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아트플랫폼

9월 1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아트테크 대중화의 원년인 2021년, 아트 플랫폼 ‘TESSA’와 ‘BGA’는 어떻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아트테크를 혁신하고 있나.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금 ‘아트테크(Art-Tech)’를 하고 계신가요? 미술로 재테크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2021년은 아트테크 대중화의 원년입니다. MZ 세대가 아트테크 열풍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명 연예인의 미술품 수집이 힙한 취미 생활로 주목받는 모습도 아트테크 대중화의 한 사례입니다. 예술을 사고 파는 행위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일상에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불과 1~2년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사실 미술계는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분야입니다. 대중의 미술 콘텐츠 소비의 가장 큰 축인 전시회 관람이 제한되었으니까요. 코로나 사태 이후 미술관은 구호와 지원의 대상이었으며 누구도 얼마 뒤 미술 시장이 유래 없는 호황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최근 미술을 향한 관심의 증가는 대중의 열렬한 미술 애호에서만 비롯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예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 전환과 환경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우선 예술 작품을 취향 안에서 거리낌 없이 즐기고, 자기표현의 대리물로 편리하게 사용하는 젊은 세대가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대체 투자 수단으로서 미술이 갖는 장점에 주목했죠. 여기에 인테리어 시장 활성화, 온라인 투자 수요 증가 등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사회상은 예술 시장에 전에 없던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2021년은 아트테크 원년 


그런 의미에서 2021년은 아트테크 대중화의 원년이라 불리게 될 것입니다.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아트페어에는 4일간 8만 명의 관객이 다녀갔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공포를 뚫고 말이죠. 아트페어 측이 발표한 미술품 판매 금액은 역대 최고인 350억 원입니다. 2020년 부산 아트페어 방문객은 5만 명, 판매액 60억 원이었습니다. 불과 1년 사이에 5배 가까이 판매액이 증가한 셈입니다. 전체 미술 작품 거래액 수치는 더욱 놀랍습니다. 한국미술사가감정협회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미술 작품 거래액이 490억 원이었는데 올 상반기 거래액은 1438억 원에 달했습니다. 3배 가까이 폭증한 겁니다. 

나아가 이제 예술은 쇼핑의 대상이 됐습니다. 롯데는 백화점 내에서 현대 미술 거장의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아트 롯데’ 서비스를 선보이며 공격적으로 아트테크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인터네셔널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작품들을 럭셔리 가구나 명품 가방과 같은 선상에서 대중에 소개하고 팝니다.

그림 사는 데 갤러리면 어떻고 백화점이면 어떻냐고 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MZ 세대 이전의 사람들에게 예술은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더 엄숙하고 권위 있는 무엇이었습니다.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의 변화를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고, 순수한 예술 감상이 아니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미술을 둘러싼 엄숙주의가 지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미술 대중화는 시대의 숙제, 사명인 것이죠. 우리 시대에 미술은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누구든 자신의 작품을 떳떳하게 선보일 수 있는 볼거리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미술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연예인의 작품이 고가에 거래되는 등 크고 작은 잡음들도 일어납니다. 이것이 예술의 대중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동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혁신은 갈등과 충돌을 수반하니까요. 다행히도 미술계는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소비자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추는 체질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예술이 새로운 대중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접점을 만들어 주는 두 아트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술품 분할 소유 서비스의 대중화, TESSA

©TESSA
미술품 분할 소유 플랫폼이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한 작품의 권리를 수백에서 수천 개까지 잘게 나누어 다수의 대중이 소액으로 그 권리를 소유하는 것입니다. 투자에 눈을 뜬 MZ세대가 주목하는 대체 투자 방식입니다.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과 주식으로 치면 우량주라 할 수 있는 블루칩 미술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온오프라인 아트 플랫폼 스타트업 테사(TESSA)입니다. 테사는 미술품 분할 소유의 개념이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2019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서비스 가입자는 2020년 11월 기준 4000명에서 2021년 8월 2만3000명을 넘어섰습니다. 가입자 중 60~70퍼센트는 20~30대 MZ 세대입니다. 최근 이 플랫폼은 뱅크시의 작품 두 점을 공동구매 방식으로 판매했습니다. 7억5000만 원에 달하는 해당 작품의 지분이 오픈된 지 25분 만에 모두 팔렸습니다. 2143명의 일반 시민이 무려 ‘뱅크시’의 그림을 소유하게 된 것입니다.

