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토요일은 팡이다

9월 24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일러스트: 유덕규/북저널리즘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가 화제다.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도 난리다. 콘텐츠가 플랫폼을 흔들고 있다.

‘SNL(Saturday Night Live) 코리아’가 부활했습니다. 2018년 시즌9을 끝으로 종영한 뒤 4년 만의 리부트라는 점에서, 그리고 젊은 층의 열광과 방송가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확실한 부활입니다. 

9월 4일 첫 방송을 한 SNL 코리아의 성공적인 안착을 이끈 건 첫 회 호스트였던 톱배우 이병헌도, 오랜만에 예능에 출연한 배우 하지원도, 매운맛 예능 캐릭터 제시도 아니었습니다. 신규 코너인 ‘인턴기자’가 히트를 친 것입니다. 특히 20대 사회초년생 기자를 연기하는 주현영 배우는 정교한(?) 메소드 연기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도중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요.”라고 울먹이며 자리를 뜨는 인턴기자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420만을 넘어섰고, 댓글은 1만 개가 넘게 달렸습니다. 주현영 배우에 대한 관심부터 20대를 희화화한 것이 아니냐는 사회적 논란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슈와 논란 사이로 또 한 명의 스타가 탄생하고, 프로그램은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습니다. 

지금까지 SNL 코리아의 가장 큰 수혜자는 주현영 배우겠지만 그 뒤에서 더 크게 웃는 건 쿠팡입니다. 왜 갑자기 쿠팡이냐고요? 이번에 리부트된 SNL 코리아는 쿠팡의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오직 쿠팡플레이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방송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데이터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가 SNL코리아 1회를 공개한 지난 4일(토요일) 일사용자수(DAU)는 32만 5438명으로 지난달 첫째주 토요일(22만 30명)보다 약 10만 명 늘어났습니다. 또 첫 방송을 앞둔 4일간 쿠팡플레이 신규 설치 숫자는 9만 3310명으로 전월 동기 대비 3배나 증가했습니다. 

쿠팡의 OTT 사업 진출을 회의적으로 보며 관망하던 기존 사업자들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웨이브나 왓차와 같은 토종 OTT 업체들 중에 오리지널 콘텐츠로 쿠팡과 같은 파급을 일으킨 사례가 있던가요? 유통업계를 잠식해버린 쿠팡의 경쟁력이 OTT 시장에서 다시 한번 조명받고 있습니다. 쿠팡의 무리수로 평가받던 OTT 사업 진출은 쿠팡의 신의 한 수로 바뀌게 될까요? 그리고 쿠팡이라는 강력하고 변칙적인 플레이어의 등장이 콘텐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OTT 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요? 
 

쿠팡의 경쟁력


쿠팡은 지난해 12월 OTT 시장에 본격 진출했습니다. 1월 14일 배급사 뉴(New), 쇼박스와 각각 영화 25편, 51편의 공급계약을 맺었고, 2월 26일에는 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와 프리미어 리그 중계권 협상을 맺었습니다. 에이클라는 SPOTV 채널을 소유한 회사로 기존에 네이버와 계약을 맺고 있던 곳입니다. 쿠팡이 대형 포털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소식이었습니다. 업계의 후발주자로서 쿠팡의 콘텐츠 수급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바로 선택과 집중입니다. 

쿠팡의 콘텐츠 수급 전략은 안정적인 수량 확보와 더불어 보다 대중적인 콘텐츠, 유저들의 관심과 호응도가 검증된 콘텐츠를 사들이는 것입니다. 모험적이고 새로운 콘텐츠보다는 기존에 팬이 형성된 작품을 노리고, 그것이 확실한 콘텐츠는 과감하게 투자해 판권을 확보합니다. 쿠팡플레이에서 판권을 확보한 해리포터 시리즈 전편과 영화 미나리 등이 그 예입니다. 미디어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쟁쟁한 경쟁사들 사이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적 투자인 것입니다. 전략의 일환으로 쿠팡은 지난 6월 네이버, 카카오를 제치고 도쿄 올림픽 중계권을 따내기도 했지만 물류센터 화재 등으로 기업 이미지가 악화되면서 중계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이 가능한 건 쿠팡의 OTT 서비스의 존재 이유가 경쟁사들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쿠팡의 OTT 서비스는 구독을 통한 수익 확대가 목표가 아닙니다. 기존의 로켓와우 유료회원들을 쿠팡 생태계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가 첫 번째 목적입니다. 쿠팡플레이의 구독 가격은 로켓와우 회원의 구독비용인 2900원입니다. 12000원인 넷플릭스나 국내 OTT 서비스 평균 가격인 7900원보다 파격적으로 저렴한데, 사실상 가격 비교가 무의미합니다. 로켓와우 회원이 되면 쿠팡플레이는 덤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쿠팡의 OTT는 꼭 봐야 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한마디로 OTT는 거들 뿐, 사업의 중심은 여전히 이커머스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존 사업자들이 쿠팡을 견제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쿠팡플레이/모바일인덱스
모바일인덱스의 자료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8월 순이용자수는 183만 명으로 넷플릭스(910만 명), 웨이브(319만 명), 티빙(278만 명), U+모바일tv(209만 명)에 이은 5위입니다. 왓챠(151만 명)와 KT의 시즌(141만 명)을 이미 앞질렀습니다. SNL 코리아의 순항과 다양한 콘텐츠 공급으로 편의성이 증가한다면 약 5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로켓와우 유료회원 대부분이 구독자로 편입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쿠팡은 국내 OTT 업체들 가운데 구독자 1위에 오르게 됩니다. 아니 그 이상을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분기 활성고객(분기 동한 한 번 이상 제품을 구입한 고객)이 1700만 명에 달하는 쿠팡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국내 넷플릭스 구독자를 넘어서는 것도 상상하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쿠팡의 진짜 속내

