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의 그래비티
 

7월 28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로블록스는 어떻게 게임의 유튜브 그리고 메타버스의 인스타그램이 됐나.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데이비드 바스추키는 비저너리였습니다. 에릭 카셀은 실행가였습니다.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관계와 닮은꼴이었죠. 데이비드 바스추키에릭 카셀은 메타버스의 대명사로 불리는 로블록스의 공동 창업자들입니다. 두 사람은 데이비드 바스추키가 창업한 널리지 레볼루션이라는 테크회사에서 의기투합했습니다. 널리지 레볼루션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였습니다. 처음엔 교육용 물리 실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 결국엔 보잉과 록히드을 위한 비행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죠. 일단 개발자들이 컴퓨터로 실제 비행 환경과 똑같은 가상 현실을 구현해 놓습니다. 파일럿들은 그 안에서 테스트 비행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개발 중인 전투기나 우주선의 테스트 비행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테스트 파일럿은 목숨 내놓고 해야 하는 직업이죠. 널리지 레볼루션은 보잉이나 록히드한텐 혁신적인 대안이었습니다. 회사 이름 그대로 지식 혁명이었죠. 

데이비드 바스추키와 에릭 카셀은 널리지 레볼루션의 핵심 역량인 2D3D 물리엔진을 만드는 개발자이자 창업자였습니다. 두 사람의 개발 역량은 가상 현실 속에서 중력을 설계하는 일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우리가 현실을 현실로 느끼는 건 사실 중력 때문입니다. 우주가 우리에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무중력 상태인 탓이죠. 달나라가 딴나라인 것도 달의 중력이 지구 중력의 6분의 1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중력이 현실인 겁니다. 비행기 테스트에선 말할 것도 없죠. 가상 현실 속 중력이 실제 현실 속 중력과 다르다면 시뮬레이션 비행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력을 복제하는 것이야말로 현실을 복제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데이비드 바스추키와 에릭 카셀은 널리지 레볼루션에서 물리엔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사람들이 가상 현실을 실제 현실처럼 느끼게 만드는 방법을 이해했습니다. 키워드는 그래비티였죠. 자연히 데이비드 바스추키와 에릭 카셀은 깨닫게 됩니다. 세상의 중력을 똑같이 재현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현실을 창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널리지 레볼루션은 1998년 MSC소프트웨어에 합병돼서 사라집니다. 데이비드 바스추키와 에릭 카셀은 새로운 창업을 결심합니다. 2003년 캘리포니아 먼로 파크의 손바닥만 한 사무실에서 로블록스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을 창업합니다. 2021년 7월 27일 현재 시가총액 442억 달러에 달하는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의 시작입니다. 우연찮게도 데이비드 바스추키와 에릭 카셀이 로블록스 창업을 준비하던 시기는 유명한 SF영화〈매트릭스〉시리즈가 첫선을 보인 시기와 일치합니다.

〈매트릭스〉는 기계가 지배하고 있는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미래 인류를 그린 디스토피아적 영화죠. 인류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 현실을 진실로 믿습니다. 실제 현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죠. 〈매트릭스〉1편의 마무리에서 주인공 니오는 주인공답게 끝내 각성합니다. 기계가 지배하는 가상 현실 속에서 니오는 갑자기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아오르죠.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주인공 니오가 하늘로 솟구치는 〈매트릭스〉의 마지막 장면은 유명하죠. 이때 키아누 리브스는 중력의 법칙을 초월합니다. 그렇게 현실을 초월한 존재가 됩니다. 중력이 현실이고 중력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워쇼스키 형제처럼 데이비드 바스추키와 에릭 카셀도 알고 있었습니다. 

로블록스의 무명기는 정말 길었습니다. 2004년에 창업하고 2006년에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2010년대 중후반까지도 거의 아무도 거들떠 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대중화된 지도 얼마 안 된 일이니까요. 가상 현실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길 수 있게 만든다는 로블록스의 비전은 터무니없는 망상처럼 보였죠. 아직도 믿는 사람보다 의심하는 사람이 더 많은 산업입니다. 데이비드 바스추키와 에릭 카셀은 레고를 닮은 아바타를 만들었습니다. 유저들이 자신의 개성을 반영한 아바타를 만들고 로블록스 월드 안에서 살아갈 수 있게 설계했죠.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했습니다. 유저가 계속해서 가상 현실에 머물게 만들 유인이 필요했죠. 유저들의 관심을 끌 요소가 필요했습니다. 중력이 필요했던 겁니다.


