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페이스월드
완결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를 넘어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광고는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를 1조 달러로 끌어올렸다. 새로운 모험이 이들을 더 나아가게 만들 수 있을까?

페이스북은 언제나 두 개의 페이스(얼굴)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찡그린 얼굴이다. 페이스북은 많은 사람들, 특히 정치인이 싫어하는 기업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페이스북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거짓 정보를 퍼트리면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후 페이스북이 그러한 거짓 콘텐츠의 확산을 막고 적법한 백신의 장점을 홍보하는 데 아주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다소 입장을 바꾸었다.)

다른 하나는 행복한 얼굴이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와 광고주, 투자자들이 페이스북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의존하고 있는 기업이다. 7월 2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웃는 모습을 보여 줬다. 지난 4월에 애플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페이스북과 같은 앱이 인터넷에서 사용자들을 추적하는 행위를 쉽게 차단할 수 있도록 아이폰 운영 체제를 업데이트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56퍼센트 상승해서 2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이번 회계연도 매출액은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두 배 상승해서 104억 달러를 달성했다. 페이스북은 다가오는 분기에 매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장 마감 후 거래(late trading)에서 주춤거렸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안정적으로 넘어선 기업의 반열에 오를 태세를 보이고 있다. (아래 표 참조)

이러한 애증을 가진 기업이 어떻게 이토록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 대답에도 역시 두 개의 얼굴이 있다. 그들을 대표하는 (회사 내부에서는 블루(Blue)라고 부르는) 페이스북을 비롯해 사진 공유 앱인 인스타그램, 메시징 앱인 왓츠앱을 합하면 페이스북의 일일 사용자는 전 세계적으로 29억 명에 달한다. 이러한 주요 서비스들은 인간의 본성을 보여 주는 디지털 돋보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엔 좋은 측면도 있고(지금과 같은 판데믹 기간에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쁜 측면도 있다(음모론과 엉터리 민간요법이 난무한다). 그리고 광고주들에겐 전 세계의 소비자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아주 놀라운 렌즈 역할을 한다. 만약 페이스북이 3D 디지털 세계와 3D 현실 세계를 결합하는 “메타버스(metaverse)”를 만드는 그들의 최대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면 양면성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친구들의 규모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영향력, 페이스북/ 시가 총액 (단위: 1조 달러)/ 매출액 (단위: 10억 달러)/ 영업이익/손실 (단위: 10억 달러)/ 출처: 블룸버그
페이스북의 핵심은 거대한 광고 시스템이다. 광고가 매출의 98퍼센트를 책임지고 있을 정도다. 투자 회사인 키뱅크(KeyBanc Capital Markets)의 추산에 의하면, 블루(페이스북)[1]는 전 세계를 장악한 광고 플랫폼으로, 지난해에만 550억 달러를 긁어모았다. (페이스북 측에서는 블루가 거둔 자세한 성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이 2012년에 10억 달러에 인수한 인스타그램은 현재 여기에 200억 달러의 판돈을 더하면서 페이스북 전체의 광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30퍼센트에 이른다. 인스타그램의 광고 매출 매출 비중은 2017년에는 불과 10퍼센트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데이터 제공 업체인 이마케터(eMarketer)의 데보라 아호 윌리엄슨(Debra Aho Williamson)은 페이스북의 타깃 광고(target ad)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다”고 말한다. 광고주들은 이들의 정확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분기 기준으로 사용자 한 명당 8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는 트위터보다 거의 두 배나 많은 수치다. 페이스북은 자사 서비스에서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거의 모든 곳에서 사용자들이 하는 일을 지켜본다. 이를 통해 특정 사용자에게 보여줄 제품을 선택하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이 있는지를 파악하며, 광고를 보고 난 후에 구매로 이어질 것인지를 판단한다.

