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초록 부엉이

7월 29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초록 부엉이가 나스닥에서 부화한다. 듀오링고는 어떻게 게이미피케이션으로 에듀테크의 최강자가 됐나. 기술로 세상을 바꾸려하는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듀오링고의 알이 드디어 나스닥에서 부화합니다. 7월 말로 예정되어 있는데요, 듀오링고는 상장 전부터 예상 공모가를 85달러에서 95달러로 잡았고 기업공개(IPO)에서 3~5조 원 사이의 기업 가치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듀오링고의 높은 기업 가치가 놀라운 것은, 듀오링고 콘텐츠의 대부분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별다른 수익성이 없어 보이는 장난스러운 외국어 학습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듀오링고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듀오링고는 무료 영어 학습 서비스를 시작으로 2016년에 어학 능력 시험인 ‘DET(Duolingo English Test)’를 서비스하며 크게 성장한 에듀테크 기업입니다. 에듀테크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패러다임을 의미하는데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로봇이나 가상현실 등을 이용한 차세대 교육 방식입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뺏기 전까지의 외국어 교육은 주로 학원가에서 이루어졌습니다만, 이제는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각종 콘텐츠가 급부상하고 있죠. 듀오링고 역시 급물살을 탔습니다.

듀오링고의 경쟁력은 무료라는 접근성과 차별화된 학습 방식, 그리고 루이스 폰 안 대표의 비전에서 기인합니다. 최근에야 재미있는 방법으로 외국어를 학습하는 앱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지만 듀오링고의 서비스 출시가 2012년인 것을 생각해보면 듀오링고가 당시 얼마나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했는지 실감하실 겁니다. 현재는 5억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자랑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2019년 12월에 구글의 벤처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이 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과연 듀오링고는 어떻게 에듀테크 시장에서 우뚝 서게 된 것일까요. 
 

Hi, It's Duo.

2019년 만우절에 공개된 듀오링고 푸시 광고 ©Duolingo
초록 부엉이 아이콘으로 대표되는 듀오링고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이용하여 사용자들이 재미있게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사용자의 국가에 따라 배울 수 있는 언어에 한계가 있지만 중복으로 합산해보면 언어 코스는 총 103개이며, 40개 언어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어 사용자를 위한 언어 과정에는 영어만 있지만 중국어 과정도 69퍼센트 정도 작업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영어를 학습하는 한국어 사용자는 70.2만 명이나 됩니다. 생각보다 한국 사용자가 배울 수 있는 언어가 적어서 실망하셨을 텐데요, 스페인어 사용자를 위한 외국어 코스는 무려 10개나 됩니다. 물론 듀오링고가 상장함에 따라 서비스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가입하면 배우고 싶은 언어를 선택한 뒤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 사용자의 기본적인 외국어 실력을 가늠하고 매일 게임 같이 구성된 작은 챕터를 풀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문장을 해석하거나, 작문을 하는 방식을 포함해 사용하는 디바이스의 마이크에 대고 어떤 문장을 읽어보라고 시키거나, 특정 문장을 재생 후 받아쓰는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학습을 진행하면 스킬 업이 되었다고 표현하며 왕관을 주거나 듀오링고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상 화폐인 ‘링곳(Ling-guht)’을 주기도 합니다. 학습량은 XP라는 수치로 기록되고 XP리그라는 것이 있어 각자의 티어도 보이죠. 매일 연속 학습을 할수록 보상이 커지는데, 듀오링고는 이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른바 ‘듀오링고 푸시’입니다.

이를 통해 재미있는 밈도 생겼습니다. 듀오링고를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이 알림이 소용이 없나 보네요...”라는 투로 바뀌며 알림이 오지 않는데, 그 이후로 듀오링고의 아이콘인 초록 부엉이가 공부하지 않는 자신을 지켜본다거나 협박한다는 식입니다. 듀오링고 본사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2019년 만우절에 관련 영상을 만들어 홍보하기도 했죠. 쉽고 재미있고 무료라는 점과 더불어, 듀오링고는 학습 효과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듀오링고로 스페인어를 배우는 것이 대학교 강의나 경쟁사인 <로제타 스톤> 보다 효과적이라는 기사도 있죠.
 

