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이 직방할까?!

7월 8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공간 경험을 바꾸는 프롭테크가 대세다. 선두 주자 직방은 한국 부동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집 알아볼 때는 무조건 발품 팔아야지.”, “인터넷으로 집 구하다 사기당한 사람 여럿 봤어.” 집 계약 기간이 얼마 안 남아 최근에 부동산 중개 서비스 앱을 보고 있다고 하니 지인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입니다. 돌이켜 보면 저 역시 예전에 똑같이 했던 말이기도 하고요. 직장생활 하느라 시간이 부족하고 코로나19에 사람 만나는 일도 조심스러워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을 뒤지고 있는데, 한 가지 걱정이 듭니다. 허위 매물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부터 3개월간 온라인 부동산 매물을 단속했습니다. 중개 플랫폼과 블로그, 온라인 카페, 중고 거래 앱 등이 대상이었습니다. 그 결과 1084건의 허위 및 과장 광고가 적발됐습니다. 매물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표기조차 안 된 ‘명시 의무 위반’이 779건으로 가장 많았고, 없는 매물을 있는 것처럼 등록한 ‘부당한 표시·광고 금지 위반’이 304건이었습니다. 심지어 공인 중개사를 사칭한 ‘광고 주체 위반’도 22건에 달했습니다.

작년 8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허위 매물을 올린 중개사는 건당 5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그런데도 올 1분기에만 1000건 넘게 적발된 겁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 내 집 없는 설움이 더 크게 느껴지던 얼마 전 이런 주장을 접했습니다. “허위 매물 문제가 부동산 이용자들과 중개사들 입장에서 여전히 가장 큰 불편이다. 부동산 거래 과정의 구조적인 불편을 해결할 단 하나의 방법은 프롭테크(Proptech)에 있다.” 지난 6월 직방 안성우 대표가 한 말입니다.
 

기술과 결합하는 부동산

2021년 국내 프롭테크 기업 현황 ©한국프롭테크포럼
프롭테크는 각각 부동산과 기술을 뜻하는 프로퍼티(Property)와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입니다. 핀테크나 에듀테크, 푸드테크 등을 떠올리면 그 뜻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첨단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산업’입니다. 2000년대 중반 영국에서 처음 나온 프롭테크 개념은 글로벌로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프롭테크 투자의 반 이상은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고, 중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40위권입니다.

부동산 산업이 워낙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되는 만큼 프롭테크는 통상 크게 네 가지 비즈니스 영역으로 구분합니다. 개별 부동산 정보를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 중개, 광고 및 마케팅을 다루는 ‘중개 및 임대’, 사물 인터넷(IoT)이나 센서 기술 등으로 건물을 관리하는 ‘부동산 관리’, 설계 및 건설, 인테리어, VR·3D 등이 포함되는 ‘프로젝트 개발’, 부동산과 결합한 핀테크로서 크라우드 펀딩, 개인 금융으로 구성되는 ‘투자 및 자금 조달’입니다.[1]

네 가지 프롭테크 영역 가운데 일반인 입장에서 가장 익숙하면서도 자주 접하는 것은 아무래도 중개 및 임대일 겁니다. 손쉽게 주택이나 상가 매물을 알아보고 싶을 때, 중개인과 빠르게 연락해야 할 때처럼 일상과 가장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ICT 기술 발전과 부동산 관련 공공 부문의 오픈 데이터 정책 덕분입니다. 우리나라 플랫폼 중에서는 ‘직방’, ‘다방’,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호갱노노’, ‘부동산 114’ 등이 대표적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투명성


개별 산업이 기술을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전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일은 낯설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쏟아지는 각종 ‘○○테크’라는 용어가 이를 증명합니다. 다만 그동안 부동산 산업은 유독 디지털과 결합하는 속도가 더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8년 11월이 돼서야 프롭테크 협회 격인 ‘한국프롭테크포럼’이 출범할 만큼 세계 시장과 비교해 출발이 늦은 축에 속합니다. 의식주 가운데 디지털과 가장 거리가 먼 영역이었죠.

가장 큰 이유는 전통적인 로우 테크(Low-Tech) 산업인 부동산이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아서입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y)에 따르면 산업의 디지털 성숙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투명성입니다. 그런데 정보의 비대칭성은 투명성을 저하합니다.[2] 그간  시장 데이터나 거래 관련 정보, 재무 정보 공시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도 집을 구하는 방법은 가까운 부동산을 찾는 게 유일했고, 온라인에 정보가 있어도 이를 찾고 취합하는 건 개인 재량이었죠. 정확한 정보를 얻기란 거의 불가능했고, 정보의 불균형이 심했습니다.

특히나 부동산은 여타 자산보다 워낙 고가(高價)라 오프라인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자산 가치가 정부 정책 등에 따라 변동이 심해 실시간 가격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부동산을 핵심 투자처로 인지하는 경향이 짙은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게 더 꺼려질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부동산 정보를 공급자와 중개인이 독점하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합리적인 온라인 거래에 대한 니즈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으로 관련 기업이 등장합니다. 직방입니다.
 

