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 의적인가 도적인가
 

7월 14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로빈후드가 나스닥에 상장한다. 무료 수수료를 앞세워 성장한 로빈후드는 금융 민주화를 이끄는 의적인가, 소비자를 속이는 도적인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로빈후드는 영국 민담의 의적 이름입니다. 영미권의 홍길동인 셈인데요, 미국의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는 그 이름을 따왔습니다. 모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을 민주화하는 것이 미션입니다. 로빈후드는 쉽고 간편한 데다 수수료도 없는 주식 거래로 많은 이용자를 모았습니다. 특히 판데믹 이후 시작된 젊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풍 이후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월가에서는 급증한 개인 투자자들을 ‘로빈후드 투자자’라고 부릅니다. 미국판 ‘개미 투자자’들의 상징이 된 셈입니다.

그런 로빈후드가 나스닥 상장을 준비합니다. 지난 7월 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번 공모로 1억 달러(1145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공모 주식 수의 20~35퍼센트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배정할 계획입니다. 로빈후드의 기업 가치는 마지막으로 지분투자를 받은 2020년 9월에만 117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올해엔 여기서 더 오른 걸로 평가받습니다. 2021년 2월 장외 시장에서의 거래 가격을 토대로 레인메이커증권이 추산한 데 따르면 400억 달러(45조 8000억 원)의 기업 가치가 예상됩니다. 조만간 시작될 IPO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유입니다.

급격한 이용자와 기업 가치 성장을 보면 로빈후드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그런데 로빈후드엔 중대한 리스크가 있습니다. SEC에 IPO를 신청한 바로 전날, 로빈후드는 미 금융산업규제당국(FINRA)으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적 처벌을 받았습니다. 5700만 달러의 벌금, 1260만 달러의 배상금을 물게 됐죠. FINRA는 로빈후드가 이용자에게 중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위험 거래에 부적합한 투자자의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겁니다.

로빈후드의 수익 모델, 그리고 미션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주식 투자에 참여시키고, 거래량을 늘리는 겁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 로빈후드가 하는 일들에 비판과 규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로빈후드는 그동안 투자에 참여하지 않던 사람들을 주식 투자에 참여시키려 합니다. 이에 대해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에게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지적, 주식 투자를 게임처럼 만들어 위험한 투자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실제로 벌금을 물기도 했고요. 수익 모델 자체의 윤리성에 대한 지적도 있습니다. 로빈후드가 일으킨 변화는 금융 시장을 민주화할 혁신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HOOD[1]

로빈후드의 창업자 블라디미르 테네브와 바이주 바트는 2011년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영감을 받아 2013년 로빈후드를 창업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지불한 수수료로 고액 연봉과 퇴직금을 챙기는 증권업계에 분노했고, 이들의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부자들을 약탈해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의적 로빈후드의 이름을 붙인 이유입니다.

로빈후드는 ‘수수료 무료’ 정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창업 초기엔 래퍼 스눕독, 배우 재러드 레토 등 유명 인사들에게 1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7년엔 창업 4년 만에 유니콘 반열에 올랐죠. 판데믹은 더 급격한 성장의 계기가 됐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입니다. 로빈후드의 순 누적 투자자 수는 2019년 510만 명에서 2020년 1250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올해 1분기엔 1800만 명을 기록했죠.
로빈후드의 순 누적 투자자 수 ©로빈후드
로빈후드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일간 활성 사용자(DAU) 수 ©로빈후드
로빈후드의 주 이용자는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젊은 투자자들입니다. 평균 연령은 31세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이 증권 계좌를 처음으로 개설한 사람들입니다. 직관적이고 간편한 UI, 수수료 무료라는 장점이 젊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였죠.

로빈후드 투자자들은 2021년 초의 게임스톱 사건으로 대표되는 ‘밈 주식(meme stock)’ 열풍을 주도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에 모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로 막대한 수익을 내는 기관 투자자들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배팅한 게임스톱, AMC 등의 종목을 집중 매수하면서죠. 여기 참여한 사람 대부분이 로빈후드를 사용하는 개인 투자자였습니다.