재미라는 중력 

로블록스가 찾아낸 중력은 재미였고 결국 돈이었습니다. 사람은 재미 있는 것에 흥미를 느낍니다. 흥미 있는 것에는 기꺼이 시간을 쓰죠. 사람은 돈이 되는 것에 욕망을 느낍니다.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에는 기꺼이 인생을 바치죠. 로블록스는 게임에 집중합니다. 게임만큼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강한 중력을 가진 콘텐츠는 없으니까요. 로블록스는 가상 세계 속에서 가상 게임을 하는 가상 오락실이 됩니다. 특히 로블록스가 집중한건 10대 키즈 시장이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가상 세계에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세대인데다가 재미있는 게임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집단이니깐요. 로블록스는 10대들이 좋아하는 키즈 게임들을 통해 로블록스 월드 안에 강력한 중력을 창조해냅니다. 이즈음 데이비드 바스추키와 에릭 카셀은 메타버스의 중력은 물리적 중력을 재현하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죠. 

중력을 창조하는 과정은 말이 쉽지 솔직히 지난했습니다. 스타트업들한텐 반드시 찾아온다는 데스벨리를 로블록스도 건너야만 했죠. 암흑기의 로블록스에 서광이 비춘 건 알토스벤처스의 투자를 받으면서부터입니다. 알토스는 한국계 미국 벤처 캐피털입니다. 쿠팡과 크래프튼과 배달의 민족과 토스에 투자했죠. 유통과 게임과 배달과 핀테크에 메타버스까지 아우르는 알토스의 포트폴리오만 놓고 보면 김한준 알토스 대표는 한국의 손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로블록스는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투자도 성공시켰죠.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위츠가 창업한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회사의 투자까지 받은 겁니다. 우리나라 안랩 역시 시리즈F 투자를 통해 10배 수익을 올렸다고 알려져 있죠. 

어쨌든 알토스 투자 이후 로블록스는 본격적인 비즈니스 비전 실현에 들어갑니다. 로블록스는 본격적으로 게임의 유튜브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하죠. 로블록스하면 다들 메타버스를 떠올립니다. 전기차에 이어 메타버스가 투자트렌드로 떠오르면서 7월 한 달 동안 서학개미들이 순매수한 종목 2위가 로블록스가 됐을 정도죠. 정작 로블록스는 메타버스로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닙니다. 메타버스는 로블록스의 형태이지 구조가 아닙니다.

로블록스의 본질은 한마디로 메타버스로 이루어진 게임 애스 어 플랫폼 Game as a Platform 입니다. 콘솔 게임은 게임 애스 어 콘텐츠 Game as a Content 입니다. 유저는 이미 처음과 끝이 정해진 게임을 소비할 뿐이죠. 온라인 게임은 게임 애스 어 서비스 Game as a Service 입니다. 온라인 게임엔 캐릭터와 설정은 있지만 정해진 스토리라인은 없죠. 처음도 끝도 없는 열린 세계입니다. 콘솔 게임 시장에서 게임 회사들은 게임 타이틀 하나만 팔고 끝이었죠.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게임 회사들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 세계를 확장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은 한국입니다. 게임 애스 어 서비스의 개념을 제시했죠. 운영만 잘하면 잘 만든 게임 하나가 영생불사할 수 있다는 것도 증명했습니다. 〈리니지〉시리즈가 살아 있는 증거죠. 

로블록스는 게임 애스 어 플랫폼입니다. 로블록스 자체가 메타버스라는 하나의 거대한 게임 세계입니다. 그런데 유저들은 그 안에서 수많은 게임들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로블록스 안엔 5000만 개 이상의 게임이 존재합니다. 게임 안에서 게임을 한다는 개념이죠. 기존의 게임들이 하나의 놀이기구였다면 로블록스는 수많은 놀이기구들이 모여 있는 놀이공원이 된 겁니다. 레고를 닮은 아바타가 돼서 로블록스 월드에 접속하면 무수한 놀이기구들이 유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로블록스가 유저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중력이죠. 사람들은 흥미로운 것에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간을 씁니다. 특히 재미에 몰입하는 십대들은 말할 것도 없죠. 로블록스에 있는 게임들은 대부분 이른바 십대향 게임들입니다. 쉽게 말해 동네 오락실 수준이죠. 로블록스가 전 세계의 오락실들을 메타버스 안에 모아 놓은 셈입니다.

