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으르렁 왈왈 니야옹 (동물 친구와 함께 사는 법)
 

7월 26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법무부가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당연해 보이는 문장이 이제 법적으로 인정됩니다. 법무부는 7월 19일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조항을 넣고 처음으로 동물에게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과하겠다고 입법 예고했습니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면, 그때서야 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이 아닌 별도의 법적 지위를 얻게 됩니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입니다. 누군가 주인이 있는 반려동물을 다치거나 죽게 하면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습니다. 시장거래가 기준으로 보상을 받죠. 반려동물이 압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지방법원의 집행관이 반려동물 두 마리를 압류해 각각 15만 원, 10만 원에 처분한 경우도 있었죠.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됩니다. 땅에 묻는 건 불법이고,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것이 올바른 처리 방법이죠. 동물과 함께 사는 입장에선 물론이고, 주변의 동물들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규정들입니다.

동물은 우리의 인식 속에서 단순히 ‘귀여우면 다인’ 존재가 아니라, 삶을 함께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가족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애완동물보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게 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죠. 이번 민법 개정은 동물에 대한 인식과 법 규정 사이의 괴리를 줄여 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마주하는 법적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는 건 아닙니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동물을 사고파는 문제, 동물 실험 등 동물에 고통을 주는 행위를 처벌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는 남아 있습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닌’ 별도의 법적 주체를 넘어,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 인간의 동료로 부상할 수 있을까요?
 

물건과 사람 사이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현행법에 개정 목소리가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동물권 단체 케어는 2017년 헌법재판소에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않죠. 정의당 이정미 의원도 지난해 3월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조항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논의를 반영해 이번에 법무부가 개정안을 만들고, 입법 예고한 겁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반려동물에 해를 입힌 사람에 대한 처벌이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건을 망가뜨린 게 아니라, 생명에게 폭력을 가한 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거죠. 법무부는 반려동물을 죽거나 다치게 한 사람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법안 도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압류 등 강제집행 대상에서도 반려동물이 제외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동물이 인간처럼 권리의 주체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인간도, 물건도 아닌 제3의 법적 지위를 마련한 것이기 때문인데요, 여전히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합니다. 즉 동물이 대리인을 통해 자신에 대한 손해 배상을 청구하거나 ‘생명체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할 순 없는 거죠.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동물 입장에서 손해 배상을 청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2013년 최종 판결이 난 소송인데요, 김모씨는 개인 사정으로 2년간 개들을 다른 사람에 맡겨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 동물 권익 보호 단체에 맡겼는데, 단체는 김씨의 개들을 유기견과 혼동해 안락사시키고 말았습니다. 김씨는 협회를 상대로 자신에 대한 손해배상과 위자료 청구는 물론, 개들이 안락사 당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요구했습니다. 죽은 애완견들의 위자료 청구권을 주인인 자신이 상속했다는 논리였죠. 그러나 법원은 김씨에 대한 위자료만 인정하면서 법률에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는 조항이나 관습법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동물 친구와 함께하는 삶의 여정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법은 동물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할까요. 지금 법은 동물보호법으로 학대를 방지하고,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이 타인으로부터 해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차원에서 동물이 더 나은 삶, 고통이 적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장치는 부족하죠. 사람들이 동물과 점점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가족으로 여기게 되면서 동물을 바라보는 윤리적, 법적 시각엔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균열은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할 때부터 시작됩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를 종종 들어 보셨을 겁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동물 판매 산업의 열악한 실태를 지적합니다.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기도 하는 번식농장은 무허가, 즉 불법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위생, 동물 복지 상태도 심각합니다. 모견들은 배설물이 통과하도록 바닥이 망으로 되어 있는 ‘뜬장’에서 생활하며 임신과 출산을 반복합니다. 2017년 법 개정으로 뜬장의 추가 설치는 금지됐지만, 기존 업체들은 계속 교체하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태어난 강아지들이 펫샵으로 가고, 비싼 값에 팔리죠.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구호에 힘이 실려 온 이유입니다.

