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턴, 위드 코로나의 시간

9월 14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자영업자들이 차를 몰고 거리로 나왔다. 궁지에 몰린 자영업자들과 시민들이 쓰러지기 전에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를 앞당겨야 한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사진: Simon Shin/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지난 9월 8일, 1000여 대의 차량이 밤이 내린 강변북로 위를 저속주행하며 라이트를 번쩍이고 경적을 울리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60일째 이어지는 4단계 거리두기 조치로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었습니다. 시위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아홉 개 도시(부산, 울산, 전북, 전남·광주, 경남, 충북, 충남· 대전, 강원)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었는데요, 지역은 다르지만 이들이 모인 이유는 같았습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시위에 참가한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희생양이라고 성토합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비율이 20퍼센트에 불과한데도 정부는 지난 1년 6개월간 집합금지, 집합제한 등 자영업자만 때려잡는 방역 정책으로 일관했다”라며 “자영업자들은 66조 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그 사이 45만 3000개의 매장이 폐업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차 안에서 피켓을 흔들고 구호를 외친 자영업자들은 목숨을 위협하는 ‘거리두기 조치의 완화’와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한목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집회 시각은 밤 11시였습니다. 자영업자인 이들은 방역으로 인한 영업 제한 시각인 10시까지 장사를 마친 후 차를 끌고 나온 것이었습니다. 또한 광장에 모여 과격한 단체 행동을 하는 대신 최대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차량 시위를 선택했습니다. 그만큼 이들이 시위로 인한 여론 악화를 염려하고, 메시지가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절박한 심정을 전하고자 많은 고심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집회 참가자들을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소동이 있은 지 겨우 며칠 만인 지난 9월 12일, 가슴 아픈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맥줏집 사장인 50대 여성이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으로 원룸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비극적인 소식이었습니다.

©비디오머그 - VIDEOMUG


벼랑에 선 자영업자들
 

4단계 거리두기의 파고를 지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위태롭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8월 둘째 주(9∼15일)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1퍼센트 줄었습니다. 부산은 17퍼센트, 서울은 15퍼센트 줄었는데, 3인 이상 모임이 제한된 오후 6시 이후 서울 중구·서초구 등 11개 구에서는 매출이 40퍼센트 이상 떨어졌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대출로 견디고 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는 832조 원으로 이는 작년 1분기 700조 원에서 18퍼센트나 상승한 것입니다. 

지난 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음식점·도소매·숙박업 등 8개 업종 소상공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39.4퍼센트는 당장 폐업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매출 감소(45퍼센트), 고정비 부담(26.2퍼센트), 대출상환 부담과 자금사정 악화(22퍼센트)라고 합니다. 폐업을 고려 중인 자영업자의 경우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3개월 이내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33퍼센트로 가장 많았습니다. 예상 시점을 3~6개월 뒤로 본 자영업자도 32퍼센트로 많았고 6개월에서 1년 이내로 본 업체도 26.4퍼센트에 달했다. 결론적으로 이대로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영업자의 91.4퍼센트가 1년 이내 폐업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거리두기, 여전히 실효성 있나?

그런 가운데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의 방역 효과가 소멸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을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 홍은철 교수 연구팀은 구글 위치기록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사람들이 얼마나 이동하는지 비교했는데요, 거리두기 조치를 통해 사람들의 이동량이 1·2차 코로나 유행 때는 감소했지만, 3차와 최근 4차 사회적 거리두기 때는 시행 전후 이동량의 변화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증가하여 팬데믹 이전 평균 이동량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장기화된 4단계 방역에도 확진자 수가 줄지 않는 근거인 것입니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소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는 증가하나 확진자 수를 줄이는 효과는 이제 거의 없어져서 득보다 실이 더 크다.”며 “효과는 적은데 사회경제적 피해는 막대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소화하거나 폐지하고, 그 대신 신속한 검사 역학조사 격리를 강화하고 충분한 병상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반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확산력이 높은 델타변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유행이 억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가 없다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에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구조상 더 많은 확진자가 나와야 한다.”면서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점을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영국의 사례를 들며 “영국은 백신 접종률이 70퍼센트 이상 올라간 상태에서 거리두기를 중단해 매일 2만 명씩 확진자가 나왔고, 매일 100명에서 200명 정도 사망자가 발생했다.”라며 “우리나라가 갑자기 방역을 완화하는 등 검증작업 없이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상황이 되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습니다. 

둘 사이에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 없습니다. 양측의 논리가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자영업자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영업제한과 거리두기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으며, 한 달 넘게 이어지는 4단계 조치에도 네자릿수 감염자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거리두기의 효과가 의심받는 시점에 다른 나라에서는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제 코로나를 우리 일상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은 전 세계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회복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새로운 방역 지침으로서 ‘위드 코로나’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 선언한 선진국들

코로나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영국은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모임 제한 등 방역규칙을 전면 해제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6월 하루 감염자 수는 1만 명 대였지만 9월에는 다시 4만 명대로 늘어났고, 방역규칙을 해제한 7월 19일 이후 위중증환자 수는 61퍼센트 증가했습니다. 의료체계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영국인들은 이전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영국 정부는 백신 접종을 강화하고 PCR 검사나 백신 여권 등의 조치를 폐지하기로 발표했습니다. 

