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투 누리호

10월 22일 - FORECAST

K뉴스페이스 시대를 누릴 수 있을까? 한화는 한국의 스페이스X가 될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누리호는 발사엔 성공했다. 임무엔 실패했다. 성공의 관건으로 여겨지던 발사 과정의 문제는 발목을 잡지 않았다. 엔진 연소도 덮개 분리도 안정적이었다. 누리호가 쏘아 올린 위성 모사체는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누리호는 나로호의 네 배 가까운 세금이 투입됐다. 누리호는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쏘아올린 올드스페이스 로켓이다. 누리호 엔진을 개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의 스페이스X가 될 수 있을까. 
WHY_ 지금 누리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일론 머스크도 제프 베이조스도 뛰어드는 우주산업에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우주발사체에 도전하는 이유를 납득하고 싶다면? 우주에 투자하는 경제적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우주기술은 목표 거리에 비례해 사회의 내밀한 구석까지 영향을 미친다. 인류의 우주를 향한 문샷싱킹은 결과적으로 지구에서의 삶을 바꾸는 지렛대가 됐다. 누리호도 마찬가지다. 
DEFINITION_ 스페이스 K

누리호는 최초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다. 300여 개의 기업에서 37만 개의 부품을 자체 개발했다.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는 러시아 기술의 엔진이 1단에 탑재됐다. 2013년 1월 30일에 3차 시도 만에 100킬로그램급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했다. 누리호는 총 1.5톤급 실용위성을 600킬로미터 이상의 저궤도에 올릴 수 있다. 나로호보다 두 배 멀다. 나로호가 아파트 10층 높이의 2단 로켓이라면 누리호는 12층 높이의 3단이다. 체급이 다르다. 우주개발 역사 30년에 이와 같은 기술력을 갖춘 나라는 6개국 정도다. 우주기술은 가볍고 얇은 소재가 열을 견디며 탄생하는 내열 소재와 우주인의 먹거리, 슈퍼컴퓨터, GNSS 등 수많은 파생 기술을 만든다. NASA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반 세기간 우주개발 과정에서 파생된 기술만 6300종이다.
NUMBER_ 16분

이륙부터 모사체 분리까지 누리호는 완벽한 16분을 보여줬다. 이 장면을 연출하는 데만 11년이 걸렸다. 시작은 2010년 3월 한국형 발사체 프로젝트였다. 나로호 1차 실패로부터 불과 7개월 뒤였다. 실패가 뼈아팠던 이유는 기대 때문이었다. 나로호 이전엔 엔진 설계, 로켓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해외의 기술력이 필요했다. 1992년 처음 쏘아 올린 초소형 위성 우리별은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발사됐다. 1999년의 아리랑 1호는 미국에서 발사됐다.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외나로도에서 이름을 딴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13년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부터 8년이 지났다. 누리호 발사가 마무리 된 뒤 문재인 대통령은 10분간 임무 실패와 향후 과제를 알려왔다.
MONEY_ 1조 9572억원

누리호 개발에 투입된 예산은 나로호의 4배에 달하는 1조 9572억 원이다. 2013년경 한국형 발사체 프로젝트에 집행된 첫 예산은 2350억 원이었다. 당시 로드맵에도 2조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우리는 여타 우주 강국과 비교하면 개발인력도 적고 성과에 대한 기대도 낮았다. 불을 지핀 것은 한화와 한국항공우주산업 같은 민간 기업들이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이들과 우주기술의 자립을 위해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전체 예산 중 1조 5000억 원이 민간 산업체에 쓰였다. 최대 수혜자는 75톤급 엔진을 개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나로호 발사 때도 결국 엔진만큼은 수입해서 쓸 수밖에 없던 만큼 엔진은 중요했다. 한화는 해냈다. 누리호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RECIPE_ 나로호

첫 번째 나로호는 이륙 216초 후 페이로드 페어링이라고 불리는 발사체 보호 덮개 한쪽이 미분리되어 실패했다. 두 번째 나로호는 이륙 약 137초 후 공중에서 폭발했다. 페어링 분리 기술과 엔진의 안정적인 연소는 누리호 성공의 키워드처럼 여겨졌다. 연소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를 12번이나 바꿔가며 10개월 만에 연소 불안정을 극복했다. 연소 시험만 184회에 달했다. 최고난도 기술중 하나인 엔진 클러스터링도 관건이었다. 누리호의 하단부인 1단에는 한화가 만든 75톤급 액체 엔진 네 개가 탑재되었는데 이것이 하나의 엔진처럼 돌아야 했다. 페어링 분리는 지상에서 할 수도 없는 실험이었다. 누리호가 더미 위성을 뱉을 때까지 나로호의 악몽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안착 실패는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 엔진이었다. 목표인 521초보다 46초 모자란 475초에 조기 종료되어 결국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CONFLICT_ 스페이스 일대일로

