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는
말했습니다. “토스뱅크는 기존 금융권이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기존에 불가능했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용과 혁신의 은행이 되고자 한다.” 한 차례 실패 후 재수 끝에 은행업 예비 인가를 얻고 나서 밝힌 다짐이었는데요, 이 포부가 이제 곧 현실이 됩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 본인가까지 획득한 토스뱅크가 오는 10월 5일 문을
엽니다. 국내 인터넷 전문 은행 시장이 3강 구도로 본격적으로 재편되는 겁니다.
2015년 우리나라 최초로 간편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는 특유의 간편성과 편의성으로 치열한 핀테크 경쟁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처음 토스를 사용했을 때 체감한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은 많은 분이 기억하실 겁니다. 론칭 4년만인 2019년에 1000만 명을 기록한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올해 6월 기준 1404만 명을 돌파했고, 1인당 월평균 앱 사용 시간과 사용 일수는 각각 28.5시간, 11일로 여러 평가 지표에서 카카오뱅크를
넘어섰습니다. 누적 송금액은 164조 원에 달합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의 경쟁을 위한 사전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건 2년 전 이 대표가 약속했던 두 가지 키워드, ‘포용’과 ‘혁신’을 어떻게, 얼마나 잘 이행하는가입니다. 주요 전략은 두 가지입니다. 잠재 고객을 늘리는 자체 신용 평가 시스템(CSS·Credit Scoring System)을 구축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고, 별도의 앱 개발 없이 기존 토스 앱에 은행을 넣는 원앱(One-App) 방식으로 한 단계 더 확장된 금융 경험을 제공하는 겁니다. 이중 토스뱅크 차원에서 강조하는 동시에 시장의 기대가 높은 건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입니다. 토스뱅크는 성공적으로 전략을 수행해 챌린저 뱅크(Challenger bank)
[1]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포용 금융은 어디로
금융 시장에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이른바 ‘포용 금융’이 토스에서 처음 나온 개념은 아닙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토스뱅크의 정체성인 인터넷 전문 은행의 존재 이유 그 자체입니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시중 은행들은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대출을 잘 내주지 않습니다. 금융 정보가 부족한 대상의 상환 능력 평가가 어렵고, 자칫 연체가 늘어나면 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씬 파일러(Thin filer)
[2]라 불리는 주부, 사회 초년생, 소상공인 등은 금융 혜택의 사각지대로 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가 6년 전 인터넷 전문 은행 도입을 발표한 이유입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정책으로 제조업 또는 서비스업 회사가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이 결합해 자칫 은행을 사유화하고 개인과 중소기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정부는 예외적으로 IT 기업에 한해 은행업 진출을 허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금융 데이터뿐만 아니라 비금융 거래 정보, 통신사 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용 평가 모델을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상환 능력을 더 정확히 평가하면 안정적으로 중금리 대출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 거죠. 그렇게 2017년 4월 케이뱅크, 같은 해 7월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신용 평가 기준이 기존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뀌긴 했지만 통상 업계에서는 중금리 대출 대상을 기존 4등급 이하 사용자들로
잡습니다. 해당 구간의 중·저신용자는 2200만 명에 달하는데요, 인터넷 전문 은행의 등장으로 이들의 금융 생활은 개선됐을까요? 금융 당국은 출범 4년 차를 맞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의 영업 결과를 두고 금융 편의성을 높이는 데는 기여했으나 중금리 대출 활성화라는 당초 기대는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은행 신용 대출 가운데 4등급 이하 비중이 24.2퍼센트였는데, 인터넷 전문 은행은 12.1퍼센트로 평균의 절반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해, 인터넷 전문 은행이 오히려 고신용자 중심으로 신용 대출을 진행한 셈이죠.
새로운 메기[3] 등장에 거는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