직방이 방을 넓히는 방법

©Shin Woong-jae/For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직접 찍은 방 사진’이라는 의미의 직방은 2012년 탄생했습니다. 2011년 ‘포스트딜’이라는 전자상거래 서비스로 시작한 후 이듬해에 원‧투룸과 오피스텔의 전‧월세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로 피벗했습니다. 다섯 장 이상 직접 찍은 매물 사진을 올리는 게 기본 원칙이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2016년에는 아파트로 카테고리를 넓혀 종합 부동산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2018년에는 신축 분양 단지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분양 알림 서비스도 선보였습니다.


2019년에는 허위 매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관련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허위 매물 아웃 연구소(현 안심 광고 연구소)’입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플랫폼이 가장 신경 써야할 건 사용자의 신뢰도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직방은 사업 다각화가 아닌 ‘믿을 수 있는’ 부동산 정보를 차별화 포인트로 선택했습니다. 연구소 설립 후에는 케이스별로 허위 매물 사례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찾고,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해인 2019년 직방 앱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2800만 건을 돌파합니다. 이는 2018년보다 400만 건 이상 늘어난 수준인데, 당시 기준으로 경제 활동 인구수를 뛰어넘었습니다. 이를 단순 산술식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성인은 적어도 한 번쯤 사용해본 적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올 초 기준으로 다운로드는 3000만 건을 돌파했고, 월 이용자 수는 280만 명 수준입니다. 지난달에는 우리나라 12번째 유니콘으로도 등극했습니다. 명실상부 국내 선두의 부동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겁니다.
 

비대면 부동산을 실험하다

지난 6월 15일 열린 직방 10주년 미디어데이에서 안성우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직방
하지만 직방의 꿈은 최고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 아닙니다. 흡사 부동산을 파는 마켓과 같습니다. 그 청사진이 지난달 15일 서비스 10주년 기념으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공개됐습니다. 안성우 대표는 이날 “서비스 10주년을 맞아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에서 부동산 분야 전반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선도하는 종합 프롭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전격 선언했습니다. 부동산 분야에서만큼은 가장 편리한 디지털 도구가 되겠다는 의지입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온택트(Ontact) 파트너스’를 꼽았습니다. 온택트란 비대면을 의미하는 언택트(Untact)와 온라인으로 연결된다는 의미의 온(On)을 합친 용어로, 온택트 파트너스는 직방의 새로운 프롭테크 모델입니다. 쉽게 말해 부동산 관련 각 분야 전문가들과 데이터를 직방과 연결해 사용자들이 집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파트너로 초대하는 분야는 중개는 물론 보안, 청소, 수리‧보수, 방충‧방역 등 생활 서비스가 다수 포함됐습니다.

무엇보다 파트너 중개사를 향한 관심이 가장 높았습니다. 2주에서 한 달짜리 내부 교육 코스를 이수한 파트너 중개사들은 직방으로 들어온 모든 집을 영상으로 촬영합니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전체 매물을 3D로 둘러볼 수 있게 되는 거죠. 기존에는 비공개였던 아파트 동, 호수까지 알 수 있게 되고 시간대별 일조량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허위 매물이 설 공간을 원천 차단할 수 있어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이제 정말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가까워지는 셈입니다. 거래가 성사되면 해당 중개사와 수수료를 반으로 나눠 갖고, 사고 발생 시 회사가 100퍼센트 책임집니다.
 

프롭테크 이면의 메타버스

가상 오피스 공간 개더에서는 아바타로 원격 근무가 가능하다. 일러스트: 유덕규/북저널리즘 ©개더 유튜브 채널
리스크는 있습니다. 직방이 내놓은 청사진에 기존 사업자, 즉 중개사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직방 불매 운동까지 거론됐습니다. 직방의 중개 시장 진출이 영세 중개사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방대한 데이터와 자금으로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6일 회의를 열어 직방의 행보를 ‘우월한 자본력과 지위를 이용해 골목 상권을 침해하고 시장을 독식하려는 불공정한 행태’로 규정했습니다.

지금까지 공인 중개사의 광고비가 주요 수입원이었던 직방으로서는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온택트 파트너스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중개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중개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고, 하루에 많아야 두세 명 받던 손님도 비대면으로 응대하면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 중개 시 정부의 전자 계약 시스템을 활용해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프롭테크의 근간인 비대면과 가상 공간을 향한 직방의 열망과 진심은 이미 메타버스를 향하고 있습니다. 직방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3D 메타버스 협업 툴 ‘메타폴리스(Metapolis)’를 발표했습니다. 가상 공간에 30층짜리 건물을 세워 한 층에 사무실을 차리고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실제로 직방은 지난 2월부터 오프라인 출근을 전면 폐지하고 원격 근무를 도입했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된 건 아니지만, 이후에 나머지 층을 다른 업체에 분양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국내 프롭테크 선두 기업 직방의 성장 동력과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프롭테크 시대의 부동산》, 《똑같은 집 벗어나기》, 《미래 도시의 조건》과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2]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프롭테크(Prop+Tech) 4.0 시대: 부동산 산업, 새 옷을 입다〉, 20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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