2021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로블록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2억 명에 달합니다. 이 중에서 절반 이상이 12세 미만입니다. 전세계 1억 키즈가 매달 한번 이상 로블록스 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말입니다. 〈제일 브레이크〉나 〈타워 오브 헬〉같은 인기 게임은 매달 1000만 명 이상이 즐기고 있죠. 로블록스는 전세계 180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2021년 1분기 기준으로 로블록스의 일간 활성 이용자수는 4210만 명입니다. 2020년 4분기엔 3700만 명이었습니다. 로블록스 키즈들이 아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단 의미입니다. 뉴욕 경영대학원의 스콧 갤러웨어 교수는 로블록스는 전형적인 키즈 어텐션 경제라고 설명하는 이유입니다. 


돈이라는 중력 가속도 

재미라는 중력은 분명 가상 현실에 이끌리게 만드는 강력한 힘입니다. 재미만으로는 가상 현실이 실제 현실을 대체하는건 부족합니다. 로블록스 월드에는 이미 더 강력한 중력장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돈이라는 이름의 욕망입니다. 로블록스가 게임의 유튜브인건 유튜브처럼 크리에이티브 경제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로블록스에 있는 5000만 개의 게임들은 대부분 로블록스의 유저들이 직접 만든 것들입니다. 로블로스에선 게임을 즐길 뿐만 아니라 게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만든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죠. 유튜버들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을 유튜브 플랫폼에 올려서 광고비나 협찬비를 받는 것과 똑같죠. 

로블록스 이전까진 게임은 아무도 못 만드는 콘텐츠였습니다. 〈리니지〉 같은 게임은 택진이형만 만들 수 있었죠. 물론 원조〈리니지〉를 창조한 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아니라 천재 개발자 송재경입니다만 어쨌거나 MMORPG를 만드는건 대규모 제작비와 대규모 개발자들이 필요한 일이라고 인식돼 왔습니다. 로블록스는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게 했습니다. 로블록스 스튜디오라는 게임 개발툴을 제공해줬죠.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이용하면 복잡한 코딩을 몰라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단지 필요한 건 한 줌의 아이디어죠. 크리에이션 그러니까 창의력 말입니다.

로블록스에서 활동하는 게임 크리에이터는 800만 명이 넘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이들이 벌어들인 총수익은 3억3000만 달러 정도입니다. 우리돈으로 3800억 원 정도죠. 평균적으론 대략 1인당 4만 달러입니다. 사실 상위 300명은 1년에 1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거둔 것으로 나타납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티브 경제는 이미 성숙했습니다. 대도서관 같은 초창기 유튜버들이 활약하던 시기와 달리 지금은 100만 명 이상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버들도 흔해졌고 그만큼 광고 수익도 나눠먹기가 됐죠. 반면에 로블록스 크리에이티브 경제는 이제 시작입니다. 주요 유저들이 10대이고 주요 크리에이터가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이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성이 매우 크죠. 하루 접속자 4200만 명 가운데 70퍼센트가 16세 이하니까요. 로블록스가 유튜브를 넘어서는 게임 크리에이티브 경제를 만드는 건 시간 문제란 뜻입니다. 

로블록스는 지난 3월 10일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기준 가격은 45달러 안팎이었죠. 지금은 두 배 정도인 8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상장 당시에 공개한 상장신고서 S-1을 보면 로블록스가 게임 애스 어 플랫폼으로 구축하려는 선순환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바이 로블록스, 스펜드 로블록스, 언 로블록스, 인베스트 로블록스입니다. 유저가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소비하다, 게임이 돈과 시간을 쓰다가, 게임으로 직접 돈을 벌다가, 결국 로블록스에 다시 시간과 돈을 투자하게 만든다는 플라이휠이죠. 유저가 개발한 게임량이 증가하면 유저 수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인 겁니다. 

게임 시장의 혁신입니다. 전세계 게임 인구는 28억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전체 인류의 35퍼센트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제까진 소수가 만든 게임을 다수가 소비만 해왔습니다. 〈매트릭스〉에서 기계들한테 지배당하는 인류처럼 말입니다. 로블로스는 30억 명에 가까운 게임 인류가 스스로 게임을 생산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세계를 창조했습니다. 소수의 게임 회사가 아니라 다수의 게이머들이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멋진 신세계를 만들었죠. 물론 로블로스의 게임들은 키즈 오락실용 게임들이 대부분입니다. 〈배틀 그라운드〉나 〈오버워치〉처럼 실감 나는 타격감을 보여 주는 게임들과는 수준 차이가 나죠. 

그렇지만 바로 이것이 로블록스가 미국의 게임 4대천왕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로블록스가 상장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게임 3대장은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일렉트로닉 아츠와 테이크투인터렉티브였습니다. 우리한텐 각각 〈스타크래프트〉와 〈오버워치〉와 〈피파온라인〉과 〈GTA5〉로 잘 알려진 게임사들입니다. 그런데 로블록스는 상장하자마자 게임 3대장의 시총을 추월하면서 천하사분에 성공했죠. EA나 T2나 액티비전 블리자드와는 다른 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Z세대 또는 그보다 어린 세대를 위한 게임 플랫폼이라서 성공한 거죠.