듀오링고의 부화와 성장통

©Duolingo
시작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듀오링고의 창립 연도는 2011년인데요, 창립자인 루이스 폰 안과 세버린 해커는 누구나 무료로 외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과테말라 이민자 출신인 루이스 폰 안 대표는 듀크대에서 수학을 전공 후 카네기멜런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였죠. 그가 박사 과정 중 개발한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캡차(CAPT-CHA)와 리캡차(reCAPTCHA)입니다. 결국 그는 성공적으로 이를 구글에 매각하며 개발 분야에서 입지를 다졌죠.

당시 크라우드 소싱으로 큰 성공을 거둔 캡차와 리캡차에 고무되어 폰 안 대표는 이 방식으로 언어 학습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 끝에, 그의 세 번째 회사인 듀오링고는 탄생했습니다. <버즈피드> 와 <CNN>  등에서 영어 기사를 받은 뒤 기사를 문장으로 쪼개어 사람들이 학습을 하는데 이용을 하게 한 것인데요, 다양한 사람이 학습하며 번역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이를 종합하고, 완성된 번역 기사를 버즈피드나 CNN에 보내는 겁니다. 그리고 언론사는 이 번역 기사를 다시 서비스하는 것이지요.

다만 듀오링고에서 이 수익 모델은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대신 유료 구독을 운영하고 광고를 유치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죠. 듀오링고의 유료 구독자는 2퍼센트가량이지만, 2019년 기준 회비는 7500만 달러, 한화로 약 890억 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전세계 회원 수가 3억이나 되기 때문인데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일을 쉬며 외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이 늘기도 했고, 무료에다 온라인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접근성 때문에 회원이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이에 매출도 탄력을 받아, 지난해 전년보다 129퍼센트 증가한 1억 6170만 달러, 한화로 약 187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유료 구독자 역시 두 배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죠.
듀오링고 영어 테스트에 대한 소개이다. ©Duolingo English Test
무엇보다 듀오링고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던 것에는, 서론에 언급한 듀오링고 영어 테스트(DET)가 있습니다. 이 테스트는 2016년도에 첫선을 보였는데요, 외국 대학을 진학할 때 주로 사용되는 토플(TOEFL)이나 아이엘츠(IELTS)와 같이 이 테스트도 엄연히 공인인증 시험입니다. 원래 듀오링고 테스트 점수를 인정해주는 대학은 많지 않았습니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최근에는 이 듀오링고 테스트 점수를 인정해주는 대학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왜냐하면, 듀오링고 테스트는 여타 시험과는 다르게 비대면으로 자택에서도 응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몇 가지 까다로운 점은 있습니다. 듀오링고 영어 테스트는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수험자가 절대 카메라 외부로 벗어나거나 시선을 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웬만한 다른 시험만큼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죠. 간혹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의심 사유가 발견되면 결격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9달러에 바로 응시할 수 있고, 60분 시험 후 2일 이내로 시험 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듀오링고 영어 테스트 홈페이지에서 15분 길이의 무료 시험이 가능하니 체험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러한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듀오링고 역시 약점은 있습니다. 듀오링고 시스템의 상당 부분은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을 이용한 사용자 개별 맞춤 학습입니다. 그러다보니, 간혹 제시한 문장의 해석이나 작문에서, 정답 범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답 처리가 된다거나, 음성 인식 오류로 인해 정확한 발음도 오답처리 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간혹,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튀어나와 이용자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합니다. 이는 물론 수많은 사용자가 참여하여 만드는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반영하는 듀오링고 특성상, 개선과 보완을 거듭하여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집단지성의 힘은 바로 크라우드 소싱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폰 안 대표의 전작, 캡차와 리캡차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캡차, 리캡차, 그리고 크라우드 소싱

