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뱅뱅 대출전쟁

9월 10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토스뱅크가 10월 출범한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의 경쟁에서 중금리 대출 시장을 정조준한 토스뱅크는 다시 한번 금융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2019년 12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는 말했습니다. “토스뱅크는 기존 금융권이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기존에 불가능했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용과 혁신의 은행이 되고자 한다.” 한 차례 실패 후 재수 끝에 은행업 예비 인가를 얻고 나서 밝힌 다짐이었는데요, 이 포부가 이제 곧 현실이 됩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 본인가까지 획득한 토스뱅크가 오는 10월 5일 문을 엽니다. 국내 인터넷 전문 은행 시장이 3강 구도로 본격적으로 재편되는 겁니다.

2015년 우리나라 최초로 간편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는 특유의 간편성과 편의성으로 치열한 핀테크 경쟁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처음 토스를 사용했을 때 체감한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은 많은 분이 기억하실 겁니다. 론칭 4년만인 2019년에 1000만 명을 기록한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올해 6월 기준 1404만 명을 돌파했고, 1인당 월평균 앱 사용 시간과 사용 일수는 각각 28.5시간, 11일로 여러 평가 지표에서 카카오뱅크를 넘어섰습니다. 누적 송금액은 164조 원에 달합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의 경쟁을 위한 사전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건 2년 전 이 대표가 약속했던 두 가지 키워드, ‘포용’과 ‘혁신’을 어떻게, 얼마나 잘 이행하는가입니다. 주요 전략은 두 가지입니다. 잠재 고객을 늘리는 자체 신용 평가 시스템(CSS·Credit Scoring System)을 구축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고, 별도의 앱 개발 없이 기존 토스 앱에 은행을 넣는 원앱(One-App) 방식으로 한 단계 더 확장된 금융 경험을 제공하는 겁니다. 이중 토스뱅크 차원에서 강조하는 동시에 시장의 기대가 높은 건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입니다. 토스뱅크는 성공적으로 전략을 수행해 챌린저 뱅크(Challenger bank)[1]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포용 금융은 어디로


금융 시장에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이른바 ‘포용 금융’이 토스에서 처음 나온 개념은 아닙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토스뱅크의 정체성인 인터넷 전문 은행의 존재 이유 그 자체입니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시중 은행들은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대출을 잘 내주지 않습니다. 금융 정보가 부족한 대상의 상환 능력 평가가 어렵고, 자칫 연체가 늘어나면 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씬 파일러(Thin filer)[2]라 불리는 주부, 사회 초년생, 소상공인 등은 금융 혜택의 사각지대로 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가 6년 전 인터넷 전문 은행 도입을 발표한 이유입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정책으로 제조업 또는 서비스업 회사가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이 결합해 자칫 은행을 사유화하고 개인과 중소기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정부는 예외적으로 IT 기업에 한해 은행업 진출을 허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금융 데이터뿐만 아니라 비금융 거래 정보, 통신사 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용 평가 모델을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상환 능력을 더 정확히 평가하면 안정적으로 중금리 대출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 거죠. 그렇게 2017년 4월 케이뱅크, 같은 해 7월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신용 평가 기준이 기존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뀌긴 했지만 통상 업계에서는 중금리 대출 대상을 기존 4등급 이하 사용자들로 잡습니다. 해당 구간의 중·저신용자는 2200만 명에 달하는데요, 인터넷 전문 은행의 등장으로 이들의 금융 생활은 개선됐을까요? 금융 당국은 출범 4년 차를 맞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의 영업 결과를 두고 금융 편의성을 높이는 데는 기여했으나 중금리 대출 활성화라는 당초 기대는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은행 신용 대출 가운데 4등급 이하 비중이 24.2퍼센트였는데, 인터넷 전문 은행은 12.1퍼센트로 평균의 절반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해, 인터넷 전문 은행이 오히려 고신용자 중심으로 신용 대출을 진행한 셈이죠.
 

