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는 왜 닥터나우를 병사시키려고 하는가

7월 21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정부의 규제와 약사 사회의 저항을 넘어서 보건 의료계의 라스트 마일 서비스가 될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달 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이달 8일 대권에 도전하는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을 만난 청년 창업가가 있습니다.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배달 플랫폼 ‘닥터나우’의 장지호 대표입니다. 의대 휴학 후 사업에 뛰어든 장 대표는 닥터나우를 ‘의료계의 토스’로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규제를 극복하고 종합 의료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겁니다.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입에서 모두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강조된 만큼 꿈에 한 발 가까워지는 모양새였습니다.

실제로 닥터나우 서비스를 사용해보면 가장 먼저 편의성에 놀랍니다. 사용법이 매우 간단한데요, 우선 앱을 켜고 본인 인증을 거쳐 로그인한 후 원하는 진료 과목을 선택합니다. 감기나 몸살, 생리통, 고혈압 등 보험 적용 진료는 물론 탈모, 사후 피임, 여드름 등 비보험 진료 과목까지 있습니다. 담당 의사 선택 후 진료 요청을 하면 빠르게 음성 또는 화상 전화로 비대면 진료가 이뤄집니다. 진료가 끝나면 의사는 약국에 처방전을 전송하는데, 이때 환자는 배달, 택배, 방문 수령 중 원하는 방식으로 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닥터나우 역시 저항 없는 변화와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닥터나우에 반기를 들고 보이콧을 선언한 이들이 있습니다. 대한약사회와 산하 시·도·구 약사회입니다. 보건 의료 서비스는 안전성이 최우선이며, 결코 물류의 영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독과점 기반의 플랫폼 기업이 보건 의료 시장에 진출하면 지역 약국은 몰락하고, 약물 오남용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도 경고합니다. 닥터나우와 약사 사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정부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정부의 처방

지난달 10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규제 챌린지를 발표했다. ©국무조정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은 이미 해외에서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OECD 36개국 중 26개국이 비대면 진료를 단계적으로 허용했고, 온라인 의약품 유통 시장은 연 20퍼센트 가까운 성장률을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낯설기만 합니다.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 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현행 약사법 50조 1항 때문입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이메일이나 팩스로 처방전을 전송받고, 약국 직원이나 배달 서비스로 약을 전달하는 행위는 위법입니다. 규제엔 백약이 무효입니다. 

그렇다고 현재 닥터나우가 불법 서비스라는 건 아닙니다.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진 건 지난해 2월부터입니다.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대면 전화 진료와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의료기관 내 코로나19 환자 유입 및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습니다. 또 그해 12월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인 동안 참여 의사가 있는 전국 의료기관에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고도 공표했습니다.

지난달 10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경제인 간담회에서 해외보다 과도하게 규제가 적용되는 영역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규제 챌린지’입니다. 시장 변화에 정부가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민간의 애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일정상으로 10월까지 관련 부처, 협의회, 민관회의 등 3단계 논의를 거쳐 연말에는 개선 여부를 확정 발표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번 규제 챌린지 중 보건 의료 분야에서는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 조제 규제 개선’,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이 포함됐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


정부 발표 이후 대한약사회와 전국 16개 시도약사회는 곧바로 규탄 성명을 냈습니다. 규제 챌린지를 ‘보건 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라고 규정하고, 약 배달에 대한 규제 완화는 곧 약 조제와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형 약국을 양산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보건 의료 서비스의 상업화, 영리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겁니다. 또한 독과점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면 지역 약국을 몰락시키고, 결국 취약계층의 의약품 접근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닥터나우로 대표되는 플랫폼에 대한 거부감을 적극적으로 표출한 것 역시 이때부터입니다. 특히 “진료부터 약 배달까지 30분”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닥터나우 광고가 6월 말 서울 지하철 역사에 게재되자 약사 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서울시 약사회와 24개 구 약사회는 6월 24일부터 7월 2일까지 릴레이 시위를 펼쳤고, 5일에는 보건복지부에 항의 방문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 및 전화 처방 허용을 즉각 종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심지어는 지역 약사회의 닥터나우 사무실 무단 침입 공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들이 가장 문제 삼은 건 의약품의 오남용입니다. 발모제나 피임약, 발기부전 치료제와 같은 오남용 우려 의약품은 물론, 졸피뎀 같은 마약류가 전화 한 통으로 통용되는 ‘처방 쇼핑’이 무분별하게 발생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약사가 대면으로 복약 정보를 제공해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복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많은데,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이 확산하면 건강 정보에 대한 낮은 이해도에서 기인한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숫자로 검증한 효능

