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베이 민주주의

8월 3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여론을 조사해야 할 여론 조사가 여론과 정치권을 흔든다. 여론조사는 어쩌다 괴물이 되었나.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여론조사 전화.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정치 뉴스에서 무슨 사건이 있을 때마다 발맞춰 나오는 여론조사 수치는 매번 썸네일과 기사 제목을 장식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 지자체장 후보 지지율, 대선 후보의 지지율과 당내 경선 지지율 등이 있지요. 특정 정책이나 법률이 입안될 때도 국민의 호응도를 알아보기 위해 여론조사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도가 가장 높은 것은 요즘과 같이 대선을 앞둔 때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보통 지지하는 후보가 없는 경우엔 여론조사의 숫자가 별로 와닿지 않겠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엔 마치 주가처럼 지지율의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해지기 마련입니다.

이 ‘미세한 변화’라는 것이 참 묘합니다. 굳이 정치인의 말 한마디, 정치 행보, 논란에 매번 이렇게 여론조사를 하여 미세하게 민심을 감지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대개 본인의 정치적 신념이 있고, 지지 정당이 존재하는 경우 어떤 사안에 여론조사에서 갑자기 자신의 견해를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 결과는 생명체처럼 매번 호흡하고 있습니다. 가령 지난 7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소마 일본 총영사의 망언으로 인해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을 취소하자, 국정 수행 지지율이 반등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갤럽〉의 지난 7월 20~22일 사이의 여론조사였으며,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그 전 주 대비 2퍼센트 상승한 40퍼센트를 기록한 것이죠. 특히 긍정 평가 이유로 ‘외교·국제관계’가 10퍼센트 뛰었습니다. 청와대의 방일 취소 결정에는 이러한 여론의 움직임이 핵심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론조사를 하는 기관이 참 많습니다. 현재 중앙 선거 관리 위원회의 중앙 선거 여론조사 심의 위원회에 등록된 기관만 77개입니다. 대부분은 언론사의 요청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조사의뢰자와 여론조사의 상세 결과, 조사 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통계를 따로 배우지 않았다면 일반 국민의 처지에서 조사 방법이 타당한지, 설문지에는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조사 의뢰자가 대부분 언론 기관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각 언론의 성향에 맞춘 조사가 아닐까 하게 되는 것이지요. 여론조사의 본 목적이 어떤 사안이나 정치인에 대한 모집단의 여론을 파악하는 것이지만, 역으로 어떤 여론조사가 발표되면 그에 따라 기존의 여론이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보도된 여론조사가 여론을 이끄는 현상, 바로 ‘왝더독(Wag the dog)’이 발생하는 것이죠.
 

여론조사와 여론조사의 보도

투표 결과 보도를 확인하는 사람들 ©Angela Ponce via Getty Images
여론조사가 여론을 이끈다고 단적으로 표현하기 이전에 꼭 구분해야 하는 것이 여론조사와 여론조사 보도입니다. 여론이 이끌리는 왝더독 현상은 엄밀히 말하면 여론조사 그 자체가 아닌 여론조사 보도의 기술입니다. 여론조사 보도가 특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언론의 성향이 존재함을 언급할 수밖에 없지만, 이는 단정적인 표현이 아님을 양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우리가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문제 삼고자 할 때 여론조사의 방법에 문제가 있는지, 여론조사를 보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지를 구분하여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접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의 보도 성향을 전제할 뿐입니다. 

여론조사를 잘 수행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대중들에게 영향력이 생기지는 않겠죠. 그 여론조사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과정 속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여론조사 자체가 영향을 미치는 지점은 조사 설계 단계와 실시하는 과정에 있으며, 조사 대상에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조사 기관이 관련 법률에 따라 상당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조사 과정에서의 문제는 일반 대중들이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물론 조사 방식이 유선이냐 무선이냐가 표본 추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ARS의 안심번호는 알뜰폰 사용자를 배제하게 된다는 등, 비교적 알기 쉬운 쟁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표본 추출 단계 이외에 대해서는 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과 객관성에 대한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과 구조적인 부분이 나뉘어져 있는 셈이죠. 따라서 누군가 여론조사에 의도를 개입시키고자 한다면 꼭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단계일 필요는 없습니다.

