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의 주 이용자는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젊은 투자자들입니다. 평균 연령은 31세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이 증권 계좌를 처음으로 개설한
사람들입니다. 직관적이고 간편한 UI, 수수료 무료라는 장점이 젊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였죠.
로빈후드 투자자들은 2021년 초의 게임스톱 사건으로 대표되는 ‘밈 주식(meme stock)’ 열풍을 주도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에 모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로 막대한 수익을 내는 기관 투자자들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배팅한 게임스톱, AMC 등의 종목을 집중 매수하면서죠. 여기 참여한 사람 대부분이 로빈후드를 사용하는 개인 투자자였습니다.
젊은 개인 투자자들이 열광한 암호화폐 투자도 로빈후드의 성장세를 견인했습니다. 로빈후드는 2019년 암호화폐 투자 기능을 출시했는데요, 전체 매출 가운데 암호화폐 매출의 비중은 2020년 4분기 4퍼센트에서 2021년 1분기 17퍼센트로 급증했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밈 코인’인 도지코인이 암호화폐 매출의 34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로빈후드의 이용자들이 어떤 이들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의적인가, 사기꾼인가
그런데 로빈후드는 게임스톱 사태 때 개미들의 질타를 받고 SEC의 조사까지 받았습니다. 거래량이 급증하자 게임스톱 등 특정 주식의 거래를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매수를 막고 매도만 허용했죠.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이 일었고 미 SEC도 조사에 나섰습니다. 로빈후드는 부인했지만, 일부러 월가 기업들을 돕기 위해 거래를 중단시킨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습니다.
주식 매매를 하지 않던 이용자들을 투자하게 만들고, 거래량을 늘리는 로빈후드의 리스크는 규제와 벌금입니다. 이미 미 규제 당국인 FINRA와 SEC로부터 벌금 처분을 받았죠. 문제가 된 건 이용자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아 손해를 끼쳤기 때문입니다.
6월 30일 FINRA가 로빈후드에 사상 최대 벌금 및 배상금을 부과한 건 “사실을 호도하거나 거짓된 정보를 제공해 고객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신분 도용이나 사기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은 고객들에게도 새 계좌를 열어줬고,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투자자들에게도 위험성이 높은 옵션 거래를
허용했죠. 지난해 로빈후드를 이용하는 20세 이용자가 옵션 거래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앱에 표시된 잔액 때문에 72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착각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2020년 12월엔 SEC로부터 6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는데, 수익을 내는 구조에 대해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손해까지 끼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수료가 무료인 로빈후드는 고객들의 주식 주문 정보를 초단타 매매를 하는 대형 증권 거래 회사에 넘기고 돈을 받습니다. ‘투자자 주식 주문 정보 매매(PFOF)’ 방식이죠. 이 방식은 합법이지만, 고객에게 주문 정보를 판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로빈후드는 2018년까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SEC는 로빈후드가 대형 증권사들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PFOF 가격을 받아 로빈후드 이용자들의 주문은 다른 증권사보다 불리한 가격에 체결됐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수수료 무료를 앞세웠지만, 사실상 고객들은 더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고 있었던 셈이죠. 원래 PFOF는 이용자는 무료로 매매를 하고, 기업은 제3자로부터 수익을 얻어 ‘윈윈’하는 구조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겁니다.
괘씸하지만 쉬운 주식 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