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독점을 막아라

9월 7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빅테크 독점 규제는 범세계적 흐름이다. 세계 최초 인앱결제 강제방지법이 구글독재와 애플독점을 규제할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것을 포함하여 여야에서 총 일곱 개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되다가 이 일곱 가지의 개정안을 합치고 일부 내용을 삭제하여 완성된 것입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최초로 빅테크 기업의 앱 마켓의 규제 법안을 마련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논란인 의제에 있어, 가장 선두에서 무언가를 보여준 것은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며 소위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는 별칭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다 보니 해당 논란을 잘 모르는 경우, 마치 구글을 정조준한 법처럼 보이지만, 애플 역시 규제의 대상입니다. 이 법안은 정확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으로,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에서 ‘가’항은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의 결제 및 환불 내용을 잘 고지하라는 내용, ‘나’항은 정부가 앱 마켓 운영에 대해 실태조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 ‘다’항은 불공정한 이유로 콘텐츠 심사 지연 및 삭제 금지 조항이며, 마지막 ‘라’항이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IT 업계는 개인 단위의 앱 개발자부터, 앱 마켓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기업까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애플과 구글의 셈법은 복잡해졌습니다. 애초에 인앱결제를 사실상 강제하며 폐쇄적으로 운영하던 애플과 달리, 구글은 지난해 6월에야 자사의 앱 마켓인 ‘구글 스토어’ 내에서 인앱결제 의무화 시행을 예고했는데요, 이것이 뇌관이 된 셈입니다. 이제껏 앱 마켓의 두 거대 공룡은 숱한 분쟁이나 논란 속에서도 다양한 수단과 조치로 법제화를 막아왔습니다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버린 것”입니다. 이 법안은 성급한 무리수가 될까요? 빅 테크 기업들은 어떤 변화의 국면에 들어서게 될까요?
 

세계 최초. 괜찮을까?

‘인앱 결제’ 강제 못한다…세계 첫 법제화 ©KBS NEW
본 개정안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화제이지만 외신의 주목이 더 두드러집니다. 《WSJ》은 지난 8월 31일 “구글과 애플이 한국이 그들의 인앱결제와 관련한 독과점을 규제한 최초 법안으로 타격을 입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으며, 《뉴욕타임스》는 8월 23일 기사로 “서울에서 벌어진 애플, 구글 사태가 바이든 행정부를 시험대에 올려놨다”라고 평했습니다. 《블룸버그》, 《CNBC》와 같이 다양한 외신의 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적인 내용은 “과연 미국도 규제에 나서게 될까?”입니다.

남들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딛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는 환호와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녹아있습니다. 사실, 이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통과되기까지는 많은 진통이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쟁점으로는 한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과, 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의 중복 규제가 아니냐는 점입니다. 해당 개정안의 본 회의 통과가 늦어진 데에는 이를 둘러싼 여야 간의 갈등, 방통위와 공정위 사이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중복 규제에 대한 부분은 법안이 통과된 현시점에도 논쟁적입니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국민의 불편을 줄이는 중요한 법안”이라면서 이것이 공정위와의 밥그릇 싸움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공정위는 개정안 중 “다른 앱 마켓에 모바일 콘텐츠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도하는 행위”는 ‘반경쟁행위’,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는 ‘차별 금지’에 해당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이미 공정위에서 규제하고 있는 조항이라는 것이죠.

