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화.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정치 뉴스에서 무슨 사건이 있을 때마다 발맞춰 나오는 여론조사 수치는 매번 썸네일과 기사 제목을 장식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 지자체장 후보 지지율, 대선 후보의 지지율과 당내 경선 지지율 등이 있지요. 특정 정책이나 법률이 입안될 때도 국민의 호응도를 알아보기 위해 여론조사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도가 가장 높은 것은 요즘과 같이 대선을 앞둔 때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보통 지지하는 후보가 없는 경우엔 여론조사의 숫자가 별로 와닿지 않겠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엔 마치 주가처럼 지지율의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해지기 마련입니다.
이 ‘미세한 변화’라는 것이 참 묘합니다. 굳이 정치인의 말 한마디, 정치 행보, 논란에 매번 이렇게 여론조사를 하여 미세하게 민심을 감지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대개 본인의 정치적 신념이 있고, 지지 정당이 존재하는 경우 어떤 사안에 여론조사에서 갑자기 자신의 견해를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 결과는 생명체처럼 매번 호흡하고 있습니다. 가령 지난 7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소마 일본 총영사의 망언으로 인해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을 취소하자, 국정 수행 지지율이 반등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갤럽〉의 지난 7월 20~22일 사이의 여론조사였으며,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그 전 주 대비 2퍼센트 상승한 40퍼센트를 기록한 것이죠. 특히 긍정 평가 이유로 ‘외교·국제관계’가 10퍼센트 뛰었습니다. 청와대의 방일 취소 결정에는 이러한 여론의 움직임이 핵심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론조사를 하는 기관이 참 많습니다. 현재 중앙 선거 관리 위원회의 중앙 선거 여론조사 심의 위원회에 등록된 기관만
77개입니다. 대부분은 언론사의 요청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조사의뢰자와 여론조사의 상세 결과, 조사 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통계를 따로 배우지 않았다면 일반 국민의 처지에서 조사 방법이 타당한지, 설문지에는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조사 의뢰자가 대부분 언론 기관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각 언론의 성향에 맞춘 조사가 아닐까 하게 되는 것이지요. 여론조사의 본 목적이 어떤 사안이나 정치인에 대한 모집단의 여론을 파악하는 것이지만, 역으로 어떤 여론조사가 발표되면 그에 따라 기존의 여론이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보도된 여론조사가 여론을 이끄는 현상, 바로 ‘왝더독(Wag the dog)’이 발생하는 것이죠.
여론조사와 여론조사의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