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해서 2030의 표를 살 수 있을까?

9월 17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대선 후보들이 귀여워지고 있다. MZ세대를 공략한 마케팅 전쟁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한창이다. 우리가 원하던 정치가 이런 모습이었나.

이낙연 대선 후보가 ‘강유미 yumi kang좋아서 하는 채널’에 출연해 ASMR을 선보이고 있다. ©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대선 후보들이 귀여워지고 있습니다.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이미지들이 각종 소셜 미디어에 돌아다니죠. 개그맨, 유튜버들이 하듯 먹방을 촬영하고, ASMR을 녹음하며, 귀여운 강아지와 찍은 인증샷을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올립니다.

캠프 홍보팀에선 매달릴 수밖에 없는 수단입니다. 대선 후보들이 일반 기업처럼 광고를 내는 것은 위법이고, 아직은 트럭에 올라타 노래를 부를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남은 것은 유일한 소통 창구, 소셜 미디어 플랫폼입니다. 우선 대선 후보의 캐릭터를 설정하고, MZ세대[1]의 감성을 저격하는 단어와 아이템을 활용해 친근한 이미지의 콘텐츠들을 업로드합니다. ‘밈(meme)화’까지 이어진다면, 홍보팀 입장에선 그야말로 대박인 거죠. 

하지만 의아한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견고하던, 고고하던 정치의 프레임이 깨지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더욱 자극적으로 변모하는 정치인들의 SNS 채널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대선 후보와의 ‘소통’인지, 홍보팀 아바타의 바보 같은 모습을 ‘소비’하는 건지 종종 헷갈립니다. 정치인들의 SNS 활동을 두고 ‘한가하다’는 비판이 이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재밌긴 한데, 이걸로 끝나선 안 될 텐데, 라는 우려가 기저에 있습니다.

단순히 젊은 층이 쓰는 용어, 먹는 음식, 좋아하는 아이템과 친해지려는 미숙한 모습을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노출하는 것만으로 ‘2030을 위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젊은 층이 후보자들에게 원하는 모습이 이런 형태였을까요. 20·30세대와 발 맞추어 나간다는 대선 후보들의 신념 혹은 착각,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서민적이고 소탈하고 귀여운 정치인


“여러분 이 사진은 짤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지난 8월 6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인스타그램에 한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직접 키우는 강아지를 안고 침대 위 누워 있는 사진입니다. 일명 ‘윤석열 남친짤’로도 불리죠. ‘짤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라는 문구엔 ‘짤로 널리 사용해 달라’는 홍보팀의 수줍은 속마음이 묻어 있습니다. 베스트 댓글을 읽어 드리자면, ‘안본 눈 삼미다’. 그뿐인가요. MZ세대 사이에서 한때 뜨거웠던 ‘민트초코 찬반논쟁[2]’을 겨냥해, 윤석열 후보가 민초 맛 아이스크림을 먹는 영상 또한 피드를 장식했습니다. 어두운 정장을 입고 다소곳이 앉아 묵묵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이 영상은 특별한 멘트 없이 조회 수 5만 회를 가뿐히 넘었습니다.
[ASMR] 대선후보 RP ©유튜브 ‘강유미 yumi kang좋아서 하는 채널’
인스타그램엔 윤석열의 남친짤이 있다면, 유튜브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후보의 ASMR이 있습니다. 재래시장에서 떡볶이를 먹고 악수하는 사진을 남기는 것이 이전 대선의 코스였다면, 이젠 가상 시장 공간에서 음식 먹는 모습을 담아 콘텐츠로 올리는 시대입니다. 평소 딱딱해 보이던 이낙연 후보를 부드럽게 희화화하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였을까요. ‘살짝 저음에 높낮이 없고, 아는 게 많아 보이는 거랑, 무엇보다 졸리는 말투 너무 교수님 같다’는 댓글이 1천 4백 개의 ‘좋아요’를 얻은 것은 정치인들을 바라보던 젊은 세대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 다른 각도로 접근합니다. 유머가 아닌 감성, 밈이 아닌 스토리텔링입니다. 지난 9월 9일 인스타그램에서 ‘기본소득’에 이어 ‘‘나의_집이야기’로 백일장 이벤트를 게시했죠. 선두주자는 이재명 지사 본인입니다. 어릴 적 단칸방에서 여덟 식구가 모여 살았던 본인의 경험을 풀어내며, ‘여러분에게 ‘집’이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라며 따뜻하게 말을 건넵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D.P.>에 대한 감상 후기 또한 진중한 문체로 전달합니다. 문체와는 달리 <야만의 역사부터 끝내는 게 MZ정책입니다>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에선, 수많은 청년의 반감을 산 병역 제도를 ‘야만의 역사’에 빗대고 ‘MZ정책’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합니다. 낮은 자세로 일관하며 ‘청년들에게 미안하다’는 주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복무 제도를 어떻게 개혁할지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왜 20·30인가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는 것이 정치계의 요즘 트렌드인가 봅니다. 진지하고 날카로운 정치인의 이미지는 배제하고 젊은 감성에 호소하는 홍보 전략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각 캠프 홍보팀은 왜, 유독 MZ세대에 주목하는 걸까요.