Z세대 이하한테 게임은 단지 게임만이 아닙니다. Z세대한테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이면서 동시에 소셜네트워크입니다. 게임으로 만나서 게임으로 놀고 게임으로 소통하죠. 로블록스가 게임의 유튜브를 넘어서 메타버스의 인스타그램으로 진화하고 있는 원인입니다. 데이비드 바스추키와 에릭 카셀이 처음에 꿈꿨던 메타버스 세상이 새로운 Z세대와 만나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죠. 


소셜네트워크라는 중력장 

Z세대 혹은 더 어린 10대들에게 게임은 이미 또 하나의 메타버스입니다. 게임은 단순한 놀이라가 아닙니다.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죠. 이들을 게임 세대라고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로블록스의 메타버스는 이미 개념적으로는 존재했던 게임 세대의 세계관을 기술적으로 구현한 것에 가깝습니다. 게임 세대, 즉 G세대한테 게임은 이미 현실보다 더 큰 세상입니다.

로블록스는 메타버스2.0이 실현되는 공간입니다. G세대는 로블록스 안에서 또 다른 나인 디지털미로서 존재합니다. 디지털미가 로블록스 안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오감을 확장현실로 경험할 수도 있죠. 무엇보다 로블록스가 구축한 게임 생태계 안에서 G세대는 게임 제작이라는 일을 하고 돈을 법니다. 가상의 내가 현실의 나를 위해 돈을 버는거죠. 《메타버스2.0》에서 말하는 디지털트윈입니다. 

로블록스의 메타버스는 아직 완벽한 메타버스2.0을 구현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G세대한텐 자연스럽지만 다른 세대한텐 여전히 낯선 풍경이죠.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로블록스의 주력 이용자인 10대들이 자꾸만 다른 플랫폼으로 빠져나간다는 현실입니다. 오락실 키즈들이 어느 순간 클럽으로 놀이터를 옮기는 것과 비슷하죠. 그래서 로블록스는 때론 2년제 게임 초등학교로 평가 절하됩니다.

로블록스의 하루 활성 유저 4200만 명 가운데 유료 아이템 구매를 하는 비중은 1.5퍼센트인 49만 명에 불과합니다. 2020년 기준 활성 이용자 평균 결제액은 57.8달러입니다. 10대의 코묻은 돈이란 딱 이 정도인 겁니다. 오락실에서 백원짜리 게임을 하는 정도의 구매력인거죠. 막대한 트래픽을 돈으로 연결하는 손쉬운 방법은 광고입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엔 언제나 광고판이 생기기 마련이죠. 유저의 낮은 구매력 탓에 광고 효과도 낮다는 게 문제입니다. 실제로 구매력이 있는 건 유저들의 부모들이니까요. 

그런데 G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로블록스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MZ세대 이후 세대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로블록스 플랫폼의 상업적인 가치도 재평가 받게 된 거죠. 무엇보다 메타버스가 MZ세대가 주력해온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로블록스의 주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로블록스가 게임의 유튜브에서 G세대의 인스타그램으로 진화하게 된 겁니다.

덕분에 로블록스 안에선 G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문화 이벤트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구찌는 로블록스 안에 구찌 가든이라는 가상 플래그쉽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유저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구찌의 제품들을 직접 착용해볼 수 있습니다. 구찌의 노림수는 분명합니다. G세대가 일찍부터 구찌 브랜드에 눈뜨게 만드는 것이죠. 영화〈원더우먼 1984〉도 로블록스에서 홍보 행사를 열었습니다. 워너는 원더우먼을 다음 여성 세대의 아이콘으로 만들고 싶어하죠. 로블록스에선 팝스타들의 콘서트도 종종 열립니다. 모두가 당장이 아니라 나중을 위한 포석이죠. 이건 각광 받는 메타버스 테마주인데도 로블록스 주가가 수시로 출렁거리는 이유입니다. 로블록스는 지금이 아니라 미래의 매출이 크게 선반영된 대표적인 기술주니까요.

