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의 재구성
2화

이미 사무실은 사라지고 있다?!

실리콘밸리 미래 기술 기업들의 값비싼 거대 본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곳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건강한 건물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최근의 어느 오후, 차량호출 부문 대기업인 우버(Uber)의 새로운 본사를 돌아보면서 이곳의 “일터 및 부동산” 부문 부사장인 마이클 후아코(Michael Huaco)가 자부심을 감추지 않으며 말했다. 그에게는 자랑할 것이 많이 있다. 직원들은 목재 패널로 만든 계단을 따라서 업무 공간으로 올라가는데, 그러고 나면 햇볕이 가득 내리쬐는 안마당을 지나게 된다. 이곳은 이 건물의 자연스런 공조 시스템을 위한 통로 역할도 하고 있다. 회의실은 물론이고 구석구석에 소파가 가득하며, 책상은 거의 없다. 기술력이 핵심인 이 회사에는 당연히 주스를 마실 수 있는 바와 요가 스튜디오가 있다.

이상한 건 하나밖에 없었다. 아무리 이런 시설을 갖추어 놓아도, 우버의 많은 직원들은 여전히 집에서 일하는 걸 선호하며 사무실에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나온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릅니다.” 후아코 부사장도 인정한다. 그의 회사만 그런 것도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여기저기에 있는 기술 기업들은 여름휴가가 끝나고 완전히 재개방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 그들이 가는 곳으로 다른 기업들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기업인 엠 모저 어소시에이츠(M Moser Associates)의 찰튼 허튼(Charlton Hutton)은 기술 기업들이 본사와 관련한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은 다른 산업에서도 새로운 업무 공간이나 업무 방식에 대해서 어디로 나아갈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길을 비춰줄 것이라고 말한다.

사무실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실리콘밸리는 뭔가 이상하고, 어떤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리콘밸리의 목표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세상을 먹어치우면서”[1] 일상의 모든 것을 디지털로 만드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 대기업들 대부분의 업무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아날로그적으로 보인다. 판데믹 이전에는,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는 것이 당연했다. 많은 기업들이 거대한 노동력을 한 군데에 집결시킬 수 있는 본사를 조성하는데 수억 달러를 소비했다. 우버가 샌프란시스코에 새로 마련한 셋방(digs)은 조성하는 데만 1억 3000만 달러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이 도시에서 임대료로 20년 동안 1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대기업인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61층짜리 세일즈포스 타워(Salesforce Tower) 건물의 30개 층을 15년 동안 임대하는 비용으로 개발업자에게 약 5억 6000만 달러를 지불할 예정이다. 쿠퍼티노에 있는 우주선처럼 생긴 애플의 기지(위 사진)는 최대 1만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아이폰을 만드는 이 기업은 여기에 5억 달러가 들었다. 직원 한 명당 38만 5000달러인 셈이다.

