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영끌 세대

10월 29일 - FORECAST

부동산 시장에 회색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대출에 대출 얹어 산 내 집, 괜찮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40만 명이 몰렸다. 작년의 2배에 가까운, 역대 최다 응시다. 이러한 현실에는 우리 사회의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부동산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중의 믿음이 깔려 있다. 지난 1~2년 동안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부동산을 신봉하게 되었다. 이러한 믿음은 앞으로도 유지될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WHY_ 지금 부동산 이슈를 알아야 하는 이유

젊은 세대는 ‘영끌’하며 부동산에 베팅했다. 공인중개사가 되겠다며 미래 직업까지 걸었다. 부동산은 가계부채와 얽혀 있는 우리 사회의 가장 위험하고 예민한 뇌관이다. 이 뇌관이 터지면, 정말 큰일이 난다. 위험 신호가 커지자 정부는 규제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세대 불문, 공인중개사 시험장으로 몰려간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부동산 불패 신화는 계속해서 이어질까? 무엇보다 영끌로 산 내 집, 괜찮을까?
NUMBER_ 408,492명

10월 30일 공인중개사 시험의 응시 인원이다. 지난해는 226,872명이었다. 작년 대비 80퍼센트 늘었다. 지원자 중 39퍼센트는 20~30세대다. 역대 최다 응시자가 몰린 것은, 지난 2년여 동안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또 정부에서 내년부터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 수를 제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원자가 몰린 면도 있다.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드는 이들의 계산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1년에 서울의 아파트 2~3건만 거래해도 대기업 부장 연봉 정도는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집값은 계속 상승할 것이고 그만큼 중개 수수료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DEFINITION_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 상승이 위험한 이유는 결국 가계부채 때문이다. 부동산 구매로 폭증한 가계부채는 경기 하락을 낳고, 이는 다시 부동산 가격 붕괴와 가계 파산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인 1800조 원을 넘어섰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0.3퍼센트다. 총 부채 중 가계부채 비율은 107.6퍼센트로 주요 선진국 81퍼센트, 신흥국 53.9퍼센트에 비해 훨씬 높다. 정부는 지난 10월 26일에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내년 1월부터 조기에 시행된다. 핵심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대출 금액이 한정된다. 이제 영끌도, 빚투도 불가능해졌다.
MONEY_ 27억 

지난 15일, 잠실의 25평형(84㎡) 아파트가 기록한 신고가다. 같은 평수를 기준으로, 강남 및 일부 지역에서 신고가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42억, 도곡동 렉슬 32억, 옥수동 래미안 15억 등등. 정부에서 대출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한은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주요 지역의 주택 가격은 오히려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인천, 동두천 등 수도권 외곽의 부동산도 가파르게 비싸지고 있다. 대출 규제로 주택 가격 상승 압력은 줄었지만,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주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대출 규제다. 매도자 측에서 판매 이후 대출을 통해 더 좋은 물건으로 갈아타기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들은 당장 낮은 가격에 내놓기보다 내년 대선까지 버티며 정책의 향방을 지켜볼 것이다.
KEYMAN_ 차기 대통령

현재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가, 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당선하면 지금의 규제 기조가 이어져 주택 시장이 당분간 얼어붙을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어 공약대로 양도세를 완화하면, 매물이 증가하고 거래가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거래가 활성화하면 주택 가격도 완만하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주택 가격이 폭등할 때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젊은 세대들이다. 이들에게 집값 하락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 주택 가격의 하락을 불러올 정책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내년은 대선과 더불어 전국 지방선거가 있는 해인 만큼 후보의 성향에 따라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시장을 교란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EFERENCE_ 일본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론은 일본과 자주 비교된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견 동의하면서도 당장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을 거라고 의견을 모은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세대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12월 기준 51,829,023명으로, 2019년에 비해 20,838명이 줄었다. 사상 최초로 인구가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세대 수는 증가했다. 2020년에 2300만 세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9년 대비 약 61만 세대가 증가한 것이다. 1인 세대의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다. 1인 세대 중에서도 경제활동을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는 젊은 층이 집에 대한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RECIPE_ 공급 확대

집값이 안정을 찾으려면 무엇보다 공급이 충분히 늘어나야 한다. 공급이 확대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집을 새로 짓는 것이다. 2018년,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폭등하자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서둘러 발표했다. 현재 상황은 1기 신도시가 지어진 1990년대 초와 무척 다르다. 토지 보상이 걸림돌이다. 이제 사람들은 땅을 섣불리 내놓지 않는다. 2021년 6월 기준 3기 신도시 토지 확보율은 50퍼센트에 불과했다. 정부는 2025년에는 입주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이 보는 실제 입주 시기는 앞으로 10년 내외이다. 두 번째는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정부가 가장 바라는 경우일 것이다.
CONFLICT_ 양도세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적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해왔다. 보유세와 양도세 인상은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만든 정책이다. 기존에 40퍼센트였던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은 60퍼센트까지 올랐고, 지난 6월 1일 이후 더욱 강화돼 지금은 최대 75퍼센트에 달한다. 정부는 양도세가 강화되는 6월 전에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질 거라고 예상했다.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매각하기보다는 증여나 버티기에 나서면서 거래 절벽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양도세 완화를 놓고 정부와 다주택자 사이에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RISK_ 거래 절벽

거래 절벽 문제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규제 3종 세트로 불리는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가 서슬 퍼렇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2591건으로 집계됐다. 가장 거래가 많았던 지난 1월의 5797건에 비해서는 약 44퍼센트 감소했다. 거래 절벽은 시장에 매물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매물은 없지만, 실수요자는 언제나 있다. 꼭 이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 집이 필요한 사람은 그대로 존재한다. 전세 기한이 만료되어서 이사를 해야 하는데 대출은 나오지 않고 시장에도 매물이 없다면 낭패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물량이 늘지 않고 주택 가격은 계속 상승한다면 전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월세로 번지는 위기 상황은 고스란히 저소득층 가구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INSIGHT_ 살얼음판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음 상승장을 기다리며 시장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악재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장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당분간 주택 가격은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하고 상승할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떨어지진 않겠지만 그것도 버티기 차원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내년까지 보내야 할 것이다. 추가로,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르게 될 40만 응시생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거래 절벽은 금방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대량으로 주택이 공급될 신도시 사업은 갈 길이 멀고, 다주택자들이 한꺼번에 주택을 내놓는 일도 일어나기 어렵다.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마지막 시험으로, 올해 가장 많은 부동산 중개인이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다. 반면 주택 거래량은 적어도 내년 대선까지는 현재 수준에 머물 것이다. 안타깝게도, 돈 벌기 정말 쉽지 않겠다.
FORESIGHT_ 마지막 영끌

다음 세대는 영혼까지 끌어모을 것이 없다. 친절하게 끌어모아 주던 곳들이 급히 창구를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영끌 세대가 현재보다 비싼 가격에 집을 팔 수 있는 곳이 사라지거나 확연히 줄어든 것이다. 이들이 기대할 수 있는 건 다음 대선과 지방선거뿐이다.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 집값 상승 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약을 끌어내는 것이다. 지난한 일이겠지만 이들은 그만큼 절박하다. 모든 것을 ‘집값’에 걸었기 때문이다. 내년 선거는 부동산을 둘러싼 치열한 한판 싸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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