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위드 코로나 월드
완결

세계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방법

결국 모든 판데믹은 사그라지게 마련이다. 끝내 세계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운이 좋으면 2025년의 겨울은 평범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호흡기 질환이 확산되고 사람들이 병원을 찾아오면서 보건의료 체계는 긴장하게 될 것이다. 독감이 노인들을 괴롭힐 것이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일부 아이들을 많이 아프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계절성 질병이 이러한 패턴에 추가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코로나19이다. 이것은 독감보다도 훨씬 더 심하게 노인들을 아주 아프게 할 것이다. 그러나 병원 밖에서의 일상은 대체적으로 방해받지 않고 지속될 것이다.

세계는 예전에도 판데믹을 경험했었다. 1830년대에 발병한 콜레라로 인해 불과 한 달 만에 파리 시민들의 약 3퍼센트가 목숨을 잃었다. 19세기 말에는 러시아 독감으로 약 100만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일종의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불과 2년 만에 약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코로나19도 여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초과사망(excess death) 집계 모델에 의하면 이번 판데믹은 아마도 1000만에서 1900만 명의 목숨을 잃게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중심값 추정치는 1630만 명이다. 코로나19는 이제껏 인류가 마주했던 전염병들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심지어는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신종 감염병이었으며 모든 곳에 퍼졌다. 이것이 출현했을 때, 전 세계가 바짝 긴장했다. 면역학적 순결성(immunological naivety)[1]과 이 바이러스의 자체적인 특성까지 더해져서 코로나19는 아주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고 끔찍한 결과를 양산했다.

그러나 결국 모든 판데믹은 사그라지게 마련이다. 결국엔 많은 사람들에게서 면역력이 발생하게 될 것이고, 바이러스는 확산을 지속하기에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숙주를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간이 완전히 근절시킨 전염병은 천연두 하나뿐이다. 독감, 홍역, 콜레라와 같은 다른 질병들은 서서히 엔데믹(endemic)[2]이 되어서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으로 자리를 잡았고, 여전히 감염이 확인되고 있지만 백신이나 의학적인 치료를 통해서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는 코로나19도 전혀 다르지 않다. (표1 참조) 이번 판데믹의 새로운 점이라면, 백신과 치료를 통해서 과학이 아주 빠른 속도로 이 질병을 엔데믹 상황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그것이 언제쯤이면 확실히 엔데믹이 될 것인지, 그렇게 되었을 때의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도 코로나19의 완전 퇴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세계에서 규모가 큰 나라들 가운데에서 “제로 코로나” 전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나라는 오직 중국뿐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학자인 마리아 반 케르코브(Maria Van Kerkhove)는 코로나19가 출현한 직후부터 이 질병을 퇴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많은 나라들이 최대한 강력하게 이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염성이 극도로 강한 델타 변이가 출현하면서 그러한 목표를 훨씬 더 허망하게 만들었다. 유일한 대안이라면 이동의 통제와 엄격한 검역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이러한 조치를 견딜 수 없을 것으로 여긴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대신에 모든 나라들을 이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엔데믹 상황이라는 것은 어떤 바이러스가 꾸준한 속도로 돌아다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 감염자들의 수가 오르거나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 감염률은 전반적으로 일정하고 안정적이며 예측가능한 수준이다. 그런 질병은 아주 위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는다. 감염에 민감한 인구의 비율은 전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인구와 균형을 이루는 평형 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백신접종은 그러한 평형점을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20세기에 세계 전역에 걸쳐서 정확히 이러한 조치를 통하여 소아마비와 홍역이라는 파괴적인 질병을 엔데믹으로 만들었고, 지금은 지구상의 많은 지역에서 완전히 없앨 수 있었다. 이 두 가지에 대한 백신접종이 사람들에게 강력히 먹혀들 수 있었던 동인은 이들 질병이 아직 면역체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아이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그런 경로를 따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지 아이들에 대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백신접종을 하더라도 비록 증상이 완화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질병에 감염돼서 그것을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엔데믹이 어떤 모습일지를 짐작하려면, 약 200개에 달하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흔한 감기와 비교해보면 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감기에 걸려도 심각하게 앓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성인들도, 심지어 고령의 어르신들도 평생 동안 여러 차례의 감기에 걸리며 형성된 약간의 면역력을 통해서 그것을 떨쳐내고 이겨낼 수도 있다. 그래서 감기는 다소 감염률이 높기는 하지만 엔데믹 질병으로서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독감은 이것과는 또 다르다. 독감은 매년 29만에서 65만 명의 사람들을 죽이는 가장 위험한 엔데믹 질병 가운데 하나인데,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고령의 어르신들이다. 독감에 대해서는 백신도 존재하고, 매년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널리 보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독감이 완전히 사라질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부분적으로는 백신접종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부분적으로는 백신이 따라잡는 속도보다 독감 바이러스 자체가 더 빠르게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엔데믹이 된다면 그로 인한 영향은 결국 독감이 주는 피해와, 다른 흔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영향 사이의 어딘가에 해당될 것이다. 시애틀에 있는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 센터(Fred Hutchinson Cancer Research Center)의 바이러스학자인 트레버 베드퍼드(Trevor Bedford)는 델타 변이의 번식력이 가장 흔한 독감의 변종들 가운데 하나인 H3N2보다 두 배나 빠르다고 계산한다. 그는 또한 현재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또한 H3N2 바이러스보다 약 다섯 배나 더 빠르게 진화했다고 지적한다. (물론 코로나가 엔데믹이 되고 확산세가 움츠러들면 그 진화 속도는 줄어들 것이다.) 베드퍼드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부담감이 향후 몇 년 안에 독감과 비슷한 수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자체가 아주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감염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것이고 따라서 사망자도 많이 나올 것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서 미국에서만 매년 5만에서 1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약 1만2000-5만2000명 수준이다.

