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왜 브로토피아가 됐나

9월 2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뒤틀린 남성 중심 문화가 어떻게 탁월한 기업 조직을 타락한 또래 집단으로 전락시켰는지 보여준다. 특정 집단이 과대 대표되면 조직 내부의 다양성이 상실된다. 폭력이 정당화된다. 부패가 시작된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사진: Blizzard Inc.
지난 7월 20일,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직장 내 성차별, 성희롱, 그에 대한 방조와 직원에 대한 보복, 그리고 임금 차별 등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기관인 공정 고용 주택국(DFEH)이 2년에 걸쳐 조사한 내용은 21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한 직원의 죽음과 관련된 내용이 크게 화제가 되었고, 소가 제기된 다음 날부터 미국의 언론들은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룸버그 로》의 22일 자 기사에서는 소장의 일부 내용이 소개되며 충격을 더했습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측은 즉각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소가 제기된 다음 날, 그들은 공식 성명을 통해 “DFEH의 조사에는 블리자드의 과거에 대한 왜곡된 설명과 허위 진술이 포함되어 있다”며, 오히려 직원의 비극적인 자살을 소송에 끌어들이는 것에 유감을 표했죠. 마치 자신들이 관료주의의 피해자인 듯한 뉘앙스였습니다. 하지만,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전·현직 직원 2000여 명이 소송과 관련한 회사의 공식 성명에 대해 비판하는 내부 성명을 내며 사건은 본격화되었고, 직원들은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발표를 앞둔 게임의 출시와 기존에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업데이트는 멈추었고,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그야말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소송타임라인

이 사건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비단 액티비전 블리자드뿐 아니라, 앞서 유비소프트와 라이엇 게임즈에서도 성 추문이 있었고, 실리콘밸리의 남성 중심적 문화에 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죠. 그런데도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성 추문 사태는 횡행하는 문제의 종합판이자 사안의 심각성, 묵혀온 정도가 지나칩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가는 사건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며 7월 23일을 기점으로 크게 하향하고 있으며, 사건 발표 후 2주 동안의 하락 폭은 13%에 달합니다. 세계적인 게임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추락은 비슷한 문제를 묵과하고 있을지도 모를 많은 기업에 침몰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뒤틀린 락 스타들

Best of BlizzCon: Top BlizzCon Surprises ©Blizzard Entertainment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훨씬 심각합니다. 소장과 전·현직자의 진술 내용에 따라 밝혀진 내용은 전근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문화에 관한 관심이 높은 요즘에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일들입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에서 여직원들은 임신 가능성 때문에 승진이 가로막혔으며, 가뜩이나 블리자드의 명성 때문에 일하는 대가로 저임금을 요구당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여성들에게는 더욱 심했다고 합니다. 남직원들은 업무 시간에 게임을 하며 업무를 여직원들에게 떠넘기기도 했다고 하죠. 여직원을 위해 만들어진 수유실에는 자물쇠가 없어 남성이 마음대로 들어와 수유 장면을 쳐다보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회의실로 써야 한다며 내쫓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여성 혐오와 차별적인 언사는 경영진과 일반 직원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났습니다. 성추행과 성희롱은 사내에 빈번했으며, 남직원들은 사내 행사나 ‘블리즈컨(블리자드의 대표적인 외부 행사)’에서 여성들을 공공연히 성적 대상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남직원들 역시 고위 관리자에 의해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이나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HR에 성추행 사실을 제보할 경우 부서 이동이나 정직 등 직·간접적인 보복 조치를 당했습니다. 심지어 여직원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여 이를 견디거나 묵과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습니다. 상사와 함께 출장을 나갔던 한 여성이 상사와의 성적인 관계 때문에 출장지에서 자살했는데, 그녀가 자살하기 전 남직원들이 사내 파티에서 그녀의 나체 사진을 돌려보았다는 겁니다.[1] 

게임계에서 유명한 저널리스트이자 현 《블룸버그》기자인 제이슨 슈라이어는 “블리자드가 게임 개발자들을 락스타로 만들었으며, 부정이 시작되었다”는 기사를 통해 블리자드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진단하였습니다. 그가 고발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나 근 몇 년간의 단기적인 현상이 아닌 회사의 역사와 함께해온 해묵은 고질병에 가깝습니다. 창립자인 마이크 모하임이 있던 시절, 마치 ‘너드(nerd)’의 모임 같던 회사의 분위기는, 사내 연애와 결혼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속에서 여직원들을 마치 ‘그루피(Groupie)’처럼 취급하는 문화로 변모하였다는 것입니다.

