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미래
 

8월 9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차 메이커가 아니다. 복잡한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그렇다면 테슬라 주가는 과연 얼마까지 갈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테슬라는 단지 전기차 메이커가 아닙니다. 물론 테슬라는 전 세계 기가팩토리에서 전기자동차를 대량생산판매하는 제조업체입니다. 테슬라가 오직 전기차만 생산한다는 점만 빼면 업태에선 여느 자동차 메이커와 유사해 보입니다. 테슬라와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과의 두드러진 차별점은 이제까진 전기차 전문 메이커냐 아니냐였죠. 주식 시장에서도 테슬라에 대한 가치평가는 여전히 전기차에 방점에 찍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테슬라를 전기차 메이커로 단정한 다음 피어 그룹과 비교해서 적정 주가를 산정해 왔죠. 피어 그룹이란 쉽게 말해서 비교 기준을 뜻합니다. 일단 단거리 선수끼리 장거리 선수끼리 높이뛰기 선수끼리 묶는 거죠. 테슬라는 자동차 메이커들과 같은 피어 그룹으로 묶인 거죠.

테슬라는 분명 전기차의 대명사입니다. 2010년대부터 누구보다 앞장서 전기차 시대를 선도해 왔습니다. 그땐 유일무이한 전기차 메이커였죠. 이땐 오히려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인색했습니다. 전기차의 미래에 대한 불신 탓이었죠. 내연기관의 아성에 대한 테슬라의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정도로 치부됐습니다. 전기차라는 게 세상 새로운 개념도 아니었으니까요. 1990년대엔 GM도 전기차를 개발했었죠. 내연기관 자동차 메이커들과 석유정유업자 카르텔에 의해 금방 삭제됐죠. 테슬라는 그저 괴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의 자동차 놀이 정도로 치부됐습니다.

2020년대로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습니다. 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가시화됐습니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앞장섰기 때문이었죠. 특히 중국은 미국과 유럽이 표준화한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차로 모빌리티 시대의 표준화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고 싶어 했습니다. 덕분에 전기차 대명사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180도 달라졌죠. 테슬라 주가는 폭등에 폭등을 거듭했습니다. 양산이 가능한 독보적인 전기차 메이커이자 대중적으로 각인된 전기차의 대명사라는 브랜드 가치 그리고 CEO 일론 머스크의 혁신가 이미지가 결합한 결과였죠. 현재 테슬라 시총은 6921억 달러로 다른 9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 큽니다.

이번엔 지나치게 높은 주가가 테슬라 거품 논란의 원인이 됐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연산 50만 대에 불과한 자동차 메이커가 연산 900만대가 넘어가는 폭스바겐이나 도요타보다 시가총액이 높은 게 말이 되느냐는 말이 되는 논란이었죠. 자동차 산업에선 연간 생산량은 중요한 평가 지표입니다. 본질적으로 제조업이니까요. 이때 테슬라 주가를 합리화한 논리가 전기차 전문 메이커라는 테슬라에 대한 정의였습니다. 정작 폭스바겐이나 BMW 그리고 현대기아차 같은 기존 플레이어들도 전기차 양산에 뛰어들자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테슬라는 더 이상 유일무이하지도 독보적이지도 않은 전기차 메이커가 된 거죠. 다 같은 전기차라면 소비자는 테슬라 전기차보단 독일 프리미엄 3사의 전기차를 선호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벤츠니깐요. BMW이고요. 테슬라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기도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론 판매가를 높게 매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데다가 아직 양산 차량 대수도 적어도 규모의 경제로 이루지 못했으니까요. 심지어 소비자들 사이에선 테슬라의 완성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테슬라는 기껏 해봤자 10여 년 정도 된 양산차 브랜드입니다. 100년 역사의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과 비교해서 디테일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테슬라가 선두주자로서 가졌던 비교우위가 사라진 겁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월에 900달러선을 터치했습니다. 코로나 판데믹 이후 시작된 주식 시장의 유동성 장세가 정점으로 치닫던 시기였죠. 주식 시장은 테슬라 같은 기술기업에 한없이 너그러워진 상태였습니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현재의 가격으로 환산한 금액입니다. 시중에 유동성만 풍부하다면 아주 먼 미래의 가치까지도 현재의 가격으로 얼마든지 환산할 수 있죠. 테슬라가 2021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테슬라의 실적은 견조했습니다.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들쭉날쭉한 생산량 문제도 해결됐죠.

