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판데믹과 엔데믹 사이
 

7월 16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백신 접종률은 높아지고 치명률은 떨어졌다. 동시에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코로나를 차단해야 할까, 코로나와 공존해야 할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7월 11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는 6만 명의 관중이 모여들었습니다. 유럽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유로 2020 결승전에서 잉글랜드와 이탈리아가 맞붙었기 때문이죠. 관중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열광적으로 응원했습니다. 런던의 거리와 광장에도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뤘고요. 같은 날 역시 대형 스포츠 이벤트인 윔블던 남자 테니스 단식 결승전도 열렸는데, 이 경기장에는 1만 5000명이 입장해 수용 인원을 가득 채웠습니다. 다른 세상 이야기 같지만, 영국에서도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는 3만 명 이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은 오는 7월 19일부터 방역 수칙 대부분을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스포츠 이벤트나 클럽 등이 인원 제한 없이 열리고, 실외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집니다. 실내에선 마스크 착용을 ‘권고’만 합니다. 재택근무 권고도 해제되고,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면 확진자와 접촉했더라도 자가 격리가 면제됩니다. 영국 정부는 성인 인구의 백신 접종률이 2회차 66퍼센트, 1회차 87퍼센트로 높다는 점과 최근 치명률이 낮아졌다는 점을 들어 일상으로 돌아가 코로나19를 관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도 6월 24일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언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일일 확진자 수 집계를 중단했다는 겁니다. 대신 위중증 환자와 중환자실 입원자 수를 집계하며 관리합니다. 경증 감염자는 집에서 요양하도록 합니다. 의료 시스템 과부하는 방지하고, 중환자 관리와 치료에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감염 차단이 아니라, 코로나와의 공존을 뉴 노멀로 제시한 겁니다.

지난해 판데믹이 처음 시작됐을 때, 올해 여름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을 거라고 예상한 분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처음 ‘집콕’을 시작할 땐 약속을 취소하면서 코로나 끝나면 만나자고 서로를 다독이기도 했죠. 그러나 판데믹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파력이 높아진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등장하고 있고요. 독감처럼 인류와 계속 공존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옵니다. 백신 개발과 접종, 변이 바이러스 등장과 치명률 하락으로 판데믹 초기와 상황이 달라진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지금처럼 거리두기와 확진자 추적, 격리를 통한 감염 통제를 지속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1회 이상 접종자 기준) ©Our World in Data
판데믹의 양상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초기엔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접촉자를 자가격리하도록 해 전파를 막는 방식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치명률이 높고, 백신과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감염 자체를 막는 것이 최선이었죠. 코로나19 감염 자체가 지역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지금은 백신이 도입돼 다수 국가가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고, 치명률도 낮아졌습니다.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에 ‘돌파 감염’되더라도 위중증 환자가 되거나 사망할 확률은 크게 낮아집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백신 접종 후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는 없습니다.
국가별 코로나19 치명률 추이 ©Our World in Data
전 세계적으로도 치명률은 하락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치명률은 2020년 4월 7퍼센트대까지 치솟았지만, 2021년 7월 13일엔 2.16퍼센트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언한 싱가포르의 치명률은 7월 14일 기준 0.06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반면 세계 여러 국가에서 백신 접종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 기준으로 싱가포르의 접종률은 69.27퍼센트, 영국은 67.82퍼센트로 전 세계 접종률인 25.64퍼센트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방역의 뉴 노멀 시대를 선언한 싱가포르의 장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쁜 소식은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좋은 소식은 코로나19와 함께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엔데믹(endemic)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엔데믹은 말라리아 등 특정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매년 유행하지만 치사율이 낮은 독감처럼, 코로나19도 격리나 모임 제한 없이 관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싱가포르의 방역 조치 해제와 확진자 수 집계 중단은 ‘방역 포기’로 비판받지만, 환자 관리에 더 집중하기로 선택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엄격한 방역 수칙을 기반으로 ‘방역 모범국’으로 불리던 싱가포르의 방역 수칙은 뉴노멀 선언 이후 완화됐다고 해도 여전히 제한이 상당한 편입니다. 7월 12일부로 식당과 카페에서 식사할 수 있는 인원은 2명에서 5명으로 늘었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면 결혼식에 250명까지 참석할 수 있습니다. 제한을 아예 푸는 게 아닌 겁니다. 방역의 지상과제가 감염 자체를 막는 일이었다면, ‘위드 코로나’ 전략의 목적은 중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겁니다. 싱가포르는 8월 9일까지 인구의 3분의 2가 백신 2차 접종까지 끝마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위중증 환자와 중환자실 입원자 수를 집계하면서 치료에 집중하고, 의료 시스템이 포화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률을 높이는 부스터 샷도 접종합니다.

