는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고, 소셜 미디어 독점에 도전하고, 생각을 나누는 진정한 시장을 창출한다”는 미션을 내걸고 있습니다. 미국 보수의 ‘슈퍼 인플루언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 개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직후에는 트럼프 지지자 사이에서 팔러(Parler)라는 소셜 미디어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2018년 8월에 출시된 팔러는 다른 SNS와 달리 게시물의 사실 확인에 엄격하지 않습니다. 팔러는 대선 당일인 지난해 11월 3일부터 8일까지 앱 다운로드 98만 건을 기록하며 당시 미국 내 앱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

대선 직후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부정 선거, 당선 취소 같은 가짜 뉴스를 퍼뜨리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해당 계정을 정지시켰지만, 팔러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최소한의 개입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이 때문에 극우 음모론 세력 ‘큐아논(QAnon)’ 관련 계정들이 당시 팔러로 옮겨 갔습니다. 팔러 이용자는 의사당 난입 사건이 벌어진 지난 1월 1300만 명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시들해진 팔러처럼, 게터 역시 성공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반짝 인기를 누리다가 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사라지는 서비스보다 더 많은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위(MeWe), 갭(Gab) 같은 서비스들은 대놓고 게시물 검열을 하지 않겠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부족주의가 지금보다 가속화된다면, 소셜 미디어의 정치적 분화도 그만큼 빨라질 수 있습니다.
 

2024 Take America Back

2024년 트럼프 재선을 바라는 홍보물 ©Gilbert Mercier/flickr.com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은 영구 정지됐지만, 페이스북 계정은 2024년 대선 전에 다시 살아납니다. 페이스북은 2023년 1월 7일까지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하고, 시한이 다가오면 그의 계정이 ‘공공 안전에 대한 위험’이 없는지 재평가하기로 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현재로서는 미국 정치 캠페인의 상수 중 하나입니다. 트럼프는 이 두 미디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한 정치인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선택이 2023년에도 페이스북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수주의자를 위한 소셜 미디어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러 서비스 중 왕관을 쓰게 될 곳을 트럼프가 선택하게 될지 모릅니다. 2024년 11월 차기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보수에 우호적인 신생 소셜 미디어에 지지층을 결집시킨다면,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미국 주류 언론과 한국 언론이 아무리 트럼프를 낮춰 봐도 트럼프는 득표율 46.9퍼센트로 미국 유권자 7400만 명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보수주의자를 위한 신생 소셜 미디어 입장에서는 7400만 명의 타깃 사용자가 있는 셈입니다.

우파가 선호하는 신문과 방송, 좌파가 선호하는 신문과 방송처럼, 우파와 좌파가 각각 선호하는 소셜 ‘미디어’가 나타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그 일이 얼마나 빨리 일어날지, 새 주류 미디어가 얼마나 당파적일지의 문제가 남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입장에서 새로운 기능을 내세운 ‘소셜’ 미디어는 인수의 대상이거나 카피의 대상이지만, 보수주의자를 위한 소셜 ‘미디어’는 이러기도 저러기도 부담스러운 상대입니다. 정치적 부족주의로 두 제국의 힘이 쇠했을 때, 혁신적인 ‘소셜’ 미디어가 등장한다면 판세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정치적 부족주의가 가져올 소셜 미디어의 분화에 대해 전망해 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