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를 허하라

8월 13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지구상 마지막 타투 불법국, 한국에선 오직 의사만이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다. 90년대 의료법은 왜 그대로일까? 불거지는 논란 속에서, 20년간 직접 타투이스트로 활동해 온 의사를 만났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사진: 조명신 의원

지구상 마지막 타투 불법국


지난 5월 28일, 한 타투이스트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타투는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사 아닌 사람이 타투 시술을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의료법 제27조 1항에 의거하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의아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타투는 ‘의료 행위’로 분류됩니다. 1992년 5월, 한 재판에서 눈썹 미용 문신이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30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타투 300만 명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눈썹 문신과 같은 반영구 시술까지 포함하면 몸에 타투가 있는 한국인은 1300만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2002년 월드컵이 타투 대중화의 촉매제가 되었다는 것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해석입니다. 데이비드 베컴과 같은 유명 스포츠 선수들의 몸에 타투가 있는 것을 보며 타투는 조직 폭력배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깨졌다는 것이죠. 자연스럽게 시장 규모는 커져 왔습니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연간 타투 시술은 50만 건, 시장 규모는 20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반영구 시술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입니다.
 
불법이라면서, 다들 언제 어디서 타투를 하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타투샵 간판은 거리에서 찾아보기 힘든데 말이죠. 대다수의 타투 시술은 지하, 혹은 건물 상층부에 숨은 스튜디오에서 진행됩니다. 연락은 개인 SNS 계정을 통해, 결제는 현금 혹은 계좌 이체를 통해 합니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음지에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들의 수는 2만 명에 달합니다. 반영구 시술자까지 포함하면 22만 명이고요. 모두 불법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타투 법제화에 관한 논의가 다시 한 번 뜨거워진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현실을 비추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집니다. 일례로 최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눈썹 문신한 홍준표 의원을 찾아가 ‘타투업법’ 법안에 서명을 요구한 것도 이슈가 되었죠. 그러나 국회는 묵묵부답입니다.
 
그럼 지금 한국에서는 아무도 합법적으로 타투 시술을 할 수 없나요? 정식 개업한 의사는 가능합니다. 그런 사람이 있긴 있나요? 우선 한 명은 찾았습니다. 오랜 세월 타투 법제화 논란이 불거져 온 가운데, 1999년부터 타투이스트를 겸업해 온 성형외과 전문의 조명신 의원을 만났습니다.
 
©사진: 의사 겸 타투이스트 조명신

어떻게 타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성형외과 전문의였다 보니 타투 제거 시술을 많이 맡았어요. 그러다 1999년, 한 손님이 몸에 있는 장미 타투를 지워달라고 저희 병원을 찾아오셨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타투를 제거했는데 그 장미는 유독 지우기 아까웠습니다. 제 눈엔 예쁘고, 예술로 보였어요. 그때도 지금처럼 의사만 합법적으로 타투 시술이 가능했는데, 실제로 (타투 시술을) 하는 의사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손님에게 장미를 새겨줬다는 그 타투이스트를 수소문해 찾아가, 그때부터 타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의사와 타투이스트, 전혀 다른 직종인데요.

전문가가 아니었다 보니 많이 노력했어요. 처음부터 그림을 잘 그리진 않았습니다. 초반에 작업할 당시 호랑이를 고양이처럼 새겨놓아 손님한테 미안했던 적도 있습니다. 이제는 타투이스트 생활을 한 지 22년 정도 됐으니, 그림 그리는 것도 좀 늘지 않았을까요.(웃음)
 
성형 수술을 할 때와 타투 시술을 할 때의 느낌이 많이 다른가요?

완전히 다르죠. 쌍꺼풀 수술은 끝나면 ‘한 건 했구나’ 정도인데, 타투는 ‘이걸 내가 했어?’ 하며 스스로 놀랄 때가 많아요. 한 달 후에 다시 만날 때까지도 쌍꺼풀 수술은 ‘짝짝이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드는데 타투는 오히려 ‘다시 봤으면 좋겠다, 사진도 좀 찍고 싶고’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새 잉크가 피부에 정착되면서 색도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고요. 제게 타투는 중독성이 강한 창작입니다.
 
‘타투는 피부에 해롭다’는 시선이 있습니다. 전문의로서의 견해는 어떤가요?