새로운 메기[3] 등장에 거는 기대

인터넷 전문 은행 전체 가계 신용 대출에서 신용 평점 하위 대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행연합회
중금리 대출 활성화가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의 CSS 구축 계획 지연이 꼽힙니다. IT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신용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던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겁니다. 금융 정보가 부족한 고객을 더 정교하게 평가하기 위해 두 은행은 ‘대안 정보’, 그러니까 통신료 납부 이력, 각종 유통 및 가맹점 정보 등을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카카오, 이베이 등 주주사 및 통신사와의 협력이 부진했고, 데이터 처리와 검증에도 난항을 겪은 탓입니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케이뱅크는 주주사인 KT의 통신 정보 중 요금 수납 및 로밍 실적만,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카카오택시 이용 정보만 활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 개선 방안

이러한 취약점을 빠르게 공략해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게 토스뱅크의 전략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존의 토스 플랫폼에서 1000만 명 넘는 고객들의 비금융 데이터까지 사용자 동의를 얻고 축적해 왔기 때문입니다. 토스 앱을 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개인별 계좌, 카드 내역부터 최근 더해진 증권 정보까지 대안 정보로 활용하기에 충분합니다. 향후 토스증권 및 토스인슈어런스(보험) 등 계열사 간 데이터 협업이 이뤄지면 파급력은 더 세질 예정입니다. 토스뱅크 측은 이처럼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면 시중 은행들보다 훨씬 입체적인 평가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고 자신합니다. 대출 이력이 없던 사람도 상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됩니다. 신용 등급이 낮아도 수년간의 아르바이트비 입금 이력이나 통신비를 성실하게 낸 기록 등이 확인되면 대출금을 성실하게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으로 평가한다는 게 토스뱅크의 설명입니다.
토스뱅크 CSS 시뮬레이션 결과, 중·저신용자 약 30퍼센트의 신용 등급이 한 단계 이상 올랐다. ©토스피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 6월 9일 은행업 본인가 직후 연 기자 간담회에서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비중이 전체의 80퍼센트를 차지했는데, 토스의 자체 CSS 적용 시 30퍼센트는 등급이 상향됐고, 그중 절반은 고신용자로 분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2023년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 대출 비중을 전체의 30퍼센트 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정부의 방침 아래, 인터넷 전문 은행 3사는 올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 대출 잔액을 작년 대비 2조 5470억 원 늘립니다. 2023년 목표치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각각 32퍼센트, 30퍼센트인데요, 토스뱅크는 출범 이후 올해 남은 3개월 동안에만 34.9퍼센트를 달성하고 2023년에는 44퍼센트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대출 전쟁의 핵심 금리

 
토스뱅크가 타 은행보다 유리한 지점은 또 있습니다. 금리라는 무기입니다. 사실 중·저신용자든 고신용자든 사용자 확보 경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금리입니다. 얼마나 낮은 이자의 대출 상품과 얼마나 높은 금리의 예금 상품을 내놓을 수 있냐 하는 것이죠. 특히나 대출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거래 은행을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하고도 명확합니다. ‘내가 빌린 돈에 얼마의 이자를 내야 하는가’이죠. 오프라인 영업장이 존재하지 않아 판관비가 적은 인터넷 전문 은행은 신용 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 주요 상품의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낮춰 시중 은행을 위협해 왔습니다. 지난 8월 유가 증권 시장에 상장한 카카오뱅크가 단숨에 시가 총액 33조 원을 기록해 기존 대장주 KB금융(21조 원)을 넘어섰을 때도 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의 금리를 언급했었죠.

토스뱅크 역시 출범과 동시에 획기적으로 낮은 대출 금리를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기존 앱을 그대로 유지하는 터라 대규모 마케팅 비용도 들지 않아 낮은 대출 금리 혜택이 전망됩니다. 실제 지난달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범 서비스 당시 최대한도 2억 7000만 원의 신용 대출 최저 금리는 연 2.5퍼센트, 마이너스 대출 최저 금리는 연 3퍼센트로 책정됐습니다. 지난 7월 기준 우리, KB국민, 하나, 신한, NH농협 등 5대 시중 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가 3.03~3.63퍼센트, 마이너스 대출 금리가 3.26~3.79퍼센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파격적인 수준의 금리를 내놓을지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죠.

