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의 재구성
1화

정말 사무실로 돌아가야만 할까?

지난해 갑작스럽게 빠져나가던 것에 비하면, 사무실로 복귀하는 게 생각보다 더 까다롭다는 점이 증명되고 있다. 경제가 재개되면서 고용주들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8년 전, 당시 구글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패트릭 피체트(Patrick Pichette)는 기술 대기업인 그곳의 직원들 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가능하다면 거의 없어야죠.” 구글이 원격근무를 가능하게 도와주는 수많은 앱들을 바쁘게 출시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답은 그다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와 월스트리트(Wall Street)에서부터, 런던의 스퀘어 마일(Square Mile)[1], 파리의 라 데팡스(La Défense), 베를린의 포츠다머 플라츠(Potsdamer Platz), 홍콩의 센트럴(Central)에 이르기까지 세계 비즈니스의 중심지들은 주중이면 언제나 수백만 명의 사무직 노동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 곳에 함께 모여 있어야만 생산성, 혁신, 동료애가 길러진다고 믿어졌다. 상사들은 부하직원들을 매의 눈으로 감시할 수 있었다. 집에서 일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피한 경우에만 이뤄지는 특별한 것이었다.

2020년 3월부터는 갑자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19 판데믹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의 각국 정부들은 엄격한 봉쇄조치를 강제할 수밖에 없었다. 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 대부분의 사무실이 출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역에 관계없이,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집에서 일하기라는 거대한 집단 실험에 착수했다. 도시 노동자들은 정장 대신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었고, 시내 중심가의 고층빌딩이 아닌 교외의 자택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대를 대하는 기업들의 심경 변화를 대변하듯, 구글은 전 세계의 모든 직원들에게 재택근무용 가구 구입비로 1000달러를 지급했고, 가상 피트니스 비디오와 요리 강좌를 제공했으며, 모든 이들에게 “자신은 물론이고 서로를 잘 돌볼 것”을 요청했다.

부유한 나라들에서 백신접종 비율이 높아지면서, 집에서 일하기 실험도 서서히 해제되고 있다. (표1 참조) 그러나 그 해제의 속도나 범위는 최고 경영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을 통해서 나오는 전략들은 단지 향후의 몇 달 동안에 일어날 일만이 아니라 사무실 근무의 장기적인 전망에 대해서도 영향을 줄 것이다.
도시의 여름 Summer in the City, (표1) / 미국 / 유급 종일 재택근무*(단위: %) / (왼쪽 점) 코로나19 판데믹 이전 / (오른쪽 점) 코로나19 이후 고용주들의 계획 수준 / “대부분의 직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하는 건 언제쯤인가?” / 응답자들중† 비율(%) / 2021년 1분기(현재) / , 2분기, 3분기, 4분기, 2022년 1분기, 2-4분기, 결코 그러지 않을 것 / *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 † 2021년 3-4월 인사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 출처: N. 블룸, 스탠퍼드대학교; WFH 리서치, 리셋 워크
한 가지 변화는 이미 명백하게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편적이었던 원격근무에 대한 반감이 사라지고, 산업이나 지역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다양한 태도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를 보자면, 일부 기업들은 현재 모든 노동자들을 다시 사무실로 불러들일 예정이다. 그 반대의 극단을 보면, 특정한 기업들은 사무실을 전부 없애고 있다. (2화 참조)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 사이의 어딘가에 해당한다.