소량의 지분이지만 데미안 허스트, 앤디 워홀 같은 작가의 작품이 내 자산이 된다는 건 획기적인 경험일 것입니다. 작품 실물을 직접 소유할 수는 없지만 테사의 오프라인 전시관에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미술품 구매 방식과 너무나 다르면서도 수익성이 보장된 투자라는 점에서 각광 받는 서비스라 할 수 있습니다.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만큼 향후 더 많은 고객을 불러 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투자가 더욱 활성화되면 구매할 수 있는 작품의 수와 규모도 커질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대형 전시에서나 볼 수 있던 고흐, 렘브란트의 그림을 테사 아트 플랫폼을 통해 구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수백 억에 달하는 유명 작품의 지분을 소유하게 되는 건 예전에는 꿈에 불과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동 구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구매한 작품들을 모아 전시를 열어 부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좋은 면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서비스가 세계적인 유행이 되고 컬렉터들 간에 그림 구입 경쟁이 심해지면 필연적으로 인기 작품의 가격이 상승할 것입니다. 전반적인 시장 과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은 다시 손에 닿지 않는 고가의 천상 세계로 넘어가겠지요. 또한 모방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투자 손실을 입히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아트 플랫폼 사업은 전망이 밝긴 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분할 소유 방식의 아트테크 열풍은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테사와 같은 아트 플랫폼이 주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미술에 관심이 없던 대중에게도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죠. 이러한 공동 구매 플랫폼이 MZ세대를 미술 산업에 끌어들이고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일 겁니다. 또한 대체 투자의 투자처로서 미술품보다 좋은 곳은 잘 떠오르지 않기도 합니다. 다만, 아트테크에 뛰어드는 대중이 많아지는 만큼 미술 본연의 가치를 떼어 놓고 온전히 투자 목적으로만 미술을 대하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술의 가치 알리며 대중과 소통하는 아트플랫폼, BGA

아트테크 열풍 속에서 미술 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누군가는 계속해서 미술의 가치와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그러한 전달자로서 ‘백그라운드 아트웍스(이하 BGA)’는 지금의 미술 시장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BGA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매일 밤 11시에 한 점의 그림과 에세이 형식의 글을 제공합니다. 에세이는 단순히 그림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촉발시킨 시적 단상을 유려한 문장 안에 담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림을 다시 보고 자신의 일상에 빗대어 사색하게 만듭니다. 연관이 없는 것 같은 이야기가 오히려 작품과 대중을 연결해줍니다.

예를 들어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유명한 그림 ‘거울 속 막달리나’ 옆에는 문화연구가 이하림의 ‘꿈에서 만나요’라는 글이 실려 있습니다. 한 페이지 남짓한 에세이의 마지막 문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낮이 가로막은 것보다 멀리멀리 걸어서 여자는 다시 밤의 책상 앞에 앉는다. 그리고 적는다. “어젯밤에는 당신 꿈을 꿨어요.”
©BGA

BGA가 제공하는 그림은 우리가 익히 아는 명화들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현대 미술 작가의 작품들은 물론 이름도 생소한 동시대 예술가의 그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아트테크 열풍이 불고 미술품 거래액이 수십 배 증가한다고 해서 그만큼 일반 대중과 예술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BGA가 시도하는 아트 스토리텔링은 어느 미술관에서 불쑥 만났더라면 무지와 오해로 거리감만 갖게 되었을 예술 작품을 다시 보게 해줍니다. 그림에 스며든 작가의 정신과 교감하게 합니다.

그게 가능한 것은 예술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우리가 그동안 교육받고 주입해 온 것과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BGA의 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예술 작품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 깨닫고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BGA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핵심 가치입니다. 그림에 내포된 문제의식이 내 일상의 고민과 다르지 않다는 것, 그래서 예술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거라고 말해 주는 것이야말로 이 서비스의 본질입니다. 그런 점에서 BGA는 미술의 대중화라는 과제를 풀어내는 데 가장 진정성 있게 도전하는 아트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미술 시장의 건강한 성장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유입되는 외적 성장과 더불어 작품을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사이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공존할 때 가능합니다. 그럴 때 예술가는 대중의 공감과 응원 속에 더 나은 작품을 만들고, 대중은 그런 작품을 알아보고 소유하고 향유하는 안목을 갖게 됩니다. 어찌 보면 전혀 다른 결로 느껴지는 두 아트 플랫폼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미술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아트테크 열풍은 이제 막 시작점에 있습니다. 미술품 소장의 대중화를 이끄는 테사와 미술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백그라운드 아트웍스이라는 2개의 아트 플랫폼은 아트테크의 서로 다른 진화 방향을 보여줍니다. 대중화되기 시작한 한국의 아트테크가 시장성과 진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요.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아트테크 열풍 속에서 새롭게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아트 플랫폼의 활약을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가장 상업적이고 가장 예술적인 아티스트, 뱅크시,〈예술은 아무나 하나〉와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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