여기에 가계 대출 증가를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최근 정부 방침도 토스뱅크의 초반 공세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시중 은행들의 올해 가계 대출 증가율을 작년의 5~6퍼센트 수준으로 조정하도록 했습니다. 토스뱅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카카오뱅크 역시 정부의 가계 대출 총량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신용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대출 한도를 5000만 원, 3000만 원으로 기존보다 2000만 원씩 낮췄고, 이 와중에 중금리 대출은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신용 대출 최저 금리는 2퍼센트 후반대에서 더 이상 내리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토스뱅크는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만큼 정부의 가계 대출 총량 규제에서 당분간 제외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토스뱅크에 필요한 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가계 대출 연체율 추이 ©tossfeed
토스뱅크의 출범을 앞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옵니다. 올해 3월 론칭한 증권 서비스에 이어 10월 은행까지 더해지면 한 화면 안에서 송금, 결제는 물론 인증, 투자, 뱅킹까지 화면을 벗어나지 않고 해결 가능한 슈퍼 금융앱이 탄생한다는 기대, 그러나 앞서 카카오뱅크가 보여줬던 비즈니스 규모의 폭풍 성장까지 기대하기엔 무리라는 냉철한 분석이 공존합니다.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토스뱅크가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중금리 대출입니다. 중·저신용자를 핵심 타깃으로 하는 만큼 대손 비용 즉, 회수가 어려운 대출금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중금리 대출은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상품입니다. 운영과 관리가 잘 이루어질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그만큼 손실 규모도 크다는 거죠. “돈 못 벌어 망하는 은행은 없다. 돈 떼여 망하는 은행만 있다.”는 말을 그저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게 아니란 겁니다. 은행은 부실 채권 즉,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예상해 대손 충당금을 쌓아놔야 합니다. 그만큼 자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 점에서 토스뱅크가 경쟁자들을 얼마나 따돌릴 수 있을지도 현재 상황에서는 미지수입니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어떤 나라에서도 중금리 대출을 본질적 목적으로 두고 인터넷 은행을 설립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금융 지원 문제는 공공 영역에서 다뤄야지 민간에 이 기능을 요구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고신용자에 리스크를 전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안 그래도 카카오뱅크에 비해 고신용자 비중이 적은 것이 토스뱅크의 약점으로 꼽히는 현재로서 이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상황입니다.

금융 당국은 앞으로 인터넷 전문 은행들의 중금리 대출 이행 현황을 비교 공시하고, 정부가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이를 어길 시 향후 신사업에 대한 인허가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신규 인터넷 전문 은행 인가를 심사할 때는 특히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인터넷 전문 은행의 IPO 진행 시 투자자에게 금융 당국과 협의한 계획들에 대한 이행 여부를  명확하게 공시한다는 입장입니다. 토스뱅크도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시장 환경이 100퍼센트 동일하진 않지만 인터넷 전문 은행 37개 중 13개가 파산한 미국의 선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파산한 대부분 은행의 실패 요인이 급격하게 증가한 연체율이었다는 점을 말이죠. 지금 토스뱅크에 가장 필요한 건 지금껏 누구도 입증한 적 없었던 중·저신용자를 상대로 한 대손 리스크 관리 능력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10월 오픈하는 토스뱅크의 전망과 과제를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금융의 역사를 새로 쓴 토스의 뒷 이야기를 담은 《토스, 내일의 역사》, 간편함을 넘어》, 《투명하게, 직접적으로 고객과 소통하라》와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1]
챌린저 뱅크(Challenger Bank)는 대형 은행의 지배력을 축소하고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신규 허가를 내준 은행을 의미한다. 챌린저 뱅크는 기존 은행과의 직접 경쟁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특정 시장 내에서의 성공을 위해 자원을 집중한다.
연합인포맥스
[2]
씬 파일러(thin filer)는 ‘얇은 파일’이란 직역에서 알 수 있듯, 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엄밀하게는 최근 2년간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 없고, 3년간 대출 실적이 없는 이들로, 주로 사회 초년생이 해당한다.
연합인포맥스
[3]
메기 효과란 강한 경쟁자 덕분에 약자의 활동 수준이 높아져 전체 분위기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노르웨이의 한 어부가 청어를 싱싱한 상태로 육지로 데리고 오기 위해 수조에 메기를 넣었다는 일화에서 유례됐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인터넷 전문 은행을 메기에 비유한다.
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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