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폴더블 전략을 이해하려면 30년 넘는
삼성의 모바일 변천사를 훑어보면 좋습니다. 삼성이 모바일 사업에 뛰어든 건 1984년 자동차폰 개발이 시작이었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맞춰 까만색 벽돌 모양 휴대폰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고, 1994년에는 애니콜(Anycall)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1995년 애니콜 품질 논란이 일자 고(故) 이건희 회장이 경북 구미 공장에서 15만 대의 휴대폰을 불태운 일화는 유명하죠. 그로부터 7년이 흐른 2002년 삼성전자는 이른바 이건희폰으로 불린 ‘애니콜 트루컬러’ 기종으로 처음 전 세계 1000만 대 판매 달성을 기록합니다.
2008년엔 전 세계를 뒤흔든 혁신이 등장합니다. 애플의 3G 아이폰입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터치스크린 기반의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는데요, 삼성도 질세라 이듬해인 2009년 옴니아(Omnia) 시리즈를 출시했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낮은 제품력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했죠. 2010년, 절치부심 끝에 마침내 탄생한 것이 갤럭시S 시리즈입니다. 내구성을 끌어 올린 갤럭시S2와 첫 갤럭시 노트를 출시한 2011년부터 삼성은 명실상부 스마트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인정받게 됩니다. 그리고 2019년 세계 최초의 5G폰인 갤럭시 S10 그리고
갤럭시 폴드를 선보이게 되죠.
전 세계 모바일 사업 관계자들의 이목이 삼성 폴드에 쏠렸습니다. 2018년 중국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세계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을 걸고
‘플렉스 파이’라는 기종을 공개했지만, 실용성 떨어지는 두께와 무게, 내구성으로 실망감이 컸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경험을 결합한 폴드는 얇은 두께와 내구성을 자랑했습니다. 여기에 3분할 화면 멀티태스킹, 6개의 전·후면 카메라를 선보여 갤럭시 이후 10여 년 만의 스마트폰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애니콜, 갤럭시S에 이은 신성장 동력의 등장이자, 애플의 카피캣(copycat) 혹은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에서 벗어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의 선언이었습니다.
여전히 높은 사과의 벽
삼성이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 이유는 간단합니다. 애플과 샤오미와의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새판 짜기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작년 4분기 아이폰12 흥행 여파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애플에
내줬습니다. 북미와 유럽에서 선전한 애플이 점유율 21퍼센트, 삼성이 16퍼센트를 기록했는데, 삼성이 세계 점유율 20퍼센트 미만을 기록한 건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갤럭시S21 조기 출시와 중저가대의 갤럭시 A 시리즈의 판매량 증가로 올해 1분기에 1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애플과의 경쟁에서 시장 점유율보다 더 취약점으로 부각되는 건 수익성입니다. 평균 판매 단가(ASP)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기준 삼성 스마트폰 ASP가 292달러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때 애플 ASP는
737달러였습니다. 다시 말해, 한 대를 팔았을 때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남기는 건데 삼성으로서는 점유율에서 차이가 작거나 오히려 뒤지면 수익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고 제조를 대만 업체에 전부 맡기는 애플과 달리 삼성은 중저가 모델 등 라인업이 다양하고 생산까지 직접 도맡아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글로벌 스마트폰 이익 점유율만 놓고 보면 지난해 기준 애플이 79.7퍼센트, 삼성이 15.7퍼센트로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최근 애플의 행보도 심상치 않습니다. 신제품 1차 출시국에서 한국을 제외하거나 미흡한 AS 정책으로 이른바 ‘코리아 패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던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한 LG와 손잡은 건데요, 지난 7월 국내 LG 스마트폰 사용자에 한해 아이폰으로 갈아타면 중고 보상가에다가 추가로 최대 2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북미까지 대상 지역이 확대됐지만, 당시로써는 타사 스마트폰에 추가 보상하는 건 전 세계에서 한국이 최초였습니다. 또 LG전자 베스트샵에서 아이폰, 맥북 등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가 하면 내년 초
애플스토어 3호점도 추가 오픈할 계획이죠. LG전자 철수로 공백이 생긴 한국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무섭게 턱밑 추격하는 좁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