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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 - FORECAST

디즈니 플러스가 넷플릭스를 추월할 수 있을까? 잘못된 질문인지도 모른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디즈니 플러스가 11월 12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다. 디즈니 플러스의 진출은 넷플릭스의 독주와 토종 OTT의 추격전 양상이던 한국 OTT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결정적 변수다. 글로벌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벌일 왕좌의 게임 역시 한국 시장에서 승부가 갈릴 공산이 크다. OTT 리모컨 대전이 발발했다.
WHY_ 지금 디즈니 플러스를 알아야 하는 이유

디즈니 플러스는 기존 OTT들의 보완재가 아니다. 대체재다. 어떤 OTT를 버리고 디즈니 플러스로 대체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서학 개미라면 디즈니 플러스의 성패는 디즈니 주가넷플릭스 주가에는 결정적 요소다. 지금이 왓챠를 끊고 디즈니 플러스에 가입할 때일까. 지금이 넷플릭스를 팔고 디즈니 주식을 살 때일까.
MONEY_ 9900원

일단 넷플릭스보다 싸다. 한국 시장에서 디즈니는 최대 4명까지 공유가 가능한 요금제 가격을 월 9900원으로 책정했다. 넷플릭스는 동일 조건의 요금제가 월 1만 4500원이다. 그런데 국내 디즈니 요금은 다른 나라보단 비싸다. 일본에서 디즈니 플러스의 월 구독료는 700엔이다. 7400원 수준이다. 북미 지역에서는 7.99달러다. 9300원 수준이다. 한국 가격이 일본과 미국에 비해 다소 비싸게 책정된 셈이다. 반면에 유럽은 8.99유로다. 1만 2400원으로 한국보다 비싸다. 방정식은 콘텐츠 총제작비 대비 인구수와 콘텐츠 구매력을 고려한 해당국 시장 크기다. 시청자 1인에게 부과되는 월 구독료는 결국 콘텐츠 전체의 가격을 N분의 1로 나눈 개념이다.
NUMBER_ 4분의 1

디즈니 플러스의 가입자 1인당 평균 결제 금액(ARPU)은 3.99달러다. 넷플릭스의 ARPU 14.25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OTT 플랫폼 전쟁은 콘텐츠에 투자할 실탄이 많은 쪽이 이기는 머니 게임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낮은 ARPU 탓에 구독료로 벌어서 콘텐츠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아직 불가능하다. 넷플릭스는 최근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ARPU를 높였고 덕분에 투자 여력이 강화됐다. 관건은 디즈니가 얼마나 빨리 총가입자 수에서 넷플릭스를 따라잡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빨리 1인당 평균 결제 금액에서 넷플릭스와의 격차를 줄이느냐다.
KEYMAN_ 케빈 파이기와 강풀 

글로벌 공략에선 마블의 총괄 프로듀서인 케빈 파이기가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 디즈니는 여러 콘텐츠 제작사를 거느린 제국이다. 〈겨울왕국〉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토이스토리〉의 픽사, 〈스타워즈〉의 루카스 필름, 다큐멘터리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그리고 〈어벤져스〉의 마블과 20세기 폭스의 스타다. 지난 2년 동안 디즈니 플러스를 가장 적절하게 활용해서 마블 세계관을 극장에서 안방극장으로 확장했고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 순증의 1등 공신 역할을 한 건 마블의 케빈 파이기다. 한국 시장 공략에선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까지 쓴 초능력물 〈무빙〉에 명운이 달렸다. 넷플릭스에서 〈킹덤〉 시즌2로 대박을 낸 박인재 감독이 연출한다. 한국 시장에서 디즈니 플러스는〈무빙〉이 성공하면 연착륙하고 실패하면 경착륙한다.
RECIPE_ 슈퍼앱

ESPN+와 훌루, 두 스트리밍 자회사가 디즈니의 히든 카드다. 훌루는 광고와 구독이 결합된 플랫폼이다. 광고를 보면 월 5.99달러라는 저렴한 구독료로 시청이 가능하다. ESPN+는 메이저리그와 슈퍼볼과 NBA를 한번에 볼 수 있는 인기 스포츠 채널이다. 디즈니 플러스 한국 론칭에선 훌루나 ESPN+은 유예됐다.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와 ESPN+와 훌루를 더해 모든 걸 원클릭으로 즐기는 슈퍼앱을 만드는 구상을 갖고 있다. 디즈니의 필승 전략이다.
DEFINITION_ 뉴 디즈니

디즈니 플러스의 성패에 디즈니의 생사가 달려 있다. 디즈니는 외형은 콘텐츠 기업이지만 실제론 부동산 기업이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오프라인 테마파크와 프랜차이즈 캐릭터 상품에서 창출된다. 콘텐츠는 본질적으론 테마파크 비즈니스의 원천 기술이다. 코로나 판데믹은 극장과 디즈니랜드를 멈춰 세웠다. 디즈니는 2019년 11월에 론칭한 디즈니 플러스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디즈니 제국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전하는 뉴 디즈니 프로젝트였다.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지금의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다를 바 없는 스트리밍 기업이다.
REFERENCE_ 넷플릭스

