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진짜 위기의 삼성

10월 26일 - FORECAST

삼성전자는 진짜 위기다. 왜 위기인 줄 진짜 모르는 걸까? 시장은 안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한 지 1년이 지났다. 추도식은 조용히 치러졌다. 삼성전자는 지금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는 패권 경쟁에 끼어 있다. 모바일은 애플과 샤오미가 견제한다. 이재용의 뉴삼성은 아직 실체가 없다. 
WHY_ 지금 삼성의 미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삼성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위기다. 우리나라 GDP의 20퍼센트를 삼성전자가 차지한다. 2020년 기준 《포춘》 500대 기업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기업 14개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13개의 기업의 매출이 삼성전자의 63퍼센트 정도다. 그 나머지 기업에는 삼성생명, 삼성물산도 포함돼 있다. 동학개미는 삼성에 대한 기대가 컸다. 정작 주가는 6만전자를 오간다. 시장은 안다. 삼성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DEFINITION_ 위기의 삼성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매출은 73조 원이다.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이다. 하지만 위기는 예견돼 왔다. 삼성의 위기는 경영위기와 사법위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삼성은 스마트폰 세계 출하량 1위지만 매출 기준 점유율은 애플보다 낮다. 중저가에선 샤오미의 추격이 매섭다. 반도체에선 메모리 쪽은 세계 1위지만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는 1위인 TSMC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대부분의 신산업에 필수이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두 배 이상 크다. 파운드리는 시스템 반도체를 만드는 공정인데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외교적 영향을 받는다. 사법위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개인의 문제다. 지난 8월 13일 가석방된 이 부회장에겐 아직 프로포폴 불법 투약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재판이 남았다. 삼성은 준법 윤리경영을 위해 지난 1년을 보냈다.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은 지금 삼성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키워드다.
MONEY_ 240조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소 11일 만인 지난 8월 24일에 앞으로 3년간 240조 원을 투자하고 4만 명을 직접 고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삼성의 연 매출은 236조 원이다. 지난해 매출액을 뛰어넘는 투자 규모이자 단일 기업 사상 최대다. 지난 계획보다 50조 원 늘어난 국내 투자 180조 원 중 파운드리에 할당된 예산은 150조다. 미국 공장 증설을 고려한 수치다. 이외에 바이오와 5G, 신성장 IT에 20조가 배당됐다. 해외 M&A는 투자 계획에서 30조 규모다. 신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도 늘어났지만 핵심은 반도체다.
RECIPE_ 뉴삼성

준법 경영과 바이오 및 첨단산업에서의 초격차, 반도체 전쟁의 승리는 새로운 삼성의 청사진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를 원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설계와 생산이 구분된다. 삼성은 이 중에 생산공정인 파운드리에 집중했다. 삼성의 공격적 투자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축은 바이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바이오 클러스터의 확장에 따라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8월에는 1조 7400억 원을 투입해 4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을 2023년에 세계 1위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 외에 6G 기술을 선점 및 IT 신기술에서 AI와 슈퍼컴퓨터, 로봇에 투자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ISK_ 매출구조

역대 최고급 투자 규모지만 혁신을 찾기 어렵다. 파운드리는 이미 글로벌 1위가 있고 삼성이 강세인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은 약해지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에서 삼성전자는 인텔만큼 설계를 잘하지도 TSMC와 같이 저렴하게 생산하지도 못한다. 바이오 분야는 작년부터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삼성이 집중하는 것은 위탁개발생산 역량 강화를 통한 생산력 초격차다. IT 신기술은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기댄 매출구조로는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올 3분기 호조는 2018년 슈퍼사이클 이후 하락 일변도이던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갑작스레 상승한 것과 폴더블폰의 대박에서 기인한다. 판데믹 상황이 나아지면 PC나 서버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는 줄어든다. 스마트폰 역시 애플과 샤오미와의 3파전에서 삼성이 이렇다 할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 삼성은 오히려 파운드리에 정면 승부를 걸었다.
CONFLICT_ 반도체 패권 경쟁

문제는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반도체 부족 사태가 최소 1년은 더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제조업체들은 생산 설비 확충에 나서고 있고 삼성도 마찬가지다. 공급의 불확실성은 자국 내 반도체 설계 및 생산 기술을 보유하려는 싸움으로 번졌다.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깃발 아래 헤쳐모였다. 대만 기업인 TSMC는 지난 4월 미국의 요청에 매출 30퍼센트를 담당하는 고객사 화웨이와의 연을 끊었다. 미 상무부가 요구한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 및 공급망 데이터 제출에도 응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생산설비를 늘리려 하지만 이미 공장이 중국과 미국에 나뉘어 있다. 인텔마저 파운드리에 뛰어들며 삼성전자는 코너에 몰렸다. 반도체 종합설계회사인 삼성보다 파운드리 전문인 TSMC가 기업 고객에게 더 매력적이고 같은 종합설계회사라도 미국 기업인 인텔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NUMBER_ 3나노미터