어떤 이들은 코로나19가 다른 흔한 코로나바이러스들과 비슷하게 널리 돌아다니지만 공중보건 체계나 사회에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런던 위생 열대의학 대학원(LSHTM)의 전염병학자인 데이비드 헤이먼(David Heymann)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일반적인 독감과 가까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독감과는 다르게 아이들을 중심으로 전염이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독감 백신이 기껏해야 감염의 40-60퍼센트만을 막아주기 때문에 굳이 병원을 방문해야 할 동기부여를 하지 못할뿐더러 매 시즌마다 새로운 변종을 고려해서 백신을 수정해야 하는 반면, 코로나19 백신은 심각한 증상이나 사망률을 막아주는데 훨씬 더 효과가 있고, 더 나아가서 매 시즌마다 업데이트를 해야 할 필요도 없다. 이런 모든 상황들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엔데믹은 독감보다는 다른 엔데믹 형태의 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취약계층은 여전히 주기적으로 백신을 맞아야 하겠지만, 헤이먼 박사는 나중에 코로나19가 아무리 심각하게 유행하더라도 그로 인한 사망률이 (현재의 독감백신으로 대응할 때의)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만큼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어떠한 형태의 엔데믹으로 결론이 나든 간에, 어쨌든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 백신접종 캠페인이 부진한 동유럽에서는 입원률과 사망률이 치솟고 있다. 백신접종 전개 속도는 느리지만 엄격한 봉쇄조치를 취한 덕분에 감염률이 낮게 유지되었던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인구의 대부분은 면역학적 순결성의 상태이다. 이들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마주칠 기회도 없었지만, 백신도 구경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면역력이 형성되지 않은 지역에 만약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된다면, 발병률과 사망률이 급증할 것이다.



아직 위험을 벗어난 것이 아니다


중단기적으로는 백신접종률이 높은 지역에서도 불길이 치솟을 수 있다. 대부분의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일찍 엄격한 예방조치를 완화한 영국에서는 아무리 백신접종률이 높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이 폐쇄될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표2 참조) 지난 9월 영국 내 집중치료실(ICU) 병상의 25-35퍼센트는 코로나19 환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서 통상적으로 2-3주 동안 머무르면서, 수술 후 며칠 동안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여유 병상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나머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코로나19 때문에 입원하는 환자들의 80-90퍼센트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이들이다. 사망률을 살펴보면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코로나19는 현재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영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커다란 사망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에 영국에서 백신접종을 완전히 끝마친 사람들 가운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비율은 겨우 1퍼센트에 불과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비율이 37퍼센트였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감염 추세는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그것이 여전히 면역이 취약한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면서 점차 줄어들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코로나19는 점점 더 희귀해질 것이다. 그리고 세계는 결국 엔데믹으로 접어들 것이다. 엔데믹이 어떠한 모습일지, 그리고 어떤 나라들이 엔데믹에 도달하게 될 지는 세 가지 요인에 따라서 달려있다. 첫째는 해당 국가의 인구들 중에서 얼마나 높은 비율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게 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면역력의 효능과 내구성이 어떤지를 살펴봐야 한다. 둘째는 코로나19를 어떻게 치료하느냐이다. 셋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화 양상이다.

