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토토일의 시대정신
 

11월 3일 - FORECAST

누가 주4일제를 말하는가? 왜 말하는가? 누가 원하는가? 왜 필요한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0월 27일 JTBC 취재를 통해 “인간다운 삶과 노동 시간 단축을 위해” 주4일 근무제를 대선 주요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10월 2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주4일제가 “임금 삭감과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아무말 대잔치”라며 반대했다. 주4일제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9월 6일 네 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앞세운 1호 공약이다. 주4일제가 대선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WHY_ 지금 주4일제 논쟁을 알아야 하는 이유

주4일제는 정쟁적 이슈다. 대장동 무한궤도에 빠진 이재명 후보가 국면 전환용으로 던진 치고 빠지기식 공약 폭탄이다. 주4일제는 시대 전환적 아젠다다. 2001년 주5일제 논의가 시작된 지 20년 만에 안착된 지 10년 만에 삶의 질을 완전히 바꿀 화두로 등장했다. 주4일제는 세대 갈등적 요소다. 2030과 4050이 명확하게 갈린다. 주4일제는 격차 사회의 단면이다. 연봉제 정규직은 워라밸을 노래하지만 시급제 비정규직은 임금 감소가 두렵다. 주4일제는 노동유연화와 노동효율화를 두고 노사가 대타협할 수 있는 협상카드다. 한국도 노동의 질과 삶의 질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주4일제는 4차 산업 혁명의 대비책이다. 우리 모두 결국 노동에서 소외되거나 노동에서 자유로워진다. 어느 쪽이든 근미래엔 인간의 노동력은 경제의 잉여가 된다. 주4일제는 왜 시대정신인가?
REFERENCE_ 주5일제

주5일 근무제 도입 논의가 처음 시작된 건 2001년이었다. 주5일제는 2004년 7월에 도입됐다. 8년 동안 6단계에 걸쳐서 시행됐다. 1000명 이상 사업장인 금융기관부터 시작됐다. 2011년 2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됐다. 맨 마지막 적용대상은 학교였다. 교육과 보육 공백을 유발할 수 있는 아이의 주5일 학습제는 부모의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이후 도입됐다. 주4일제 도입은 주5일제의 로드맵을 참고하면 된다. 주5일제의 기점이 된 해인 2001년으로부터 20년이 되는 2021년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최적기다.
MONEY_ 41.7달러

OECD가 집계한 2020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1.7달러다. 2000년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19.9달러였다. 주5일제가 논의되고 도입되고 정착된 20년 동안 노동시간은 공식적으로 줄었지만 노동생산성은 통계적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2020년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 1637달러다. 2017년 처음 3만 달러를 넘어섰다. 2000년엔 1만 2000달러 남짓이었다. 역시 2배 넘게 증가했다. 주5일제 논의 초창기였던 2002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주요 신문에 반대 광고를 실었다. “삶의 질을 높이려다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제목이었다. “주5일 근무제가 정부 입법 예고안대로 시행되면 경제가 죽는다”고 주장했다. 지금 이준석 대표의 반대 논리도 별다르지 않다. 지난 20년간 주5일제는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아니었다.
NUMBER_ 1908 

2020년 한국인의 실질적인 연간 노동시간은 1908시간이었다. OECD 평균 1687시간보다 9일 넘게 더 일했다. 한국인보다 더 오래 일하는 국민은 멕시코인과 코스타리카인들 뿐이었다. 지금 한국경제의 당면 과제는 질 낮은 노동능률이다. 노동생산성은 1인당 GDP를 총노동시간으로 나눈 수치다. 한국은 분모가 워낙 커서 노동생산성이 개선되질 않는다. 한국인은 속상할 만큼 많이 일하고 섭섭하지 않을 만큼만 번다. 반면에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인은 1년에 1386시간을 일한다. 한국인보다 연간 한 달을 더 논다. 대신 독일인의 노동생산성은 66.4달러다. 1인당 GDP는 한국보다 2만 달러 가까이 높은 4만7389달러다. 주4일제로 분모를 줄일 수 있다. 최소한 실질적인 주5일제를 이룰 수 있다. 노동생산성 개선은 OECD와 IMF의 핵심 정책 권고다.
RECIPE_ 포드