위 기사에 따르면, 블리자드의 전 직원은 이른바 ‘락 스타(Rock Star)’ 멘탈리티로 가득 차 있다고 합니다. 과거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만 열중했던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연이은 클래식 게임을 내놓으며 업계에서 꿈의 직장으로 통했습니다. 개발자들은 점점 성공에 도취해갔죠. 블리자드 게임을 사랑해서 모여든 능력 있는 직원들을 저임금과 성적 괴롭힘으로 착취하고, 블리자드의 수익성이 악화하여 어쩔 수 없이 합병하게 된 액티비전 역시 문제를 쉬쉬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슈라이어의 기사와 이어지는 폭로 속의 그들은 성차별이 만연한 ‘프랫 보이(Frat Boy)’ 문화에 찌든 뒤틀린 락 스타였습니다.
 

블리자드 너마저

©Игорь Головнёв via Adobe Stock
블리자드가 유독 팬들에게 더욱 거세게 비난받는 이유도 있습니다. 먼저 액티비전은 앞서 언급한대로 블리자드가 경영 위기를 겪을 때 블리자드와 합병한 기업입니다. 블리자드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실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을 정도로 게임사 길이 남을 명작을 다수 발표해온 기업이고, 이들을 둘러싼 그간의 논란은 블리자드를 거쳐온 굵직한 개발자들에 대한 신뢰와 블리자드 게임의 완성도로 다소 묻혀온 감이 있습니다. 만약 이번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이 액티비전과의 합병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였다면, 블리자드의 팬들은 블리자드를 두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소송전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은 액티비전이 아닌, 게이머가 열광하던 블리자드 팀에 있었습니다. 팬들의 실망은 엄청났죠.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다른 게임 회사보다는 다소 늦지만 그래도 다양성을 존중하고 성적 편향성을 줄이고자 노력하기 시작한 블리자드가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는 실망감입니다. 앞서 블리자드는 ‘오버워치’라는 게임을 발매하며, 캐릭터의 성적 대상화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고, 오버워치의 마스코트 캐릭터인 트레이서는 코믹스에서 ‘성 소수자’라는 설정을 추가했습니다. 성별 선택이 불가했던 ‘디아블로2’와 달리, ‘디아블로3’부터는 캐릭터의 성별 선택도 가능해졌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실바나스’라는 여성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와 설정이 어떻게 보면 해당 진영에 맞지 않게 억지 묘사되어 과도한 PC주의라는 지적이 있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실바나스 이야기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나올 당시, 이를 총괄하던 디렉터는 ‘알렉스 아프라샤비’였는데요, 그는 이번 액티비전 블리자드 성 추문 사태의 주요 가해자인 인물입니다. 겉으로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듯 보였던 알렉스의 이중성에 블리자드 팬들의 실망은 극에 달했습니다.  피해자들과 전직 직원들의 진술 상, 사태를 방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전설적인 총괄 디렉터나 대표들 역시 비난받고 있고, 최근까지 블리자드 사장이었던 J. 알렌 브랙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해임되었습니다. 오버워치의 ‘맥크리’ 캐릭터 이름의 실제 모델이 된 인물은 블리자드 내 성차별 이슈를 일으킨 단톡방의 멤버로 밝혀져 오버워치는 트위터를 통해 해당 캐릭터의 이름을 삭제한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죠. 늘 명작을 출시하고, 다양성까지 존중하던 블리자드의 ‘선택적 올바름’ 대한 팬들의 실망은 더 클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최근에는 뉴욕의 방역 영웅이라 불리던 ‘마이클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성추행으로 논란이 되어 사퇴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민주당의 잔뼈 굵은 정치인으로,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사위이기도 합니다. 평소 동성 결혼을 지지하고 낙태에 찬성하며, 성평등과 LGBTQ+의 권익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던 그였기에 그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일부 보수 여론은 이러한 앤드루의 행적을 두고 진보 진영의 이중성에 대해 공격하기도 하지만, 이는 인과가 잘못된 비난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 오래된 남성 중심적 문화와 가치관에 있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와 브로토피아