이때 머스크가 사고를 쳤죠. 테슬라 자산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한 겁니다. 가상화폐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였죠.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불안 심리도 자극해버렸죠. 원오브뎀 전기차 메이커가 된 테슬라한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없는 게 아니냐는 불신이 확신이 돼 버렸습니다. 게다가 장세가 나빠지죠.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인플레이션 논란이 가열됐죠. 특히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튀어 오르면서 고위험 기술주 투자는 접을 때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죠. 적잖은 서학 개미들도 이때 테슬라를 던졌습니다. 피크아웃이라고 본 거죠. 지금이 최고점이고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전기차 메이커로서의 테슬라는 더 이상 매력이 없어진 겁니다.

운명의 테슬라 AI 데이 


테슬라는 본래 모빌리티 플랫폼입니다. 테슬라는 단지 전기차 메이커가 아닙니다. 이제까지 자동차의 핵심은 파워트레인이었습니다. 후드 덮개 아래에 있는 엔진과 연결된 각종 동력 전달 장치들을 말합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파워트레인의 변화였습니다. 엔진과 연료통을 모터와 배터리가 대신하게 된 거죠. 그런데 파워트레인 교체는 테슬라가 아니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외주화한 건 어느 자동차 메이커나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이나 CATL과 손잡으면 꼭 테슬라가 아니더라도 전기차 생산의 에너진원을 확보할 수 있단 말입니다. 테슬라는 진작부터 전기차 메이커로서 비교우위가 쉽게 추격당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전기차 시장은 생산량을 앞세운 후발 자동차 메이커들이나 배터리를 앞세운 부품사한테 쉽사리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죠.

처음부터 테슬라는 전기차의 IBM이 되기보단 전기차의 애플로 비즈니스 모델을 잡았습니다. IBM은 부품들을 공급받아서 개인용 컴퓨터를 조립만 했습니다. 심지어 OS도 마이크로소프트한테 공급받았죠. 결국 부품사와 소프트웨어사한테 하드웨어사가 PC시장의 주도권을 내주게 됐죠. 그렇게 성장한 부품사가 인텔이고 MS입니다. 반면에 애플은 OS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하드웨어 부품의 개발과 조립을 모두 내부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모든 업데이트도 애플이 독점 진행했죠. 애플의 폐쇄형이냐 MS나 구글의 오픈형이냐는 기술산업계의 영원한 논쟁거리입니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도 생애 마지막 만남에서조차 이걸로 토론을 벌였고 역시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죠. 어쨌든 테슬라는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생산 관리하는 폐쇄형 플랫폼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자동차의 OS입니다. MS의 윈도우나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가 대표적인 오프레이팅 시스템이죠. 테슬라도 독자적인 모빌리티용 OS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이제까진 자동차엔 OS가 필요 없었습니다. 운전자가 OS였으니까요. 운전자의 발과 귀가 돼 줄 파워트레인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더 중요했죠. 자동차가 점차 고도의 전자제품화되면서 OS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주행을 도와주고 사고를 방지해주는 각종 안전장치에도 OS가 필요해졌죠. 그것도 하나의 작은 시스템인거니까요. 자동차의 각 부품마다 저마다의 OS가 장착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테슬라는 처음부터 OS를 중앙통제식으로 설계했습니다. 차량별로 하나의 OS가 차량의 각 부분을 모두 총괄하도록 디자인했죠.

테슬라는 OS부터 소프트웨어에 하드웨어까지 모든 걸 생산하고 관리합니다. 폐쇄형 플랫폼 모델은 모빌리티 분야에선 모바일 분야의 애플보다 더 빛을 발한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빌리티는 주행 안전성이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력이 높을수록 더 안정적인 시스템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테슬라 차량 내부에서 가장 쉽게 발견되는 폐쇄형 플랫폼의 특징이 거대한 터치스크린입니다. 테슬라는 사실상 터치스크린을 통해 판매된 차량의 모든 부분을 수시로 업데이트합니다. 항시 온라인 상태인 거죠.

