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미래
 

7월 다섯째 주 프라임 레터

안녕하세요. 북저널리즘 CCO 신기주입니다. 

저널이 시작됐습니다. 저널은 북저널리즘이 운영하는 미디어 플랫폼입니다. 지식과 정보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들은 저널에 자신이 쓴 글을 올리고 독자와 직접 만날 수 있습니다. 저널에는 광고가 없습니다. 대신 북저널리즘이 독자들의 콘텐츠 이용 시간에 비례해서 저널 작가들에게 수익을 배분합니다. 지금의 저널리즘 생태계는 심하게 왜곡돼 있습니다. 독자들은 저널리즘 콘텐츠를 무료로 소비합니다. 따져보면 무료가 아닙니다. 광고주가 미디어에 대신 콘텐츠 비용을 지불한 셈이죠. 자연히 미디어는 무료 독자보단 유료 광고주를 중요시하게 됩니다. 소수의 광고주가 미디어를 흔들어서 여론을 움직이는 지금의 저널리즘 환경이 초래된 근본 원인입니다. 이런 환경은 독자가 저널리즘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저널리즘 콘텐츠는 공짜 아니면 광고라는 선입견이 대중독자들한테 뿌리 박혔습니다. 이건 양질의 전문적인 저널리즘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가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도 합당한 보상을 받을 길은 막막했기 때문입니다. 작가들이 더 많은 더 좋은 지식정보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으면 결국 독자의 손해입니다. 우리 독자들도 더 높고 더 나은 저널리즘 콘텐츠를 누릴 권리가 있으니까요. 저널은 독자를 위한 노력입니다. 저널을 기획한 북저널리즘의 CEO 이연대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저널이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건 언제인가?
2020년 초였던 것 같다.

왜 저널을 만들었나?
먼저 사업가로서 이야기하자면, 북저널리즘이라는 브랜드를 미디어이면서 플랫폼으로 확장시키고 싶었다. 단순히 좋은 미디어, 그 이상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 콘텐츠의 다음 스텝은 뭘까를 고민했다. 플랫폼적인 성격을 미디어 비즈니스에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플랫폼의 벨류에이션이 미디어의 벨류에이션보다 높아선 아닌가?
물론 같은 경제미디어인데도 로빈후드의 가치가 《이코노미스트》의 가치보다 높은 건 당연히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저널리즘이 독자들한테 더 좋은 지식정보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플랫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우리 안에서 스스로 훌륭한 저널리즘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동시에 밖에서도 계속 좋은 콘텐츠를 공급받아야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좋은 사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여러 영화사들한테 좋은 콘텐츠를 공급받는다. 그 혜택은 고스란히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들한테 돌아간다.

처음부터 이름이 저널이었나?
원래는 저널리였다. 도메인까지 구입했다. 결국 저널리즘적 콘텐츠를 다루는 플랫폼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저널이라는 이름으로 결정했다.

왜 하필 저널리즘 콘텐츠인가?
영상, 음악, 게임, 만화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최고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인터넷과 기술 발전은 크리에이터의 창작 활동에 효율을 높였고, 콘텐츠 배포와 수익 창출을 클릭 몇 번으로 가능하게 했다. 이른바 크리에이터 경제의 시대가 열렸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플랫폼은 많다. 그러나 쓰는 사람을 위한 플랫폼은 없다. 지식·정보 텍스트 창작자의 수익 모델은 여전히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 지식 창작자가 수익을 올리는 방안은 도서 인세와 고료 수입이 전부다. 더 좋은 기자와 더 많은 작가들이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기 어려운 조건이다. 반대로 그렇게 발전이 더딘 분야라서 오히려 기회가 크다고 본다.

저널 런칭으로 북저널리즘은 구독서비스와 플랫폼을 결합한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게 됐다. 이제부터 숙제는 무엇일까?
좋은 작가를 많이 발굴하는 것. 웹소설과 웹툰 시장의 선례를 볼 때, 초반에는 좋은 창작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작가가 많아지면 독자는 자연히 모인다. 어느 정도의 독자 규모를 이룰 때까지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작가들이 자기 콘텐츠로 돈을 벌고 그래서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플라이휠을 더 크고 단단하게 구축해야 한다.