이전의 상태를 가장 열렬하게 지지하는 이들은 월스트리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회장인 데이비드 솔로몬(David Solomon)은 원격근무를 “일탈행위(aberration)”라고 불러왔다. 그의 적수인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의 제임스 모건(James Gorman) 회장은 최근 “만약 우리가 뉴욕시에서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 있다면, 사무실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재치 있게 대응했다. 제이피모건체이스(JPMorgan Chase)의 최고경영자인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사람들이 출퇴근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라고 말하며 비슷한 입장을 드러냈다. 은행권의 이들 세 명의 수장은 원격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회사에 덜 열성적이며 잠재적으로 생산성도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월스트리트 거물들의 본심에 동의하는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유럽의 동종업계에서는 이를 그러한 비타협적인 태도에 불만을 가졌으며 더욱 유연한 환경을 선호하는 은행권 직원들을 유인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스위스의 UBS 금융그룹은 직원들의 3분의 2에게 “하이브리드” 근무를 계속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며칠은 집에서 일하고 며칠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방식이며, 부분적으로는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영국의 낫웨스트(NatWest, 내셔널웨스트민스터) 은행은 사무실에서 정규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8명 중 1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하는데, 나머지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일하거나 아니면 주로 재택근무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직원들은 근무 시간의 최대 60퍼센트를 원격으로 일하게 될 예정이다. HSBC의 최고경영자인 노엘 퀸(Noel Quinn)은 판데믹 이전의 패턴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놓쳐버린 기회(missed opportunity)”라고 표현해 왔으며, 주로 아시아계인 이 은행의 직원들이 하이브리드 형태의 계약을 수용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 업계에서는 많은 CEO들이 퀸의 정서에 동조하는 것 같다. 그들은 사무실 복귀를 강하게 명령하면 그렇잖아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떠날까봐 조마조마해 하고 있다. 기업용 앱이나 웹사이트를 만들고 테스트하는 걸 도와주는 서비스인 피그마(Figma)의 공동 창업자인 딜런 필드(Dylan Field)는 만약에 규정이 너무 엄격하면 직원들이 다른 배로 갈아타지 않을까 걱정한다. 기술 업계의 노동자들은 실제로 좀 더 자유분방한 것 같은데, 다른 업계에 비해서 이직률도 높고 인재 빼가기 관행도 더욱 만연해 있다. 아마도 이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6월 소셜미디어 대기업은 페이스북(Facebook)은 자사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항시적인 원격근무를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나 핀테크 기업인 스퀘어(Square), 그리고 트위터(Twitter)와 같은 기업들은 많은 직원들에게 원한다면 얼마든지 원격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기업들의 동상이몽


각 지역과 여러 산업들에 걸쳐서 나타나는 증거들을 보면 사람들은 최소한 가끔씩이라도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걸 좋아함을 알 수 있다. 푸르덴셜(Prudential) 보험이 미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판데믹 기간 동안 집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87퍼센트는 규제가 완화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렇게 일할 수 있기를 원했다. 같은 조사에 의하면,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들의 42퍼센트는 다시 정규 근무 형태로 사무실에 복귀하라는 요청을 받으면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볼 것이라고 대답했다. 미국 직장인들 중에서는 다섯 명 중에 겨우 한 명만이 집에서 일하는 걸 거의 또는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표2 참조) 유럽의 사무직 노동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최근에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9퍼센트는 회사의 상사들이 직원들을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강제하는 걸 금지하는 법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재택의 행복 (표2) / 미국, “코로나19가 끝나면, 유급 재택근무를 얼마나 자주 하기를 원하는가?” /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2020년 3월-2021년 5월, 응답자들 중 비율(%) / 주당 일수 5 4 3 2 1 / (맨 오른쪽 옅은색) 거의 또는 전혀 원치 않음 / *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제외 / 출처: WFH 리서치
원격근무의 피해자들로 여겨지기도 하는 젊은 노동자들은 유연한 근무 일정에 호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의 조사에 의하면, 16-21세의 Z세대 젊은이들은 원격근무를 지속하게 된다면 그 주된 이유가 고용주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 될 거라고 말하는 비율이 다른 어떤 연령대보다도 높았다. 또한, 모든 연령대에서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이따금씩 사무실에 나오는 걸 여전히 열망하고 있는데, 특히 북반구의 찌는 듯한 무더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기간에는 사무실에서 든든한 에어컨을 즐기고 싶어 했다.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대기업인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자체적으로도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들은 직원들의 거의 절반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머무는 걸 선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섯 명 중의 넷은 회사 사무실과의 물리적인 연결이 유지되는 걸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라에 따라서 최대의 고용주가 되기도 하는 공공 부문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처지이다. 영국의 세무 당국은 모든 직원들에게 주당 이틀씩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정부는 많은 공무원들이 판데믹 이후에도 유연 근무제를 유지하고 싶어 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30만 명의 공무원들 가운데 20퍼센트가 원격근무를 원하고 있는 아일랜드는 직원들에게 재정 지원을 해주면서 도시 외부로 이사 가는 걸 독려하고 있다. 그들은 400군데 이상의 원격근무 허브를 조성함으로써, 직원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발리에서 일하기”라는 계획을 수립했는데, 이는 공무원들이 열대의 섬인 발리의 관광산업이 살아나는 걸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들은 (월스트리트는 예외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하이브리드 형태의 고용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자체적인 어려움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근무 형태는 일과 가정생활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가상회의는 직접 만나는 것보다는 더욱 지루할 수 있다. 심지어는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을 만든 억만장자인 에릭 유안(Eric Yuan)조차도 줌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근무 일정은 사무실 공간의 유지관리를 까다롭게 만드는데, 특히 HSBC를 포함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사무실 면적을 줄이려고 계획하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컨설팅 업체인 EY에 의하면, 만약에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대부분의 오스트레일리아 노동자들은 월요일과 금요일에 집에서 근무하는 걸 선호하고 있었다. 관리자들은 이를 두고 단지 주말을 연장하기 위한 얄팍한 시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테지만, 설령 그들의 의구심이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재택근무 일정으로는 가장 인기가 없는 요일인 수요일에는 주중의 양 끝에 비해서는 사무실이 훨씬 더 붐비게 될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직원들이 원할 때마다 언제든지 사무실에 들어오도록 할 생각이다. 더욱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기업들도 있다. 피그마의 CEO인 딜런 필드는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다. 즉, 완전히 원격근무를 하거나, 또는 최소한 주 2회 사무실에 있는 책상에서 근무하는 것이다. 데이터 관리 기업인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는 인력 운용 방안에 대해서는 개별 단위에게 일임할 계획이다. 애플(Apple)과 같은 대기업을 포함해서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이 의무적으로 출근해야 하는 일정을 지정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정상적인 것의 악영향