디즈니는 넷플릭스가 되고 싶어 하고 넷플릭스는 디즈니가 되고 싶어 한다. 넷플릭스는 디즈니처럼 오프라인 매출까지 갖춘 온·오프라인 콘텐츠 기업이 되려 한다.〈오징어 게임〉의 대성공은 넷플릭스한텐 천재일우의 기회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에 250억 원을 투자했다. 넷플릭스 기준으론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다. 〈오징어 게임〉의 프랜차이즈 굿즈 비즈니스엔 100억 원 이상을 베팅했다. 디즈니가 〈겨울왕국〉 테마파크에서 영화 입장료 수익을 능가하는 매출을 거둬들이는 것처럼 넷플릭스도 〈오징어 게임〉을 프랜차이즈 상품화하려는 것이다. 디즈니와 넷플릭스는 경쟁하면서 서로 닮아가고 있다.
CONFLICT_ 망 사용료

디즈니 플러스는 망 사용료를 간접 지불한다. 넷플릭스는 전면 거부한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료 분쟁에서 1심 패소했지만 항소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지급해야 하는 망 사용료는 최대 1000억 원에 이른다. 디즈니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망 사용료를 지불한다. CDN은 콘텐츠 제공자의 중앙 서버와 시청자의 물리적 거리가 멀 때 중계 서버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디즈니가 CDN에 이용료를 지불하면 CDN은 다시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망 사용료에서 넷플릭스와 차별점을 적극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여론전 양상에 따라 공정에 민감한 MZ 소비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ISK_ 기업 문화

디즈니는 스스로를 넷플릭스화하려고 하지만 기업 문화는 여전히 과거형이다. 디즈니는 콘텐츠를 극장이나 테마파크에 공급해 왔다. B2B다. 디즈니 플러스는 콘텐츠를 소비자들한테 직접 공급하는 D2C 비즈니스다. 그래서 OTT 전쟁은 과감함이 승부처다. 소비 시장은 변화무쌍해서다. 넷플릭스는 과감하다. 부채 비율이 400퍼센트가 넘어가는데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콘텐츠 제작비에 쏟아붓는다. 디즈니는 부채 비율이 56퍼센트 정도인데도 넷플릭스처럼 풀베팅을 못한다. 1990년대 침체기를 겪었던 디즈니가 2000년대에 부활한 건 밥 아이거라는 탁월한 CEO가 있었기 때문이다. 픽사와 마블과 폭스 같은 초대형 인수 합병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다. 정작 지금 디즈니는 밥 아이거가 아니라 후임자인 밥 차펙이 이끌고 있다. 디즈니의 CEO 밥 차펙은 테마파크 전문가다. 오프라인 부동산 전문가가 디즈니의 온라인화를 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INSIGHT_ 상대적 재미

OTT는 가입자의 충성도가 낮은 시장이다. 콘텐츠나 가격에 따라 손쉽게 플랫폼을 갈아탄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선 가입자들도 스트리밍한다. 결국 누가 꼴찌로 전락해서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냐가 관건이다. OTT 시장은 페이즈3로 접어들고 있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시장을 개척하고 독점하던 페이즈1, 유사 플랫폼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이 선택을 고민하는 페이즈2, 그리고 나라별로 시장 크기에 따라 탑3 정도만 살아남는 페이즈3다.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은 페이즈3의 신호탄이다. OTT 플랫폼은 시청의 기준을 바꿔놓았다. 영상의 절대적 재미보단 상대적 재미가 중요해졌다.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이 플랫폼의 이 콘텐츠가 저 플랫폼의 저 콘텐츠보다 상대적으로 더 재미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점점 중요해지는 건 반복되는 만족스런 플랫폼 이용 경험을 통한 축적된 확신이다. 시청자에게 상대적 재미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는 플랫폼은 퇴출된다.
FORESIGHT_ 무승부 그리고 연장전

넷플릭스가 지난 2분기에 게임 유통업 진출을 선언한 건 디즈니 플러스를 견제하려는 속셈도 있다. 디즈니는 여러 차례 게임 산업 진출을 시도해 왔다. 넥슨 인수를 타진한 적도 있었다. 넷플릭스는 디즈니가 정복하지 못한 거의 유일한 콘텐츠 분야인 게임에서 디즈니를 추월하려고 한다. 〈오징어 게임〉은 여러모로 넷플릭스한텐 기회다. 테마파크와 프랜차이즈 상품화뿐만 아니라 게임 소재로서도 활용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디즈니 플러스와 넷플릭스는 결과적으로 영상 스트리밍 시장을 양분할 것이다. 무승부다. 두 회사의 승부는 영상 이외 콘텐츠 시장에서 판가름이 난다. 2017년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에게 넷플릭스 인수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 물론 리드는 거절했다. 457번 참가자로서 상대방 구슬을 따는 데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장전은, 게임이다.


OTT 전쟁에 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면 《넷플릭스하다》를 추천합니다.
디즈니 플러스 진출에 즈음해서 넷플릭스 한국 진출 초기의 쟁점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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