젊은 개인 투자자들이 열광한 암호화폐 투자도 로빈후드의 성장세를 견인했습니다. 로빈후드는 2019년 암호화폐 투자 기능을 출시했는데요, 전체 매출 가운데 암호화폐 매출의 비중은 2020년 4분기 4퍼센트에서 2021년 1분기 17퍼센트로 급증했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밈 코인’인 도지코인이 암호화폐 매출의 34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로빈후드의 이용자들이 어떤 이들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의적인가, 사기꾼인가


그런데 로빈후드는 게임스톱 사태 때 개미들의 질타를 받고 SEC의 조사까지 받았습니다. 거래량이 급증하자 게임스톱 등 특정 주식의 거래를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매수를 막고 매도만 허용했죠.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이 일었고 미 SEC도 조사에 나섰습니다. 로빈후드는 부인했지만, 일부러 월가 기업들을 돕기 위해 거래를 중단시킨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습니다.

주식 매매를 하지 않던 이용자들을 투자하게 만들고, 거래량을 늘리는 로빈후드의 리스크는 규제와 벌금입니다. 이미 미 규제 당국인 FINRA와 SEC로부터 벌금 처분을 받았죠. 문제가 된 건 이용자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아 손해를 끼쳤기 때문입니다.

6월 30일 FINRA가 로빈후드에 사상 최대 벌금 및 배상금을 부과한 건 “사실을 호도하거나 거짓된 정보를 제공해 고객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신분 도용이나 사기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은 고객들에게도 새 계좌를 열어줬고,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투자자들에게도 위험성이 높은 옵션 거래를 허용했죠. 지난해 로빈후드를 이용하는 20세 이용자가 옵션 거래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앱에 표시된 잔액 때문에 72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착각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2020년 12월엔 SEC로부터 6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는데, 수익을 내는 구조에 대해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손해까지 끼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수료가 무료인 로빈후드는 고객들의 주식 주문 정보를 초단타 매매를 하는 대형 증권 거래 회사에 넘기고 돈을 받습니다. ‘투자자 주식 주문 정보 매매(PFOF)’ 방식이죠. 이 방식은 합법이지만, 고객에게 주문 정보를 판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로빈후드는 2018년까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SEC는 로빈후드가 대형 증권사들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PFOF 가격을 받아 로빈후드 이용자들의 주문은 다른 증권사보다 불리한 가격에 체결됐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수수료 무료를 앞세웠지만, 사실상 고객들은 더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고 있었던 셈이죠. 원래 PFOF는 이용자는 무료로 매매를 하고, 기업은 제3자로부터 수익을 얻어 ‘윈윈’하는 구조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겁니다.
 

괘씸하지만 쉬운 주식 거래

로빈후드의 거래 UI ©로빈후드
두 번의 대규모 벌금 처분에도 불구하고 로빈후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로빈후드를 이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늘고 있고, 매출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 매출은 2019년에 비해 245퍼센트나 성장해 9억 59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9퍼센트 성장했고요. IPO에 뛰어드는 대부분 기업들과 달리 2020년에 이미 흑자 전환도 했습니다. 700만 달러의 순수익을 냈죠.

게임스톱 사태를 통해 모두가 체감한 것처럼,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습니다. 투자에 참여하는 이용자 자체가 많아졌고, 온라인에 집결하면서 영향력도 만들어 가고 있죠. 로빈후드는 그런 흐름에 들어맞는 서비스입니다. 투자를 쉽게 만들었기 때문이죠. 게임스톱 거래 제한 등으로 투자자들이 반발하기도 했고, 불매 움직임이 일기도 했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건 대체하기 어려운 편리함 때문입니다. 주식 거래는 물론 ETF, 옵션 거래, 암호화폐 거래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깔끔하고 직관적인 UI, 주식 거래를 하면 폭죽이 터지는 등 게임 같은 기능도 젊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인 요소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량이 증가할수록 로빈후드의 수익은 증가할 겁니다. 로빈후드의 IPO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죠. 그러나 로빈후드의 리스크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닙니다. SEC 위원장 게리 겐슬러는 지난 5월 로빈후드가 수익을 내는 방식인 PFOF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용자의 거래 정보를 시타델 증권 등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에 판매하는 방식이 이용자의 손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로빈후드의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이용자 정보를 비싼 값에 팔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가격 정보가 투명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불공정 경쟁과 시장 독점 가능성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시타델 증권은 로빈후드의 성장세에 힘입어 미국 상장 주식 및 옵션 시장에서 거래 대금의 47퍼센트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SEC가 PFOF 방식 규제에 나서면 로빈후드의 수익 모델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 거래를 쉽게 만드는 건 로빈후드가 말하는 금융의 민주화에 부합하는 방향일 겁니다. 그러나 이용자가 쉬운 거래에서 안전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로빈후드가 만든 커다란 변화 이후, 이제는 규제 당국도 그런 점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로빈후드의 IPO는 금융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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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가 상장하면 사용할 나스닥 종목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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