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한다 잘 해봐라

11월 10일 - FORECAST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에 승리하자 2030 청년층의 탈당 인증이 줄을 이었다. 지역 갈등보다도 첨예한 세대 갈등이 한국 정치를 흔든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에 승리하자 일부 커뮤니티와 국민의힘 게시판에는 탈당 인증과 성토의 글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던 청년들이다. 이들은 왜 화가 난 걸까? 윤 후보가 아닌 홍 의원을 지지한 이유는? 국민의힘은 이대로 무너질까? 윤석열이 처한 위기의 본질은 뭘까?
WHY_ 지금 국민의힘 탈당을 알아야 하는 이유

국민의힘 탈당은 2030 세대가 주축이다. 정치권에서 청년들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고 세대 분화는 정치권에서 지역 논리만큼 민감해졌다. 청년 남성의 경우 장년층을 제외하고 보수화가 두드러졌던 층이기도 하다. 청년층이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로 작용할 공산이 큰 만큼 차기 대선 구도를 살피기 위해 국민의힘 탈당을 지켜봐야 한다. 생각보다 깊은 갈등의 골이 자리하고 있다.
NUMBER_ 6500

지난 11월 8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대통령 후보 경선이 있던 전당대회 이후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2030 당원 수가 총 40명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즉각 허위 정보라며 반박했다. 전대 이후 주말 동안 수도권 선거인단에서만 1800명이 넘는 탈당이 있었고 탈당자 중 2030비율이 75퍼센트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6500명이 탈당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인단인 책임당원 3000여 명과 일반 당원 3500여 명이고 그중 2030은 2100여 명, 수도권 탈당자는 약 75퍼센트로 알려졌다.
DEFINITION_ 러시앤배니시

입당 러시로 들어온 이들은 탈당 러시로 사라졌다. 숫자보다 주목할 것은 속도다. 어떤 후보도 청년층 앞에서 안전하지 않다. 이들은 지난 대선 때보다 선명하게 정치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정 농단 사태를 겪고 세운 정권에서 터진 빅 3는 청년층의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폈다. 조국, 인국공, LH 사태에 분노한 청년층을 겨냥해 정치권은 공정을 키워드로 내걸었다. 물가 및 부동산 가격 폭등에 절망한 청년층에 어필하기 위해 노련함과 실력도 요구됐다. 대표성의 부실은 청년층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정치적 효능감은 중요한 요인이 됐다. 소통이 안 되는 후보는 빠르게 버림받았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줄 후보를 찾아 청년층은 정치권에서 동분서주했다. 그중 2030 남성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 지지층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 대표를 당선시켜 본 이들은 다음 타깃을 찾았다. 홍준표 후보의 탈락으로 효능감이 열패감으로 바뀌자 탈당도 빠르게 이뤄졌다. 예측이 가능한 움직임이고 속도였다.
MONEY_ 1000원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납부해야 하는 당비는 최소 1000원이다. 이게 고스란히 푯값이 되었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당원 선거인은 선거 공고일 현재 당원 명부에 등재된 책임당원 전원으로 한다. 원래 책임당원은 당규에 따라 1년 중 3회 이상 당비 납부 및 교육에 1회 이상 참여해야 한다. 지난 9월 2일 국민의힘은 보도 자료를 통해 선거인단 명부 작성일인 9월 30일 전까지 최근 1년 안에 당비를 1회 이상 납부한 당원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입당 후 바로 1000원만 내면 경선 투표가 가능했다. 입당 탈당이 이슈로 작용한 것은 이 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6월 11일 전당대회 당시 국민의힘 책임당원의 수는 28만 명 정도였지만 대통령 후보자 선거인단 최종 투표에서 집계된 것은 56만 9059명이었다. 돌풍을 맛본 이 대표가 경선 흥행을 위해 꺼내든 카드 중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토론회다.
KEYMAN_ 홍준표

