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클럽하우스
 

8월 10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얼리어답터가 사랑했던 앱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그러나 오디오 시장은 죽지 않았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올해 초, 얼리어답터 사이에서 ‘핫’한 아이템은 단연 클럽하우스 초대장이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대화방을 만들어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는 오디오 채팅 앱입니다. 이미 가입한 사람이 한정된 수량 발급되는 초대장을 보내 줘야만 가입할 수 있는 데다 iOS 앱밖에 없었는데도 인기가 엄청났습니다. 미국에선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테크 기업 CEO들이, 국내에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토스 대표 등 스타트업계의 유명 인사들이 클럽하우스의 오디오 채팅방에 나타나 화제가 되기도 했죠. ‘나만 뒤처질 순 없다’는 심리에 새로운 형태의 오디오 채팅 SNS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 클럽하우스 초대장의 인기는 치솟았습니다. 중고 시장에서 1~3만 원 사이에 거래되기도 할 정도로요.

이제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구하는 사람은 없어졌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지난 7월 22일 초대장 없이도 가입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습니다. 폐쇄형에서 개방형 소셜 미디어로 전환한 셈이죠. 그런데도 클럽하우스에 대한 관심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한 차례 열풍이 불고 난 뒤 클럽하우스에 대한 관심은 줄고 있었습니다. 2021년 2월 클럽하우스 iOS 앱의 다운로드 수는 960만 건이었지만, 5월엔 71만 9000건에 불과했죠. 초대장을 없앤 첫날에도 클럽하우스는 애플 앱스토어의 소셜 네트워킹 카테고리에서 10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습니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훨씬 최근에 출시됐는데도 앱스토어 상위 20위에 간신히 진입했고요. 개방형 전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던 셈입니다.

클럽하우스는 단순히 유명인이 참여해서가 아니라, 오디오 소셜 네트워킹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4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이유기도 합니다. 텍스트 위주의 트위터, 이미지와 영상 위주의 인스타그램과 틱톡 다음은 오디오일 거라는 전망이 있었던 거죠. 실제로도 클럽하우스 이후로 비슷한 서비스가 여럿 등장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링크드인 등 소셜 미디어는 물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와 디스코드 등 채팅 앱도 클럽하우스와 비슷한 오디오 채팅 기능을 이미 내놓았거나, 개발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카피한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오디오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겠죠. 비슷한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는데 정작 클럽하우스의 인기는 시들해진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오디오 서비스는 정말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클럽하우스 피로감

클럽하우스 앱. 이름 옆에 별표(*)가 붙어 있는 이용자가 모더레이터다.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성장세나 이용자 수를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구글 트렌드를 보면 ‘클럽하우스’‘clubhouse’ 모두 비슷한 패턴입니다. 2021년 2월 초 관심도가 100으로 치솟았다가 3월부터는 하락하면서 현재는 각각 2(클럽하우스, 국내), 13(clubhouse, 전 세계)을 기록하고 있죠. 얼마나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사라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초기 클럽하우스 이용자들이 열광한 요소는 밀도 높은 실시간 소통이었습니다. 오디오로 대화하기 때문에 깊은 이야기나 토론이 가능하면서도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는 부담은 없는 거죠. 게다가 대화방에 참여하는 사람 중 스타트업 대표, 벤처 투자자, 주요 기업의 경영자, 베스트셀러 작가 등 쉽게 만나기 어려운 인물들이 많았습니다. 집에서 혼자 편한 차림으로도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원하면 대화에 참여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대화방의 주제는 스타트업 대표들과 벤처 투자자들의 창업 이야기부터 작가와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이야기, 카페 추천이나 성대모사까지 다양했습니다. 컨퍼런스와 북토크, 라이브 방송, 친구와의 전화 통화, 심지어는 코미디 쇼가 하나의 앱 안에서 오디오로 열리고 있는 셈이었던 거죠.

이런 분위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클럽하우스 붐을 겪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도 발견됐습니다. 이용자가 늘어나자 대화방에 들어가도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클럽하우스 채팅방에서 이용자들은 모더레이터, 스피커, 리스너로 나뉩니다. 모더레이터는 대화를 주도하고 이끌어 가는 사람으로 누구에게 발언 권한을 줄지 정할 수 있습니다. 스피커는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입니다. 리스너 상태에서 손 모양의 아이콘을 눌러 손을 들면 모더레이터의 선택에 따라 스피커가 될 수 있죠. 이런 구조 때문에 채팅방 규모가 커지면 결국 양방향보다는 일방향 소통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유명인이 아니면 스피커로 올라가기 어려운 상황에선 결국 ‘그들만의 소통’ 아니냐는 거죠. 듣기만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유명한’ 이용자들에게도 그리 편한 상황은 아니었을 겁니다. 클럽하우스는 녹음이나 기록이 안되는 실시간 소통이 강점인데, 채팅방을 열 때마다 수백 명에서 최대 인원인 5000명 가까이가 입장하는 상황에선 스피커들도 편하게 대화나 토론을 하기 어려웠겠죠. 결국 인플루언서들은 빠르게 빠져나갔고, 인기도 시들해졌습니다.