판데믹이 닥치기 전에도 이미 페이스북 광고는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페이스북의 1000만 광고주들 중에서는 정교한 마케팅 전략을 자체적으로 펼치기에는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소규모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페이스북에 대한 의존성은 글로벌 대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브랜드들의 광고를 대행하는 그룹엠(GroupM)의 브라이언 위저(Brian Wieser)는 심지어 중국의 판매자들도 페이스북 광고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설령 페이스북의 앱들이 중국에서 금지당하더라도 광고 집행, 결제, 배송을 도와주는 미국의 온라인 마켓인 위시(Wish) 같은 기업들 덕분에 서구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홍보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페이스북의 엔진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다. 이마케터에 의하면, 자가격리를 하게 된 미국의 성인들이 하루에 블루(페이스북)를 사용하면서 보낸 시간은 평균 약 35분이었는데, 이는 전년보다 2분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그 수치를 모두 더하면 총 10만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일부 기업들이 지난해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파산하거나 광고비를 삭감했지만, 새로 태어난 기업도 있었다. 판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미국에서만 660만 개의 기업이 생겨났으며, 그중 상당수가 더 많은 관심을 갈구하고 있다. 번스타인(Bernstein) 증권의 마크 시뮬릭(Mark Shmulik)에 의하면, 오늘날 타깃 광고 없이 온라인에서 컨슈머 비즈니스를 운영한다는 것은 예전 같았으면 매장 없이 사업을 운영하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시뮬릭은 기업의 예산에서도 상당 부분이 페이스북을 비롯해 광고업계의 강자인 구글에 쓰일 것이라고 말한다. 광고인들은 이런 지출을 “새로운 임대료”라고 부른다.

페이스북에는 지난 15개월 동안 200만 명의 세입자가 추가됐다. 경제가 재개되고 현재 미국 전체의 광고비 지출에서 60퍼센트를 차지하는 디지털 광고 부문이 오래된 매체들을 계속 밀어낸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추적 끄기 옵션이 이번 분기에 “생각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거라며 경고했다. 실제로 데이터 분석 기업인 플러리(Flurry)는 아이폰 사용자 다섯 명 중 네 명은 이미 추적 기능을 껐다고 추산한다. 투자은행인 에버코어ISI(Evercore ISI)의 마크 머해니(Mark Mahaney)는 이번 조치가 페이스북 타깃 광고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른 경쟁업체들 정도의 성능은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편, 미국의 반독점 규제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이 지난달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당했는데, 이들은 7월 23일에 항소 신청 기한을 3주 더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FTC는 앞으로도 현행 경쟁 관련 법률상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 분야의 독점 기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기술 기업을 향한 워싱턴의 반대 목소리는 거세지만, 의회가 양극화되어 있는 한 법률이 쉽게 바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페이스북의 전망에 있어 더 중대한 위협은 가상 공간의 대중이 페이스북의 앱에 싫증을 느끼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광고주들을 그곳으로 끌어가는 것이다.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인 마크 저커버그의 뇌리 속을 오랫동안 떠나지 않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지난 2년 동안 이러한 위협을 가하는 새로운 세대의 소셜 미디어들이 속속 등장했다. 미국 광고 시장에서 페이스북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계속해서 상승했지만, 전 세계 소셜 미디어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부터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아성에 도전하는 건 음성 채팅 서비스인 클럽하우스(Clubhouse)나 디스코드(Discord) 같은 전문적인 앱부터 스냅챗(Snapchat)과 틱톡(TikTok)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틱톡은 블루는 물론이고 보다 정확하게는 인스타그램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인 앱애니(App Annie)에 의하면, 미국의 틱톡 이용자들은 한 달에 21시간 이상 틱톡을 사용한다. 반면 블루를 이용하며 보내는 시간은 18시간이 되지 않는다.