게다가 로블록스는 회계상으론 아직 적자입니다. 여기엔 로블록스의 독특한 회계 구조도 한 몫 합니다. 로블록스 월드에선 로벅스라는 가상화폐가 기축통화입니다. 유저들은 실물화폐를 로벅스로 바꿔서 생활하죠. 오락실에 가면 현금을 코인으로 바꾸는 것과 같습니다. 로벅스 매출이 곧 로블록스 매출이죠. 그런데 로블록스는 이달 발생한 로벅스 매출을 한꺼번에 당월 매출로 잡지 않습니다. 23개월로 분할합니다. 로블록스의 유저들이 한번 적립한 로벅스를 다 소진하는데 대강 2년 정도 걸린다고 보는 겁니다. 로벅스를 다 소진하면 졸업이죠. 이렇게 로블록스의 유저는 메타버스에 흘러들어왔다가 흘러나가곤 합니다. 로블록스는 이걸 회계상으로도 반영하고 있는 겁니다. 로블록스가 사실상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테이션 수수료를 제외하면 따로 돈 나갈 곳은 많지 않은 구조인데도 적자인 건 그래서입니다. 

그렇다면 로블록스의 숙제는 분명해집니다. 로블록스 메타버스로 흘러들어오는 새로운 유입을 늘리고 메타버스 밖으로 흘러나가는 유출을 줄이는 거죠. 어떻게든 유저들이 더 오래 로블록스에 머물도록 만들려면 게임과 SNS를 결합하는게 해법입니다. 10대와 20대 소비자층한테 가장 강력한 중력은 재미 다음엔 관계니까요. 소셜네트워크 말입니다. 로블록스가 게임으로 관계를 맺는 G세대한테 인스타그램의 대안이 될 수만 있다면 세상의 풍경이 바뀔 겁니다. 싸이월드를 인스타그램이 대체했듯이 인스타그램을 로블록스가 대체하겠죠.


사람의 블랙홀

로블록스는 지난 6월 중순에 역삼동에 사무실을 내고 로블록스 코리아를 설립했습니다. 한국 지사장은 로볼록스 본사의 법무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마크 라인스트라가 맡게 됐습니다. 로블록스답게 메타버스에 서울 사무실을 낼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오프라인 오피스를 내고 본격 한국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로블록스가 밝힌 한국 법인 설립의 목적은 온라인 게임 및 개발 플랫폼 관련 서비스 지원입니다. 풀어 설명하면 한국의 게임 크리에이터를 모으는 게 목적이란 얘기입니다. 초창기 유튜브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 대박 게임 크리에이터를 발굴하려는 거죠. 실제로 게임의 박막례 할머니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크리에이터와 플랫폼이 모두 동반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유튜브와 달리 게임에는 언어 장벽이 없습니다. 재미라는 중력장만 강력하면 그만입니다. 

로블록스의 한국 상륙에 때맞춰서 네이버 역시 대응에 나섰습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서비스엔 제페토에 제페토 스튜디오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로블록스처럼 유저들이 손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개발툴입니다. 게임 애스 어 플랫폼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죠. 플랫폼 전쟁의 승패는 선점효과에서 절반 이상 갈립니다. 먼저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이 끝까지 시장을 지배하죠. 로블록스와 네이버 제페토의 정면 승부가 펼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비드 바스추키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오락실 사장님입니다. 게임 생태계의 혁명가로도 불리지만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게임 장사를 해서 돈을 번 동심 파괴자로고 비판받죠. 데이비드 바스추키의 로블록스 지분 가치는 36억 3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우리 돈으로 4조 원에 육박합니다. 공동창업자 에릭 카셀은 2010년 암 선고를 받습니다. 청천벽력이었죠. 로블록스한텐 가장 힘든 시기였죠. 에릭 카셀은 3년여 동안의 암 투병 끝에 2013년 2월 11일 세상을 떠납니다. 에릭 카셀의 아바타는 지금도 로블록스 월드에 남아 있습니다. 메타버스에선 에릭 카셀은 아직 살아 있는 셈이죠.

두 사람을 로블록스 창업으로 이끈건 중력에 대한 깨달음이었습니다. 현실을 현실로 만드는 건 중력이다. 물리적 중력만 중력이 아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모든 힘이 모두 중력이다. 재미와 돈은 가장 강력한 중력이다. 바로 이것들이 두 사람이 깨달은 진리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어떤 중력보다 현실을 바꾼 힘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두 사람 사이의 이끌림이었습니다. 데이비드 바스추키와 에릭 카셀이라는 두 사람이 서로의 비전과 재능에 이끌렸던 힘이야말로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었습니다. 언제나 가장 강력한 그래비티는, 사람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메타버스의 대명사로 불리는 테크기업 로블록스의 성공방정식을 분석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메타버스2.0》《하이브리드 외교》〈'매드몬스터에 진심'인 세계를 만드는 비즈니스〉 와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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