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인 아프가니스탄
1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대실패는 미국의 위상에 심각한 타격이 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대실패는 상당 부분 조 바이든에게 책임이 있다.

만약 탈레반의 선동원들이 아프가니스탄을 개혁하기 위해 20년 동안 진행된 미국의 임무가 몰락한 과정에 대해서 시나리오를 쓴다 하더라도, 이보다 더 참혹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반란세력이 카불을 휩쓸자 절망에 빠진 아프간 사람들은 승리에 도취한 광신도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를 공포에 휩싸인 채, 떠나려는 미국의 화물기들을 따라서 활주로를 쫓아갔고, 그러다 착륙장치에 기어오르려다 결국엔 추락사한 사람들도 있었다. 미국이 지원했던 정부는 싸우지도 않고 항복을 선언했는데, 이는 미국의 관계자들이 불과 며칠 전에만 하더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아프간 사람들은 급하게 이륙하는 비행기의 바퀴에 매달리는 것만이 최선의 선택인 것처럼 보이는 끔찍한 곤경에 내버려졌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2조 달러를 쏟아 부었다. 2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사망했다. 셀 수 없이 목숨을 잃은 아프간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설령 미국이 침공했을 때보다 지금의 아프간 사람들이 더 잘 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아프가니스탄은 원점으로 회귀했다. 탈레반은 그들이 권력을 잃었을 때보다도 이 나라의 더욱 많은 부분을 통치하고 있고, 미국이 아프간 군대에게 쏟아 부은 무기들을 탈취하면서 훨씬 더 잘 무장을 했으며, 이제 그들은 궁극의 확약을 손에 넣었다. 그들은 초강대국을 물리친 것이다.

반란세력은 무너진 정부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을 응징하지 않을 거라 약속하고, 이슬람 법률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여성들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1990년대 말에 그들이 마지막으로 정권을 장악했을 당시의 이슬람 법률은 대부분의 소녀들을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했고, 대부분의 여성들을 집에만 가두어 두고 있었다. 채찍질, 돌팔매질, 신체 절단 등 잔인한 처벌이 흔했다. 도시에 사는 아프간 사람들이 지난 20년 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자유는 이제 모두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의 3900만 사람들에게는 처참한 결과이며, 미국에게는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민주화에 실패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국가를 건설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며, 그 누구도 그곳이 스위스가 될 거라고 상상하지는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분쟁을 끝내려 했던 심정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미국의 유권자들 대부분이 이미 오래 전에 관심을 껐을 정도로 전략적인 중요성이 크지 않은 지역에서 미국은 2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알카에다의 작전 사령부를 해체하겠다는 원래의 침공 명분은 대체로 달성했지만, 그러한 성취는 이제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아프간 정부의 몰락을 방치함으로써 미국이 변덕스러운 동맹국임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은 미국이 그곳에 머문 기간, 병력의 규모, 그들이 지출한 비용 등을 감안 할 때 다소 부풀려진 것이다. 지금은 몰락한 카불의 정권은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동맹국이 아니었다. 그들은 훨씬 약했고, 더욱 부패했으며, 생존을 위해서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질서정연하게 철수해야 했던 미국의 책임에 대한 변명이 되지 못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일반인들의 복지에 대해서는 한 치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역설적인 사실은, 미국은 이미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으며, 실제로 몇 년 동안 노력을 해왔다는 것이다. 미국은 2011년에 약 10만 명에 달했던 주둔군 병력을 2017년에는 나토(NATO) 회원국들과 비슷한 수준인 1만 명 이하로 줄였다. 그러한 규모의 병력은 탈레반을 격퇴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로 공군력을 통해서 아프간 군대의 패퇴를 막으려는 의도였으며, 그렇게 해서 탈레반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계획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들은 그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의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성급하게 마무리를 지으려 서두르는 바람에 탈레반과 협상하려던 노력이 무산되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급하게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어찌나 절박했던지, 내전을 종식할 수 있는 명확한 계획은 고사하고 휴전에 대한 확실한 보장도 없이 미국이 철군한다는 터무니없는 조건을 받아들였던 것은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에 미군의 병력은 이미 2000명 이하로 축소되어 있었고, 나머지 병력도 5월 1일까지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한 합의를 고수할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그는 원래의 일정을 준수하길 거부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탈레반은 최종 협상안을 확실하게 이행하지 않았고, 아프간 정부와 선의의 협상을 하는 대신에 전장에서의 우위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다. 이는 미군의 철수를 중단하거나 되돌리기 위한 근거가 될 수도 있었다. 미국 내에서는 아프간에서의 전쟁을 빨리 마무리 지으라는 정치적인 압박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경솔하면서도 자의적인 시한을 스스로 설정해두고, 9.11 테러 20주년이 되기 전까지 이 전쟁을 끝내려고 노력했다. 아프간 정부는 본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랐을 정도로 빠르게 무너졌지만, 미국의 군부와 정치인들은 완전히 붕괴할 가능성은 아주 희미하다고 주장하며 너무나도 순진하게 낙관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프간 군대가 와해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며 정부가 무너질 가능성이 더욱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

그 결과, 적들을 억제하고 우방국들을 안심시켜주었던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미국의 정보력에는 결함이 있었고, 그들의 계획은 경직되어 있었으며, 지도자들은 변덕스러웠고, 동맹국들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었다. 이로써 나라 전역의 지하드 조직원들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것이며, 탈레반은 이 승리를 두고 신은 자기들 편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는 또한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적대적인 정부들에게는 위험한 선택을 조장하고, 미국의 우방국들을 우려하게 만들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때문에 중국과의 대결과 같은 더욱 시급한 문제들에 집중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철군을 옹호해왔다. 그러나 이처럼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떠남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문제들을 처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몰락 이후


이처럼 엉망으로 철군을 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아프간의 민간인들에 대해 져야할 의무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커져버렸다. 그들은 여성들의 처우와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탈레반에게 절제를 촉구할 수 있고, 그러한 영향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나라를 떠난 사람들에게는 인도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서방의 국가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아프간의 난민들을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하며, 아직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프가니스탄의 이웃 나라들이 잘 돌봐줄 수 있도록 넉넉하게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폭력적인 열성분자들이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박해받는 수많은 아프간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럽의 지도자들이 성급하게 선언하는 것은 미국의 어설픈 퇴각만큼이나 한탄스러울 일이다. 그러나 아프간 사람들을 도와줄 시간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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