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리한나
 

8월 12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리한나의 자산 가치는 여느 유니콘 기업보다 크다. 영향력을 활용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영향력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사진: 펜티 뷰티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가수는 리한나입니다. 여성 엔터테이너 중에서도 오프라 윈프리에 이어 두 번째로 부자죠. 《포브스》가 분석해 8월 4일 보도한 내용입니다. 리한나의 자산 규모는 17억 달러로 알려졌습니다. 마돈나, 비욘세보다도 규모가 큽니다. 리한나를 이렇게 부자로 만든 건 음악이 아니라 사업입니다. 리한나가 만든 브랜드 펜티 뷰티의 지분 가치가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리한나는 펜티 뷰티 지분 50퍼센트를 갖고 있습니다. 이 지분의 가치가 14억 달러에 달합니다.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비상장기업을 유니콘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희귀하다는 건데요, 리한나는 자신이 만든 회사의 지분만으로도 개인으로서 유니콘 기업만큼의 가치를 가진 셈입니다.

리한나는 2017년 펜티 뷰티를 창업했습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합작해서 브랜드를 만들었죠. 다양한 인종의 피부색을 고려한 제품이 핵심이었습니다. 50가지 색상의 파운데이션이 대표적입니다. 유니콘 이상의 가치를 가진 리한나의 브랜드는 또 있습니다. 2018년 론칭한 속옷 브랜드 새비지 X 펜티(Savage X Fenty)입니다. 이곳의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로 알려져 있고, 리한나는 27퍼센트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리한나의 브랜드에 붙는 ‘펜티(Fenty)’는 리한나의 이름인 로빈 리한나 펜티(Robin Rihanna Fenty)에서 성을 따온 겁니다. 지분, 이름, 브랜드 정체성 면에서 리한나의, 리한나에 의한 브랜드인 셈이죠. 리한나는 론칭 초기부터 펜티 뷰티나 새비지 X 펜티의 브랜드와 제품 기획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접 “나는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 100퍼센트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인지도와 문화적 영향력을 가진 스타가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이름과 얼굴을 다른 브랜드에 빌려주고 돈을 받거나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받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유명인이 직접 자신의 캐릭터를 담은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기 시작한 거죠. 꼭 패션이나 뷰티 분야에 국한된 일도 아닙니다. 〈판타스틱4〉의 히어로였던 제시카 알바는 2012년 친환경 생활용품 브랜드인 어니스트 컴퍼니를 창업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안전한 성분의 제품에 관심이 생겨서죠. 이 회사는 유니콘 기업을 넘어 최근 나스닥에 상장까지 했습니다. 랩스타 제이지는 2015년 고음질 스트리밍 서비스 아스피로를 인수하고 타이달(Tidal)로 이름을 바꾸면서 ‘아티스트가 소유한 최초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마케팅했습니다. 타이달의 지분 대부분은 2021년 5월 제이지가 샀을 때의 다섯 배가 넘는 금액에 스퀘어(Square)에 인수됐습니다.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재능과 활동으로 구축한 영향력을 광고 형태로 파는 대신, 직접 기업 형태로 만들어내고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겁니다.
 

모두를 위한 뷰티

펜티 뷰티엔 리한나의 캐릭터와 뷰티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리한나의 어머니는 뷰티와 향수 산업에서 오래 일한 데다 사람들에게 화장을 해주곤 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였고, 그래서 리한나도 어릴 때부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죠. 그런데 어릴 땐 어머니가 메이크업을 못하게 해서 화장품을 몰래 갖고 놀았고요. 리한나는 메이크업을 처음 해본 게 16살 때였다고 회상합니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게 파운데이션이었다고 말하죠. 내 피부가 그렇게 완벽해 보인 건 처음이었다고 말입니다.

펜티 뷰티의 주력 상품도 파운데이션과 컨실러입니다. 다양한 피부색에 맞도록 다른 뷰티 브랜드보다 훨씬 다양한 색상이 나오는 게 특징이죠. 브랜드 론칭 때부터 파운데이션 색상을 40종으로 출시할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50종으로 늘었고요. 지금은 다른 코스메틱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색상의 파운데이션이 나오는데, 펜티 뷰티가 론칭할 당시엔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거죠. 펜티 뷰티 이후 다른 브랜드들도 색상을 더 다양하게 출시하게 시작한 걸 두고 ‘펜티 이펙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펜티 뷰티는 뷰티가 더 다양한 사람들을 포함시켜야(include) 한다고 말합니다. 피부색과 인종에 상관없이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찾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펜티 뷰티가 내세우는 또 다른 가치는 자기표현입니다. 팝 스타로서 활동하면서 무대에서, 일상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 준 리한나가 잘 전할 수 있는 메시지죠. 펜티 뷰티를 통해 리한나는 메이크업이 자기표현을 위한 무기였다고 말합니다. 메이크업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었고, 그래서 경계를 허무는 아이콘이 될 수 있었다고요. 그런 맥락에서 펜티 뷰티는 다양하고 과감한 색조의 하이라이터나 블러셔 제품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펜티 뷰티가 단순히 리한나의 이미지를 차용한 브랜드에 그치지 않는 이유입니다. 창업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리한나의 비전과 가치관이 브랜드에 담겨 있죠.