우선 새로운 유권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숨겨져 온 유권자입니다. ‘정치적 무관심’ 두 단어만으로도 설명되던 것이 ‘요즘 애들’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이었죠. 이젠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투표율이 저조한’ 세대는 달리 말하면 ‘투표소로 끌고 오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대박 날 수 있는’ 세대, 잠재력 있는 세대입니다. 중도층을 설득하는 것보다 20·30세대를 어젠다로 끌어들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판단이 촉매제가 된 걸까요. “20·30대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내면 내년 대선 승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 대표의 말은, 대선을 뒤엎을 수 있는 결정 패로 20·30세대의 새로운 표심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인터넷 유행어 '무야호'에서 파생된 '무야홍' ©유튜브 ‘TV조선’
파급력 측면에서도 20·30세대는 압도적입니다.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의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1>은 ‘MZ세대의 마이크로 트렌드는 1년 이내 사회 주류 트렌드가 된다’는 절대 공식을 주장합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했던 ‘무야호’ 밈[3]은 이제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으로 변모하여 각종 미디어에서도 통용되는 단어가 되었죠. 디지털 공간이 익숙하고 정보 공유에 발 빠른 MZ세대는 ‘이낙연 ASMR’ 영상 댓글 창을 또 다른 커뮤니티로 만들고, 캡쳐화면으로 만든 짤을 각종 커뮤니티에 전파합니다. 기성 언론과는 다른 방식과 매력으로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MZ세대에게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어쩌면 정치 섹션의 헤드라인 기사보다, MZ세대가 만든 밈 사진 한 장이 표심에 더 큰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죠.

대선은 정의를 추구하는 MZ세대의 감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등 여러 사회적 관문에서 포기에 포기를 거듭하며 ‘나 하나 살기’도 바빴던 N포세대와는 다른 결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추구하는 MZ세대가 등장했습니다. 고승연의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에 따르면 ‘Z세대는 인종, 성별, 지역과 국가를 넘어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등을 통해 매 순간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것, 차별적인 것, 그래서 ‘공정하지 않은’ 요소들에 문제를 제기하고 행동’합니다. ‘선의의 오지랖’을 부리며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MZ세대에게, ‘유권자’라는 지위는 자랑스럽고 가치 있는 타이틀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수도 없이 인용하고 주장하는 ‘공정’과 ‘능력주의’같은 키워드도 MZ세대의 취향을 염두에 둔 것 아닐까요. 이 대표가 주장하는 ‘공정’이 얼마나 공정한가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로요.

기성세대에 비해 사고가 유연하고, 트렌드 메이킹은 물론 정의와 공정을 추구하는 성향까지 겸비한 MZ세대는 대선 후보들에게 기회의 땅입니다. 목소리 큰 586 세대[4]에 가려져 온 표심의 노다지죠. 그러니 ‘20·30세대와 소통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선 후보들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 속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도 당연한 모습입니다. 유권자가 SNS에 머무른다면, 후보자도 SNS를 통해 말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그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정치 이슈에 미치는 영향 ©Ipsos MORI(2015.03)
하지만 화려한 소통 창구의 이면은 어떤가요. 영국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모리(Ipsos Mori)에서 진행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영향’ 연구에서 만 18~34세의 응답자 중 3분의 1이 ‘소셜 미디어가 그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세부 질문에서 전체 응답자 중 71퍼센트가 ‘소셜 미디어가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안건을 제시하는 순기능을 한다’고 응답한 동시에, ‘소셜 미디어는 정치적 논쟁을 더 논쟁적이거나 혹은 더 피상적으로 만든다’는 의견 또한 50퍼센트에 달했습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정치적으로 큰 파급력을 가지는 것은 사실일지라도, 유통되는 트래픽이 크다 해서 해당 안건이 건전한 논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토론의 양과 질은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SNS상의 관심이 지지율과 비례하는 것 또한 아닙니다. 예컨대 작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공화당을 지지하거나 반박하는 뉴스 영상들을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지속적으로 업로드하며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죠. 2020년 4월까지만 해도 구독자 수 3만 명을 보유하던 트럼프 채널은 반 년만에 구독자 수 1백만을 기록, 현재 273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대선 결과는 비교적 약소한(?) 유튜브 구독자 71만 명을 보유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이었죠. 정당 및 후보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정치적인 신뢰도로 이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양자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선별적인 정보만 접하는 곳이 SNS 채널입니다. 보고 싶지 않은 뉴스도 어쩔 수 없이 접하던 기존 뉴스와 달리 SNS에서는 본인이 취사선택한 혹은 알고리즘에 의해 선별된 정보만 볼 수 있는 특권 아닌 특권이 주어집니다. 후보 또한 본인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부분적으로 노출시킬 기회를 얻습니다. 최근 윤석열 후보의 인스타그램 채널에 올라오는 ‘족발 때문에 사법고시 망친 썰’, ‘도리도리하는 직업병’과 같은 제목의 영상들만 접한 유권자라면, ‘고발 사주 의혹’이니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니, 윤 후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후보자들의 개인 SNS 채널을 ‘소통’ 창구라 할 수 있는지 용어의 쓰임을 묻게 되는 시점입니다.
 