토론회에서 경제 전문가 유승민보다 청년층이 열광한 건 홍카콜라였다. 홍준표 당시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청년층에게 익숙한 정치인이다. 여의도 문법에 때 묻지 않은 새 얼굴을 찾아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청년층은 모호한 스탠스와 부실한 청사진, 잇단 망언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잔뼈 굵은 홍 의원은 틈을 파고 들었다. 유튜브와 청년 토크쇼를 통해 소통에 집중했다. 의전원과 로스쿨을 폐지하고 고시 부활을 주장하며 청년층에 공정성을 어필했다. 이 대표와 유사한 보수 가치를 선명하게 전달해 지지율을 올렸다. 6월 초 한 자릿수던 지지율이 9월 둘째 주 추석 연휴 전에는 윤 후보에 골든 크로스를 이뤘다. 홍 의원의 한계는 젠더 문제에 대한 견해에서 드러난다.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점화되었을 때 휴머니즘이 먼저이며 여가부는 보건복지부에 통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윤 후보의 지지층은 성별 차이가 거의 없으나 홍 의원은 2030 전체에서 성별 지지율 차이가 두 배 이상 났다. 20대 여성과 6070, TK는 무야홍도 무대홍도 외치지 않았다.
CONFLICT_ 세대론

경선 후유증은 일반적 현상이다. 문제는 이것이 세대론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 조사에서 홍 의원은 10퍼센트 이상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23퍼센트나 밀려 패배했다. 탈당 인증을 한 청년들은 민심을 거스른 당심을 구태라고 지적한다. 국민의힘 당원은 장년층이 다수다. 청년층이 노인의힘이라고 비아냥대는 이유다. 단순히 지지 연령대의 차이라면 경선 후유증이 맞지만 청년층 생각은 다르다. 윤 후보 캠프는 홍 의원이 급격한 지지율 상승을 보이자 경선 룰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자고 주장했다. 청년층은 윤 후보 캠프에 의해 위장 당원 취급을 당한 데 불만이 있다. 홍 의원의 주요 지지층인 2030 세대 남성은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배제되었다고 느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득한 탈당 인증 게시물은 젊은 층의 문화 놀이가 아니다. 차별에 무엇보다 민감한 이들의 지지를 역선택 취급한 것에 대한 저항이자 정치적 무력감의 표출이다.
RECIPE_ 정권교체

정당은 정권 창출이 목적이다. 야권의 전당대회는 당연히 정권 교체라는 대의로 굴러간다. 탈당 문제에서 이것은 장년층이 탈당하는 2030 세대를 가리켜 철이 없다고 부채질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 역시 특정 인사가 당을 전유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탈당한 청년층은 오히려 특정 세대가 당을 전유했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와 이 대표에게 청년 세대 끌어안기가 새로운 과제가 됐지만 탈당이 당 지지 철회와 인과 관계를 갖진 않는다. 상관 관계가 있을 뿐이다. 정권 교체가 가능한 당은 현재 제1야당인 국민의힘뿐이다. 문제는 당 외부에 구심점이 생기는지 여부다. 홍 의원이 선대위에 참여해 윤 후보를 돕는다면 정권 교체라는 대의가 작동하지만 그는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비리 대선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청년의 꿈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청년층과 소통하며 정치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현근택 변호사는 이를 창당의 씨앗으로 봤고 이 대표는 홍 의원에게 직접 창당 의사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새로운 바운더리가 될 것은 확실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도 변수다. 청년층은 깃발만 바꿔 꼽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여긴다.
RISK_ 윤석열

홍준표 의원의 강점 중 하나는 후보자 개인에 대한 검증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데 있다. 2030 세대 여성과 당내 지지율이 낮은 것도 검증의 결과다. 윤 후보의 검증은 아직 진행 중이다. 대권 도전을 밝힌 후 주 120시간 노동 발언부터 전두환 옹호 발언 등 스무 개가 넘는 망언을 쏟아냈다. 청년 지지율을 홍 의원 쪽에 뺏긴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고발 사주 의혹이 MBC의 보도로 검찰 조직 전반이 개입한 사건으로 의혹이 번지는 것도 위협적이다. 개인의 비리는 아니지만 부인인 김씨가 연루된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태의 가담자 추가 기소와 장모의 요양 병원 불법 개설 혐의 재판도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를 힘겹게 치른 윤 후보에게 달변가인 이재명 후보는 버거운 상대다. 선대위 구성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의 화학적 결합도 변수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후보 자체가 가장 큰 위험 요소다.
REFERENCE_ 이회창

