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의 세계
2화

2021년은 21세기에서 가장 서늘했던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지구 기온이 3도 상승할 가능성은 아주 높으며, 그것은 아주 끔찍할 것이다. 

21세기 전체를 기준으로 본다면, 2021년은 비교적 시원했던 한 해로 기록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인류 역사의 전체를 기준으로 본다면, 올해의 기후는 마치 지옥처럼 불편하게 보일 것이다.

지난 7월 20일,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날씨 체계가 이들 나라의 도시 전체에 강물을 범람하게 만들고 주변의 농촌지역을 초토화했다는 사실을 애써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같은 날 중국의 허난(河南) 지방에서는 홍수에 대비해서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대피했는데, 정저우(鄭州)시에서는 1년 치 강수량이 불과 사흘 동안 쏟아졌다.

역시 같은 날인 7월 20일에, 터키의 지즈레(Cizre)는 이 나라 역대 최고인 49.1℃의 기온을 기록했다. 2주 전에 북아메리카의 태평양 북부 연안을 따라서 전례 없던 열파(heatwave)가 강타한 이후 태평양 연안에서는 타는 듯한 뜨거운 열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이들은 이미 추가적인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고위도의 다른 지역들도 파괴력은 덜하지만 유사한 이상 징후를 목도해왔다. 이번 달 상순, 핀란드에서는 60년 만에 가장 오랫동안 열파가 이어졌는데, 라플란드(Lapland) 지역의 기온이 30℃를 넘어서기까지 했다. 7월 14일, 핀란드는 사상 최고로 더웠던 밤을 맞아서 쉽게 잠들지 못했는데, 기상관측소 두 곳에서 기록된 야간 최저기온은 24.2℃였다.

7월 11일,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퍼니스 크릭(Furnace Creek)에 있는 미국 기상청(NWS)의 수은주는 54℃의 기온을 기록했다. 만약 세계기상기구(WMO)가 이 기록을 인정한다면, 이는 같은 지역에서 지난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낮 시간 최고 기온과 동일한 수치로 확인될 것이다. 7월 19일에는 그린란드 만년설의 40퍼센트 이상에서 녹은 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북극에서 해빙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여름철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2012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WMO의 최신 데이터에 의하면, 지구의 기온은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전보다 1.1-1.3℃ 올랐는데, 이것이 바로 그러한 지구의 현실이다. 2015년에 체결된 파리협정은 지구의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에 비해 “2℃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제한하며, 1.5℃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이상적인 목표라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기온이 2도만 상승하더라도 그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작은 섬나라들에게는 실존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이들은 더욱 긴박한 목표를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의해 발간된 방대한 양의 보고서에 의하면, 2100년까지 해수면이 추가로 10센티미터 상승하는 것에 불과할 지라도, (1.5도와 2도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목표에 따라서 수백만 명의 생계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5℃ 상승할 때와 비교했을 때, 만약에 기온이 2℃ 상승한다면 4억2000만 명의 사람들이 추가로 기록적인 더위에 노출될 것이다. 그리고 북극해를 덮고 있는 해빙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다.

