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야놀자가 AI, 기술 기업이라고?”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체감하기 어렵지만, 야놀자는 수년 전부터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꾸준한 기술 투자가 지난해 실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관광 산업이 큰 타격을 받는 와중에 야놀자는 지난해 매출이 43.8퍼센트 늘어 수년간의 영업 이익 적자에서 탈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발 빠른 디지털 전환이 주효한 전략이었다고
말합니다.
야놀자는 그동안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야놀자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을 도입해왔습니다. 자동화 객실 예약·관리 시스템인 PMS, 주요 이커머스나 웹사이트 등에서 객실 현황을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채널 관리 시스템(CMS) 등이 대표적입니다. 현재 전 세계 170여 개국 3만여 개 고객사에 기업 간 거래(B2B)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고객의 입·퇴실 및 재실 여부를 실시간 트랙킹하는 IoT 센서, 야놀자 앱과 연동해 셀프 체크인이 가능한 야놀자 키오스크 등도 주요 기술입니다.
야놀자의 목표는 단순히 초특가로 숙소를 제공하는 중개업자가 아닙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숙박, 레저, 교통(항공·철도·렌터카), 식당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슈퍼 앱, 다시 말해 자체 기술로 최상의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솔루션을 제공하는 테크 기업을 꿈꿉니다. 우선 올 하반기에 연구 인력을 300명 이상
늘립니다. 현재 임직원 중 40퍼센트 수준인 R&D 인력을 70퍼센트까지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또 ‘야놀자 클라우드’를 신규 법인으로 출범시키고, 호텔의 모든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연결하는 자체 솔루션 ‘와이플럭스(Y FLUX)’를 출시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엠파이어 오브 더 손
글로벌 테크 기업을 향한 야놀자의 여정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IPO를 앞둔 현재로서 이번 손 회장의 투자는 공모 성사 확정의 시그널이고, 미국 증시 안착은 확실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야놀자와 손 회장의 장밋빛 결말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유니콘들의 나스닥 상장이 꼭 능사는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공모 흥행이 어려울 수 있고 몸값이 급증하는 만큼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이코노미스트는 소프트뱅크의 지배 구조와 재무 구조의 불건전성을 꼬집었습니다. 북저널리즘 전자책
《엠파이어 오브 더 손》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마지막 문단 중 일부를 가져와 봤습니다. “소프트뱅크를 위한 강세장 시나리오(bull case)는 간단하다. 기술을 원동력으로 삼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눈부신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것에 노골적으로 돈을 거는 것이다. 기업은 손실을 보더라도 투자자들이 미래의 수익을 바라면서 그곳에 투자한다면 그들도 번성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주목할 건 최근 미국 내 IPO 열풍이 점차 식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앞서 상장 초기 흥행으로 소프트뱅크의 주머니를 불렸던 쿠팡은 시가 총액의 5분의 1이
줄었습니다. 상장 이후에는 막연한 성장 기대감이 아닌 눈앞에 보이는 실적에 투자자들의 지갑이 움직이게 될 겁니다. 지난해 겨우 적자에서 벗어난 야놀자는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과 동시에 더 빨리, 많이 돈 버는 모습을 시장에 보여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야놀자와 그 가능성에 투자한 손정의 회장의 의도를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