일상에 복귀하면서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보다는 환자를 관리하는 전략은 백신 접종률이 뒷받침돼야 가능합니다. 면역이 생겨야 치명률도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접종률은 7월 14일 기준으로 아직 30.67퍼센트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졌을 때 방역과 환자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은 필요합니다. 4차 대유행이 시작되고,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새로운 거리두기 단계를 발표하고 나서도 방역 기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영업 제한 조치에 반발하기도 하고, 방역 기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례들은 왜 관리하지 않냐는 지적도 쏟아집니다. 현재는 영업 시간부터 모임 인원, 업종별 특성에 따른 규제까지 상세하게 방역 규칙을 세우고 있는데, 이를 언제까지 유지하고 강도 높게 관리할 수 있는지도 질문해볼 수 있습니다.
 

확산을 막아라 


방역 해제를 선택한 영국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7월 19일부터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권고를 빼고는 의무 마스크 착용, 스포츠 이벤트나 클럽 영업 제한 등이 모두 해제됩니다. 이번에 나이트클럽이 열리면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영업하게 됩니다. 영국은 백신 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했고, 접종률도 67.82퍼센트로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장 신규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가 3만 명 이상으로 늘었고, 7월 14일에는 4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10~2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싱가포르와는 다른 상황인 겁니다.
영국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 ©Our World in Data
치명률도 확산 초기 15퍼센트까지 치솟았던 것보다는 감소해 2.47퍼센트를 기록하고 있지만, 세계 평균보다 높습니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면 그만큼 중환자도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인 겁니다.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의학 저널 《란셋》은 변이 바이러스의 변수도 지적합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알파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60퍼센트 높았고, 델타 변이의 전염성은 알파 변이보다 또 60퍼센트가 높습니다. 영국 공중보건국(NHS) 조사에 따르면 아스트레카나 화이자 백신은 1회 접종했을 때 알파 변이에는 50퍼센트, 델타 변이에는 33퍼센트만 효과가 있습니다. 단 두 백신 모두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입원률을 낮추는 효과는 뛰어났습니다.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돼서 절대적인 확진자 수가 너무 많아지면, 아무리 치명률이나 중증 환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위험에 처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관리해야 할 중증 환자 수 자체가 너무 많아질 수 있는 겁니다. 영국의 이웃 국가 네덜란드는 영국보다 앞서 방역 수칙을 완화했습니다. 그러나 나이트클럽을 열고 대부분의 방역 수칙을 완화한 6월 27일엔 36명이었던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약 2주 만에 386명으로 급증했죠. 네덜란드 정부는 너무 섣부른 결정을 했다는 걸 인정하고 다시 나이트클럽을 닫는 등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가 아직 후유증 등 경과가 완벽히 파악된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점도 변수입니다. 장기 후유증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영국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12주 이상 증상을 겪은 환자가 13.7퍼센트에 달했죠. 환자들은 주로 피로감, 무기력증, 인지 기능 장애 등의 후유증을 겪었습니다. 방역 수칙을 섣불리 완화해 확진자가 증가하면, 치명률은 낮더라도 후유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건 사회적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겠죠.
 

엔데믹과 뉴 노멀 


코로나19 전파와 감염은 분명히 통제해야 합니다. 그러나 판데믹의 양상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치명률이 낮아졌고, 백신이 공급될수록 더 낮아질 전망입니다. 변이 바이러스에도 백신이 치명률을 낮추는 효과는 있습니다. 한편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감염을 완전히 막는 것만이 목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겁니다. 온라인 세계에서의 상호작용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강도 높은 ‘집콕’ 권고와 모임 제한이 2년 가까이 지속될 수 있을지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

판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지금이 다음 단계를 고민할 적기일 수 있습니다. 백신 접종을 높이고, 거리두기를 하면서 우리는 다음 목표를 무엇으로 세워야 할까요? 감염 자체를 막고 종식을 지향할지, 감염을 축소하되 중환자 관리에 집중하면서 코로나 같이 사는 방법을 고민할지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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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백신 접종률은 높아지며 치명률은 떨어지면서 판데믹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방역 방식을 택해야 할까요?
 
  • 확진자 발생을 엄격히 차단해야 한다. 봉쇄와 격리 조치를 유지해야 한다.
  • 코로나와 공존하면서 백신 접종과 중환자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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