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2.0
2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트렌드 용어 대신, 혁신의 본질 읽기

모두가 메타버스를 이야기한다. 초등학생과 10대는 전부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에서 놀고 있다고 하고, 새로운 디지털 세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쏟아진다.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로블록스에서 콘서트와 영화 상영을 하고, 제페토에서 구찌가 아바타용 옷을 판매하는 건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심지어 제페토에 대선 캠프를 만든 정치인도 여럿 등장했다. 정부도 메타버스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2021년 7월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뉴딜 2.0 과제엔 메타버스 분야가 포함돼 있다.

그런데 막상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들여다보면, 급부상한 트렌드 용어에 불과한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됐다. 흔히 설명하는 메타버스의 네 가지 분류인 라이프로깅, 미러 월드, VR, AR에 관한 설명을 보면 결국 지금 우리가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 온라인 지도, VR 게임 등과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라는 그럴듯한 용어로 몇 가지 새로 부상하는 서비스와 기존에 이미 사용해 오던 기술을 한데 묶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통신 기술과 시스테믹 혁신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트렌드 용어가 아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변화의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메타버스라는 말은 언제든 다른 단어로 대체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핵심은 디지털 세계의 확장이다.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는 흐름이다. 저자는 이 흐름을 2021년 버전의 메타버스 2.0이라는 분류로 재정의했다. 소셜, 엔터테인먼트, 일이 디지털 세계에서 더 확장된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시간, 하는 일을 계속 늘려 왔다. 한 단계 더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세계에서 하기 어려웠던 실감 나는 경험이 가능해졌고, 이는 스마트폰처럼 세상을 바꿀 것이다. 소셜, 엔터테인먼트, 일 모두 완전히 달라진다. 저자는 메타버스의 중요한 요소인 XR이 지금 스마트폰의 블랙베리 정도 단계에 와 있다고 진단한다. 블랙베리가 나왔을 때 아이폰이 나온 후와 같은 변화를 상상할 수 있었다면 투자 측면에서든, 기업 전략 측면에서든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아닌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소희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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