이러한 “거대 건축 콤플렉스(edifice complex)”로 고통을 받은 건 기술 업계가 처음이 아니다. 크라이슬러 빌딩(Chrysler Building)이나 시어스 타워(Sears Tower)에서부터 홍콩에 있는 중국은행(中國銀行, Bank of China)의 상징적인 본사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성공에 대한 기념비를 세워왔다.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이처럼 화려한 본사를 갈망하는 데에는 자기과시 외에도 몇 가지의 이유들이 존재한다. 멋진 업무공간은 인적 자본(human capital)의 특성에 의해 생사가 결정되는 이런 기업들이 인재들을 끌어들이는데 도움이 되며, 이는 사실상 직원들의 처우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부분이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협업을 원활하게 하는데,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그것이 맞든 틀리든 혁신에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역사가 짧기 때문에, 화려한 사옥에 모든 임직원들이 한 군데에 모여 있으면 그 병력들에게 기업이 가진 사명을 부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에어비앤비(Airbnb) 사옥의 느낌이 최고급 에어비앤비 숙소처럼 보이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술 업계의 신전들은 캘리포니아의 해변을 코로나19가 휩쓸기 오래 전부터 이미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교통 체증으로 인해서 매일 하는 출퇴근을 두 시간 동안의 견딜 수 없는 시련으로 만들고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의 대부분이 사무실에 오긴 했지만, 프로젝트 관리는 트렐로(Trello)를 활용하고, 의사소통은 줌(Zoom)과 슬랙(Slack)을 이용함으로써 실제 업무는 다른 곳에서 했다. 생동감 있게 설계된 기술 업계의 사무실들은 기이할 정도로 조용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 깨달은 기업들은 실리콘밸리를 넘어서까지 스스로를 좀 더 개방해서 가상의 영역을 더욱 많이 활용하기 시작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니콜라스 불름(Nicholas Bloom)은 그 후에 판데믹이 닥치면서 그러한 평형점을 한쪽으로 힘껏 밀어냈다고 말한다. 이런 모든 부분들이 정확히 어디에 도달하게 될지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기술 기업 본사의 미래에 대한 윤곽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첫째로, 대부분의 크기가 축소될 것이다.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술 기업들도 원격 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혼합할 것이다. 벤처 캐피털 업계의 선두 기업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최근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기업 226곳에 향후의 업무 방식에 대해서 물었을 때, 그들 중 3분의 2가 “하이브리드” 형태라고 말했다. 우버는 자신들의 신사옥에서 3분의 1을 다른 세입자들에게 임대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자체도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책상을 걷어내고 직원들이 서로 어울리고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것이다. 디지털 신원 관리 서비스인 옥타(Okta)의 사무실은 “역동적인 업무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본사를 리모델링함으로써, 대부분의 실내는 쉽게 재단장 할 수 있고, 사람들은 좀 더 쉽게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엠 모저 어소시에이츠(M Moser Associates)는 판데믹 이전에는 사무실에서 개인용 업무 공간이 절반이었고 회의 공간은 3분의 1 미만이었지만, 앞으로는 그 비율이 거의 뒤집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술 업계에서는 회의실을 차지하기 위해서 거의 매일 전쟁을 치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경쟁이 덜 치열해질 것이다.

물리적인 공간이 줄어들면서 가상의 공간은 확장될 것이다. 판데믹으로 인해서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사이에서 누가 온라인 업무를 위한 지배적인 플랫폼이 될 것인지를 두고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덜 알려져 있었던 서비스들도 사용자의 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앱이나 웹사이트의 프로토타입 제작 도구인 피그마(Figma), 가상 화이트보드인 미로(Miro), 기업들이 건강검진이나 음식 주문, 데스크 예약 등을 처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엔보이(Envoy) 등이 있다.

원격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혹시나 2류 시민으로 느껴지는 걸 막기 위해서, 많은 기업들이 회의에 있어서 “디지털 우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인적자원 담당 책임자인 브렌트 하이더(Brent Hyder)는 자사의 직원들이 디지털로 회의를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 모두는 줌에서 평등하다”고 한다. 많은 기업들이 스크린 타임(screen time)[2]이 늘어나는 것을 보완하고 서로의 유대관계를 재점화하기 위해서 온라인 회의를 늘리려고 계획하고 있다. “부동산에 들이는 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런 부문에 대한 예산이 많아질 것입니다.” 썸택(Thumbtack)의 대표인 마르코 자파코스타(Marco Zappacosta)의 말이다. 썸택은 지역의 배관공이나 개를 산책시켜주는 사람 등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 인력들과 고객들을 연결시켜주는 온라인 마켓이다.

가장 급진적인 기업들은 본사를 없애고 있는데, 이들은 전문 용어로 본사를 완전히 “분산”시키고 있다. 데이터 관리 기업인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는 현재 몬태나주의 보즈먼에 “운영 사무실(executive office)” 한 곳만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무게중심은 이전에 캘리포니아에 있었던 본부로부터 전 세계 현지에 있는 사무실들로 옮겨 갔다. 이는 이 회사의 최고마케팅책임자인 데니스 페르손(Denise Persson)이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 고객의 95퍼센트는 실리콘밸리의 외부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타당한 결정이다. 지난 5월,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는 더 이상 본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은 내년에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가 실효성을 거두면서, 캘리포니아에 있는 기술 업계의 심장부를 재편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실리콘밸리 외부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채용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오라클(Oracle)이나 테슬라(Tesla) 등을 따라서 자신들의 본사 사무실을 더욱 저렴하고, 덜 혼잡하며, 텍사스나 플로리다처럼 세금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다.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존재감은 줄어들고, 글로벌 네트워크로서의 역할이 커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1]
넷스케이프(Netscape)의 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이 2011년에 인터넷 스타트업 기업들의 무서운 성장세를 예측하면서 쓴 글의 제목인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로부터 유명해진 표현이다. 마크 앤드리슨은 벤처 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공동 설립자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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