벤치마크가 있나? 
서브스택이다. 서브스택을 처음 본 게 2년쯤 전이었다. 북저널리즘의 저널은 서브스택을 한국 시장에 맞게 개량했다. 서브스택은 독자가 작가 개개인의 계정을 구독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저널은 북저널리즘을 구독하면 저널까지 모두 볼 수 있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여러 저널 작가들의 글을 번들로 묶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개별 저널리스트들의 글을 월구독하는 방식은 아직 한국 시장엔 맞지 않다고 봤다. 요즘은 서브스택에서도 작가들이 스스로 번들링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 부분은 북저널리즘이 서브 스택을 앞서간 셈이다.

공짜 위주인 저널리즘 시장이 바뀔 수 있을까.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이 시장을 콘텐츠 시장으로 보느냐, IP 시장으로 보느냐, 교육 시장으로 보느냐, 광고 시장으로 보느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하나로 보느냐에 따라 규모와 전망이 다를 뿐이다. 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 이미 프리미엄 콘텐츠 분야에선 상당한 변화가 감지된다. 깊고 빠른 콘텐츠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저널에 합류한 작가들은 몇 명인가. 
70명 정도다.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저널 콘텐츠는 무엇인가. 
이미 여러 좋은 콘텐츠들이 있지만, 구태여 추천하자면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명예교수의 <이준석의 ‘싸가지 면책 특권’에 관한 생각>과 오준 유엔대사의 <유엔대사 음악밴드>도 흥미롭다. 아이디 미국농부 작가의 <Talk the Talk, Walk the Walk>도 추천한다. BTS의 신곡 <Permission the Dance>의 가사 한토막을 이야기했다. 스스로를 웹툰애호가라고 밝힌 아이디 9009 작가의 <웹툰이 설화를 소환한 까닭은>도 흥미진진하다.

모두 전문가인데 모두가 작가다. 
북저널리즘이 추구하는 전문가의 기자화라는 미션이 저널에서도 작동된 셈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은 매우 많다. 이들의 전문 지식을 시장 논리를 이용해서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게 저널 플랫폼의 기능이라고 본다. 플랫폼이 더 많은 저작권료를 제공할수록 더 많은 전문가들이 기꺼이 작가로서 자신의 전문 지식을 독자들에게 제공해줄 것이다. 선순환이다.

저널의 엔딩픽쳐는 무엇인가?
세상의 모든 지식·정보 콘텐츠가 다 모여드는 곳이다. 당신이 필요한 모든 글이 있는 곳이다.

텍스트만인가?
텍스트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텍스트가 가장 경제적인 매체이기에 텍스트로 먼저 시작했지만,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음성, 영상 포맷의 지식·정보 콘텐츠도 저널을 통해 발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런데, 브런치와 저널은 어떻게 다른가? 
저널을 구상하면서 네이버 블로그카카오 브런치를 깊이 연구했다. 네이버 블로그는 돈은 벌 수 있는데 안 예쁜 광고를 붙여야 한다. 카카오 브런치는 광고가 없어서 예쁘지만 돈을 벌 수가 없다. 예쁘면서도 돈도 벌 수는 없을까. 저널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저널에선 작가가 돈과 명성 모두를 얻을 수 있다고?
작가들이 공짜 플랫폼에 공짜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좋아요’ 때문이다. 콘텐츠를 생산하면 좋아요가 달리고 그것이 보상처럼 간주된다. 하지만 좋아요가 실제로 밥을 먹여 주진 않는다. 그렇다고 블로그 광고도 해답은 아니다. 텍스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작다. 광고 플랫폼이 대부분의 수익을 거둬가는 구조다. 작가들도 이젠 서서히 생각이 바뀌고 있다. 독자들과 직거래를 통해서 콘텐츠를 유료화해야 한다는 현실을 깨닫고 있다. 게다가 북저널리즘은 하나의 콘텐츠를 강연이나 종이책으로 만들 수 있는 원스탑 벨류체인을 내부에 갖고 있다. 좋은 지식정보 콘텐츠가 여러 형식으로 유통되면서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저널리즘 생태계는 결국 독자한테도 좋은 것인가? 
미디어가 저널리스트가 작가가 독자만을 바라보는 것이 최고의 저널리즘 생태계다. 오직 독자가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정보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니까. 광고주로부터 독립된 미디어는 가장 두려운 존재다. 오직 독자만을 어려워하는 미디어야말로 독자가 원하는 저널리즘이다. 지금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시장이 힘들다고 말하지만, 오직 독자에만 집중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북저널리즘은 오직 유료 독자의 관심과 지지로만 운영된다. 언제나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해한다. 저널 플랫폼 역시 독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연대 대표도 저널의 작가던데?
저널리즘과 미디어 산업을 이야기하는 미디어의 미디어라는 작가 계정을 만들었다. 신기주 CCO도 저널 작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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