인간과 함께 살면서 학대당하는 동물도 여럿인데요, 동물보호법이 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적극적인 개입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는 동물이 개인의 소유물로 간주되다 보니 주인으로부터 동물이 학대당하더라도 소유권을 뺏을 수 없고, 소유권을 포기시키는 방식으로만 구조가 가능했습니다. 현행법상 동물을 학대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실형을 사는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사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3398명 중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람이 51.2퍼센트에 달했고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0.3퍼센트에 그쳤습니다. 이번 민법 개정으로 더 적극적인 구조는 가능해지겠지만, 동물 학대를 제대로 처벌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동물과 평생을 가족으로 살게 되면서 동물이 먼저 떠나거나, 내가 먼저 떠나게 됐을 때도 법적인 논쟁거리가 생깁니다. 우선 동물의 장례 문제입니다. 현행법상 합법적으로 죽은 동물을 처리하는 법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거나 동물병원에 위탁해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 것, 합법 동물 화장장을 이용하는 것 세 가지입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 입장에선 화장장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합법 화장장은 경기도 등 일부 지역에 몰려 있고 서울, 제주 지역엔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동물이 법적 지위를 확보하면 다른 방식의 사체 처리가 허용될 여지도 있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사랑하는 동물을 남기고 먼저 떠나야 한다면 어떨까요. 혼자 남겨질 동물에게 자산을 남기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배우 엄앵란 씨가 누구보다 반려견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유산을 반려견에게 남기겠다고 말한 적도 있죠. 동물이 법적 주체가 아니다 보니 직접 상속은 불가능하지만, 다른 방법이 등장했습니다. 2016년 KB국민은행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펫 신탁’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유산을 은행에 맡기고 수익자로 반려동물을 관리해 줄 사람이나 단체를 지정해 두는 겁니다. 단, 한국의 경우 반려동물 신탁이 법제화된 게 아니기 때문에, 수익자가 받은 돈을 다른 데 쓰더라도 제재할 방법은 없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선 반려동물신탁법으로 수익자에게 반려동물을 돌볼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1]
 

고통받지 않을 권리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이제 인간에게 동물은 단순히 함께 사는 귀여운 존재가 아닙니다. 감정적인 유대를 나누고, 삶을 함께 만들어 가고, 추억을 나누는 동료죠. 인간보다 동물에게 더 큰 위로를 받는 사람도 다수입니다. 가족의 의미가 달라졌다면, 가족과 함께 살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법도 달라져야 할 겁니다.

민법이 개정된다곤 하지만, 물건이 아님을 명시할 뿐 여전히 동물은 법적인 주체로서 보호받는 게 아닙니다. 인간과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해 물건과는 다른 지위를 인정해 주는 개념이죠. 반면 독일의 법은 동물을 인간의 동료 생명체로 바라보고, 생명체로서 배려받아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학대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의 목적은 “이웃으로서의 동물을 위해 그들의 생명과 건강을 인간의 책임으로서 보호”하는 겁니다. 반면 국내 동물보호법에선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관리”되어야 할 대상이자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죠.

동물학대를 다루는 법을 분석한 논문을 쓴 주현경은 동물에게 인간과 동일한 기본권을 보장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면서 고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2] 인간 입장에서가 아니라, 동물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법적인 보호를 받게 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건 동물을 도살하는 육식이 허용되는가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합리적 이유 없이 동물을 죽이거나, 괴로움을 가하는 걸 막는 개념이기 때문이죠.

동물은 우리와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자, 공동체의 구성원입니다. 우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인간만큼은 아니더라도 동물이 최소한의 존중을 받을 권리는 보장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 동물이 물건이 아닌 제3의 존재를 넘어 법적인 권리 보장을 받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동물 학대에 대한 가벼운 처벌 문제나, 인간의 동료로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을 둘러싸고 생기는 법적인 논쟁과 균열을 우리의 인식과 맞닿은 방향으로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동물에게 물건이 아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민법 개정과 동물의 법적 권리를 다뤄 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와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1]
조성자, 〈미국 반려동물 보호법제와 시사점〉, 《강원법학》 53, 2018.
[2]
주현경, 〈형법적 관점에서 바라본 동물학대〉. 《환경법과 정책》 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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