펜티 뷰티는 론칭 40일 만에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일년 만에 연 매출은 5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카일 제너의 코스메틱 브랜드 카일 코스메틱스나 킴 카다시안의 뷰티 브랜드 KKW 뷰티 등보다 좋은 성과였죠. 단순히 유명한 스타가 만들어서 잘된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팝스타로서 리한나가 갖는 상징성을 다양성, 자기표현 같은 브랜드 가치로 잘 만들어냈기 때문이겠죠. 든든한 파트너인 LVMH의 영향력도 있었습니다. 펜티 뷰티는 LVMH가 소유한 화장품 유통 공룡 세포라를 통해 단독 론칭했습니다. 시작부터 바로 전 세계에 구축된 판매망을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세포라가 가진 방대한 판매 데이터도 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었죠.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던 세포라 입장에서도 리한나의 브랜드는 캐시카우 역할을 했습니다. 윈윈이었던 겁니다.
 

다양성 시대의 속옷

다양성은 리한나의 또 다른 브랜드 새비지 X 펜티에서도 핵심적인 키워드입니다. 새비지 X 펜티는 펜티 뷰티 다음으로 리한나에게 막대한 자산이 되어 주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펜티 뷰티를 론칭하고 1년 뒤인 2018년에 론칭했습니다. XS에서 3X사이즈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사이즈와 색상의 속옷을 내놓고 있죠. 어떤 체형, 피부색이든 입을 수 있는 속옷을 지향하는 겁니다. 이 브랜드의 패션쇼에서도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아마존 프라임으로 중계된 2019년 F/W 시즌 쇼에는 임신한 모델을 비롯해 다양한 체형과 인종의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미란다 커, 켄달 제너처럼 완벽하다고 여겨지는 체형의 모델만 세우는 걸로 유명했던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와 완전히 다른 접근이죠. 빅토리아 시크릿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과 MZ세대의 외면을 겪으면서 현재는 그런 방식의 패션쇼를 폐지한 상태입니다. 새비지 X 펜티는 애초부터 시대에 부합하는 다양성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죠.

남성 속옷을 출시하면서 남성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기용한 것도 이목을 끌었습니다. 사실 다양한 체형의 모델을 기용하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긍정하는 ‘바디 포지티브’는 다른 여성 속옷 브랜드들도 여럿 택하고 있는 전략입니다. 반면 남성 의류에선 그런 시도를 하는 곳이 드물었죠. 새비지 X 펜티는 체형, 인종에 더해 젠더 측면에서도 다양성을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도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았죠.
 

Don't Stop the Music

©Dimitrios Kambouris/Getty Images for Bergdorf Goodman
리한나의 시도가 다 성공한 건 아닙니다. 리한나는 LVMH와 함께 2019년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펜티’를 론칭했습니다. 리한나가 창업자, CEO,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동시에 맡았습니다. 리한나가 지분 49.99퍼센트, LVMH가 50.01퍼센트를 보유하면서 시작한 야심찬 프로젝트였죠. 리한나는 LVMH 그룹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첫 유색인종 여성이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펜티는 2021년 운영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론칭 이후 판데믹으로 고급 기성복 소비가 줄은 데다, 리한나가 영향력을 미치는 팬들의 소비 여력이 가격대가 높은 럭셔리 의류엔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펜티 뷰티나 새비지 X 펜티처럼 명확한 가치를 제시하지 못한 거죠.

게다가 리한나는 2016년 마지막 앨범을 낸 뒤로 아직까지 앨범을 발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브랜드에 진짜로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담고 참여하는 게 비즈니스를 키우는 데는 주효했지만, 이런 일을 음악 활동과 병행하지는 못한 거죠. ‘배드걸 리리(@badgalriri)’라는 아이디의 리한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팝스타보다는 CEO에 가까워 보입니다. 가장 최근 게시물은 펜티 뷰티에서 출시한 향수가 매진된 날 아침으로 캐비어를 먹고 있는 모습이죠.

물론 그래미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고 빌보드 핫 100 1위에 11개의 노래를 올린 팝스타로서의 입지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리한나가 갖고 있고, 브랜드로 발전시키고 있는 영향력은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기업가로서 성과를 내야 할수록 더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죠.

기업으로서 겪는 문제가 셀러브리티로서의 리한나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비지 X 펜티는 2020년 ‘기만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비영리 기업으로부터 지적을 받았습니다. 웹사이트에서 속옷을 구매할 때 중요한 약관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월 50달러 상당의 속옷 구독 서비스에 등록시킨다는 겁니다. 브랜드 측은 쇼핑 경험 전반에서 구매 조건을 여러 번 공개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이런 식의 문제 제기가 더 심화하거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리한나에게도 타격이 될 수 있겠죠. 팝스타로서 구축해 온 이미지를 활용해 브랜드를 운영하는 만큼 이미지에 변화나 타격이 생기면 셀러브리티로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셀러브리티든 인플루언서든 개인의 영향력을 발전시키고 사업화하는 방법은 점점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리한나를 비롯한 셀러브리티들이 더 이상 기업의 광고 모델이나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에 머물지 않고 있는 이유죠. 영향력을 브랜드화하는 효과적인 방식과 그에 따르는 리스크는 꼭 셀러브리티가 아니라도 개인에서 출발하는 일이나 사업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고민해볼 만한 문제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유니콘만큼의 자산 가치를 보유한 리한나가 영향력을 브랜드화한 방식을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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