항상 온라인 돼 있고 차량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OS는 자율주행의 기본기입니다. 테슬라의 비전은 자동차를 움직이는 인공지능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자율주행은 모빌리티 인공지능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죠. 인공지능형 자동차를 통한 자율주행은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효율적인 OS 시스템입니다. 이 부분에서 테슬라는 상당히 앞서 있습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텍사스와 대만의 반도체 공장들이 천재지변으로 가동을 멈췄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반도체가 없어서 생산을 못 하고 있죠. 테슬라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소수의 반도체로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중앙 OS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에 더 필요한 건 빅데이터입니다. 자율주행이란 거칠게 말하면 인공지능이 딥러닝으로 지리와 운전을 배우는 걸 뜻합니다. 테슬라의 OS는 2020년 기준 98만 대가 주행 중으로 33억 마일 데이터를 공부한 상태입니다. 2021년 상반기에만 이 숫자는 150만 대까지 증가한 상태죠. 테슬라와 맞먹을만한 자율주행 빅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은 바이두 정도입니다.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는 장차 테슬라와 함께 자율주행 OS 시장의 양강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테슬라는 8월 19일에 AI 데이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완전자율주행이나 로보타이제이션 같은 인공지능 자동차의 비전을 공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기차 메이커 이상의 큰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다는 얘기죠. 만일 발표된다면 가장 흥미를 끌 만한 요소는 로봇 택시입니다. 완벽한 OS 시스템과 탄탄한 빅데이터로 이뤄진 인공지능 자율주행 시스템을 가장 먼저 적용할만한 분야는 대중교통입니다. 그중에서도 택시 서비스죠. 택시의 자율주행화는 단위 거리당 인간의 이동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혁신의 본질은 언제나 비용 절감입니다. 비용에는 요금뿐만 아니라 시간도 포함되죠. 이동 시간이 짧아지고 동시에 이동 기간 할 수 있는 일의 양도 증가합니다.

사실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테슬라의 본래 비전이 현실화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합니다. 딜레이 시간이 거의 없는 실시간 통신망입니다. 5G나 6G가 초연결돼서 움직이는 인공지능들을 끊김 없이 연결해줘야 합니다. 자율주행에선 0.01초의 딜레이도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으니깐요. 그래서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스타링크입니다. 지구를 인공위성망으로 에워싸서 인공지능들이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깔아준다는 계획입니다. 테슬라도 그렇고 스페이스X도 그렇고 머스크한텐 큰 그림이 있는 것이죠. 국제에너지기구 기준으로, 2030년까지 세계 전기차 예상 보급률은 2억 3000만 대입니다. 전체 시장 점유율의 12퍼센트죠. 현재는 2퍼센트입니다. 솔직히 12퍼센트도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입니다. 실제론 더 빨리 시장 전환이 이뤄질 공산이 큽니다. 이쯤 되면 정작 중요한 건 에너지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는 당연한 것이고 그걸 무엇이 어떻게 운행하느냐가 관건이 되겠죠. 테슬라는 처음부터 거기까지 내다보고 있었던 거죠.

돈나무의 전망 


테슬라의 2021년 2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였습니다.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96.2퍼센트나 증가했죠. 11억 4000만 달러로 1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테슬라는 2분기에만 20만 대를 넘게 팔았습니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21퍼센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판매도 늘고 수익도 늘었단 뜻이죠. 무엇보다 탄소배출권을 팔아서 벌어들였던 규제 크레딧 수익이 줄었다는 게 시장의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이제까지 테슬라는 자동차가 아니라 배출권으로 돈을 버는 전기차 기업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왔거든요.

물론 시장 반응은 테슬라의 호실적에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실적과 주가는 반드시 같이 가지는 않으니깐요. 그래도 1분기 실적 발표 직후엔 한때 5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700달러대까지 회복됐습니다. 여전히 시장의 테슬라에 대한 시선은 늘 그래왔듯 냉소적입니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전기 트럭 세미의 출시가 2022년으로 미뤄진 게 악재입니다. 전기 트럭은 궁극적으론 자율주행과 결합해서 물류의 미래를 바꿀 겁니다. 역시 물류비용을 파격적으로 낮추겠죠.

지금까지 테슬라에 관해 가장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인물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CEO 캐시 우드입니다. 기술기업 투자의 워렌 버핏이라고 불리는 캐시 우드는 사실상 테슬라와 함께 성장해온 인물입니다. 캐시 우드는 월가가 테슬라를 제대로 분석하거나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리얼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테슬라는 에너지 저장 장치와 로보틱스와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기술기업이다. 그래서 아크 인베스트먼트에서도 서로 다른 분야의 애널리스트 3명이 테슬라를 담당한다.” 테슬라는 전기차 메이커라는 한 가지 단면이 아니라 입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하는 융복합적 기업이라는 말입니다. 이런 다면성은 미래 기술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캐시 우드는 이렇게 단언했죠. “테슬라 주가는 3000달러 이상 갈 것이다.” 캐시 우드는 기술기업의 주가에 관해선 탁월한 전망력을 보여줘 온 전문가입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테슬라 주가를 맞췄죠. 그래서 돈나무 언니라는 애칭으로 불립니다. 이번에도 언니의 전망이 적중할까요?

한 가지만큼은 분명합니다. 테슬라의 변화무쌍한 주가 변동은 시장이 테슬라의 미래에 관한 전망을 지금도 수시로 바꾸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건 테슬라의 미래가 지금도 진화하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늘 옳습니다. 그렇다면 테슬라의 미래는 지금도 정해지는 중입니다. 테슬라의 미래는 이미 와 있습니다. 단지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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