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은 무엇인가

10월 27일 - FORECAST

백종원은 골목 상권의 구원자인가 침략자인가? 방송인인가 사업가인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10월 25일 백종원이 출연하던 〈골목식당〉이 올 연말 방영 종료를 밝혔다. 백종원은 4년간 지켜온 골목상권을 왜 떠나나? 업계 1위 외식 경영 전문가는 그간 골목 상권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나? 백종원의 더본코리아는 누구와 경쟁하나? 요식업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백종원의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
WHY_ 지금 백종원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빽다방. 전국 어딜 가든 업종을 막론하고 백종원의 환한 얼굴이 붙은 프랜차이즈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다. 그가 운영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는 브랜드만 24개다. 서울 1만 6000여 개 프랜차이즈 매장 열에 하나는 백종원의 이름을 걸고 장사한다. 백종원이 우리 식생활에 그렇게 스며든 비결은 무엇인가? 그 많은 프랜차이즈를 거느리고도 더본코리아는 왜 아직 상장하지 않았나?
DEFINITION_ 전략가

백종원 본인은 ‘음식 탐구가’라는 호칭을 고집한다. 하지만 백종원 성공의 원천이 음식 탐구에만 있진 않다. 더본코리아의 부채비율은 2015년 183퍼센트에서 2016년 62퍼센트로 감소했다. 2015년은 백종원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연예계에서 첫 히트를 친 해다. 이후 백종원은 최근 7년간 MBC 〈백 파더〉, JTBC 〈백종원의 국민음식〉 등 18개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마저 〈집밥 백선생〉 등 여러 시즌으로 나온 시리즈물은 하나로 계산한 결과다. SBS 〈맛남의 광장〉 등으로 2019 SBS 연예대상 공로상을 수상한 바도 있다. 최근엔 OTT 판으로 넘어가 넷플릭스 〈백스리핏〉에서 술과 안주를 먹으며 삶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중이다. 외식 경영 전문가라고만 하기엔 예능에서도 발빠른 판단을 내리는 전략가다.
MONEY_ 1억 280만 원

가성비. 백종원이 음식을 논할 때 늘 등장하는 단어다. 그러나 더본코리아의 창업 또한 가성비가 좋을까. 서울시가 지난 7월 28일 발표한 ‘2020년 서울의 프랜차이즈 운영 현황’에 따르면 커피점 가맹 창업 비용은 평균 1억 1375만 원이다. 더본코리아의 빽다방 창업 비용은 1억 280만 원이다. 큰 차이 없다. 저가형 커피 브랜드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비싼 편이다. 로열티도 마찬가지다. 빽다방 매장 로열티는 대략 월 27만 원이다. 동종 업계 메가커피는 15만 5000원, 매머드커피는 22만 원 선이다.
NUMBER_ 37

백종원은 지난 4년간 SBS 〈골목식당〉에서 37개 식당에 솔루션을 제시해 왔다. 닭볶음탕 전문점 ‘어머니와 아들’의 사장님은 백종원에게 호되게 혼나는 영상만으로 빠르게 화제가 됐다. 돈까스 전문점 ‘연돈’은 방송 출연 이후 손님이 급증해 서울 포방터시장 매장을 닫고 제주 서귀포시에 새로 개업했다. 최근엔 백종원과 손 잡고 만든 브랜드 ‘연돈볼카츠’로 제주와 서울 강남구에 분점을 냈다. 일각에선 백주부가 또 프랜차이즈 욕심을 부린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그러나 사장님 입장에선 희소식이다. 연돈 공식 SNS 채널의 프로필 첫 줄은 '#백종원의골목식당'이다.
RECIPE_ MSG

“장사해서 돈 벌고 싶지 않아요?” 골목식당 자영업자들에게 던지는 백종원의 질문이다. 유명 셰프들이 음식의 맛과 재료를 논할 때 백종원은 매출을 묻는다. 성공을 바라는 가장 기초적인 심리를 자극한다. MSG 넣기를 서슴지 않는 주방장이자 돈 따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경영가다. 백종원은 실제로 성공한 사람이다. 그것도 20년간 실패를 거듭한 결과다. 돈 얘기를 금기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백종원의 자수성가 연혁은 자영업자들의 신화가 된다.
KEYMAN_ 백종원

