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라는 중력은 분명 가상 현실에 이끌리게 만드는 강력한 힘입니다. 재미만으로는 가상 현실이 실제 현실을 대체하는건 부족합니다. 로블록스 월드에는 이미 더 강력한 중력장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돈이라는 이름의 욕망입니다. 로블록스가 게임의 유튜브인건 유튜브처럼 크리에이티브 경제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로블록스에 있는 5000만 개의 게임들은 대부분 로블록스의 유저들이 직접 만든 것들입니다. 로블로스에선 게임을 즐길 뿐만 아니라 게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만든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죠. 유튜버들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을 유튜브 플랫폼에 올려서 광고비나 협찬비를 받는 것과 똑같죠.
로블록스 이전까진 게임은 아무도 못 만드는 콘텐츠였습니다. 〈리니지〉 같은 게임은 택진이형만 만들 수 있었죠. 물론 원조〈리니지〉를 창조한 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아니라 천재 개발자 송재경입니다만 어쨌거나 MMORPG를 만드는건 대규모 제작비와 대규모 개발자들이 필요한 일이라고 인식돼 왔습니다. 로블록스는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게 했습니다. 로블록스 스튜디오라는 게임 개발툴을 제공해줬죠.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이용하면 복잡한 코딩을 몰라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단지 필요한 건 한 줌의 아이디어죠. 크리에이션 그러니까 창의력 말입니다.
로블록스에서 활동하는 게임 크리에이터는 800만 명이 넘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이들이 벌어들인 총수익은 3억3000만 달러 정도입니다. 우리돈으로 3800억 원 정도죠. 평균적으론 대략 1인당 4만 달러입니다. 사실 상위 300명은 1년에 1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거둔 것으로 나타납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티브 경제는 이미 성숙했습니다. 대도서관 같은 초창기 유튜버들이 활약하던 시기와 달리 지금은 100만 명 이상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버들도 흔해졌고 그만큼 광고 수익도 나눠먹기가 됐죠. 반면에 로블록스 크리에이티브 경제는 이제 시작입니다. 주요 유저들이 10대이고 주요 크리에이터가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이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성이 매우 크죠. 하루 접속자 4200만 명 가운데 70퍼센트가 16세 이하니까요. 로블록스가 유튜브를 넘어서는 게임 크리에이티브 경제를 만드는 건 시간 문제란 뜻입니다.
로블록스는 지난 3월 10일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기준 가격은 45달러 안팎이었죠. 지금은 두 배 정도인 8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상장 당시에 공개한
상장신고서 S-1을 보면 로블록스가 게임 애스 어 플랫폼으로 구축하려는 선순환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바이 로블록스, 스펜드 로블록스, 언 로블록스, 인베스트 로블록스입니다. 유저가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소비하다, 게임이 돈과 시간을 쓰다가, 게임으로 직접 돈을 벌다가, 결국 로블록스에 다시 시간과 돈을 투자하게 만든다는 플라이휠이죠. 유저가 개발한 게임량이 증가하면 유저 수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인 겁니다.
게임 시장의 혁신입니다. 전세계 게임 인구는 28억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전체 인류의 35퍼센트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제까진 소수가 만든 게임을 다수가 소비만 해왔습니다. 〈매트릭스〉에서 기계들한테 지배당하는 인류처럼 말입니다. 로블로스는 30억 명에 가까운 게임 인류가 스스로 게임을 생산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세계를 창조했습니다. 소수의 게임 회사가 아니라 다수의 게이머들이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멋진 신세계를 만들었죠. 물론 로블로스의 게임들은 키즈 오락실용 게임들이 대부분입니다. 〈배틀 그라운드〉나 〈오버워치〉처럼 실감 나는 타격감을 보여 주는 게임들과는 수준 차이가 나죠.
그렇지만 바로 이것이 로블록스가 미국의 게임 4대천왕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로블록스가 상장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게임 3대장은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일렉트로닉 아츠와 테이크투인터렉티브였습니다. 우리한텐 각각 〈
스타크래프트〉와 〈
오버워치〉와 〈
피파온라인〉과 〈GTA5〉로 잘 알려진 게임사들입니다. 그런데 로블록스는 상장하자마자 게임 3대장의 시총을 추월하면서 천하사분에 성공했죠. EA나 T2나 액티비전 블리자드와는 다른 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Z세대 또는 그보다 어린 세대를 위한 게임 플랫폼이라서 성공한 거죠.
Z세대 이하한테 게임은 단지 게임만이 아닙니다. Z세대한테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이면서 동시에 소셜네트워크입니다. 게임으로 만나서 게임으로 놀고 게임으로 소통하죠. 로블록스가 게임의 유튜브를 넘어서 메타버스의 인스타그램으로 진화하고 있는 원인입니다. 데이비드 바스추키와 에릭 카셀이 처음에 꿈꿨던 메타버스 세상이 새로운 Z세대와 만나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죠.
소셜네트워크라는 중력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