3나노미터 반도체 공정은 파운드리 기업의 승부처다. 반도체의 나노 기술은 같은 크기의 한 판에 얼마나 많은 양을 찍어내는지를 결정한다. 수율이 낮은 산업이므로 양이 중요하다. 현재 TSMC와 삼성은 4~5나노 정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선발주자인 TSMC를 따라잡을 로드맵으로 3나노 시스템 반도체를 내년 상반기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TSMC나 인텔보다 이르게 목표를 잡았다. 삼성이 로드맵대로 내년에 3나노 시스템 반도체를 먼저 출시한다면 TSMC보다 개선된 수율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미국에 협조적인 TSMC와 인텔을 뛰어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TSMC측에선 삼성의 3나노 기술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삼성의 3나노 로드맵은 GAA라는 기술을 사용하게 되는데 초미세공정에는 유리하지만 대량생산에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KEYMAN_ 박진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 집중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자동차 전자장치를 의미하는 전장 사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난해 폭스바겐과 자동차 반도체 공급 계약을 맺고 올해 초부터 시스템 반도체를 공급해 왔다.삼성전자는 올해 전장 사업을 정비하는 차원에서 DS부문 산하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에 각각 있던 반도체 설계 지원 조직을 일원화하여 커스텀 SoC팀을 신설했다. 팀의 리더 박진표는 기존 파운드리ASIC팀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제 그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지원을 전담하며 자동차나 IT 고객사를 전담한다. 고객사 맞춤형 통합칩 전담 조직으로 클라우드나 고성능컴퓨팅이 필요한 고객사에 반도체 설계를 지원하고 이를 파운드리까지 연계한다. 이러한 올인원 구조의 핵심을 담당하게 될 이가 박진표 상무다.
REFERENCE_ 이건희의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버지가 그러했듯 승어부를 이루려고 한다. 이건희의 삼성은 위기를 혁신으로 대처하며 변곡점을 맞았다. 고 이건희 회장 시절 삼성의 미래를 바꾼 두 가지의 변곡점은 반도체와 스마트폰이다. 이 회장은 취임 이전부터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을 예측했다. 일본에 이미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파산 직전인 한국 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혁명을 이뤘다. 1987년 D램 개발 경쟁에서 삼성은 메모리 개발 방식을 새롭게 도입해 현재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였을 당시도 마찬가지다.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 2010년에 갤럭시 시리즈를 출범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한 축을 차지했다. 이 회장 취임 당시인 1987년에 매출 규모 10조 원이던 삼성은 2018년 기준 그룹 전체 매출 386조 원을 달성했다. 이 회장은 삼성이 성공에 안주하려 할 때마다 위기론을 제시했다. 과감한 선제 투자와 혜안은 삼성의 DNA다. 
INSIGHT_ 반도체의 지정학

삼성전자가 뛰어든 시스템 반도체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4차 산업혁명에 포함되는 대부분 산업에 시스템 반도체가 필요하다.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어 자국에 반도체 생산설비와 기술을 갖춘 기업이 늘어날수록 유리하다.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EU도 지난 9월 15일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반도체 지원법을 만드는 등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반도체에 외교적 문제가 녹아들면 지정학이 적용된다. 미국에 있어 인텔이라는 대안은 삼성전자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TSMC 역시 차이나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미국에 협조적이라는 점에서 삼성보다 나은 대안이고 기존 고객사도 튼튼하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 승부수를 걸었지만 명운을 걸기엔 위험요소가 많다. 기존 매출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반도체를 통해서 보다 전망 있는 시장을 노려야 한다.
FORESIGHT_ 모빌리티

시스템 반도체는 5G, AI, IoT, 모빌리티 등 기술 패권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분야를 총망라한다. 파운드리 사업부를 생산 위주로 정리하고 새롭게 꾸린 반도체 설계 지원 조직은 삼성의 전장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은 1990년대부터 자동차는 전자제품이 된다며 전장 사업의 토대를 닦았다. 이 부회장은 2017년에 9조 원을 들여 미국 카 오디오 및 커넥티드 카 시장을 주도하는 하만을 인수했으나 미래차 부품의 개발은 부진했다. 인수 실패라는 인식과 함께 전장 사업의 한계가 지적됐다. 다만 모빌리티에 대한 시장 수요는 크다.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차, UAM의 부품에 시스템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일반 내연 자동차에는 반도체가 200개 가량 들어가지만 전기차에는 400~500개, 자율주행차에는 1000개 가량이 필요하다. 작년 380억 달러였던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6년 676억 달러로 성장이 전망된다.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는 이 시장을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아우디와 폭스바겐 등의 고객사에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을 시작했고, 스마트카에 사용되는 카메라 모듈을 2017년부터 테슬라에 납품하기도 했다.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모빌리티 시장의 수요 확대와 맞물려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기능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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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몰락 이후 TSMC와 삼성의 반도체 경쟁에 대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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