닥터나우 유튜브 영상 광고. 지하철 광고에 이어 유튜브 영상 광고까지 닥터나우의 적극적인 홍보가 이어지자 약사 단체의 반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닥터나우
이러한 약사 사회의 지적에 닥터나우 측이 제시한 데이터는 다소 방향이 다릅니다. 소비자 즉, 환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더 뜨거웠습니다. 정부의 한시적 허용 이후 비대면 진료 누적 건수는 이달 기준 227만 건이 훌쩍 넘었습니다. 작년 11월 론칭 이후 닥터나우는 현재 한 달에 10만 명가량의 사용자가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급성장했고, 의료라는 버티컬한 영역의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구글 플레이에서 모바일 인기 앱 순위 5위까지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한 조사에서는 원격 진료에 찬성한다는 국민 여론이 88퍼센트에 달했습니다. 비대면 의료에 대한 편의성과 필요성을 증명해 보인 셈입니다.

그사이 약사 단체에서 우려했던 약물 오남용은 없었을까요? 장지호 대표는 북저널리즘과의 톡스 인터뷰에서 “지난해 2월부터 실시된 비대면 진료 227만 건 중 발견된 약물 오남용은 0건”이라고 답했습니다. 진료와 처방, 조제 단계에서 환자의 기존 처방 이력을 점검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모니터링으로 이상 접수가 발생하면 의사와 약사에게 알림이 전송되는 DUR[1] 시스템이 닥터나우 앱 안에서도 똑같이 구현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닥터나우를 통해 의약품 수령이 가능한 약국은 닥터나우와 제휴를 맺은 곳에 한해 철저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장 대표는 또 오남용 및 마약류 거래가 발생한다면 이는 비대면 진료와 배달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의약품 전달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즉, 유통 이전 단계인 처방과 조제 단계에 구멍은 없는지 따져야 한다는 겁니다. 약 조제 시 약국에서는 환자의 기존 처방 이력과 처방 횟수를 꼼꼼히 확인하고, 재고 상황에 따라 조제가 취소되기도 합니다. 확인 절차를 거쳐 대체 조제도 이루어집니다. 즉, 의사와 약사의 판단에 따라 이미 모든 것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거죠. 약사회 등 관련 단체의 반발은 온라인 플랫폼과 변화에 대한 막연한 기우라고 장 대표는 말합니다.
 

모두를 위한 처방은 없나

©보건복지부
최근 시장에서는 기술을 내세운 플랫폼과 이른바 ‘사’자로 분류되는 전문가 집단 간 갈등이 심심치 않게 목격됩니다. 올해 4월부터 시행된 ‘타다 금지법’ 논란 이후에도 법률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가,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와 대한의사협회가, 프롭테크 플랫폼 ‘직방’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인공지능 담보 가치 평가 플랫폼 ‘빅밸류’와 감정평가사협회가 점점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이러한 충돌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편의성 증대라는 측면에서 사용자들의 규제 개선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는 겁니다. 모두가 파괴적 마찰들입니다.

완벽한 기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부 주장대로 플랫폼 과열은 결국 시장 독과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혁신을 거부하고 기존 방식만을 고집해야 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약사 사회의 우려와 반대로 닥터나우 제휴 이후 대형 병원 근처의 약국이 아닌 마을 약국에도 처방전 접수가 늘었습니다. 병원 역시 매출 증대 효과를 봤습니다. 대면 진료에 어려움을 겪던 기저질환 환자들, 시간 제약이 큰 직장인과 부모,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비대면 진료의 혜택을 누렸습니다. 의사와 약사, 환자 모두가 만족할 가능성이 보인 겁니다.

일련의 갈등을 특정 플랫폼과 기존 사업자 간의 알력 다툼 정도로 방치하다간 각 영역에서 제2의 타다가 쏟아져 나와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조건 없는 반대와 일방적 권리 주장에서 벗어나 기술을 통해 상호 보완하며 서로가 이로울 수 있는 방향을 빠르게 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이 표심을 의식해 신산업과 기존 산업의 갈등을 지켜보다가 비효율적인 기존 사업자 손을 들어주는 책임 회피를 지속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닥터나우와 약사 사회의 갈등을 촉발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중재자로서 등판해야 할 때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을 둘러싼 닥터나우와 약사 단체의 충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성을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법률 플랫폼 전쟁〉, 〈직방이 직방할까?〉 〈토스, 내일의 역사〉, 《테크 비즈니스, 게임의 법칙》과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1]
환자가 여러 의사에게 진료 받을 경우 의사와 약사는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약을 알지 못하고 처방·조제하여 환자가 약물 부작용에 노출될 가능성 있다. 이에 의약품 처방·조제 시 병용 금기 등 의약품 안전성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의사 및 약사에게 의약품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DUR(Drug Utilization Review) 또는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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