클럽하우스의 특징인 실시간 오디오 채팅의 단점도 드러났습니다. 제대로 참여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고, 중간부터 참여하면 맥락을 알기 어렵다는 점이죠. 클럽하우스 대화방은 개설 시간에 제한이 없습니다. 심지어 24시간 열어 놓는 방도 여럿 있죠. 초반엔 신선했지만 이용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긴다는 이용자들의 불평이 나왔습니다. 실제로도 대화방을 한번 개설하거나 참여하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한두 시간은 금방 쓰게 되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인 오디오 콘텐츠의 강점은 눈이나 손으로는 다른 일을 하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지만 클럽하우스의 실시간 소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면 오히려 오랜 시간 집중하면서 대화의 맥락을 따라가고, 여러 스피커 중 내가 말할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왜 지금 오디오인가

스포티파이의 오디오 채팅 앱 그린룸 ©스포티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오 시장의 판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클럽하우스와 거의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만 해도 여러 기업에서 나왔습니다. 트위터는 스페이스(Space) 기능을 출시했고. 페이스북은 라이브 오디오 룸(Live Audio Room)을 미국에서 선보였습니다. 지난 6월 스포티파이도 라이브 오디오 플랫폼 그린룸(Greenroom)을 출시했죠. 국내에선 카카오가 음(mm)을 내놨습니다. 비즈니스 프로필 중심의 SNS인 링크드인도 전문성과 연계된 음성 채팅 기능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채팅 앱들도 비슷한 기능을 내놓고 있습니다. 디스코드는 스테이지 채널스(Stage Channels) 기능을 출시했고, 슬랙도 오디오 채팅방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기능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죠. SNS, 오디오 스트리밍, 채팅 앱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비슷한 영역을 노리고 있는 겁니다.
트위터의 오디오 채팅 기능 스페이스 ©트위터
오디오는 소셜 기능과 이용자들이 생산한 콘텐츠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싶은 기업들에게 아직 확실한 승자가 없는 미개척지와 같습니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오디오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죠. 오디오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소통 방식이기도 합니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내용을 정제해 글로 쓰는 것보다 말로 하는 게 빠르죠. 정보에 반응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이나 감상을 글로 적어 전달하는 것보다 말로 하는 게 직관적인 겁니다. 음성에는 뉘앙스와 감정 등도 담기기 때문에 더 긴밀한 소통도 가능합니다. 그러면서 줌(Zoom)이나 화상 회의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덜하죠. 오디오 특성상 귀만 열려 있으면 눈과 손을 쓰지 않고도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에도 유리합니다.

오디오라는 미디어에 잠재력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문제는 결국 콘텐츠입니다. 오디오의 특성과도 잘 부합하면서 사용자들이 진짜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는 과제가 시장에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콘텐츠를 생산할 크리에이터가 핵심일 겁니다. 유튜브가 ‘유튜버’라는 새로운 크리에이터 집단을 만들었고 인스타그램이 ‘인스타그래머’로 불리는 인플루언서들을 배출했듯 오디오만의 방식으로 이용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끌어모을 사람이 필요한 셈이죠. 좋은 크리에이터를 더 많이 끌어들이고 플랫폼에서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하게 할수록 이용자는 모여들 겁니다.

그래서 오디오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크리에이터에게 투자하고, 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클럽하우스의 수익 모델도 대화방에 입장한 사람들이 모더레이터에게 돈을 낼 수 있게 하는 기능이죠. 스포티파이도 그린룸에서 크리에이터 펀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클럽하우스 같은 형태의 라이브 채팅보다 앞서 만들어진 팟캐스트 시장에서도 크리에이터의 수익 구조와 관련된 실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유료 팟캐스트 서비스를 하고 있는 스포티파이에 이어 애플도 지난 6월 15일 아이튠즈 팟캐스트의 유료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오디오클립 서비스를 하고 있는 네이버는 크리에이터 유치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에게 창작 지원금을 지급하죠.
 

크리에이터, 멀티태스킹, 그리고 적당한 친밀함


오디오 시장에 적합한 콘텐츠 형식과 수익 구조의 정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완벽한 승자도 없죠. 대신 다양한 스타트업과 플레이어들의 실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클럽하우스 방식의 오디오 채팅이 너무 길고 아무 때나 참여하기 어렵다면, 숏폼 형식의 오디오 서비스도 있습니다. 빔스(Beams)는 ‘마이크로 팟캐스트’ 서비스입니다. 음성 스크랩북이라고도 설명하죠. 짧은 오디오 클립을 팟캐스트처럼 발행할 수 있되 다른 크리에이터를 초대해서 간편하게 함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퀘스트(Quest)는 커리어에 관련한 조언을 짧은 오디오 클립으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페이스북도 라이브 오디오 채팅 기능을 도입하면서 오디오를 짧은 클립으로 만들어 들을 수 있는 사운드바이츠(Soundbites) 기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가 됐든,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핵심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더 쉽게 콘텐츠를 만들면서 수익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오디오 시장의 승자가 탄생할 겁니다. 여기에 이용자들의 편의와 이용 패턴도 고려해야겠죠. 유튜브나 틱톡, 넷플릭스를 두고 오디오 콘텐츠를 이용하는 건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시간을 더 잘 활용하고 싶거나, 오디오에서만 가능한 직관적이고 적당히 긴밀한 소통이 필요해서일 겁니다. 크리에이터와 이용자의 요구를 모두 만족하는 모델을 찾아내는 기업이 오디오 시장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한풀 꺾인 클럽하우스의 성장세와 여전히 잠재력 있는 오디오 시장을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크리에이터 경제의 새로운 규칙》, 《인공지능, 말을 걸다》와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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