근무 형태를 갑작스럽게 재편하다보면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더욱 유연하기를 원하는 노동자들은 판데믹 이전 상황에 가까운 수준으로의 복귀를 요청하는 고용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애플의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주 3일 내근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며 가당치않은 처사”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노동조합 연맹인 AFL-CIO[2]조차도 그 직원들이 환기 시설의 개선이 이루어지지도 않았으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는 동안 감염의 위험이 지속되고 있는 불안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을 다시 사무실로 복귀시키는 조치가 건강 및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 차이는 이사회 내부로도 흘러들고 있다. 대규모 기관투자가들을 포함한 일부 주주들은 단지 인재들을 유지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3]와 관련한 신뢰도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도 유연 근무를 열심히 권장하고 있다. 분석기관인 S&P글로벌(S&P Global)은 자체적인 평가 결과, 집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은 기업의 건전성과 복지 혜택을 측정하는 하나의 지표이며, 이는 기업의 ESG 점수에서 최대 5퍼센트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정도의 가중치는 은행에게는 리스크 및 위기관리 능력의 평가를 좌우할 수 있는 정도이며, 또는 광부들에게는 인권이 걸린 사안이 될 수도 있는 수준이다. 이것은 젠더나 인종 다양상과 같은 요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아빠보다는 엄마들이 집에서 원하는 걸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메시징 앱인 슬랙(Slack)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흑인 지식근로자(knowledge-worker)의 겨우 3퍼센트만이 다시 정규 근무 형태로 사무실에 복귀하기를 원하고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백인 집단의 비율은 21퍼센트였다.

현재도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사무실에 출근하는 걸 막아야 하느냐와 같은 단기적인 사안의 논쟁을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기업들로서는 그 외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아주 많이 있다. 비록 운영에 많은 차질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의 갑작스런 원격근무 문화로의 전환은 역설적이게도 판데믹 이후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다시 정상으로 복귀하려는 노력보다는 상당히 순조로웠던 것으로 입증될 수도 있다.
[1]
우리가 흔히 런던이라고 부르는 곳은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중에서도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시티오브런던(City of London)이라는 행정구역인데, 면적이 작아서 제곱마일(square mil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
미국 노동 총연맹 산업별 조합회의
[3]
재무적인 성과 이외에 기업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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