캡차의 예시 ©Techquickie
폰 안 대표의 전작이자 이미 널리 사용되는 캡차, 리캡차는 우리가 어떤 사이트를 이용하려고 할 때, 이용자가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 강구된 대표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캡차가 뜨면 우리는 찌그러진 알파벳을 보고 답변 칸에 정확히 입력 후 넘어가야 하죠. 폰 안 대표가 박사 과정에 있을 때, 지도교수인 매뉴얼 블럼 박사와 만든 캡차는 야후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악성 프로그램을 통해 대량 생산된 계정이 일으키는 스팸 메일 문제 때문이었는데요, 블럼 박사 팀은 이를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폰 안 대표는 여기에 더해 기존 캡차의 찌그러진 알파벳 옆에 종이책이나 신문에서 캡처한 것 같은 정상적인 폰트의 단어를 추가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리캡차였죠. 사용자들이 추가로 입력한 단어들은 프린트된 서적이나 오래된 신문의 디지털화를 계획하던 기업들의 눈에 들게 됩니다. 현재 ‘프로젝트 구텐베르그’가 하는 것처럼 말이죠. 뉴욕타임스가 리캡차를 이용한 것을 시작으로 결국 2009년에는, 고서의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를 실시하던 구글이 리캡차를 매입했습니다.

리캡차는 버전에 따라 조각낸 그림 중 ‘어떤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찾으라는 지령을 내리기도 하고,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라는 문구 옆의 체크박스를 클릭하는 패턴을 분석하여 정말 사람이 맞는지 가려내기도 합니다. 이는 폰 안 대표가 과거에 개발한 GWAP(Games With A Purpose)라는 플랫폼의 전신인 ‘ESP 게임’에서도 사용되었던 방식입니다. 게임에 접속한 두 사람에게 같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입력한 키워드가 같으면 점수를 얻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13만 장에 이르는 그림의 제목을 붙일 수 있었고, 이 기술은 현재 구글 이미지 검색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죠. GWAP의 세 가지 단계인 모두가 게임을 하고, 컴퓨터는 점점 똑똑해지고, 모두가 이득을 얻는 방식인 겁니다.
 

루이스 폰 안이 바라보는 세상

듀오링고의 창립자 루이스 폰 안 ©Duolingo
이와 같이 크라우드 소싱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만든 루이스 폰 안 대표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의 창업 배경과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폰 안 대표에 따르면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과테말라에서는 돈 있는 사람만 고품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며, 영어 구사 능력이 개인의 직업과 급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점을 감안하여 누구에게나 공평한 교육 기회를 주는 것이 듀오링고의 미션이라고 밝혔습니다. 폰 안 대표는 남미에서도 빈곤국에 속하는 과테말라에서 태어났는데, 당시 부모님이 모두 의사인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사립 영어학교에 다녔는데, 스스로 큰 특권이었다고 언급했죠.

자신이 교육에서 받은 수혜를 인정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많은 사람이 즐겁게 참여하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모델을 계속 고안해왔습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재미를 유용한 데이터로 탈바꿈하고, 이를 생산적인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이지요. 여기에 교육 효과를 더한 것이 바로 듀오링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듀오링고는 비단 회원들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닙니다. 듀오링고는 총 4개의 사무소를 두고 있는데, 여기엔 30개가 넘는 나라 출신의 직원들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어학 교육 기회를 누구에게나 열어주겠다는 듀오링고의 매력적인 미션 때문에 많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죠.

현재 듀오링고는 모든 회원이 진행중인 외국어 코스에서 회원들의 평균 학습 능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폰 안 대표는 세계 경제의 불평등을 줄이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고 그 핵심 열쇠로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진입장벽이 낮은 어학 플랫폼을 넘어 학습자들이 듀오링고를 이용하여 실질적으로 탁월한 교육 효과를 낼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지요.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계는 일자리 감소와 교육 격차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산업의 대전환을 기술이 가져왔다면, 반대로 기술을 통해 이를 해결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지 않을까를 걱정하기에 앞서 기술로 어떻게 인간을 이롭게 할지 오래전부터 고민했던 루이스 폰 안 대표와 듀오링고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나스닥 상장을 앞둔 듀오링고의 이야기와 루이스 폰 안 대표의 비전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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