그러나 파리협정에서 정한 그 목표들은 상당히 신중하게 설정된 것이며, 그것조차도 여전히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 NGO 단체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 CAT)은 컨퍼런스를 개최한 이후,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을 비롯해서 다양한 나라들이 내놓은 자동차 및 트럭용 연료의 효율성 기준이나 재생에너지 관련 목표와 같은 여러 정책들에 대한 수치들을 합산한다는 자체적인 과제를 설정했다. 이러한 조치들에 의한 종합적인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서, CAT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생산되는 것으로 보이는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를 계산했으며, 그 다음에는 여러 기후 모델들에 의한 결과를 활용해서 온난화의 측면에서 그러한 농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세계의 기온은 2100년이 되면 산업화 이전의 기준보다 2.7℃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파리협정에서 협상에 나섰던 사람들은 이러한 모순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기술이 발전하고, 모두가 진정으로 한 배에 탔다는 자신감이 형성되고, 국제적인 공조 체계가 개선됨에 따라서 세계 각국이 새롭고 더욱 야심찬 공약을 내놓으리라고 예상했거나, 또는 희망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오는 11월에 개최될 예정인 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를 위해 지난 12개월 동안 UN에 정식으로 제출된 수정 계획안에 의해서, CAT의 예상치는 약간 낮춰졌다. 만약 모든 정부가 그런 약속을 지키고 목표를 달성한다면, 온난화는 2.4℃ 이내로 제한될 것이다. 미국이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net-zero)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나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처럼 공개적으로 선언되었지만 파리협정의 합의안에는 정식으로 포함되지 않은 목표들까지 포함시키면, 그 예상 수치는 2.0℃라는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내려간다.

이런 상황은 상당히 전망이 좋은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아주 거대한 경고의 메시지는 물론이고, 엄청난 불확실성도 함께 수반되어 있다.

경고의 메시지라면, 이러한 추정이 발표만 되었을 뿐 실제로 제정되지는 않은 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CAT에 의하면, 현재 시행 중인 정책들을 따른다면, 세계의 기온은 2.9℃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실제 배출량과 파리협정에 의한 목표치 사이의 차이를 추적하고 있는 유엔환경계획(UNEP)은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정책들이 최소한 어느 정도는 강화되기를 기대하거나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평가를 하려면, 각국 정부들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살펴봐야 한다.

불확실성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러한 요소들은 아주 많고 다양하다. 정치적인 선언들을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량으로 변환하는 일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세계 각국이 과연 자신들이 제시한 정책을 계속해서 고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고, 그러한 정책으로 인해서 그들이 주장하는 감축 목표가 실현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온실가스가 기후에 영향을 미치며 현재 전 세계에서 목격되는 기온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다양하게 얽혀 있는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를 풀어내고 복잡한 상쇄 효과를 설명하기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그러한 계획에서 제시된 온실가스의 양이 기후변화에 대해서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당한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불편한 확산 (표1)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100년의 온난화 예상 수준, (단위: ℃) 1.2 : 2020년 현재의 온난화 1.5 : 파리협정의 이상적인 목표 2.0 : 미국 및 중국 등의 탄소중립 목표를 포함했을 때의 낙관적인 시나리오 2.4 : COP26 이전의 공약과 목표들이 충족되었을 경우 2.9 : 현재 시행 중인 정책들을 따를 경우 – 확률 68% 출처: 기후행동추적(CAT)
이러한 불확실성이 있기에 CAT를 비롯한 다른 여러 단체들은 확률에 기대어 추정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예상 결과에서도 오차 막대(error bar)가 크게 나타난다. 만약 기존에 제시된 목표를 달성하고 약속을 전부 지킨다면, 기온 상승폭이 1.9℃에서 3.0℃ 사이에서 형성될 가능성은 68퍼센트이다. (표1 참조) 미국이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시나리오에서 이러한 68퍼센트의 확률을 적용하면 기온 상승의 범위는 1.6℃에서 2.6℃ 사이를 오간다. 이것은 다른 곳에서 만든 모델에도 잘 들어맞는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조에리 로겔지(Joeri Rogelj)를 비롯한 동료들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기온 상승을 2.0℃ 이하로 머물게 할 가능성이 3분의 2인 배출량 감축 시나리오에서도, 온난화가 2.5-3.0℃에 이를 가능성이 적게나마 포함되어 있다. 그 가능성은 10분의 1보다는 낮지만, 20분의 1보다는 높다.