대쪽 판결과 소신으로 유명했던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 있다. 전 한나라당 이회창 대표다. 세 번의 대권 도전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회창 후보는 국민적인 지지에 힘입어 1996년 당시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입당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마찰을 딛고 15대 대선에 출마한 그는 김영삼 정부의 경제 실패를 비판하며 세력을 구축했다. 리틀 김영삼으로 불리던 이인제 후보에게 보수 표를 일부 잠식 당하고 충청권 표심도 얻지 못한 그는 자녀의 병역 비리까지 터지며 DJP 연합에 패했다. 16대 대선 역시 그간의 대쪽 이미지에 타격을 줄 각종 비리에 휘말리며 노무현 당시 후보에게 패했다. 개인적 비리를 고사하더라도 이른바 금수저와는 거리가 먼 대선 후보들에 연이어 패했다는 점과 보수 표 결집 및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는 점은 윤 후보가 반면교사 삼아야 할 사례다. 두 사람의 정치 입문은 화려했지만 민심은 생각보다 쉽게 이반한다.
INSIGHT_ 제로섬게임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했다는 보도가 즐비하다. 46퍼센트로 창당 이후 최고치이며 민주당 지지율은 25.9퍼센트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라는 내용이다. 이는 리얼미터가 11월 1일에서 5일 닷새간 실시해 8일에 공개한 내용이다. 국민의힘 경선 결과는 5일에 발표됐다. 경선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로 읽을 수 있고 탈당으로 인한 청년층 이탈은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선대위 구성과 내부 인선에 주력하면서도 부동층이나 민주당으로 돌아설지도 모를 2030 세대를 빠르게 포섭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2030이라는 말에 가려져 있지만 여전히 국민의힘 여성 지지율은 낮다. 윤석열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9일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하는 등 공략에 나서고 있다. 홍 의원의 전략은 결집력이 큰 청년 남성층에 유효했고 윤 후보의 전략은 집토끼와 중도 확장에 있었다. 홍 의원의 지지층 흡수와 중도 확장이라는 두 목표는 여성 유권자의 표에서 제로섬 게임 양상을 보일 수 있어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젠더 갈등이나 세대 갈등을 부추기지 않으면서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는 방법은 결국 명확한 비전 제시에 있다. 유권자의 분노를 이용하는 것은 분열의 리더십이 될 뿐이고 얕은 포퓰리즘 정책을 제시하는 것 또한 한계가 있다.
FORESIGHT_ 비리대선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각각의 정치 인생이 걸렸다. 홍 의원은 이번 대선을 비리 대선으로 일축하며 한쪽이 대통령이 되면 다른 한쪽은 감옥에 갈 것이라 공언했다. 국민의힘은 홍 의원을 내친 마당에 윤 후보가 패배하면 장기간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힘 탈당 층이 민주당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낮다. 오히려 새로운 중도 보수층이 형성되거나 양당에서 이탈한 표심이 제3지대로 고일 가능성이 있다. 홍 의원이나 안철수 후보는 그 지점을 노린다. 국민의힘의 다음 전략은 윤 후보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포섭이다. 다만 윤 후보 캠프에 비판적인 그와의 마찰은 피하기 어렵다. 새로운 선대위 구성을 앞두고 김 전 위원장은 전면 재구성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서진정책의 성과가 있는 김 전 위원장과 2030 남성의 지지가 높은 이 대표에 윤 후보는 적극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윤 후보 캠프의 권성동 의원은 김 전 위원장과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문제는 상왕 이미지이다. 윤 후보 자체의 비전이 흐릿한 상태에서 정치적 거물을 섣불리 들이면 대선 후보로서 총기를 보이기 전에 말 그대로 도로한국당의 인형처럼 유권자에게 인식될 수 있다. 결국 두 후보 모두 네거티브 없이 선거를 치르기 어려울 것이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매콜리프 후보의 패착도 네거티브였다. 비리로 얼룩진 비운의 대선이 시작됐다.


검사 윤석열이 한국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프라임 레터〈윤석열의 탄생〉을 추천합니다.
미래 세대와 소통하기 어려운 정치인 윤석열의 한계가 어디에서부터 기원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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