북한과 중국은 한국의 누리호가 불편하다. 이미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는 북한과 중국의 심기를 동시에 건드렸다. 이제껏 북한은 ICBM을 발사할 때마다 위성 발사라며 핑계를 대왔다. 누리호의 3단 모형에서 인공위성이 있어야 할 가장 위쪽의 3단을 미사일 탄두로 갈아 끼우면 ICBM이 된다. 북한은 올해만 여덟 번째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고 최근엔 SLBM도 발사했다. 북한 위성 발사를 미사일 실험으로 비난했던 우리 정부에 대놓고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우주 경쟁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국 역시 한국의 우주 역량이 강화되는 것이 불편한 나라다. 중국은 2019년에 미국도 실패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고 최근엔 화성에도 도착했다. 무엇보다 중국과 북한이 각각 개발 중인 초음속 미사일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게임체인저로 평가된다. 앞으로 누리호는 2027년까지 4번의 추가 발사가 계획되어 있고 중국과 북한은 언제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 있다.
KEYMAN_ 김동관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는 누리호의 숨은 승자다. 김동관 대표는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3월 한화는 우주산업과 관련한 계열사의 실무진을 중심으로 스페이스 허브라는 협의체를 출범했다. (주)한화를 주축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그리고 한화가 올해 초 1090억 원을 투자해 최대 지분을 확보한 국내 우주 위성 전문 기업인 쎄트렉아이가 포함됐다. 누리호 액체 엔진 개발엔 건 김 대표의 공이 컸다. 엔진을 조립하고 설계하며 제어하는 데 한화의 기술력이 빛을 발했다. 일단 한화 김승연 회장부터 우주에서 한화의 새로운 신산업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화는 한국화약의 줄임말이다. 그룹의 뿌리부터가 로켓에 있다. 이제껏 방산 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내 온 한화는 김동관 대표를 중심으로 항공과 광학 통신, 위성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누리호 발사의 성공은 김동관 체제의 로켓엔진이 돼 줄 것이다. 
REFERENCE_ 스페이스 X

한화의 야심은 스페이스 X와 블루 오리진을 정조준하고 있다. 스페이스 X는 미국이 기존 정부 주도 하의 우주산업을 민영화한 뒤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현시점에서 가장 진보된 우주 탐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 이상의 가치다. 스페이스 X는 우주 비행사의 국제 우주 정거장 도킹이나 궤도 발사체 재활용 등 이제껏 NASA나 러시아 연방 우주국도 해내지 못한 업적을 이루고 있다. 지난 9월 15일에 발사된 관광 우주선 ‘크루드래곤’에는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우주인이 아닌 민간인만 탑승했다. 승객 네 명은 사흘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안전히 귀환했다. 블루 오리진도 테스트 발사이지만 로켓 재사용을 몇 차례 성공했다. 한화와의 격차는 아직 크지만 한화는 한국의 스페이스X가 되고자 한다. 한국의 우주개발도 결국 정부가 주도하는 올드스페이스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로 진화해야만 한다. 솔직히 한화 말고는 대안이 없다. 
RISK_ 가성비

누리호에는 이미 개발 비용 2조가 들어갔다.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따라잡아야 할 격차가 너무 크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사람을 보내고 데려올 때 러시아의 소유즈선을 이용할 경우 1인당 비용이 1000억 원 정도이다. 스페이스 X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제작과 발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낮췄다. 1회 700억 규모이다. 누리호의 기술이 완성되어 민간에 이전되더라도 한화와 같은 국내 선두주자가 기존의 세계적인 우주 기업과 글로벌 가격 경쟁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뉴스페이스는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도 시장원리라는 중력이 작동하는 세계다. 
INSIGHT_ K뉴스페이스

여전히 갈 길은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다. 16분의 성공은 거짓이 아니다. 이번 실패는 46초의 부족함이었다. 내년에 있을 발사가 무조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로호 역시 1차에선 멀쩡하던 연소 문제가 2차에서 발생했다. 한화가 다음 발사에서도 안정적인 엔진 기술을 선보인다면 우주개발의 민영화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다. 문제는 보안이다. 우주발사체 기술은 방위 산업이다. 국가 간 기술 이전이 되지 않는 전략기술이다. 막대한 개발비와 오랜 개발 기간엔 이유가 있다. 지난 7월 2일 북한이 누리호의 기술을 해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민영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자료였다. 국가 주도가 아닌 경우 민간 기업은 기술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 뉴 스페이스의 힘에는 책임도 따르는 법이다.
FORESIGHT_ 미드스페이스 

우주산업은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가격 경쟁력과 기술 보안은 발목을 잡는다. 한화 스페이스 허브의 도전장은 이러한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신과 배짱을 기반으로 한다. 모건스탠리와 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민간 우주산업 규모는 2040년에 1조 1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국내에서의 자체 발사 기술이 당장은 스페이스 X와 비교해서 더 비싸고 효율도 적다. 대신 한국이라는 틈새시장을 갖고 있다. 한국은 국토는 작지만 위성체는 26개 이상을 보유한 위성부국이다. 그만큼 통신망이 발달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은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만 한다. 꾸준한 발사수요가 있단 의미다. K뉴스페이스가 뿌리내릴 수 있는 우주 내수 시장이다. 물론 수출도 가능하다. 노태성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인공위성 기술이 없는 국가를 상대로 인공위성 제작 및 발사를 패키지로 서비스해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당분간 한국은 올드스페이스와 뉴스페이스를 하이브리드해서 민관합동으로 우주에 도전하는 미드스페이스 발전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정부가 끌고 기업이 미는 산업 발전이야말로 한국의 장기다. 지상에서 통하는 건 우주에서도 통한다. 누리호는 대한민국의 퍼스트 스텝이다. 


민간 우주기술에 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우주의 테슬라, 스페이스X》를 추천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벤치마크인 스페이스X에 관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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