꽉 잡아


그러므로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세계의 기온은 3℃ 상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은 물론이고, 계획한 일들이 아주 잘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좋은데,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예측하는 모델들은 기온이 직선의 형태로 상승하지는 않을 거라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산업화 이전의 시기보다 더 멀어질수록,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리고 드물게 나타났던 현상들이 흔하게 되면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표2 참조) 특정한 연구 결과들로 판단을 해보자면, 2℃와 3℃ 사이의 차이는 대부분의 측면에서 1.5℃와 2℃ 사이의 차이보다 훨씬 더 극명하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한 걸음 (표2)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의 가능성 분포 온난화 이전 가장 낮은 온도 5% 가장 높은 온도 5% 낮아짐 평균 높아짐 3℃ 더 높을 때 예전에는 극단적이었던 뜨거운 기후가 좀 더 흔하게 됨 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일부 극단적인 사례들 출처: IPCC AR5; 이코노미스트
산업화 이전의 시기보다 현재 전 세계의 기온이 모두 1.2℃로 균일하게 따뜻한 것은 아닌 것처럼, 3℃ 높아진다고 해서 지구의 모든 곳이 지금보다 모두 균일하게 1.8℃ 따뜻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표3 참조) 일부 지역에서는, 주로 바다와 남아메리카의 일부는 그것보다 덜 따뜻해질 것이고, 다른 지역은 그보다 더 뜨거워질 것이다. 캐나다 북부, 시베리아, 스칸디나비아를 포함하는 북극권은 온난화로 인해서 가장 거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인구가 과밀한 일부 지역들도 평균 이상의 기온 상승이 있을 것이다. 어느 연구에 의하면, 러시아, 중국, 인도의 평균 기온은 각각 4-5℃, 3.5-4.5℃, 3-5℃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의 고위도 지역을 포함해서 기온이 더욱 따뜻해지는 지역에서는, 이전까지는 거의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극단적인 열파 현상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각각 1.5℃, 2℃, 3℃의 지구 온난화가 유럽의 극단적인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해서 2018년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해질 무렵부터 동트기 전까지 기온이 20℃ 이상으로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이 현재는 주로 지중해의 해안 지역에서만 나타나지만, 3℃까지 온난화가 진행되면 그러한 영향을 받는 지역이 북쪽으로 확장되어서 발트해 지역에서도 주기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열파가 발생하면 야간에도 충분한 냉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망자들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충격적일 수는 있겠지만, 예전에는 서늘했던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뜨거운 밤 시간에도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옥상 녹화(green roof), 스프링클러, 냉방 시스템의 개선 등이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여름철이 되면 사람들은 실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러나 건설 노동자나 농장의 일꾼 등 주로 야외에서 몸을 써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불균형적으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에어컨을 설치해서 가동하는 비용을 쉽사리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한 열대 지역에서 열기가 증가하는 것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 것도 아니다. 인간의 신체는 땀을 배출함으로써 열을 식히는데,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는 이러한 땀 배출이 더 어려워진다. 온도계에서 볼 수 있는 “습구” 온도는 열기와 습기의 영향으로 몸을 시원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상대습도(relative humidity)가 100퍼센트인 경우를 제외하면, 습구의 온도는 언제나 건구 온도보다 낮다. 데스밸리는 기온이 54℃로 높아도, 습구의 온도는 20도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밖에는 되지 않을 정도로 건조하다. 습구의 온도가 30도를 넘어서는 일은 흔치 않다. 그리고 이는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일단 습구의 온도가 35℃를 넘어가면 몸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데, 특히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그 이상이 되면 사람의 몸은 익어가기 시작한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표3 참조) 1986-2006년과 비교했을 때의 기온 변화 0 1 2 3 4 5 6 최대 10.3 (회색) 자료 없음 지구 온난화 2℃ 시카고 2.3, 스톡홀름 2.7, 델리 1.7 상파울루 1.6, 라고스 1.5 지구 온난화 3℃ 시카고 3.8, 스톡홀름 4.1, 델리 3.0 상파울루 3.0, 라고스 2.5 출처: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
습구 온도가 35℃에 가까워지거나 넘어가는 일이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인도-파키스탄의 접경 지역이나 페르시아만과 멕시코만 주변에서는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모든 사례가 기록되어 보고되는 것은 아니다. 2020년에 발표된 기상관측소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결과, 그처럼 극단적으로 습한 열기는 기록되는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자주 발생함을 알 수 있었는데, 대부분은 인구가 매우 적은 열대 지역에서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이 연구는 또한 1979년 이후로 그런 사례의 발생 정도가 두 배로 증가되었음을 확인했다.

