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쿡은 어떻게 잡스를 능가했나
1화

애플은 지나간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애플의 향후 10년, 팀 쿡은 기술과 세계화의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애플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최고라는 단어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5000억 달러로 세계 최고이다. 이러한 시가총액의 80퍼센트 이상은 팀 쿡(Tim Cook) 체제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주주들에게 이 만큼의 압도적인 가치를 창출한 CEO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번 주에 취임 10주년을 맞는 그는 흐뭇하게 뒤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애플의 공동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모방하는 대신에, 그의 유산을 이어 받아서 더욱 멋지고 거대하게 만들었다. 그가 거둔 성공의 상당 부분은 애플 특유의 혁신과 브랜드의 명성을 유지함으로써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쿡은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 개방적이며 세계화 된 자본주의의 시대를 최대한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최소한 5년 이상은 더 회사를 책임질 계획이다. 애플 역사의 다음 장은 그가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다른 거대 기술기업들의 기준으로 봐도, 애플은 상당히 특별하다. 일단은 1977년에 설립되었기 때문에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리고 주력 제품이 하드웨어이다. 또한 창업자들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이 알파벳이나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텐센트보다도 더 높은 글로벌 기업이다. 쿡의 관리 아래, 애플은 네 가지의 트렌드를 적극 활용했다. 하나는 글로벌 공급망이다. 그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부품을 들여오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다음 달에 아이폰 13의 출시를 앞두고 온 힘을 다해 가동되고 있는데, 이 신제품의 예상 판매량은 9000만 대이다. 애플은 중국의 노동자들을 활용하는 건 물론이고, 중국의 소비자들로부터 거액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두 번째 트렌드이다. 중국에서 거두는 연간 매출액은 10년 전에 비해서 대략 네 배가 뛰어 6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그 어떤 서방의 기업들보다도 많은 액수이다.

애플이 적극 활용했던 세 번째 트렌드는 각국 정부가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던 시대적인 상황이었다. 휴대전화 산업은 잔혹하기 그지없었으며(블랙베리의 부흥과 나락을 떠올려 보라), 저가의 전화기를 둘러싼 경쟁은 여전히 매우 치열함에도 불구하고, 고급 위주의 애플은 미국에서의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이 60퍼센트 이상이며 운영체제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을 정도로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그들은 기술계의 라이벌 대기업들과 경쟁을 하기 보다는 구글을 아이폰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해주는 대신에 거액의 비용을 받는 등 일종의 카르텔과도 같은 아늑함을 누려왔다. 마지막 네 번째 트렌드는 절세이다. 현행 법률로 위법은 아니지만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덕분에, 애플이 지난 10년 동안 현금으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납부한 세금은 세전 수익 대비 평균 17퍼센트에 불과했다.
애플 시가총액, 단위: 1조 달러 2011년, 팀 쿡 CEO 취임
그러나 이러한 네 가지 트렌드는 점점 더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첫째, 지정학적인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다. 둘째, 시진핑 주석의 권위주의적인 정책들이 전 세계 매출에서 18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매력적인 중국 소비자들에 대한 기대감을 약화시키고 있다.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시진핑의 새로운 슬로건은 기업의 이윤을 줄이려는 열망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 셋째, 서방의 독점규제 당국들이 구글과 애플을 포함하여 기술 대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다. 참고로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의 제작사인 에픽게임즈(Epic Games)는 애플의 앱스토어가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했다며 고소했다. 넷째, 올해 OECD가 중재한 협정에 의해 다국적 기업들에게 점차 더욱 많은 세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쿡의 계획은 정확히 무엇일까? 그의 업적들 중 하나는 애플의 신비주의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는 애플이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덕분에 투자수익을 거두고는 있지만, 이 회사의 전략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그래도 몇 가지는 확실하다.

애플은 세금을 덜 내기 위한 방법을 찾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세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는 사용자들은 10억 명이 넘는데,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러한 구독자 기반으로의 전환을 지속할 것이다. (구독 기반의 서비스는 이미 애플의 전체 매출액에서 21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여전히 아름다운 디자인과 나무랄 데 없는 제품으로 유명하지만, 그들은 또한 위험하면서도 제멋대로인 디지털 영역에서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 많은 수수료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폰을 보완해서 애플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는 차세대의 하드웨어를 계속해서 개발하려고 노력할 텐데, 예를 들자면 아이글래스(안경)나 아이카(자동차)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골치 아픈 두 가지의 문제에 대해서 쿡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애플이 고정자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2012년에 38퍼센트였던 미국 내 비유동 자산의 비율이 현재는 70퍼센트로 높아지긴 했지만, 칩 제조사인 TSMC를 비롯한 주요 공급업체들은 미국에서 생산시설을 가동하는 것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심화되거나 애플과 베이징 사이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쿡은 중국을 버려야 할 수도 있으며, 이는 애플의 이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무역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반독점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애플이 서비스 부문으로의 전환을 가속화 한다면, 기술 기업들 사이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애플은 올해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문제로 페이스북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갈등이 검색이나, 전자상거래,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확대된다면, 지금까지 그들이 누리던 기술 기업들과의 안락한 공생관계도 결국은 와해될 것이다. CEO로서 팀 쿡의 남은 임기가 지난 10년만큼 화려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앞으로 이뤄질 그의 결정들은 여전히 매우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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