여론조사의 정확한 결과 없이 여론조사와 유사한 발언을 보도하는 것만으로 효과를 보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거가 임박했을 때 ‘여론조사 공표 금지’가 시작되면 유권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여론의 지표는 적어집니다. 이러한 깜깜이 상황을 정치권에서 이용하기도 하죠. 가령,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에는 민주당 선거 캠프에서 “사전 투표에서 이겼다”는 문자 메시지를 캠프 내에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오세훈 시장의 압승이었습니다. 애초에 여론조사 공표를 막판에 금지 시키는 이유는 여론조사 보도로 인해 여론이 움직이는 효과를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선거 막판 상대적 열세를 극복하고자, 민주당에서 박영선 당시 후보의 지지율을 높게 발언했던 것은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었던 겁니다. 즉, 여론조사 보도는 여론조사의 실제 결과가 어떤지 보다는, 타이밍과 흐름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의 왝더독(Wag the dog)

대표적인 여론조사 보도의 효과는 사표를 줄이고자 하는 심리의 ‘승자 편승 효과(Bandwagon Effect)’, 열세자에 대한 동정표를 의미하는 ‘열세자 효과(Underdog Effect)’가 있습니다. <선거 여론조사 결과 보도의 실제 영향과 지각된 영향의 차이>라는 논문에서는 여론조사 보도를 보고 스스로가 느끼는 변화보다 타인의 변화를 더 신경 쓰게 되는 ‘제 삼자 효과’에 대해서 말하기도 하죠. 여론조사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해 여론조사 보도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됩니다. 함부로 추측해서는 안 되지만,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는 언론에 대한 불신과 함께 커져가고 있습니다.

《한겨레》의 한귀영 기자는 논평을 통해 여론조사기관과 언론 보도간의 상호 의존이 강화되며 발생할 수 있는 공정성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여론조사는 언론에 한 줄이라도 보도될 수 있도록 애쓰고, 언론사는 여론조사 수치의 직관성과 메시지 때문에 여론조사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즉, 여론조사 보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여론조사의 기술적 문제가 눈감아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이는 의도적인 조사 오류가 됩니다. 여론조사와 언론의 유착은 늘 의심 받아 온 소재였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상대 진영 혹은 후보에게 유리한 조사 방식에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예로, 2019년 조국 전 장관의 가족 비리가 보도되었을 때,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오히려 반등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종석 전 한국당 의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와 갤럽의 상관계수를 분석한 결과, 지지율과 응답률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즉, 신뢰할 수 없는 조사 결과라는 것이지요. 지난 5월 국민의 힘 당내 경선에서는 당심과 여론의 비율을 놓고 갈등이 있었습니다. 당원이 아닌 사람 중 상대 당의 지지자가 여론조사에 포함될 경우, 역선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여론조사 보도의 왝더독 현상은 여론조사가 보도됨으로 인해 여론이 변화하거나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지만, 여론조사 그 자체가 정치권과 정당 지지자들을 뒤흔드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죠.
 

