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야 산다

8월 25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지금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 애플, 샤오미의 삼파전이다. 애플과의 수익성 경쟁, 샤오미와의 가성비 경쟁에서 삼성은 필승 전략으로 폴더블폰을 택했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7만전자’로 주저앉아 시름하던 570만 삼성전자 주주들에게 간만에 호재가 들려옵니다. 지난 8월 11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21’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갤럭시 Z 폴드3와 플립3의 역대급 흥행 예고입니다. 5일간 진행한 사전 예약이 이틀 전 마감됐는데 업계에서는 이 기간에 최소 60만 대에서 최대 80만 대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판매 기종이 두 대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직전 폴더블(foldable) 모델인 갤럭시 Z 폴드2의 사전 예약 판매량 8만 대와 비교해 괄목할 만한 수준입니다. 이 두 모델의 목표 판매량은 700만 대입니다. #갤럭시 Z 폴드3, 플립3 체험하기(모바일 전용)

눈여겨볼 건 기존에 아이폰 선호도가 높았던 젊은 층과 여성층이 반응했다는 겁니다. 이들은 그동안 갤럭시를 사용하면 왠지 ‘힙(hip)’하지 않고 트렌드세터(trendsetter)에서 밀려나는 것 같다고 말해왔죠. 수치로도 증명된 부분입니다. 지난 6월 한국갤럽 조사 결과 40대와 50대의 각각 79퍼센트, 77퍼센트가 갤럭시 사용자였던 반면 20대와 30대는 각각 52퍼센트, 43퍼센트가 아이폰을 선택했죠. 그런데 24일 SK텔레콤이 발표한 사전 예약자 정보에 따르면 플립3의 경우 25세 이상 45세 이하 여성 고객이 35퍼센트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삼성의 다음 전략은 기존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차지하던 자리를 폴더블폰으로 전면 교체한다는 겁니다. 즉, 폴더블의 대중화입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상반기에 갤럭시 S 신작을, 하반기에 노트 신작을 발표해 왔는데 올 하반기 출시 명단에 노트는 없습니다. 대신 노트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S펜’을 폴드3에 탑재했죠. 지난해부터 돌던 노트 단종설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내년엔 신작 노트를 출시해 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이 시점에 삼성전자는 왜 폴더블에 승부수를 띄우는 걸까요? 야심의 폴더블 대중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자동차폰(Car Phone)에서 접어 쓰는 스마트폰까지

삼성 갤럭시 언팩 2021 하이라이트 영상 ©Samsung
삼성전자의 폴더블 전략을 이해하려면 30년 넘는 삼성의 모바일 변천사를 훑어보면 좋습니다. 삼성이 모바일 사업에 뛰어든 건 1984년 자동차폰 개발이 시작이었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맞춰 까만색 벽돌 모양 휴대폰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고, 1994년에는 애니콜(Anycall)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1995년 애니콜 품질 논란이 일자 고(故) 이건희 회장이 경북 구미 공장에서 15만 대의 휴대폰을 불태운 일화는 유명하죠. 그로부터 7년이 흐른 2002년 삼성전자는 이른바 이건희폰으로 불린 ‘애니콜 트루컬러’ 기종으로 처음 전 세계 1000만 대 판매 달성을 기록합니다.

2008년엔 전 세계를 뒤흔든 혁신이 등장합니다. 애플의 3G 아이폰입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터치스크린 기반의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는데요, 삼성도 질세라 이듬해인 2009년 옴니아(Omnia) 시리즈를 출시했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낮은 제품력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했죠. 2010년, 절치부심 끝에 마침내 탄생한 것이 갤럭시S 시리즈입니다. 내구성을 끌어 올린 갤럭시S2와 첫 갤럭시 노트를 출시한 2011년부터 삼성은 명실상부 스마트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인정받게 됩니다. 그리고 2019년 세계 최초의 5G폰인 갤럭시 S10 그리고 갤럭시 폴드를 선보이게 되죠.

전 세계 모바일 사업 관계자들의 이목이 삼성 폴드에 쏠렸습니다. 2018년 중국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세계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을 걸고 ‘플렉스 파이’라는 기종을 공개했지만, 실용성 떨어지는 두께와 무게, 내구성으로 실망감이 컸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경험을 결합한 폴드는 얇은 두께와 내구성을 자랑했습니다. 여기에 3분할 화면 멀티태스킹, 6개의 전·후면 카메라를 선보여 갤럭시 이후 10여 년 만의 스마트폰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애니콜, 갤럭시S에 이은 신성장 동력의 등장이자, 애플의 카피캣(copycat) 혹은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에서 벗어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의 선언이었습니다.
 

