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오브 머니

10월 20일 - FORECAST

키아프에서 그림을 산 사람은 돈을 벌 수 있을까? 아니면 거품일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10월 18일 국제아트페어 키아프(Kiaf)가 역대 최다 관객, 최대 매출액을 모두 경신하며 종료했다. 참가 갤러리마다 솔드 아웃이 이어지면서 주최 측도 갤러리도 방문자들도 현장의 열기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것은 미술 대중화의 명백한 증거일까 아니면 2007년 미술 투기의 재연일까.
WHY_ 지금 키아프를 알아야 하는 이유

미술 시장은 지금 가장 각광 받는 투자처다. 현상과 지표가 이를 입증한다. 주식이나 코인보다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는다면 2021년 키아프가 거둔 성공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미술애호가라면 이것이 훈풍인지 광풍인지 정신 바짝 차리고 봐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그러나 살 수 없다면 알아나 보자.
MONEY_ 650억

2021 국제아트페어 키아프는 10월 13일부터 5일 동안 열렸다. 총 8만 8000명이 방문했다. 650억 원의 거래액을 올렸다. 이는 2019년에 올린 301억 원의 2배가 넘는다. 지난 5월에 열렸던 아트부산페어의 거래액 350억을 상회한다. 홈쇼핑도 아닌데 작품들은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블루칩 작가로 분류되는 김구림, 이건용, 이강소,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오세열 등 인기 현대작가들의 작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미술 시장에서 작가의 가치는 블루칩, 옐로우칩, 유망작가, 신진작가까지 4단계로 분류된다. 블루칩은 흥행이 보장된 작가로 작품 당 3억 원 이상이다. 옐로우칩 작가의 작품은 1억 원 안팎으로 가격이 형성된다.
NUMBER_ 30만 원

키아프에 나온 작품의 가격이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다. 씬스틸러는 의외로 VVIP 티켓이었다. 원래 VVIP 티켓은 100매 한정으로 판매될 예정이었으나, 온라인으로 1장에 2인이 입장하는 VVIP 티켓이 2000장 팔리면서 그간 여유롭게 전시를 관람하며 작품을 고르던 컬렉터들은 매장을 숨 가쁘게 뛰어다녀야 했다. 전시된 작품이 언제 빨간딱지가 붙을지 모르니까. 티켓이 그렇게 풀린 것은 운영상의 실수였지만 주최 측도 30만 원짜리 티켓이 그렇게나 팔려나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VVIP 티켓 구매자라면 키아프에 바람 쐬려고 온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 잠재적 구매자들이다. 그만큼 미술 작품에 대한 대중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KEYMAN_ 옥승철 

올해 키아프에서 가장 주목 받은 작가는 옥승철이다. 그가 유명해진 건 인기 밴드 아도이와 작업한 앨범 커버가 알려지면서다. 만화 속 한 장면 같은 이미지가 젊은 컬렉터들의 키치한 감성을 자극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품은 전시를 하기도 전에 팔려나가 주문이 밀려 있을 만큼 구매가 쇄도했다. 갤러리 관계자에 따르면 옥승철 작가의 작품을 원하는 대기자들이 너무 많아서 오늘 예약하면 내년 상반기에나 구매 가능하다고 한다.
RECIPE_ 보이지 않는 손 

흥행은 예정되어 있었다. 지난 5월에 열린 아트부산 페어는 전초전이었다. 키아프는 미술 시장에 유입된 MZ세대 및 3~40대 신규 컬렉터를 위해 ‘프라이빗도슨트가이드’와 홈페이지에서 작품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뷰잉룸’ 등 편의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그것이 흥행을 이끈 결정적 요소는 아니었다. 솔직히 시장이 다했다. 미술 시장은 이미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했다. 주식, 코인, 부동산을 모두 경험한 젊은 세대가 최적의 투자처로 미술 시장을 찍은 것이다. 지금 미술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DEFINITION_ 대체 투자의 오아시스 

투자 대상으로서 미술은 독특하다. 가격 형성의 요소에 미적 가치, 역사적 가치, 심미적 가치 등 내적 가치와 함께 갤러리, 딜러, 투자자 등 구성원의 입김이 강하게 개입한다. 수치화하기 어렵고, 변동성도 크다. 안정적이지 않은 투자처다. 그런데도 미술이 투자처로 각광 받는 이유는 있다. 사람들은 투자할 곳이 목마르다. 주식 시장은 고점을 지나 횡보하고 있고 코인은 위험한 자산으로 분류되었다. MZ세대는 빠르게 대체 투자에 눈을 떴다. 소액 투자이건 조각 투자이건 자본을 굴릴 궁리를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미술 투자가 급부상한 건 이런 흐름 속에서 미술을 최적의 투자처로 홍보해온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인 갤러리들의 역할이 크다. 그들이 한 일은 미술이 매우 훌륭한 투자처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계속 퍼뜨리는 것이었다. 미술이 아트라는 메시지 대신에 말이다. 
REFERENCE_ K-POP