여론조사는 어쩌다 괴물이 되었나

21대 총선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Jong Hyun Kim/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여론조사는 분명 과거에도 영향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빅데이터와 같이 정보 수집 및 처리 능력 자체가 향상되었습니다. 과거 여론조사라고 하면 다양한 서베이와 무작위 유선 등으로 대표성을 갖추기 어려운 기술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인도 구글폼을 이용해 설문조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고, 다양한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통해 나름의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전국 단위의 모집단을 자랑하는 여론조사와는 표본 추출부터 차이가 있지만, 그만큼 정보 수집의 기술은 높아지고 저변이 확대되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민주주의의 포퓰리즘 현상 때문이기도 합니다. 과거 정치의 이미지가 ‘리딩(Leading)’, 즉 인물 중심의 이끎에 가까웠다면, 현재는 아무리 정치권의 스타 정치인이라도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정치적인 노선을 견지하면서도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할 것을 강요받게 되죠, 셋째로, 정치적 무관심이 커지는 것도 한 몫 할 수 있습니다. 투표를 독려하는 사회적 목소리는 매우 커졌습니다. 투표 인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접하게 되는 정치 이야기는 많은데 막상 누구를 뽑아야할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여론조사의 보도를 접하게 된다면 영향을 안 받기 어려워지죠.

마지막으로, 언론의 대부분이 디지털화 되고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댓글이 단시간에 조직적으로 달리거나,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정치 성향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제는 매우 흔한 일입니다.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게 되고 쉽게 이끌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파편화된 정보에 염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여론조사 전문 기관의 보도는 유권자 개인이 접한 정보 중 가장 신뢰할만한 정보가 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 여론조사와 여론조사 보도는 오히려 여론에 영향을 주고, 정치권의 행동을 좌우하는 괴물이 된 것이죠.

또한 여론조사는 정치권을 조사하는 것이 주 수입원이 아닙니다. 이들은 선거 기간 동안 유수의 언론사를 통해 최대한 많은 결과를 보여주어 이름을 알리고, 실제로는 기업 마케팅 분석이나 정책 호응도 분석과 같이 훨씬 더 규모와 견적이 큰 시장으로 수익을 내게 됩니다. 이러한 여론조사시장의 규모는 연 1000억에 달한다고 하죠.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상업적 홍보 효과가 큰 정치권 이슈들을 헐값에 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이 곧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더 공정할 수 없을까? 여론조사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

여론조사 결과가 제각각인 이유를 다루었다. ©MBCNEWS
우리가 접하는 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의뢰인이 존재합니다. 해당 의뢰인이 알고 싶은 내용을 목적에 맞게 파악하는 것이 여론조사의 일이지요. 여기서의 목적은 의뢰인이 여론조사의 결과가 어땠으면 좋겠다는 목적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령 어떤 정치인의 사생활 논란으로 여론조사가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해당 논란으로 이 정치인의 지지율이 얼마나 떨어졌을까’라는 여론조사의 내용에서 결국 ‘우리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사생활의 청렴함을 기대하는 구나’ 내지는 ‘정치인의 대처 방식에 문제가 있었나?’ 등의 여론 변화 쟁점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만약 어떤 사안에 대하여 여론을 최대한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고 의뢰인이 상당한 비용을 들일 수 있다면 조사 기획 단계부터 오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각종 연구된 방법들을 총동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 조사 기관은 기업입니다.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정해진 조사 방법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의뢰비용은 천차만별이 됩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조사 방법의 차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같은 사안에 있어서 여론조사 기관마다 다른 수치가 나오기도 하는 것입니다. 또한 대선 기간의 여론조사는 속도가 핵심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대선 정국에서 신속성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요. 며칠만 지나면 여론이 쉽게 바뀌기 때문에, 응답률을 높여 표본을 빠르게 확보하려면 조사 시간이 짧고 간결해야 합니다.

이런 여론조사는 매번 뉴스의 상단을 차지하며 크게 보도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접할 때는 평면적인 수치가 아니라 추이와 흐름을 봐야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입니다. 정치권이 여론조사에 민감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유권자 입장에서 여론조사를 접할 때는 단적인 현상과 자극적인 보도로 인해 왜곡된 결과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겠지요.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어느 정도 갖춰진 것으로 보입니다만, 더욱 엄격한 제도와 여론조사 기관-언론의 구조적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여론조사는 계속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듯 정치권과 유권자에게 영향력을 과시할 것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여론조사와 여론조사의 보도가 가지는 영향력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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