쿠팡이 아마존의 사업 모델을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것은 쿠팡 김범석 대표의 인터뷰에서도 언급되었던 부분이죠. 쿠팡플레이 역시 사업성이 검증된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따르고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올해 7월 기준으로 1억 75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넥플릿스(2억 760만 명)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OTT 시장의 강자입니다. 지난 5월에는 영화사 MGM을 약 9조 50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락인 효과를 넘어서서 콘텐츠를 통한 시장 확대 및 사용자 증대를 위한 행보입니다. 

쿠팡이 노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OTT는 거들뿐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는 이커머스 사업에 있어서 매우 강력한 무기입니다. 콘텐츠를 통한 유료 회원이 증가는 상품 매출의 확대로 이어집니다. 국내 OTT 시장 규모는 2021년 4월 기준 3조 3000억 원이었으며,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61조 원에 달합니다. 기존의 OTT 업체들이 약 3조 원의 파이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면 쿠팡은 현재 13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OTT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쿠팡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서 나아가 K-콘텐츠를 앞세운 해외시장 진출입니다. 쿠팡에게 있어서 해외시장 진출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는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으로의 변신입니다. 두 번째는 약 5000조 원의 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활동을 위한 초석을 놓는 것입니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이 로컬 기업을 넘어서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으로 입지를 다져가는 청사진의 중요한 고리입니다. 

실제로 쿠팡은 2020년 싱가포르 진출을 공식화했습니다. 쿠팡은 쿠팡싱가포르법인의 최고운영책임자, 물류, 리테일 부분 임원 및 평직원 수백 명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하는 교두보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K-콘텐츠와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K-콘텐츠의 가치 상승, 그리고 쿠팡의 전략

OTT 시장의 과열로 K-콘텐츠의 몸값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K-콘텐츠의 가치는 그야말로 수직 상승 중인데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2021년에만 5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SKT가 대주주인 웨이브가 2025년까지 1조 원, kt의 시즌은 2023년까지 4000억 원, CJENM의 티빙은 2023년까지 4000억 원 투입, 카카오엔터는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쿠팡 플레이도 연간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기존 사업자들이 워낙 세게 베팅한 터라 쿠팡의 투자가 소소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북저널리즘
그만큼 앞으로 플랫폼의 명운은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UI의 사용성, 추천 알고리즘의 성능 등의 요소보다 콘텐츠의 화제성과 인기가 구독자 증가 및 시장 점유율 강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과연 쿠팡은 어떻게 영향력을 높여갈까요. 물론 자본력이야 어느 대기업 못잖은 쿠팡이지만 쿠팡은 기존 업체들의 치킨 게임에 참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쿠팡으로선,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쿠팡과 기존의 OTT 사업자들은 같은 듯 다른 조건 속에 있습니다. 미디어 기반 OTT 기업들은 콘텐츠가 볼 게 없으면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되지만 쿠팡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아마존처럼, 이커머스 기반의 OTT 사업자가 갖는 장점입니다.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의 기업이 콘텐츠를 담기만 하는 그릇이라면 쿠팡은 아이피 콘텐츠를 활용해서 소비자의 생활에 더 자연스럽게 침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성공 법칙이었고, 기존 업체들이 활용할 수 없는 이커머스 업체만의 역량입니다.  

현재로서 쿠팡플레이는 로켓와우 멤버십의 부가서비스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구독자가 확대되고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지면 결국 독립된 OTT 서비스를 지향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서비스를 보완하는 일종의 베타 서비스였다면 앞으로는 기존 사업자들과 본격적인 차별화를 꾀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은 출시 초기인 만큼 기존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 저렴한 요금정책 외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SNL 코리아의 성공적인 안착은 그 기조를 바꿔 놓을 수 있습니다. 쿠팡이 콘텐츠 투자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분기점이 마련된 것입니다.

쿠팡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오리지널 콘텐츠 SNL 코리아를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4년 전 tvN의 SNL 코리아가 출연자의 잦은 사회적 논란과 정치 이슈에 대한 부담, 고가의 로열티로 인해 종영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입니다. 시작은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검증된 콘텐츠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과열된 콘텐츠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쿠팡이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아마존의 선례에서 볼 수 있듯, 콘텐츠와 쇼핑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구독서비스일 것입니다. OTT 시장에서 쿠팡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쿠팡의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의 활약과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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