면역력은 수치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면역체계는 복잡하며 이해하기도 어렵다. 면역력을 형성하는 항체의 양과 질이 모두 중요하다. 미주리에 있는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의 면역학자인 알리 엘러베디(Ali Ellebedy)는 이렇게 말한다. “백신접종 이후 최대 6개월 동안은 면역체계가 여전히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을 최적화하고 완벽해지는 과정에 있습니다. 처음 두세 달 동안에 만들어진 항체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돌기에 대한 결합친화력(binding affinity)이 훨씬 더 강한 항체들로 서서히 교체됩니다. 눈으로 잘 보이는 과정은 아닙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항체의 수량이 적을 수는 있지만 그것의 효능은 더욱 높아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항체의 수치가 감염 방지에 있어서 결정적인 지표는 아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전염병학자인 새라 워커(Sarah Walker)는 이렇게 말한다. “항체 수치가 매우 높은 사람들도 코로나19에 감염됩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높으니까 감염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집단적인 인구의 측면에서는 병원체가 신체를 감염시키는 일을 막아주는 중화 항체(neutralising antibody)가 아주 많으면 감염 건수가 줄어들게 된다.

사람들의 개인적인 면역이나 집단면역 수준에 대한 아주 뛰어난 통찰력이 없더라도, 커다란 관점에서는 누구나 잘 아는 상식이 있다. 바이러스가 집단 내에 퍼지게 되면, 감염되었다가 살아남은 사람들의 면역체계가 스스로 단련을 하면서 향후에 감염이 발생할 때 싸울 수 있는 항체를 준비시킨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주입한 백신은 접종 이후에 몇 달이 지나면 그 효력이 약해지지만, 그 백신이 심각한 증세와 사망을 막기 위해 훈련시킨 면역체계는 튼튼하게 유지된다.

백신은 인류의 3분의 1에게 곧바로 엔데믹 상황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제공했다. 만약 백신이 없었다면 훨씬 더 처참한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지금까지 약 38억 명의 사람들이 최소한 한 차례 이상 접종을 했고, 28억 명은 백신접종을 모두 마쳤다. 감염되었다가 살아남은 사람들까지 더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면역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백신은 심각한 증세와 사망의 위험성을 크게 줄여준다. 백신은 수십만 명의 생명을 구했고, 보건의료 시스템의 상당부분이 계속해서 작동할 수 있게 해주었다. 코로나19는 전염의 확산 및 진화와 면역력의 형성 사이에서 벌어지는 주기적인 힘겨루기에 있어서 거대한 규모로 그 싸움의 기간을 아주 짧게 단축시킨 최초의 판데믹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덜 위험한 방법으로 면역력을 획득한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유한 나라들에 살고 있다.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대다수가 여전히 감염의 확산 속에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백신접종률은 올해 상반기에 급증하면서 6월 말 기준으로 매일 4300만 명이 접종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지만, 9월말 현재에는 하루 3000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론 그러한 하락세의 상당부분은 중국에서의 접종 속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는 것보다 백신접종 속도가 더욱 빨랐다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지만, 오직 부유한 나라들에서만 그러한 현상이 한정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전 세계적의 집단면역 형성 정도는 다른 엔데믹 상황의 호흡기 질환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다른 오래된 엔데믹 질병들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평생을 거치며, 특히 어린 시절에 반복해서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이러스에 노출될 때마다, 우리의 면역체계가 새롭게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 엘러베디 박사는 코로나19가 다른 엔데믹과 비슷한 수준의 집단면역에 도달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몇 년의 특징이라면 주기적인 등락을 거치며 하락세가 천천히 이어지는 과정일 것이다. 즉, 감염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면역력의 확대와 강화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의 변화가 진행될 것이다.



모든 것에는 각자의 계절이 있는 법이다


일단 면역력이 충분히 널리 퍼지면, 코로나19 발병 건수는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돌아다니고 있는 다른 엔데믹 호흡기 질병들과 비슷한 계절성 패턴을 보일 것이다. 바이러스들이 환경적인 조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연구하는 프린스턴대학교의 레이첼 베이커(Rachel Baker)는 앞으로 5-6년 이면 코로나19의 감염 패턴이 면역학적 순결성에 의해 주도되기 보다는 다른 엔데믹 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한 계절성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코로나19가 거의 확실히 우리 인류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질병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단지 백신만이 아니라 빠르게 발전하는 치료법 덕분이기도 하다.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코로나19의 초기 단계에 투여될 경우에 고위험군 환자들의 입원률을 87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렘데시비르는 시설을 제대로 갖춘 병원에서 정맥주사를 통해서 투여해야 한다. 또 다른 종류의 의약품을 사용하는 항체요법도 매우 효과적이지만,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투여해야 한다.