브로토피아 저자 에밀리 창 인터뷰 ©Business Insider
지난 2018년, 방송 프로듀서이자 진행자, 언론인인 에밀리 창은 《브로토피아》라는 책에서 실리콘밸리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적 문란을 고발한 바 있습니다. 위의 동영상은 책 발매에 따른 인터뷰 영상입니다. 사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같은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오렌지 카운티의 연안가인 어바인에 위치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와는 물리적인 거리가 있죠. 하지만 어바인 역시 미국 내에서 대표적인 기업형의 도시이며 각종 IT기업과 벤쳐가 숱하게 창업하고 무너지는 곳입니다.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문화를 향유하고 있죠.

위 책은 실리콘밸리에서 능력주의, 너드로 대표되는 남성상에 대한 선호, 쾌락을 좇고 승리에 도취한 ‘브로 컬쳐(Bro Culture)’가 여성을 배제하고 성차별을 조장하며, 기술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을 제한했다고 주장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란한 사건들과 과격한 기업 문화를 조명하며, 그런데도 이들이 마치 세상을 더 좋은 것으로 바꿀 것처럼, 허울 좋은 구호를 외치는 것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즉, 실리콘밸리는 남성 중심적 성향이 비뚤게 발현된 그들만의 ‘브로토피아’라는 것이죠.

비단 성별 문제뿐 아니라, 실리콘밸리에서 아시아인은 절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 규모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의미의 ‘뱀부 실링(Bamboo Ceiling)’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최근 ‘몰로코(MOLOCO)’와 같은 기업이 이를 뚫어내며 타이거 글로벌로부터 한화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를 받은 사례가 크게 조명되었는데, 이는 실리콘밸리에서 아시아인의 성공이 얼마나 드문 사례인지 알 수 있는 예시이지요. 많은 사람이 실리콘밸리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사례들로 반추해볼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모습에는 편견과 독선이 가득합니다.

이번 액티비전 블리자드 성 추문을 보도한 대부분의 매체에서 주목한 단어는 앞서 설명한 브로 컬쳐와 더불어 ‘프랫 보이 컬쳐(Frat boy Culture)’입니다. 《동아일보》 정미경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영어에는 ‘Frat boy vs Choir boy’라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전자는 부유하고 자유분방한 명문대 출신, 후자는 신앙심이 깊고 사회 규율을 잘 따르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프랫’이라는 단어는 미국의 사교클럽인 ‘Fraternity’에서 따온 말이죠. 프랫 보이의 예시는 미국의 고전인 《호밀밭의 파수꾼》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와 갈등을 빚는 ‘스트라드레이터’라는 인물은 홀든의 기숙사 룸메이트로 여성 편력이 있고 속물적이며 홀든에게 남성성을 강요하는 인물로 그려지죠.

실제 사례를 출간한 책도 있습니다. 다트머스 대학 내 남학생 사교 모임인 ‘시그마 알파 엡실론’의 회원이었던 앤드류 로스의 책인데요, 2014년에 발간된 《프랫 보이의 고백》입니다. 흔히 할리퀸 로맨스 등에서 그려지는 미국의 과격한 졸업식 파티(Prom)나 대학 파티 이상으로, 프랫 보이 문화는 가학적이고 엽기적입니다. 이 책에 다뤄진 내용을 보면 마치 군대 내에서 문제가 되었던 가혹 행위나 성범죄를 연상케 합니다. 다시 돌아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사태를 생각해보면, 블리자드의 성공 신화가 실리콘밸리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결부하여 이른바 ‘락 스타’에 비견되는 스타 개발자를 탄생시켰고, 이들이 조장한 프랫 보이 컬쳐 속에서 이에 동조하지 않은 수많은 임직원이 고통받아온 것입니다. 폭로하려는 이들에 대한 협박과 보복 조치를 동반한 채 말이죠.
 