‘몸에 이물질을 넣는 것’은 상식적으로 안 좋습니다. 하지만 타투가 몸에 얼마나 안 좋은지, 몸에 심각하게 문제를 일으킬지에 관해선 확정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요. 예컨대 콘택트 렌즈를 끼는 것이 눈 건강에 좋을까요? 꼭 건강에 좋지 않은 것들도, 사람들은 필요하다 판단하면 합니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참고해 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의사들의 역할이고요. 만약 타투가 피부에 주는 문제들이 심각했다면 이미 오래전에 사회적으로 제거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오랜 시간 세계 각국에서 지속되어 온 것을 보면, 타투는 어느 정도 허용되는 범위의 시술 아닐까요.

하지만 타투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지금보다 활발해져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떤 잉크가 안전한지, 현재 유통되는 잉크 중 유해한 물질은 없는지 등 면밀한 검사들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가습기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된다 해서 가습기 사용을 금지하진 않잖아요? 거기서 나오는 유해 물질을 좀더 확실히 연구하죠. 타투도 무작정 시술을 금지하는 것보단 그런 의학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주변 의사들도 비슷한 의견인가요?

사실 타투에 크게 관심을 갖는 의사는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법에도 ‘타투는 의료 행위다’라고 명시된 게 아니라, 그런 판례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국회에선 문신사법을 입법할 때 꼭 의료계의 자문을 구합니다. “이 시술, 피부에 위험한가요?”라고. 의사들 입장에선 본인이 잘 하지도 않고, 크게 관심도 없었던 분야지만 우선은 물어보니 아는 선에서 답변하는 것 아닐까요. 아까도 말했듯, ‘몸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은 상식적으로 해롭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타투를 양성화해 관련 연구를 활성화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예컨대 저는 타투를 받기 위해 음지로 가는 청소년들을 정말 많이 보았어요. 대부분의 타투이스트 분들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시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현장의 위생 상태는 누가 확인하고, 시술 도중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요? 의사인 제가 타투이스트를 겸업하는 또 다른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수십 년간 보고 들어 온 저로서는, 합법적인 제도망으로 (타투를) 들여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타투 법제화 사안은 논란만 수십 년째 진행 중입니다. 여전히 법제화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아직은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신사법 발의를 다루는 기사에 ‘한가하다’는 네티즌 댓글들이 달립니다. 저는 타투를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분명 많을 것입니다. 의료계가 매번 같은 대답을 반복할 것을 알면서도 국회에선 매번 같은 방식으로 자문을 구하는 것도 그 이유 아닐까요. 입법 발의만 되고 폐기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 왔는데, 정말 법제화하기 위해선 또 다른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종류의 노력이 있을까요? 

타투 법제화에 반대하는, 혹은 이 사안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합니다. 현재는 타투가 불법인 탓에 제대로 시장 조사를 할 수 없습니다. 신변의 위협이 있는 타투이스트분들이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고요. 그러다 보니 타투 시술자 수나 시장 규모, 피해 사례 등에 관해 충분한 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어요. 타투가 제도권 밖에 있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객관적인 자료가 쌓인다면, 타투 법제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다 수월하게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꼭 신분을 밝히지 않더라도 응답할 수 있는 통계 방법 등을 연구해, 국가 차원에서 공신력 있는 자료들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투 법제화는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까요?

자격증 제도가 생겼으면 합니다. 미용사도 자격증이 있는 것처럼,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타투이스트 면허를 부여하고 국가 차원에서의 관리가 가능하다면 좋겠습니다. 제도의 명칭과 방식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어쨌건 중요한 것은 타투 산업의 양성화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타투 법제화 논쟁에는 많은 목소리가 섞여 있습니다. 노동권 보호를 주장하는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객관적인 연구와 통계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의견이 있습니다. 좀 더 안전하게 시술받고 싶은 소비자들이 있습니다. 외국에선 이미 모두 합법인데 우리나라라고 안 될 건 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각기 다른 목소리지만, 공통된 현상을 보고 있습니다. 2021년 현재 몸 여기저기에 타투를 새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거리를 활보하는 풍경입니다. 사회 구성원의 4분의 1을 위법자로 만드는 법을 진정한 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법은 현실과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타투는 개인의 몸에 새겨집니다.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자기 표현을 제한할 근거는 없습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말했듯,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습니다. 혹 타투는 내겐 익숙치 않은, 나와는 다른 존재들에 대한 불분명한 혐오감을 그들에 대한 ‘걱정’이란 미명으로 포장해 온 하나의 사례 아닐까요. 우리의 권리는 낡은 법과 불필요한 걱정들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타투 법제화 사안과 그에 대한 한 의사의 의견을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문신해도 경찰관 될 수 있다》와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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