가장 빠른 백신 접종률을 자랑했던 이스라엘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은 5월 31일에 하루 확진자가 5명까지 떨어졌지만 방역 조치 해제 후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9월 1일 확진자 2만523명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고, 추가 백신 접종, 이른바 부스터샷을 준비 중입니다. 

북유럽에서 스웨덴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았던 덴마크 역시 지난 9월 10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모든 봉쇄 조치를 폐지했습니다. 이제 덴마크에서는 어디서든 마스크 없이 다녀도 되고,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덴마크인들은 2020년 3월 팬데믹 이전의 일상을 되찾은 것입니다. 덴마크는 델타변이가 확산되던 지난 4월부터 위드 코로나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했습니다. 덴마크의 확진자 수는 13일 기준 434명입니다. 약 500만 명인 덴마크의 인구를 고려할 때 최근 우리나라의 하루 확진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비율이지만 그들은 이미 마스크를 벗고 코로나와 함께 사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이 국가들은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전과 같은 사회적 희생과 비용 손실이 요구되는 격리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합니다. 
©KBS News


위드 코로나, 우리의 계획은?


주요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고 준비하는 상황에서 우리 당국도 이에 대한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는 유행이 진정되는 10월 말, 11월부터 ‘위드 코로나 적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것의 전제는 전국민 70퍼센트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맞는 것입니다. 접종률 70퍼센트는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고 있는 여러 국가들의 일반적인 기준이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64.6퍼센트가 1차 접종을 맞은 상황입니다. 정부는 10월말까지 전 국민의 70퍼센트 이상이 2차 접종을 마치도록 추진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10월 말, 또는 11월에 위드 코로나가 실행되면 우리도 마스크 벗고 사는 일상이 가능해질까요? 고통받는 자영업자들, 그리고 시민들 모두 그때까지만 꾹 참고 견디면 되는 것일까요? 

김윤 교수는 노컷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전 국민 70퍼센트가 돼야 한다고 주장을 하지만 사실은 접종률 50퍼센트일 때와 우리 사회 전체 면역 효과의 차이는 한 7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차이가 굉장히 큰 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고요. 그래서 사실 10월 말 또는 11월 초에 우리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야 되는 이유는 접종률 때문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방역 시스템으로 전환할 준비가 잘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늦출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이야기 하는 10월 또는 11월은 접종률의 문제라기보다는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는 방역 체제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방역의 주된 원칙이었던 TTI(검사, 추척, 격리) 방식은 4차 대유행 시기에는 더 이상 코로나 억제력을 갖지 못하게 되었지만, 기존에 이러한 방식으로 성과를 올렸던 ‘방역의 추억’에 얽매여서 그 다음의 조치, 단계적 방역 완화에 대한 고민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위드 코로나로 가는 길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선포가 방역 수칙을 더 이상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오해되면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오랜 기간 격리와 거리두기식 방역에 익숙해져 있는 시민들 역시 방역 방식의 전환 시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장기간 코로나 격리에 시달리던 시민들이 위드 코로나 조치로 기존의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잃는다면 영국, 싱가포르, 이스라엘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코로나 대유행을 촉발하게 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극복해야 할 것은 코로나에 대한 시민들의 과도한 공포감입니다. 김윤 교수는 “코로나의 위험은 백신 접종 이전과 이후로 우리가 나눠서 봐야 된다”라며 “백신 접종 이전에는 코로나는 굉장히 위험한 감염병인 게 맞습니다. 그런데 이제 백신 접종 이후에는 독감에 근접하는 치명률을 갖는 감염병으로 백신 접종자한테는 변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지난 방역의 성과와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방역의 단계, 위드 코로나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사례가 좋은 예입니다. 싱가포르가 백신 접종율은 70퍼센트에 도달할 시점에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는데, 판단의 기준은 치명율이었습니다. 코로나의 치명율이 독감의 0.1보다 낮은 0.05에 달해 위험성이 적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는 영국과 같은 전격적인 규제 해제 대신 점진적인 해제를 단행했습니다. 5인 이상 외식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화했지만 마스크는 여전히 써야 하는 것이죠. 

위드 코로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정서와 사회 체계에 맞는 실효성 있는 위드 코로나 정책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먼저 위드 코로나를 선포한 국가들의 좋은 사례와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 자영업자들 및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 방역 단계로의 안착은 실패해서는 안 되는 미션입니다. 치밀한 논의 없이 전과 같은 방역 방식에 매몰돼 있거나, 여론에 떠밀려 섣불리 방역을 해제해선 결코 안 됩니다. 또 한번 삐끗하게 된다면, 그 실패로 인한 우리 국민의 피해가 너무 치명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자영업자들의 차량 시위를 통해 본격적인 논의가 촉발되고 있는 위드 코로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코로나, 판데믹과 엔데믹 사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의 시대와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