미국에서 규제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항체치료제인 AZD7442는 진료실과 같은 공간에서도 투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쌀 것으로 보여서 널리 활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코로나19와 싸울 수 있는 항체를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접종 이후에 면역력이 약화되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추가적인 보호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항체치료제가 널리 퍼진다면, (의료노동자들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암이나 당뇨병 환자들, 또는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고령의 환자 등 기저질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매우 심각한 증세가 발병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한 예방수단으로 아주 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저렴한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도 역시 개발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들은 물론이고 환자들을 치료하는 병원들에게 부과하는 부담을 덜어주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유망한 것은 제약회사인 머크(Merck)와 리지백(Ridgeback)이 만든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이다. 이 약을 증상이 시작된 지 5일 이내에 복용하면, 가볍거나 중간 정도의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입원하거나 사망할 위험을 약 50퍼센트 줄여준다.

머크는 2021년 말까지 1000만 회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구촌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가격도 저렴할 것이다. 화이자(Pfizer), 로슈(Roche), 아테아파마슈티컬스(Atea Pharmaceuticals)에서 나온 약품들의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이들 역시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무기고에 더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몰누피라비르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는 코로나19를 치료하지 못한다. 그러나 훨씬 덜 위험하게 만든다. 그래도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진화해서 특정한 항체요법에 대한 내성을 갖는 것이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신종전염병을 가르치는 피터 호비(Peter Horby) 교수는 아예 처음부터 항바이러스제를 여러 개 조합해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HIV 항바이러스제의 사례를 보면 단일한 치료법에 대해서는 그 내성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약품들은 우리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걸 좀 더 쉽게 해줄 수 있겠지만, 각국 정부 및 공중보건 당국은 어떠한 질병이 발병해서 보건의료 체계를 마비시키지 못하도록 여전히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매년 겨울이 되면 유행하는 독감은 이러한 도전에 대한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그런 질병의 전염을 줄이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이번과 같은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 합당할 수도 있다. 부유한 세계에서는 특히 겨울철이 되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억지로라도 사무실에 출근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매년 독감 백신과 촉진제를 접종한다면, 취약한 사람들이 병원 신세를 지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진화는 불가피하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영향이 무엇일지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 새롭게 나타나는 모든 변종들은 사실상 나머지 모든 변이들을 대체한 델타 변종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만약 델타를 능가하는 새로운 변종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결국 지구촌 전역에 퍼질 것이다. 지금은 멸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베타 변종은 델타보다는 면역성을 이기는데 뛰어났지만 확산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들 각각의 강점이 결합된 새로운 변종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재앙이 될 것이다. 델타의 하위 변종인데도 베타의 특징들까지 갖고 있는 “델타 플러스”는 현재까지 본격적으로 퍼지지는 않았는데, 이것이 폭넓은 확산력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백신을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그러나 베타의 특성을 가진 델타의 변종일 가능성이 있고, 사람들이 입원하는 걸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변종의 확산을 막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면역학자인 대니얼 알트만(Daniel Altmann)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진화 양상은 그 특성상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래에 어떤 돌연변이를 일으키더라도, 엔데믹에 접어든 그 바이러스가 외부와 격리된 채로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러스들도 서로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이 2020년 1월부터 4월 사이에 수집된 데이터에 대해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이미 독감에 감염되었던 사람들이 나중에 코로나19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58퍼센트 낮았다고 한다. 아마도 두 개의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다투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사람들은 동시에 두 가지의 질병에 감염되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의 사망 위험성은 코로나19에만 감염된 사람들에 비해서 거의 두 배가 높았다.

엔데믹으로 접어들더라도, 세계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엔데믹 상황으로 가기 위해서 취약한 모든 사람들의 팔뚝에 백신을 놓거나, 마스크를 열심히 착용하거나, 환기를 잘 하는 등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 않다. 코로나19는 결국엔 엔데믹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몇 달과 몇 년 동안 수많은 도전과제들을 던져줄 것이다. 뉴노멀(new normal)로 가는 길은 여전히 매우 험난할 것이다.
[1]
어떤 병원체나 감염균에 노출된 경험이 없는 상태
[2]
감기처럼 일상화 된 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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