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비전으로서의 개인 최고 달성에 대한 조직위의 설명은 “완벽한 준비와 실행을 통해” 모든 선수가 최고의 성과를 내고 개인 최고 기록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입니다. 대회 운영과 경기장 개발을 위해 세계 최고의 기술이 사용되고, 일본의 모든 자원 봉사자와 국민이 환대할 것이라고 했죠. 하지만 도쿄 올림픽은, 경기 준비를 위해 도쿄에 온 수많은 선수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습니다.
일단 선수단 숙소에 TV와 에어컨, 냉장고가 없던 것은 물론, 세탁소가 너무 적어서 빨래를 맡긴 뒤 찾아오는 데만 선수들이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했습니다. 미국 럭비 대표팀 코디 멜피 선수는 틱톡을 통해
손빨래를 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죠. 카드보드 침대야 친환경적이고 생각보다 튼튼하다는 선수들의 리뷰가 많았지만, 키가 크고 거구인 선수에게 침대는 무척 작아 보였습니다. 화장실 천장도 낮아 키가 큰 선수들은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야만 했죠.
선수촌 시설뿐만이 아닙니다. 트라이애슬론과 마라톤 수영 등 야외 수중 경기가 열리는 오다이바의 수질은 선수들이 악취를 참지 못할 정도로 오염되어
있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년 전에도 국제 트라이애슬론 연맹이 정해둔 대장균 기준치의 2배가 넘는 수치가 검출되었었다고 하죠. 《FOX 스포츠》에서는
‘Swimming in poo’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야구와 소프트볼 종목의 보조 경기장인 아즈마 구장이 후쿠시마현인 것도 논란이었죠. 선수촌의 식단에는 후쿠시마산 식자재가 공급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요, 한국이 평소처럼 별도의 급식 지원 센터를 운영하자 일본 측에서는 후쿠시마산 식재료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며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선수촌의 시설 및 운영도 부실한데, 일본은 올림픽 기간 내내 폭염이었습니다. 습도가 높아 선수들이 체온 조절이 쉽지 않았고, 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탈진하여 쓰러지고 구토까지 하는 등, 야외 종목 선수들은 혹독한 상황 속에서 경기를
치렀죠. 《야후 스포츠》의 칼럼니스트 댄 웻젤은 일본이 IOC에 제안서를 낼 당시, 7~8월은 경기를 진행하기 알맞은 날씨라고 거짓말을 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국제 스포츠 행사의 경우 기상 조건이 좋지 않으면 개최 일정을 늦추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국제 스포츠 행사와 겹치지 않아야 중계권으로 인한 수익이 충분히 보장되기 때문에 일본은 개최를 강행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올림픽을 기다려 준 팬들을 위해 최고의 모습을 보여 주려고 노력해준 선수들은 제각기 멋진 기량을 보여 주었지만 이는 일본이 “완벽한 준비와 실행”을 통해 노력한 결과는 아닐 것입니다. 결국 도쿄 올림픽은 선수들에게도, 선수들을 응원하는 세계의 팬들에게도 큰 상처를 주고 말았죠. 국제적인 불신 속에서도 일본이 도쿄 올림픽을 과거 1964년처럼 성공적인 행사로 기록하고 싶었다면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판데믹과 더불어 개최가 1년 연기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실 운영이었죠.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일본 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점은 치명적입니다.
다양성 안의 통일성. 현실은 추문 릴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