발 맞추어 나간다는 착각

정치계에 불어든 ‘젊은 열풍’, “흉내 내려는 것은 어설프다” ©유튜브 ‘KTV 최고수다’
여야 할 것 없이 MZ세대를 공략하는 대선 후보들의 브랜딩이 기발하게 느껴지면서도, 좀처럼 마음이 가지 않는 것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과묵한 정치인과 열일하는 홍보팀 사이의 괴리가 자연스럽게 좁혀지지 않는 것도 있을 테고, ‘이준석 현상’을 필두로 이전까진 2030에 없던 관심을 끌어모아 애정을 표하는 갑작스러움도 있을 테고, 국회 업무만으로도 분주할 사람들이 대중을 위해 귀여워질 여유도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괜찮아요. 적어도 우리 앞에서라도 이해하는 척해주세요.”

2019년 9월《월간조선》인터뷰에서, ‘겉으로만 위로하는 척하고 뒤돌아서서 다른 소리 하는 정치인들이 많을 수 있다’는 질문에 한 대학생의 대답입니다. 20·30세대의 이야기를 듣지조차 않는 기성세대에 대한 답답함에, ‘괜찮으니 시늉이라도 해달라’는 것이 젊은 층의 심정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대안일까요, 2021년 현재 대선 후보들은 주도면밀한 SNS 피드를 통해 공감의 시늉에는 우선 성공한 듯합니다. 

하지만 시늉에 멈춰서는 안 됩니다. 대선 후보들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보고 싶은 것은 후보의 캐릭터보단 논리입니다. 정치가 인물론이 될 때의 위험성은 오래전 태극기 부대에서 확인하였습니다. 20·30세대는 우리의 이야기가 단순히 디지털 공간의 밈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치 무대 위로 올라가길 기대합니다. 압박 면접은 토크쇼가 아니고, 유권자들은 팬덤이 아니며, 선거는 인기투표가 되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지금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들어가면 귀여운, 서민적인, 인간적인, 가정적인, 소탈한, 웃긴, 죄스러운 사람들이 보입니다. 홍보팀은 할 만큼 했습니다. 20·30세대의 관심을 충분히 끌었다면, 이젠 당사자들이 직접 나설 때입니다. 유머도 감성도 아닌, 정책으로 말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20·30세대를 공략한 대선 후보들의 SNS 활동들을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 《Z세대, 뉴스의 법칙을 다시 쓰다》,<이준석 현상>, <윤석열식 마이웨이>와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1]
본 글에서 ‘MZ세대’는 한경 경제용어사전에 의거해 1982~2000년 생의 M세대, 1995년 이후의 Z세대의 합집합으로 상정했다. 20대, 30대를 의미하는 ‘20·30세대’와 ‘MZ세대’의 범위가 정확하게 일치하진 않으나 기존 정치권에서 주류가 되던 586세대와의 대립구도에 있다는 공통점에 주목해 두 용어를 같은 의미로 두고 서술했다.
[2]
초콜릿과 민트를 함께 먹는 '민트초코'는 젊은 층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이다.
[3]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2010년 3월 6일 방영분(195회)에 등장한 최규재가 “무~야~호~!”란 뜬금없는 구호를 외친 것이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4]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학번으로 대학교 생활을 했으며 현재는 50대의 나이를 가진 세대를 일컫는 말. <출처 : 네이버 오픈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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