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가 쏘카를 타다

10월 15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토스가 타다를 인수하고 모빌리티 사업까지 뛰어든다. 토스가 기꺼이 레드오션에서 카카오와 경쟁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2018년 10월 8일 론칭한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는 작년 4월 길 위에서 종적을 감췄습니다. 기존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과 이른바 ‘타다 금지법’ 때문입니다. 재정비 후 대리운전 서비스 ‘타다 대리’로 재기에 나섰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남기고 서비스 기간 1년을 못 채운 올해 8월 사업을 철수했습니다. 이렇듯 시장 내 입지가 사라지다시피 했던 타다가 최근 부활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타다의 첫 서비스 론칭일로부터 꼭 3년이 흐른 이달 8일,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쏘카의 자회사인 타다(VCNC) 지분 60퍼센트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남은 40퍼센트는 쏘카가 보유한다는 측면에서 토스와 쏘카의 전략적 협력으로 이해하는 게 맞겠습니다. 이번 인수금은 오롯이 타다 재건에 투자한다는 방침인데요, 목표 운행 차량은 1000대입니다. 3사는 이달까지 계약을 마무리 짓고, 올해 안에 신규 타다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는 이번 인수로 모빌리티와 핀테크 결합의 시너지를 기대합니다.  두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해 2000만 토스 사용자와 900만 쏘카·타다 사용자에게 더 확장된 형태의 서비스 혁신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장악했던 택시 호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토스·쏘카·타다 연합군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타다 금지법 그 후

운송 플랫폼 사업 유형
유형 사업 형태 예시
플랫폼 운송업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차량 확보해 운송 초창기 타다
플랫폼 가맹업 플랫폼 사업자가 택시를 가맹점으로 확보해 운송 카카오T블루, 마카롱 택시
플랫폼 중개업 앱 등 플랫폼 통한 운송 중개 서비스 제공 우버, 카카오T

타다 부활 가능성을 점쳐보려면 타다의 질주를 막은 타다 금지법 즉, 개정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넓고 쾌적한 내부, 승객과 불필요한 대화 금지라는 내부 규정 등으로 빠르게 인기를 끈 타다(베이직)는 정확히 말하면 렌터카였습니다. 국내법상 렌터카 사업자는 운전사를 제공할 수 없는데, 11~15인승 승합차는 예외라는 규정이 있어 타다가 카니발로 서비스를 시작한 겁니다. 택시업계가 꼼수, 유사 콜택시라며 초창기 타다 서비스를 강력하게 비판한 이유입니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일자 국회는 렌터카를 관광 목적으로 여섯 시간 이상 빌리거나, 공항이나 항만에서 탑승해야만 운전사를 알선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꿉니다. 기존의 타다 서비스는 졸지에 불법이 된 셈이죠. 또 정부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크게 세 영역으로 정의했습니다. 기존에 존재했던 플랫폼 가맹사업과 중개사업 외에 타다의 대안 격으로 플랫폼 운송사업을 신설하고 제도화하기 위해서죠. 다만 운송사업자는 매출액의 5퍼센트를 시장 안정 기여금으로 내야 해 이익 창출이 불리하고, 신규 사업자의 경우 막대한 플랫폼 개발 비용이 들어 사업 진출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결국 타다는 기존의 운송사업 형태(타다 베이직)를 포기하고 가맹사업 형태(타다 라이트)로 전환합니다. 개인택시 기사나 택시 법인과 계약을 맺고 플랫폼 인프라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프랜차이즈 택시가 되는 겁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블루가 대표 가맹사업으로, 택시업계에서 수수료 20퍼센트를 받습니다. 누적 가입자 200만 명이 넘는 타다가 가맹사업에 나선다는 소식에 잠시 기대감이 일기도 했으나, 올 8월 기준 월간 앱 활성 이용자 수는 카카오T가 1016만 명, 타다가 9만 명입니다.
 

타다를 사는 이유

미국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지난해 슈퍼 앱을 새로운 테크 트렌드로 강조했다. ©a16z(Andreessen Horowitz)
토스가 시장 영향력 회복에 성공하지 못한 타다에 투자한 건 ‘슈퍼 앱(Super App)’ 구축 전략의 일환입니다. 미국 유명 벤처캐피털(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지난해 차세대 테크 트렌드 중 하나로 꼽기도 한 슈퍼 앱은 다양한 금융 거래를 각종 소비 영역 서비스와 결합한 앱입니다. 쉽게 말해 송금, 투자, 결제, 쇼핑, 예약 등을 하나의 앱에서 해결하게 하는 거죠. 앱 안의 또 다른 앱이라는 의미의 ‘앱 인 앱(App in app)’에서 더 확장한 개념입니다.

