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6월, 플랫폼 기업의 반독점 규제 관련 법안 다섯 개를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11일에는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이 ‘열린 앱 마켓 법’(Open App Markets Act)을 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개정안에 담긴 내용과 상당 부분 유사하거나 적극적입니다. 해당 법안은 인앱결제 강제를 의미하는 ‘안티-스티어링’(Anti-Steering) 행위, 다른 앱 마켓에서 더 저렴하게 앱을 팔 수 없는 ‘최혜국대우조항’(MFN), 자사의 앱이 자사의 플랫폼 안에서 불공정하게 우대를 받거나, 반대로 제 삼자의 앱을 차별하는 것 등 불공정행위의 전반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 잡기는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추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들에 대한 규제 법안을 처음으로 통과시킨 것이 세계적인 제도화 흐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위 사진 속 인물은 리나 칸(Lina Khan)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입니다.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역대 최연소 위원장이며 빅테크 기업 독점 문제에 비판적인 인물입니다. 특히 상원은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큰 표차로 찬성표가 나와
초당적 지지를 얻었다는 평도 있습니다. 앞서 발의된 열린 앱 마켓 법 위반에 대한 제재는 경쟁당국이 맡게 되며, 연방거래위원회가 법을 집행합니다. 애플과 구글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죠.
위 법안과 별개로 유타주와 뉴욕주 등 36개 주, 수도인 워싱턴 D.C.는 구글을 반독점 위반 혐의로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 지방 법원에 제소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에픽 게임즈와 애플이 반독점 관련으로 법 공방을 벌인 곳이기도 하죠. 이 법원은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곳으로, 소송 결과나 판결문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EU 역시 지난 6월에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행했으며, 영국과 독일에서도 인앱결제 강제를 반독점 행위로 보고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비단 서방 국가들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흐름입니다. 결은 약간 다르지만,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의 빅테크 기업들의 과도한 영향력을 규제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에픽 게임즈의 대표 팀 스위니는 자신의 트위터에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명언을 빌려, “오늘 전 세계의 개발자들은 자랑스럽게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외칠 수 있게 됐다”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독점 규제의 흐름을 지지하는 여론은 많지만, 이는 곧바로 두 갈래의 우려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찬성 측에서는 이것이 정말 실효가 있을지에 대한 우려이고, 반대 측에서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아니냐는 겁니다.
사자우리에 가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