헨리 포드는 1926년 주6일제를 폐지하고 주5일제를 도입했다. 근로시간은 줄였지만 노동임금은 줄이지 않았다. 포드는 제한된 근로 시간이 오히려 노동능률을 극대화한다는 걸 알았다. 포드는 근로자에게 여가시간을 줘서 주말엔 노동자가 아니라 소비자로 살게 만들었다. 임금과 시간을 제공해서 포드 노동자가 포드 소비자가 되게 만들었다. 국가경제단위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동의 질과 삶의 질은 정비례한다. 국민이 노동으로 돈을 벌 시간과 소비로 돈을 쓸 시간의 비율이 국가경제성장의 원동력이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생산과 수출이라는 한쪽 날개에만 의존해왔다. 선진국이라면 소비와 내수라는 양날개로 날아야 한다. 한국의 국내 총생산 대비 내수 비중은 61.9퍼센트다. 아직 OECD에서 중하위권이다. 주4일제는 국민에게 소비할 시간을 주는 내수활성화정책이다.
DEFINITION_ 성과주의

근로자는 주4일제가 도입돼도 임금은 그대로이길 원한다. 고용주는 주4일제를 도입해도 생산성은 유지되길 원한다. 해법은 단위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 뿐이다. 그러자면 노동의 시간이 아니라 노동의 품질로 평가 받아야만 한다. 업무강도가 강해지고 업무평가기준도 높아진다. 노동생산성이 OECD 3위인 노르웨이와 4위인 덴마크 그리고 10위인 네덜란드는 모두 연간 근무 시간은 1300시간대다. 반면에 1인당 국민소득은 6만 달러대다. 공통적으로 높은 노동 유연성을 갖고 있다. 성과주의가 주4일제의 전제 조건이다. 주5일제 도입 이후에도 한국인의 노동시간이 길었던 건 여전히 노동의 품질이 아니라 노동의 시간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야근과 회식도 연장선이다. 주4일제는 겉으론 월화수목금금금의 콧노래로 들린다. 실제론 4일 동안 5일 분량의 일을 해내야 동일 임금을 받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양날의 검이다.
CONFLICT_ 노노

한국노총은 주4일제에 우호적인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정규직 노동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노동시간이 줄어도 임금이 보존되고 주4일제를 빌미로 노동유연화나 성과주의가 과격하게 도입되지 않는다면 주4일제에 찬성할 공산이 크다. 반면에 민노총은 40퍼센트가 비정규직이다. 주4일제가 일부 정규직 대기업 근로자한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뜩이나 양극화된 노동 시장에서 주4일제는 임금의 격차 뿐만 아니라 여가의 격차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산업별로도 입장이 전부 다르다. 금융노조는 앞장서 주4일제 도입을 반긴다. 은행들은 부동산 대출 이자로 떼돈을 벌었다. 우리가 시간이 없지 돈이 없냐는 입장이다. 종일근무제인 유통호텔업계와 교대근무제인 보건의료업계는 찬성한다. 이미 직원을 채용할 때 주4일제를 경쟁력으로 강조하는 개업의도 적잖다. 시급제인 제조업 분야는 반대한다. 여기선 시간이 돈이다. 배달서비스업인 플랫폼 노동자는 비정규직이라 주4일제가 되면 일이 한꺼번에 몰릴까봐 우려한다. 여기도 시간이 돈인데 일할 시간이 줄어든다. 주5일제가 도입되던 2000년대와 주4일제가 논의되는 2020년대의 노동시장은 전혀 다르다. 2021년 기준 비정규직 비율은 40퍼센트에 육박한다. 주5일제는 전체 삶의 질을 높여줬지만 주4일제는 일부 삶의 질만 높여줄 수 있다.
RISK_ 2030405060

