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전쟁
1화

시진핑의 기술계에 대한 공격은 중국의 궤적을 바꿀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테크기업에 대한 폭력적 규제는 창의적 파괴가 아니라 자멸적 파괴로 판명될 가능성이 크다. 창업의 자본비용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이 거둔 모든 성취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기술 산업의 성장이다. 알리바바에서는 아마존보다 두 배나 많은 전자상거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텐센트는 사용자 수만 12억 명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슈퍼앱(super-app)[1]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혁명은 또한 제조업 부문을 넘어서 디지털 의료 서비스, 인공지능(AI) 등의 새로운 분야로 도약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국 내에서의 장기적인 경제 전망을 변화시키는데도 일조했다. 이러한 눈부신 기술 산업은 중국의 번영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시진핑 주석이 4조 달러 규모의 자국 기술 산업을 공격하는 것이 매우 놀라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에서부터 데이터 관리 위반에 이르기까지 여러 다양한 범죄 혐의를 이유로 수십 개의 기업에 대해서 50여 차례의 규제 조치가 있어 왔다. 영업제한 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위협은 주가에도 크게 영향을 미쳐서, 투자자들은 약 1조 달러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시진핑 주석의 당면 목표는 거대 기업들을 길들이고 제멋대로인 디지털 시장에 대해서 규제당국에게 좀 더 많은 영향력을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더욱 깊은 야심은 자신들의 청사진에 의하여 이 산업을 재편하는 것이다. 중국의 독재자들은 이러한 시도가 자국의 기술 우위를 강화하는 동시에, 경쟁을 촉진하며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정학적인 요인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 기술로 만든 부품들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면서, 중국은 반도체와 같은 중요한 분야에서 좀 더 자립적일 필요가 있음을 느껴왔다. 만약 소셜 미디어나 게임 회사 등에 대한 탄압으로 재능 있는 엔지니어들과 프로그래머들의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러한 “하드 테크(hard tech)[2]” 분야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은 결국엔 기업이나 경제 성장에 장기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거대한 도박이기도 하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이 기술적으로 기적을 이뤄내기 직전의 상태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실리콘밸리는 알리바바와 같은 개척자들을 카피캣(copycat)이라며 무시했다. 그들이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결제 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현재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를 넘는 중국계 디지털 기업의 수는 73개이다. 이들 대부분의 회사에 서방의 투자자들이 있고, 경영진도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이들이 많다. 역동적인 벤처캐피털 생태계가 계속해서 새로운 스타들을 배출하고 있다. 중국에서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unicorn)”들 160개 중에서 절반이 AI, 빅데이터, 로봇공학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2000년대에 러시아의 올리가르히(oligarch)[3]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의 탄압은 내부자들끼리 전리품을 두고 싸우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이것은 서방의 규제당국과 정치인들이 자국의 상황에 대해서 우려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서방의 디지털 시장은 독점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고, 기술 기업들은 데이터를 마구 수집하며, 공급업체들을 괴롭히고, 노동자들을 착취하며, 공중도덕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력한 규제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중국이 문호를 열었을 때, 공산당은 금융, 이동통신, 에너지 분야에서는 확고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기술 분야는 멋대로 날뛰게 놔두었다. 중국의 디지털 개척자들은 이처럼 규제가 거의 없는 상황을 활용해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은 미국 인구보다 더욱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4]

그러나 거대 디지털 플랫폼들은 이러한 자유를 악용해서 중소기업들을 짓밟기도 했다. 그들은 소매업체들이 한 군데 이상의 플랫폼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를 막았다. 그들은 음식을 배달하는 기사들을 비롯한 긱 노동자(gig worker)[5]들에게 기본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공산당은 그러한 부정행위를 종식시키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많은 투자자들이 그런 정책을 지지한다.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중국은 이제 21세기의 핵심 인프라 통제력을 두고 무소불위의 국가가 세계 최대의 기업들과 싸우는 정책 실험실이 되려 하고 있다. 토지나 노동력처럼 중국 정부가 “생산의 요소”라고 말하는 일부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은 공공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국가는 플랫폼들 사이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강제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위챗(WeChat)은 더 이상 경쟁업체들이 자사의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없게 된다. 중독성이 있는 알고리즘은 더욱 엄격한 감시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조치로 수익에는 타격을 받겠지만, 시장은 더욱 잘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통제받지 않는 중국의 기술 업계에 대한 탄압은 공산당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당의 우선순위를 위해서 부패한 내부세력을 포함하여 기득권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외국 자본의 환심을 사고 고용창출을 해야 했기에 제약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공산당은 무서운 속도로 새로운 규제들을 발표하고 신선한 열의로 그것들을 시행하는 등 상당히 대담해졌다. 중국의 규제가 미숙하다는 점은 모든 면에서 드러난다. 중국 반독점 당국의 인력은 50여 명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펜 한 번만 휘둘러도 여러 비즈니스 모델들을 파괴할 수 있다. 적법한 절차도 필요 없기에, 기업들은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참고 견뎌야 한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수십 년 동안 서방의 자유주의 경제학에 기반을 둔 원칙들에 대해서 성공적으로 방어해 왔다. 그들은 기술 산업에 대한 탄압을 국가 자본주의 정책의 개량으로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즉, 국가의 안정 및 당의 권력 유지를 위한 통제와 사회의 번영을 결합시키기 위한 청사진인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공산당은 공장을 자동화하고 도심에 메가클러스터(mega-cluster)를 구축하는 것을 포함하여, 국가의 주도하에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 업계를 재편하려는 시도는 자칫하면 잘못 될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그들에게 더욱 의구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고, 미국이 20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21세기의 세계에 자국의 서비스를 판매하고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정립하고자 하는 이 나라의 야망이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 중국의 성장이 주춤하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국경을 훨씬 넘어선 곳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욱 커다란 리스크는 이러한 탄압이 중국 내의 기업가 정신을 무디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가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 분야로 전환해 감에 따라서, 정교한 자본시장의 지원을 받아서 자발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중국 기술 업계의 대표적인 거물들 중의 여러 명이 그들의 회사와 공적인 업무에서 물러나고 있다. 그들을 동경했던 사람들은 똑같이 따라하려던 생각을 재고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러한 일련의 탄압으로 인하여 자본비용(cost of capital)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속도 둔화


현재 중국 최대 기술 기업들의 매출액 1달러당 영업비용은 미국 기업들에 비해서 평균 26퍼센트 낮은 수준이다.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주요한 타깃들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데, 가령 차량호출 분야에서는 많은 소규모 업체들이 다양한 지도 앱을 활용해서 디디추싱에게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탄압에 의해서 더욱 과감해지기는커녕, 그러한 소규모 업체들도 단속 대상이 되었다는 생각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경제 발전은 주로 창조적 파괴에 의한 것이다. 중국의 독재적인 지도자들은 그들이 그러한 창조적 파괴를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기술 업계의 혼란이 과연 창의성을 배양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1]
하나만 설치해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앱, 여기에서는 위챗(WeChat)을 말한다.
[2]
과학이나 기술 등 연구개발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분야. 딥 테크(deep tech)라고도 부르며, 대표적으로는 인공지능, 생명공학, 로봇공학, 양자컴퓨팅 등이 있다.
[3]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민영화된 국가의 자산을 축적하며 급부상한 러시아의 신흥 재벌 세력
[4]
디디추싱의 이용자는 5억5000만 명, 미국의 인구는 약 3억3000만 명이다.
[5]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체제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