과거라면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던 것처럼 자신보다 규모가 작은 경쟁자들을 돈으로 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반독점 규제 당국이 지켜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일련의 거대한 내기에 승부를 걸고 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디지털 작업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게 하는 “크리에이터 경제(creator economy)”다. 이것은 페이스북 광고 비즈니스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그들은 이미 뒤쳐져 있다. 틱톡은 물론이고 특히 유튜브는 사용자들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을 끌어들이는 일을 훨씬 더 잘 해왔다. 지난 4월 페이스북은 클럽하우스와 비슷한 채팅방을 포함해 새로운 오디오 기능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클럽하우스에서는 사용자들이 진행자에게 돈을 줄 수 있다. 6월에는 뉴스레터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던 플랫폼인 서브스택(Substack)과 유사한 서비스인 불레틴(Bulletin)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달 저커버그는 블루와 인스타그램의 크리에이터들에게 내년 말까지 10억 달러를 쏟아 부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두 번째 도박은 광고를 넘어 전자 상거래를 향하고 있다. 블루와 인스타그램에는 이미 120만 개의 온라인 스토어가 입점해 있다. 이로써 페이스북은 쇼피파이(Shopify)와 동일한 리그에서 경쟁하게 됐다. 아마존을 위협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쇼피파이에는 현재 170만 개의 사업체가 입점해 있다. 한 달 전 페이스북은 구매자들이 옷을 가상으로 입어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선보였다. 또한 그들은 페이스북 “숍스(Shops)”에 올린 물품을 P2P 거래 서비스인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는 물론 왓츠앱과도 연동시키려 계획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왓츠앱을 온라인 쇼핑의 최신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채팅 기반의 “대화형 상거래(conversational commerce)” 플랫폼으로 변환시키고 싶어 한다. 올해 말 그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암호화폐인 디엠(Diem)을 선보일 예정인데, 이는 페이스북의 결제 인프라를 더욱 강화시켜 줄 것이다.

지금까지는 페이스북이 판매자들에게 수수료를 면제해 왔지만, 이르면 내년에는 수수료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매출액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 상거래 비즈니스는 광고 이외의 부문에서 매출을 올리는 것 이외에도, 사용자들의 추적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쇼핑객들이 페이스북의 플랫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더 많은 데이터를 남긴다면, 굳이 인터넷에서 사용자들의 활동을 추적할 필요가 없어진다. 마크 시뮬릭은 전자 상거래 기능이 결국은 거대 기술 기업이 쇼핑과 광고를 결합해서 운영하는 ‘울타리가 있는 정원(walled garden, 폐쇄된 플랫폼)’ 안으로 들어갈 거라고 예상한다.

저커버그의 가장 거대한 도박은 메타버스와 관련이 있다. 2014년 그가 20억 달러의 비용으로 가상현실(VR) 장비 제조사인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저커버그가 자신을 위한 장난감을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페이스북은 VR 분야에서 다수의 업체들을 인수했다. 가장 최근에는 포트나이트(Fortnite)와 비슷한 슈팅 게임인 파퓰레이션 원(Population: One)을 만든 빅박스VR(BigBox VR)을 인수했다. 이런 행보를 통해 페이스북은 VR과 증강현실(AR) 분야의 하드웨어 플랫폼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AR은 디지털 정보가 제공되는 스마트 안경과 같은 기기를 통해서 사용자들이 현실 세계를 탐사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전자 상거래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애플과 같은 하드웨어 제조사의 변덕에 휘둘리는 일을 줄이기 위해서일 수 있다. 이러한 도박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은 어마어마하다. 오큘러스 헤드셋 판매는 지난해 페이스북의 매출에 약 10억 달러를 기여했다. 만약 관련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한다면 VR과 AR 산업은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전 세계 매출액이 180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숙해질 것이다.

 

메타의 변형


그러나 저커버그의 야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메타버스는 이미 회사 내에서 독자적인 사업 부문이 되었지만, 저커버그는 이를 단지 게임이나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가상 공간으로 본다. 이것은 SF 작가인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에 메타버스 개념을 만든 이후로 저커버그와 같은 긱(geek)들이 늘 마음속에 품어 온 세상이다. 저커버그는 앞으로 5년 뒤에는 페이스북이 소셜 미디어 기업이 아니라 메타버스 기업으로 보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페이스북은 다시 멋져질 것이다. 그리고 이 회사의 권력을 우려하는 사람들로부터 더욱 많은 비판과 감시를 받을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가상 세계 안에서 하루에 35분이 아니라 일주일에 35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규제가 도입될 것이고, 이는 페이스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현재 메타버스에는 저커버그가 그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이 나타나고 있다. 경쟁이다. 로블록스(Roblox)나 에픽게임스(Epic Games)와 같은 비디오게임 제작사들부터 다른 기술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업체들이 이 분야에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AR 안경을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AR 안경을 판매하고 있다. 만약 페이스북이 메타버스의 패권을 먼저 차지한다면, 함박웃음을 지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찡그린 얼굴을 할 것이다.
[1]
이 글에서는 기업체로서의 페이스북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서의 페이스북을 구분하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로서의 페이스북을 지칭할 땐 페이스북 내부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블루(Blue)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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