사각지대를 없애라

#ActiBlizzWalkout ©Allen J. Schaben / Los Angeles Times via Getty Images
#ActiBlizzWalkout. 피해자들과 지지자들은 이 해시태그를 달고 시위에 나섰습니다. 이번 액티비전 블리자드 사태의 심각성만큼이나 시위는 격화되고 있고, 비슷한 일을 겪은 유비소프트의 직원들은 연대를 표명했습니다. 서론에서 21세기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곤 믿기지 않는다는 표현이 무색하게, 지금도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문화가 어느 조직 내에서 횡행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임에도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하고 있고, 이것이 개인의 수준이 아닌 사회의 각 분야에서 조직적인 형태로 드러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앞서 제이슨 슈라이어가 기사를 통해 밝힌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성비는 1대 4였습니다.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이죠. 물론 어떤 직업군의 성비를 거론하는 것은 다분히 논쟁적입니다만, 본 사건의 본질은 실리콘밸리와 근방의 남성 중심적인 기업 문화에서 기인합니다. 만약 다양성을 위해 여성의 고용을 장려하거나 그들의 안정적인 근무를 위해 노력했다면, 프랫 보이 문화는 금세 깨져버렸을지 모릅니다. 또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에서 여성들은 취업, 승진, 보상 등에서 확연한 차별을 겪었습니다. 작위적 성비 맞추기에 대한 반론으로 늘 역차별의 문제가 거론되곤 하는데 적어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다릅니다.

임금 격차 역시, 단순히 “여성이 덜 벌고 있다”는 식의 공허한 수치로만 접근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하여 여성이 동일 노동을 할 때 임금이나 고용 면에서 차별이 전혀 없거나, 흔히 ‘돈이 되는’ 직종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식의 접근도 위험합니다. 여성 할당제가 매우 공고한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정량적 임금 격차의 예시와 이런 부류의 사건은 크게 다릅니다. 블리자드에 온 여성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게임사에 근무하며 꿈을 이루고 싶고, 승진의 욕구도 있는 직원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상식적으로 퇴사하는 게 당연한 직장에서 참고 근무할 수 있던 것입니다. 하지만 2020년 기준, 게임계의 성별 임금 격차에 대해 분석한 <Skill Search>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임금 격차는 여성의 경력과 상관없이 모든 연차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과연 지금 무리한 시위를 하는 걸까요?

물론 남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모든 직종에서 이런 문화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특정 성별의 특수성이 과도하게 대표되고 그것이 왜곡된다면 잘못된 조직 문화로 자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모두에게 폭력적입니다. 앞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성적 괴롭힘이 여성에게 향한 사례만 소개하였지만, 남성들 역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전 블리자드의 엔지니어였던 셰르 스칼렛은 고위 관리자들이 남직원들의 성기를 쓰다듬는 게임에 참여한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프랫 보이 컬쳐를 거부하고 싶은 남직원들 역시 거북한 음담패설과 성추행, 성희롱, 성적 행위 강요 등으로 고통받은 것이죠. 이들은 일종의 ‘동류 집단 압박(Peer Pressure)’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에 없는 차별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 서로를 지칭할 대명사를 사전에 조사하고 성 정체성도 꼼꼼히 파악하며, 구체적인 성교육을 통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지요. 다양성이라는 말 속에는 모두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만 있을 뿐, 정량적 비율을 맞춘다는 의미는 없습니다. 한쪽의 성 문화가 과격하게 정착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대표성을 확보해주는데 그 의의가 있지요. 그러므로 어찌 보면 이는 민주주의에서 역차별 논란을 늘 안고 가야 하는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양성의 필요성과 함께 사회적 약자의 사각지대가 있음을 암시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요즘의 기업이 얼마나 환경친화적인지를 어필하는 것 못지않게 건강한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는 경각심을 줍니다. 지속적인 공론화와 연대로 피해자들이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모든 현대 기업 조직의 반면교사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성 추문과 실리콘밸리에 만연한 프랫 보이 문화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어떻게 유리천장을 깨부술 것인가>, <바보야, 문제는 돌봄이야>, <누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가>, 《뉴 룰스》 과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1]
위 내용은 제이슨 슈라이어의 《블룸버그》 기사와 《IGN》의 기사, 및 소장에 담긴 진술을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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