 여전히 높은 사과의 벽


삼성이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 이유는 간단합니다. 애플과 샤오미와의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새판 짜기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작년 4분기 아이폰12 흥행 여파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애플에 내줬습니다. 북미와 유럽에서 선전한 애플이 점유율 21퍼센트, 삼성이 16퍼센트를 기록했는데, 삼성이 세계 점유율 20퍼센트 미만을 기록한 건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갤럭시S21 조기 출시와 중저가대의 갤럭시 A 시리즈의 판매량 증가로 올해 1분기에 1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애플과의 경쟁에서 시장 점유율보다 더 취약점으로 부각되는 건 수익성입니다. 평균 판매 단가(ASP)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기준 삼성 스마트폰 ASP가 292달러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때 애플 ASP는 737달러였습니다. 다시 말해, 한 대를 팔았을 때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남기는 건데 삼성으로서는 점유율에서 차이가 작거나 오히려 뒤지면 수익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고 제조를 대만 업체에 전부 맡기는 애플과 달리 삼성은 중저가 모델 등 라인업이 다양하고 생산까지 직접 도맡아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글로벌 스마트폰 이익 점유율만 놓고 보면 지난해 기준 애플이 79.7퍼센트, 삼성이 15.7퍼센트로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최근 애플의 행보도 심상치 않습니다. 신제품 1차 출시국에서 한국을 제외하거나 미흡한 AS 정책으로 이른바 ‘코리아 패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던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한 LG와 손잡은 건데요, 지난 7월 국내 LG 스마트폰 사용자에 한해 아이폰으로 갈아타면 중고 보상가에다가 추가로 최대 2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북미까지 대상 지역이 확대됐지만, 당시로써는 타사 스마트폰에 추가 보상하는 건 전 세계에서 한국이 최초였습니다. 또 LG전자 베스트샵에서 아이폰, 맥북 등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가 하면 내년 초 애플스토어 3호점도 추가 오픈할 계획이죠. LG전자 철수로 공백이 생긴 한국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무섭게 턱밑 추격하는 좁쌀

샤오미 올 2분기 실적 관련 보도 ©JTBC News
가장 최근 삼성에 칼끝을 겨누는 건 애플이 아닌 샤오미입니다. 이제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습니다. 올해 2분기 샤오미는 처음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2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5월 샤오미 5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올 2분기에 애플을 넘어 세계 2위 자리에 올라서겠다던 루 웨이빙 샤오미 부사장의 예언이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샤오미는 화웨이에 밀려 세계 3~4위에 그쳤는데, 미국이 화웨이에 반도체 수출 금지 명령을 내리며 제재를 가하자 그 자리를 빠르게 꿰찬 덕입니다.

샤오미의 공공연한 목표는 타도 삼성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파는 회사가 되겠다는 건데요, ‘설마 그것까지는’이라고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8월 6일 올해 6월 기준 샤오미가 17.1퍼센트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 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기간 15.7퍼센트를 차지한 삼성보다 1.4퍼센트 포인트 앞선 거죠. 전문가들은 삼성의 중저가 주력 모델인 갤럭시 A 시리즈의 생산 거점인 베트남에 코로나19가 확산해 생산량이 감소한 탓으로 분석하고 샤오미의 1위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지만, 좁쌀이라는 뜻의 샤오미는 결코 무시할 대상이 아닙니다.

삼성도, 애플도 샤오미에 대적하기 어려운 게 하나 있기 때문인데요, 극강의 가성비입니다. 우리나라에서야 국민 정서상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애플보다 75퍼센트 저렴한 ASP를 무기로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카날리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샤오미의 남미, 아프리카 지역 성장률은 각각 300퍼센트, 150퍼센트였습니다. 전체 시장으로 놓고 봐도 전년 동기 대비 삼성전자가 15퍼센트, 애플이 1퍼센트 성장하는 동안 샤오미는 무려 83퍼센트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한때 ‘대륙의 실수’라 불렸던 샤오미가 알고 보니 ‘대륙의 실력’이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폼 팩터 대전환은 일어날 것인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에서 판매량이 월등한 애플, 중저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가성비로 중무장한 샤오미. 그 어느 곳 하나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삼성전자가 블루오션인 폴더블 시장을 개척해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2007년 신년사에서 “독창적인 제품과 사업 개발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성장 엔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건희 회장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인 셈입니다.

일단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둘러싼 전망 자체는 긍정적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이 900만대에 이르고 이중 삼성이 88퍼센트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앞으로 2년 안에 시장 전체 규모가 10배 가까이 커지고 경쟁 업체의 진입에도 삼성이 75퍼센트의 점유율을 지켜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애플이 본격적으로 폴더블폰 시장에 진출하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죠.

하지만 견제해야 할 착시 효과는 분명 있습니다. 시장 확대로 인한 선점 효과를 기대하기에 여전히 폴더블 시장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많이 잡아야 10퍼센트 남짓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또 폼 팩터(form factor) 측면에서도 물음표는 붙습니다. 폼 팩터란 제품의 외형이나 크기 등 고정적으로 구조화된 형태를 의미하는데요, 삼성이 승부수로 띄운 폴더블로 정말 폼 팩터 대전환이 일어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겁니다. 우리는 이미 바(bar)형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있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비싼 돈을 주고 스마트폰을 접어야 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입니다. 잠깐의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폴더블폰 대중화를 위해서는 접는 것 이상으로 사람들을 만족시킬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 필수적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삼성전자 폴더블폰 사업의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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