이달 초 인터넷 전문 은행 출범으로 한층 강화한 토스 앱에 모빌리티까지 결합하는 게 토스의 그림입니다. 이번 인수 발표 당시 토스의 롤 모델로 그랩이 꼽힌 배경입니다.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 배달, 대출, 보험, 쇼핑, 예약 등을 아우르는 동남아시아 대표 슈퍼 앱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월간 활성 이용자가 1200만 명에 달하는 토스 고객이 타다 호출 후 토스로 결제하고, 추가로 타다 이용 데이터와 토스 금융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보험, 대출 등 부가 상품을 내면 토스의 외연 확장은 시간 문제죠. 당장 타다와 토스 결제 기능을 결합하면 연간 매출액 12조 원의 국내 택시 시장에 손쉽게 침투할 수 있습니다.

택시 가맹 플랫폼 ‘웨이고’를 카카오모빌리티에 매각한 김재욱 태평운수 대표는 “결제·금융업을 하는 토스는 결제가 일어나는 사업을 해야 하고, 그중 모빌리티에서 가장 많은 결제가 일어나는 게 택시”라고 말합니다. 토스의 타다 인수가 정해진 수순이라는 뜻이죠. 타다가 업계 반발로 벼랑 끝에 섰던 2019년 12월, 토스는 티머니 호출 서비스 ‘온다택시’와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온다택시 첫 이용 고객에게 토스머니로 5000원을 되돌려 줬습니다. 연말을 맞아 택시 호출량이 평소의 두 배가 넘자 신규 이용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었는데, 그 이면에는 토스와 모빌리티의 결합을 미리 테스트해 볼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겁니다. 
 

타다 금지법은 카카오 진흥법?

14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예고편 ©BLUE
쏘카 차원에서도 이번 인수는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결정이었습니다. 쏘카는 지난해 10월 6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첫 유니콘으로 등극했습니다. 차량 대여(셰어링)에 집중하는 쏘카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타다 금지법 이후 꾸준히 적자를 내는 타다 사업을 정리할 필요성이 높았습니다. 실제 올해 쏘카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타다는 2019년 매출 109억 원, 순손실 4억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매출 59억 원, 순손실 112억 원으로 적자 폭이 30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더군다나 타다 금지법 이후 모빌리티 생태계가 활성화 될 거라는 정부 기대와 달리, 독주 체제를 견고하게 유지한 카카오모빌리티와의 경쟁을 쏘카가 혼자 감당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카카오 진흥법이란 말이 나올 만큼 경쟁이 불가능한 지경이 됐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전국 택시 기사 24만 3709명 가운데 카카오T 가입자 수는 22만 6154명으로 92.8퍼센트에 달합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98.2퍼센트, 경기도 99.3퍼센트, 인천 98.8퍼센트로 특히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독점이죠.

이달 초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서 흡사 카카오 청문회를 치를 만큼 카카오 규제에 대한 목소리는 높습니다. 그러나 플랫폼에 가입한 회원 수가 필승 전략인 시장 구조에서 대기업의 자금력으로 짜인 판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기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최근 글로벌 차량 공유 기업인 우버(Uber)와 SK텔레콤의 합작으로 탄생한 우티(UT)가 11월 모빌리티 경쟁에 본격적으로 합세하면서 타다가 설 자리는 더 좁아진 상태였습니다.
 

토스의 더 큰 그림

결국 이번 딜은 사야만 했던 토스와 팔아야만 했던 쏘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가능했습니다. 특히 전방위적인 사업 확대로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고 자본금을 늘려야 하는 토스로서는 어느 때보다 신규 매출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금융업계의 메기로 평가받으며 이달 초 출범한 토스뱅크는 사전 대기자만 150만 명에 이를 정도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은행 출범 9일 만에 사실상 개점 휴업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토스뱅크는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방식을 택해 왔습니다. 토스뱅크는 현재 다양한 투자자가 컨소시엄으로 주주 구성이 이뤄져 있는데요, 토스(비바리퍼블리카) 34퍼센트, 알토스벤처스 같은 벤처캐피털이 10.33퍼센트, 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 중소기업중앙회, 이랜드월드가 10퍼센트 등입니다. 결국 토스뱅크의 규모를 더 키우려면 추가 투자를 유치해 신주를 발행해야 합니다. 토스뱅크가 사활을 걸고 향후 5년간 1조 원의 유상증자를 목표로 내건 이유기도 합니다.

투자를 부르는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 즉, 밸류에이션은 결국 매출과 직결됩니다. 실제로 2018년 548억 원대였던 매출이 지난해 3898억 원으로 7배가량 성장한 이유로 2019년 LG유플러스에서 인수한 전자결제사업부문(PG) 매출 반영이 꼽힙니다. 하지만 4000억 원이 채 안 되는 매출로는 8조 원 대의 기업 가치를 납득시키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매출처로 국면을 전환해야 하는 토스 입장에서 모빌리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카카오, 우티와 경쟁이 불가피한 12조 원 택시 시장에서 설령 승자는 못 될지라도 단 10퍼센트, 20퍼센트 점유율만 차지하면 수천억 원에서 1조 원 대의 신규 매출을 늘릴 수 있으니까요. 타다 인수 이면에는 단순 사업 다각화 측면이 아닌 투자 유치를 위한 외연, 즉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한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타다 인수하는 토스의 속내를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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