극단적인 지구 온난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다수의 연구를 이끌었던 영국 기상청의 기후학자인 리처드 베츠(Richard Betts)는 온난화가 2℃ 이상이면 인도에서 면적은 작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습구 온도가 치명적인 수준에 이를 위험성에 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2.5℃ 이상이면, “열대 지역의 거의 대부분이 1년에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달 동안 극심한 수준의 열기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습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열기가 물 공급을 감소시킬 것이다. 1.5℃, 2℃, 3℃인 경우의 물 부족 현상을 모델링한 결과, 기후의 온난화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서 인류의 3분의 2가 점점 더 건조한 상황을 경험할 것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3℃ 수준이면, 현재는 100년에 한 번 일어날 정도로 예외적인 사건으로 여겨지는 심각한 건기가 아프리카의 대부분,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남부, 미국의 중남부,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남아메리카의 일부에서 2-5년마다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는 끔찍한 날씨를 맞게 될 것이다


가뭄이 가끔 발생한다면, 저수지나 지하수에 의지해서 버텨낼 수 있다. 그러나 가뭄이 장기화되거나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그런 대안들도 말라버리게 된다. 그 결과, 일부 모델링에서는 기온이 3℃ 이상 상승하면, 세계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1년에 적어도 1달 이상 극심한 가뭄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의 극심한 가뭄은 생활, 위생, 관개용 물 공급에 영향을 미쳤으며, 기록적일 정도로 처참한 산불에도 불쏘시개의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지구의 거대한 지역에서 가뭄이 일어날 때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를 가늠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숫자도 많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주의 상황이 이 정도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거의 대부분의 다른 지역에서는 적응하는 데 훨씬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농작물이 폭염의 위험에 처한다거나, 전 세계가 구조적인 먹을거리 부족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작물을 기르기에 더욱 알맞은 수준으로 강수량이 증가하는 축복을 받게 될 것이고, 조건이 잘 맞아 떨어진 농지에서는 강수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홍수의 위험이 증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온대기후 지역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서 혜택을 누릴 것이며,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의 원재료이기 때문에 일부 작물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역시 혜택을 받을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온이 3℃ 상승하면 곡물의 가격이 29퍼센트 높아지면서 1억8300명의 사람들이 추가적으로 기근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곡물의 가격이 웬만해서는 변동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평균이 어떻든 간에, 위기가 더욱 악화될 위험성이 훨씬 더 높다. 세계 3위의 밀 생산국인 러시아에서는 2010년에 40℃ 이상의 기온이 몇 주 동안 이어지면서 1880년대 이후로 유지되어 온 여름 기온 기록이 깨졌다. 밀 생산량이 3분의 1가량 떨어졌고, 러시아는 자국의 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출을 금지했다. 이는 전 세계 식료품 시장에서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으며, 이후 수많은 저소득 국가들에서의 정국 불안에도 영향을 주었다.