지난 10월 13일부터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린 ‘2021 스타트 아트페어’에는 ‘K-POP ART’라는 이름의 특별전이 열렸다. 스타트 아트페어는 25개국 70여 명 이상의 작가와 전 세계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명망 있는 아트페어다. 이 전시장에는 익숙한 대중음악 아티스트 송민호, 강승윤, 헨리 등의 작품이 걸려 있다. K-POP을 비롯한 한국 문화의 세계적 인기는 다른 어떤 분야만큼이나 미술 시장에 호재다. 한국의 미술 작품이 세계 시장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고 그렇게 되면 미술 시장은 더욱 확장되고 작품 가격도 상승할 거라는 신호가 된다.
CONFLICT_ 5:5

아트페어에서 작품 한 점이 팔릴 때 수익 분배율이다. 5는 작가 몫이고 5가 갤러리의 몫이다. 대체로 그렇다. 작가의 인지도가 없으면 갤러리가 6이나 7이 되기도 한다. 요즘 회자되는 플랫폼 사업의 수수료는 저리 가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술 시장이 커질 때 누가 가장 이익을 볼까? 미술 시장의 힘의 구도에서 극소수 블루칩 작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가들이 을의 입장에 처한다. 오랜 기간 그림을 그려온 실력있는 작가들은 대부분 키아프 같은 대규모 아트페어에 자신의 작품을 걸고 싶어한다. 하지만 선택권은 온전히 갤러리 측에 있다. 작품성보다 팔릴 가능성, 작가의 인지도, 화제성 등이 먼저 고려된다. 갤러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작가가 선택 받는다. 작가와 갤러리 사이에 갈등은 미술 시장의 건전성 내지 건강한 성장의 선순환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RISK_ 묻지 마 투자

올해 키아프에서 갤러리 직원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얼마나 오를까요?”였다. 갤러리에 그림을 걸자마자 팔렸다는 사례담이 쏟아진다. 전에 없던 구매 행렬과 완판 소식이 들려오는 한편 그림을 그만 팔려고 한 갤러리도 있었다. 워낙 빠르게 매진되다 보니 구매 후 바로 경매 시장에 올릴 것 같은 사람에게는 작품을 팔지 않은 것이다. 작품의 가격은 경매 시장에 작품이 나오는 빈도도 영향을 미친다. 경매에 나와서 유찰되거나 자주 경매 시장에 등장하면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키아프에서 일어난 사례들은 묻지 마 투자를 연상케 한다.
INSIGHT_ 울프 오브 아트 스트리트 

미술 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사람들이 빨려들어간다. 하지만 미술 시장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개방되어 있지만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이 세계에선 시장의 원리, 미술품의 가치 체계, 주요 플레이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영원히 ‘아싸’ 신세를 면할 수 없다. 다큐멘터리 〈올프 오브 아트 스트리트〉가 해부한 것처럼 말이다. 이번 키아프의 모습은 현재의 혼재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시간 넘게 줄을 서고 갤러리를 뛰어다니며 작품을 사는 흥분된 열기와 미술 시장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과열과 투기적 양상이 펼쳐지는 모습이 공존한다. 올해 팔린 650억 원어치의 작품들, 과연 투자자들은 돈 벌 수 있을까? 내가 천만 원을 주고 산 그림이 내년에 2천만 원으로 올라 있을까? 확실한 건 미술 투자 열풍이 아직 고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술 시장은 이제 겨우 침체기를 벗어났다. 아직 호재들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술 투자 했다면, 이제부턴 버틸 일이다. 
FORESIGHT_ 더 커지는 키아프 2022

현재 미술 시장에는 분명히 악재보다 호재가 많다. 신세대 컬렉터들이 시장의 주류로 떠오를 것이고, MZ세대의 유입도 계속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재로서 미술 시장 외에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등장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 상품으로서 미술처럼 호감형이고, 급등했을 때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찾기 힘들다. 하나 있다면 NFT 시장 정도다. 내년엔 키아프의 판은 더 커진다. 미술계는 우리나라의 다른 문화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해외 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다. 흥행 영화 2편의 공식처럼 내년에는 판은 더 커지고 더 강력한 플레이어가 등장한다. 키아프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불리는 런던의 프리즈 아트페어와 공동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목표는 세계 시장이다. 내년엔 더 큰 장터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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