20대 49.8퍼센트, 30대 58.8퍼센트 찬성. 40대 53.7퍼센트, 50대 58.4퍼센트, 60대 53퍼센트 반대. 지난 10월 31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전국 18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주4일제 찬반을 물은 결과다. 워라밸에 민감한 2030은 찬성이다. 돈벌이에 예민한 405060은 반대 성향이 뚜렷하다. 주4일제는 대선 정국에서 세대갈등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2030표심을 휘어잡을 수 있는 고삐다. 2030은 차기 대선에서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다. 우리가 시간이 없지 표가 없냐와 우리가 돈이 없지 표가 없냐의 대결로 번지면 주4일제 논의는 산으로 간다. 자칫 주4일제 논의가 대선 탓에 세대 갈등으로 휘발되면 한국은 노동의 질과 삶의 질의 사회적 타협점을 찾을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웃나라 일본이 그런 경우다. 일본에선 올해 초 집권 자민당이 주4일제를 제안했다. 실상은 추락하던 자민당의 인기를 만회해보려는 시도에 불과했다.
KEYMAN_ 이재명

주4일제를 맨 처음 이야기한건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었다. 지난 2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맞춤형 주4일제를 꺼내들었다. 이걸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호 공약으로 삼았다. 집권 여당의 대표 선수 이재명 대선 후보까지 나서면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작 이재명 후보에게 주4일제는 전국민 1인당 100만 원 재난 지원금이나 음식점 총량제의 연장선상일 수 있다. 대장동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뚜렷한 찬반 갈등을 유발하는 아젠다를 마구 투척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1월 2일 대선 출정식에서 전환적 공정 성장을 국정운영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기본소득을 지운 대신 성장의 회복을 대선 공약 1호로 삼았다. 기본보다 성장이 중도층 공략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주4일제에 얼마나 진심이었지는 앞으로 이재명 후보가 주4일제를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느냐 복지 공약으로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INSIGHT_ 코로나

주4일제 실험은 코로나 시기에 어느 정도 진척됐다. 재택근무는 기업들이 주4일제와 다름 없는 노동 환경에서 생산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게 내몰았다.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지수는 2020년 98.4로 2011년 107.6에 비해 10년만에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노동생산성지수는 노동자 1인이 일정 기간 동안 산출해낼 수 있는 생산량을 뜻한다. 노동생산성이 상대지표라면 노동생산성지수는 절대지표다. 한국이 노동력을 투입하면 생산성이 비례해서 증가하던 산업국가에서 점차 탈피하고 있단 의미다. 코로나 판데믹은 그런 시대 전환을 가속화시켰다. 기업들도 재택근무로도 생산성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코로나 판데믹은 주5일제에서 주4일제로의 진보에 촉매제가 됐다.
FORESIGHT_ 주3일제 

산업 혁명의 본질은 인간 노동의 대체다. 18세기 1차 산업 혁명은 인간의 단순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했다. 19세기 말 2차 산업 혁명은 인간의 노동력이 대량 생산 기계의 부품이 되게 만들었다. 20세기 후반의 3차 산업 혁명은 인간의 육체 노동력에 이어 정신 노동력까지 전자 기계의 부품으로 만들었다. 21세기 초중반에 벌어지고 있는 4차 산업 혁명은 인간의 육체와 정신 노동력을 기술이 대체하게 만든다. 우리는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동시에 노동으로부터 소외될 운명이다. 이때 노동과 자본과 토지라는 전통적인 경제 3요소가 붕괴된다. 금융과 부동산에서 자본 소득을 얻지 못하는 인간은 단순한 잉여 노동력으로 전락한다. 지금의 주식과 부동산 열풍은 이런 근본적 산업 구조 변화가 불러온 필연적 현상이다. 노동이 소외되면 주4일제를 넘어 주3일제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국민의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의 시간비율을 국가가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소비활동을 지탱시키는 소득이다. 기본소득 논의가 조급한 게 아니라 시급한 이유다. 자본 소득이 없거나 크지 않은 평범한 인간은 돈을 벌기 위해 노동 이외에 무언가를 경제 시스템에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뉴욕대학교 경제학과의 폴 로머 교수는 포스트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새로운 경제 3요소로 아이디어와 사람과 재료를 제시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디어다. 폴 로머 교수는 신경제 3요소에 기반한 내생적 기술 발전 이론으로 201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폴 로머 교수의 이론에 근거해 전망하자면 근미래에 인간은 경제시스템에 노동력 대신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그 아이디어에 기반한 상품을 소비하는 활동으로 살아가게 된다. 창의력이 노동력을 대체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생각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주4일제에 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영혼이 있는 노동》을 추천합니다.
다가오는 노동의 소외와 노동의 종말 그리고 노동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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