“이 정도만 해도 맛있다. 이걸 원하는 손님만 와라.” 백종원은 식문화를 철저한 취향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방송에 비치는 그의 이미지 또한 자연스럽게 대중의 한 취향이 되었다. 푸근함, 털털함, 솔직함. 백종원에겐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경쟁 F&B가 푸근함이든 솔직함이든 백종원의 수식어들을 비난하는 이유는 그만큼 자사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확고한 취향으로 브랜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백종원은 취향이다. 지난 7년간 방송에서 공략한 것도 취향이었고, 올해부터 OTT 시장에 뛰어든 것도 대중의 취향 변화에 발맞추기 위함이다.
CONFLICT_ 영향력

백종원은 자영업자들의 적인가? 3년 전 국정 감사에서 골목 상권 침해에 대한 지적이 나왔을 때 백종원은 “골목상권과 먹자골목을 구분한다”고 답했다. 더본코리아는 영세 상인이 밀접한 ‘골목상권’은 피하고 최소 2억 원의 권리금 가게들이 밀집한 ‘먹자골목’에만 들어선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백종원은 자영업자들의 조력자인가? 백종원 자신은 “나는 골목 식당을 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골목 상권을 살리는 건 방송이 했다”라 답한다. 인플루언서의 대중적 영향이 사업의 동력임을 알기 때문에 수많은 방송에 출연해 왔다. 즉 백종원은 자영업자들의 구원자도 침략자도 아니다. 양자를 경쟁 구도로 만드는 것은 성공한 기업으로부터 선한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대중과 국회의 이중적 시선이다.
RISK_ 백

보다 큰 위험은 백종원 자신에게 있다. 인물에 대한 호감이 사라질 때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더본코리아는 백종원이라는 캐릭터에 의존하고 있다. 수많은 상호에 ‘백’이 들어가고 매장 외벽에 백종원 캐리커처나 사진, 친필 서명이 어김없이 붙어 있다. 방송에 다수 출연하며 백종원의 얼굴은 전국 1500개 매장의 얼굴로 굳어졌다. 인격화된 브랜드일수록 기대도 높고 실망도 쉬운 법이다. 백종원의 이미지가 변하는 순간 혹은 백종원이 아닌 다른 인물이 더본코리아를 대표하는 순간 브랜드 로열티는 쉽게 사그라들 수 있다.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아직도 애플을 잡스 별세 이전과 이후로 평가하는 것처럼 말이다.
INSIGHT_ 두 얼굴

백종원은 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를 집필한 사람은 소설가가 아닌 경영자다. 경영자의 본업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서비스를 알리고 판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종원이 두 얼굴의 야누스라 해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겉으론 서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알고 보면 장사치라는 비난에도 백종원이 큰 타격을 입지 않는 이유다. 두 얼굴을 보이는 건 백종원인가, 혹은 대중인가. 백종원을 두고 일파만파로 퍼지는 사회적 논란은 그의 속물성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싼 것을 선호하면서도 싸구려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사회적 심리의 이면일 수 있다. 동시에 그런 대중 심리를 이용하려는 일부 언론의 장삿속도 한몫한다.
FORESIGHT_ 장사의 기술

백종원은 현재 더본코리아의 77퍼센트의 지분을 차지하는 최대 주주다. 하지만 상장 계획을 밝히며 ‘인큐베이팅 프랜차이즈 모델’로 나아갈 계획을 오래전 밝혔다. 핵심은 자영업자들이 본사에 의지하지 않고 자생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생태계를 꾸리는 것이다. 더본코리아는 2018년 3월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코로나 영향과 방송 제한 이슈로 아직 IPO를 미루는 중이지만 백종원의 프랜차이즈 모델은 재조명 받을 것이다.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에서 짚었듯 장사의 시작은 소비자다. 다양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모델이 생긴다는데 마다할 소비자가 있을까. 백종원은 거칠게 비유하자면 한국의 트럼프다. 자본주의적 성공을 향한 대중의 세속적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한 사람은 요식업으로 한 사람은 부동산으로, 스트리트 파이터로 자수성가했다는 점도 둘의 유사한 측면이다. 방송을 통해 쌓아올린 이미지가 비즈니스의 가장 큰 자산이란 사실도 닮았다.
그렇다면 백종원은 솔직함을 선호하는 대중을 공략해 트럼프처럼 대통령까지 될 수 있을까. 미국에선 가능했다. 한국의 현실로는 어렵다. 우리는 세속적인 취향에 미국만큼 솔직하지 않다. 다만 정치가가 되진 못해도 외식업계 대주주는 가능한 포부다.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사업가다. 이연복 셰프는 훌륭한 요리사다. 하지만 이제까지 상인의 감각을 가진 음식 전문가는 없었다. 백종원이 장사꾼 전성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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