이에 대해 방통위는 이미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되어 있으나 공정거래법만으로는 충분히 담기 어려운 것을 특별법적으로 개정한다는 의견입니다. 이러한 논쟁은 실질적인 규제의 세부 조항이나 참고할만한 국제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세계 최초라서 겪어야 하는 진통인 셈이죠. 다만 빅테크 분야에서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두 기업을 향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반대 측이 제시한 한미 무역 갈등 발생 소지는 설득력이 적어 보입니다. 두 기업이 모두 미국 기업이긴 하지만, 현재 미국과 EU 역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빅테크 독점을 막아라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 ©Saul Loeb/AFP/Bloomberg via Getty Images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6월, 플랫폼 기업의 반독점 규제 관련 법안 다섯 개를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11일에는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이 ‘열린 앱 마켓 법’(Open App Markets Act)을 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개정안에 담긴 내용과 상당 부분 유사하거나 적극적입니다. 해당 법안은 인앱결제 강제를 의미하는 ‘안티-스티어링’(Anti-Steering) 행위, 다른 앱 마켓에서 더 저렴하게 앱을 팔 수 없는 ‘최혜국대우조항’(MFN), 자사의 앱이 자사의 플랫폼 안에서 불공정하게 우대를 받거나, 반대로 제 삼자의 앱을 차별하는 것 등 불공정행위의 전반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 잡기는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추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들에 대한 규제 법안을 처음으로 통과시킨 것이 세계적인 제도화 흐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위 사진 속 인물은 리나 칸(Lina Khan)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입니다.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역대 최연소 위원장이며 빅테크 기업 독점 문제에 비판적인 인물입니다. 특히 상원은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큰 표차로 찬성표가 나와 초당적 지지를 얻었다는 평도 있습니다. 앞서 발의된 열린 앱 마켓 법 위반에 대한 제재는 경쟁당국이 맡게 되며, 연방거래위원회가 법을 집행합니다. 애플과 구글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죠. 

위 법안과 별개로 유타주와 뉴욕주 등 36개 주, 수도인 워싱턴 D.C.는 구글을 반독점 위반 혐의로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 지방 법원에 제소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에픽 게임즈와 애플이 반독점 관련으로 법 공방을 벌인 곳이기도 하죠. 이 법원은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곳으로, 소송 결과나 판결문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EU 역시 지난 6월에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행했으며, 영국과 독일에서도 인앱결제 강제를 반독점 행위로 보고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비단 서방 국가들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흐름입니다. 결은 약간 다르지만,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의 빅테크 기업들의 과도한 영향력을 규제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에픽 게임즈의 대표 팀 스위니는 자신의 트위터에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명언을 빌려, “오늘 전 세계의 개발자들은 자랑스럽게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외칠 수 있게 됐다”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독점 규제의 흐름을 지지하는 여론은 많지만, 이는 곧바로 두 갈래의 우려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찬성 측에서는 이것이 정말 실효가 있을지에 대한 우려이고, 반대 측에서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아니냐는 겁니다. 
 

사자우리에 가둔다는 것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Photo by Jaap Arriens/NurPhoto via Getty Images
전술하였듯 미국에서 발의된 열린 앱 마켓 법에는 MFN조항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개정법에서는 공정위의 반발로 해당 조항이 삭제되었습니다. 또한,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 등이 삭제되었지요. 세계 최초의 입법치고는 굉장한 성과이지만, 우회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앞서 구글은 인앱결제 적용 시점을 늦추기도 하고, 영상·도서·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결제 수수료를 매출의 15%로 줄이는 등의 당근을 제시하며 법안 통과를 미뤄왔던 탓에,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수긍하겠다는 구글에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수수료를 일부 완화했던 애플의 경우는 법 위반으로 적용할지에 대한 물음에 아직 검토해보지 못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상징성 이상의 실효를 발휘할지에 대한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이지요. 애플과 구글이 신설 조항을 교묘하게 비껴가면 그때부터는 법 해석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더욱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특히 구글의 경우 개인 앱 개발자들에게 있어 진입 장벽이 더 낮았던 탓에, 우리나라 앱 시장에서 60%가 넘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 개정안이 허울뿐이라면 추가적인 규제 법안을 추가 신설하는 것에 더욱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찬성 측의 우려를 국내로 한정해서 보았다면 반대 측의 의견은 초국적인 의제입니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볼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 것이지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시장주의자들의 논리대로, 과도한 규제는 기업의 서비스를 저하하고 그 몫은 소비자가 떠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전세계적인 빅테크 기업 반독점 규제 경향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과도한 우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나 칸이 2017년 발표한 논문의 요지와 같이, 이들의 주된 성장 전략 중 하나가 소비자에게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판매업체를 갈취하는 약탈적 가격 책정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윤 추구 과정이 공정했는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초에 폐쇄적으로 운영한 애플과 달리 앱 개발자를 끌어모으고 이후 수수료 정책을 수정했던 구글의 행보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반면 이로 인해 과연 인앱결제 외에 개발사가 원하는 결제를 사용할 수 있게 했던 국내 토종 앱 마켓인 원스토어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지 역시 관심을 두고 지켜볼 부분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통과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전세계적 독점 규제의 분수령이 될지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애플을 정조준하다〉, 《시의 전쟁》과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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