정책적으로 좀 더 신중하게 대응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식량 쇼크(food shock)에 대한 공황상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의심의 여지없이 증가할 것이다. 영국의 외무국제개발부(FCDO)가 공동으로 후원한 어느 연구에서는 극심한 열파가 발생했을 때 그해 중국 남부의 쌀 생산량을 완전히 없애버릴 가능성을 계산했는데, 기온 상승이 1℃일 때는 100분의 1이지만, 2-3℃일 때는 10분의 1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기온 상승폭이 3℃인 경우에 해수면 높이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가열이 얼마나 빠르게 일어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얼음이 녹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열기가 바다 속 깊이까지 들어가는 과정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해수면의 높이가 바다 표면의 온도에 반응해서 결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즉, 기온이 3℃까지 천천히 상승할 때보다는 빠르게 도달할 때 해수면의 높이가 상대적으로 더 낮을 것이다.

세계의 기온 상승이 3℃에 도달하는 순간에 해수면의 높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3℃ 더워진 세계가 장기적인 차원에서 해수면의 높이에 미치게 될 영향이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남극 서부의 대륙 빙하는 현재 가장자리가 부서지고 있다. 온난화가 2℃ 수준이 되면, 이 빙하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증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만약 그 수준을 넘어간다면, 남극 서부의 얼음 손실률이 급격하게 커지리라는 사실을 여러 증거에 의해서 알 수 있습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네릴리 아브람(Nerilie Abram)의 말이다.

남극 빙하가 전부 녹는다면 해수면이 1.6미터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으로 1세기 정도의 기간에는 그런 일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그것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증가할 것이다. 아브람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와 같은 기후변화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남극에서 얼음이 사라지는 속도는 불과 수십 년 안에 아주 급격하게 뛰어 오를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3℃ 상승한 세상이라면, 그린란드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우려할 수 있다.

기온이 2℃ 상승한다면 2100년에는 해수면 높이가 30-90센티미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면 수많은 도시들과 저지대에 위치한 나라들은 그러한 상황에 맞서서 싸워야 하며, 만약 그 수준이 4-5배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면 그들은 아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습구 온도와 마찬가지로, 세계의 기온이 일단 3℃ 상승한다면 적응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생명은 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땅은 그렇지 않다. 만약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현재 수억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해변 도시들의 모습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그리고 북극이나 열대우림의 토착 문화들도 현재와 같은 형태로는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예전에 그랬던 지구의 모습은 상당부분 잊힐 것이며, 사라질 것이다.



방법이 있을 거야


자연도 역시 적응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동물과 식물 종들은 가능하다면 좀 더 시원한 지역으로 이주함으로써 점점 따뜻해지는 기후에 적응할 수 있다. 물고기들은 이미 특정한 종들이 열대의 수역에서 온대의 수역으로 옮겨가면서 이주를 시작하고 있으며, 온대 수역에서 좀 더 차가운 수역으로 이동하는 물고기들도 있다. 고위도 지역으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비탈진 지역에 사는 육상 동물이라면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하지 않고도 근처에서 좀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어느 정도까지만 효과가 있다. 산에는 꼭대기가 있고, 지구에도 극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후가 따뜻해지는 것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생태계와 생물종에게만 효과가 있다. 산호초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 세계의 기온이 3℃ 상승하면, 산호는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삶아져서 표백되는 것도 모자라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바닷물의 산성도가 높아져서 산호가 살기에는 더욱 가혹한 환경이 된다.) 이렇게 적응에 실패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세계는 더욱 뜨겁게 달궈질 것이다. 이미 벌목과 불길에 의해 약화되고 있는 아마존의 열대우림 역시 그런 세상에서라면 생존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아마존은 사라져가면서 수십억 톤의 탄소를 추가로 대기 중에 방출할 것이다.

아마존이 하룻밤 만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제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3℃가 상승하는 미래는 이번 세기의 전반이 아니라 후반기에 닥칠 것이다. 그러나 배출량을 감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3℃ 상승을 회피하고자 하는 노력은 대기 중에서 막대한 양의 탄소를 빨아들이거나 따뜻한 태양 광선을 우주로 반사시켜 버린다던가 하는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기술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우리 인류는 지구공학에 의해 만들어진 바윗덩어리 행성과 아주 뜨거운 세상 사이에 갇혀서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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