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역주행의 이면에는 언제나 대중의 응원이 있습니다. 그게 속임수가 아니라면요. 그렇다면 이 책의 무엇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 걸까요? 문화계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흥행에 대해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최근 판타지 장르에 대한 대중의 선호’,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대중이 따듯하고 감성적인 이야기를 원한다는 점’
[1], 처음 소설을 쓴 작가라는 점과 소설을 쓰려고 삼성전자를 퇴사했다는 이슈가 불러온 ‘저자의 화제성’ 등입니다.
판타지 장르에 대한 선호는 웹소설, 팬픽 등의 콘텐츠를 소비하며 자란 젊은 세대가 출판시장에 유입되면서 장르물에 대한 시장의 장벽이 낮아졌고, 자연스럽게 판타지 장르에 대해 소비층도 확장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때의 판타지물은 본격 판타지 장르라기 보다 일상의 이야기에 가벼운 상상력을 접목한 소프트한 판타지 장르입니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설을 ‘현실 밀착형 판타지’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위의 설명과 일치합니다.
또 한 가지 언급할 만한 것은 이 작품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확인시켜주었거나 또는 확장시킨 소프트 판타지 소설의 팬덤을 일정 부분 흡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의 소재인 ‘백화점’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잡화점’과 유사한 공간성을 보이고 있기도 한데, 이렇게 ‘판타지’한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자신의 삶의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한다는 점에서 두 소설은 분명 같은 특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대중의 니즈를 가장 민감하게 읽어내는 출판사 중 하나라 할 만한 ‘인플루언셜’은 이러한 흐름을 짚어 최근 판타지 소설 ‘미드나이트 라이브러리’를 출간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책 역시 곧바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대중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코로나가 출판계에 미친 영향 중 하나는 어린이 도서 판매의 증가입니다. 어린이 도서 판매가 늘어나면서 청소년 문학 도서의 판매도 호조를 이뤘고, 어린이들이 가볍게 읽을 만한 판타지 소설이 시장에 필요했던 상황에 그 수요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유입되었습니다. 이는 책의 연령별 판매 부수에서도 나타납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20대(29.8퍼센트)와 30대(29.7퍼센트), 40대(28.2퍼센트)로 세대별로 고른 판매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쌤앤파커스는 40대의 책 구매가 어린 자녀와 함께 읽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밝혔습니다.
이 책의 성공에는 이러한 사회적인 맥락과 더불어 콘텐츠의 매력과 완성도가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쌤앤파커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충실한 팬층인 10대은 세계관에 민감하고 또 중요시한다는 것입니다. 이 세대는 이야기의 구성과 완성도보다 작품의 세계관이 본인의 흥미를 끄는지가 중요하며, 저자가 설정한 세계관이 와닿지 않거나 관심이 없으면 곧바로 비판적인 입장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10대 독자에게만 한정된 현상은 아닙니다. 이 책이 성공한 경로를 보면 20~30대 젊은 독자들 또한 저자가 선보인 세계관에 먼저 반응했습니다. 이 책이 처음 텀블벅에 공개되었을 때의 제목은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였습니다. 이 제목은 책의 세계관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었고, 여기에 반응한 대중은 1800퍼센트라는 펀딩 참여율로 화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