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탄생
3화

이재명 후보의 탄생

대선 후보 이재명은 무료 변론과 큰절에서 탄생했습니다. 

대장동 사건은 처음엔 부동산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올해 여름만 해도 이재명 지사의 무료 변론 논란 정도였습니다. 지난 8월 31일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정작 쟁점은 이재명 경기지사였습니다. 송두환 후보자는 2019년 이재명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3심 상고심에서 변호를 맡았습니다. 송두환 후보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입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역임했습니다. 한 마디로 값비싼 전관입니다. 이재명 지사는 송두환 후보자한테 변론비를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무료 변론이었죠. 송두환 인사청문회의 쟁점은 이재명 무료 변론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이냐 아니냐였습니다. 공익 재판에선 변론비를 받지 않는 민변의 관행이라는 게 여당의 방어 논리였습니다. 이재명 지사 개인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익 사건이 아니니깐 부정청탁이라는 게 야당의 공세 논리였습니다. 팽팽했죠.

본질이 아니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당시 이낙연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중이었습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하루 전 이낙연 캠프는 이재명 지사의 무료 변론에 변호사비 대납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의 역풍을 의식해서 워낙 조심스럽게 던진 탓에 당시엔 크게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열린 송두환 인사청문회와 맞물리면서 무료 변론과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만 쟁점이 됐죠. 심지어 이재명 캠프는 이낙연 캠프한테 선을 넘지 말라는 엄중 경고까지 했습니다. 네거티브는 인품만 깎인다. 우리 국민과 당원은 정치권의 네거티브를 극혐한다. 네거티브를 검증이라는 허울 좋은 포장지로 덮지 말라. 모두가 이재명 캠프측에서 이낙연 캠프를 향해 쏟아낸 말들이었습니다.


이재명 변호인단의 탄생 

본질은 변호사비 대납이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019년 9월 6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심에서 벌금 300만 원의 유죄를 선고 받습니다. 2018년 6월 13일 경기도지사로 당선되고 1년 3개월 만이었죠. 당선무효형을 받은 겁니다. 이재명 지사로선 정치인생 최대 위기였죠. 발단은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선거 TV토론회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와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가 맞붙었죠. 당시 현직 도지사였던 남경필 후보가 정책 선거에 치중했다면 제3당 후보였던 김영환은 네거티브에 치중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재명 후보한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김부선 스캔들과 형님 정신병원 강제입원 논란이 모조리 당시 김영환 캠프에서 나왔습니다. 김영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셋째 형인 고 이재선 회계사의 미망인과 함께 공동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이재명 후보한텐 형수죠. 

김영환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사이가 안 좋은 친형 이재선 회계사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다고 주장합니다. 미망인은 녹취록도 공개하죠. 문제의 TV토론회에서도 관련 질문을 던졌던 겁니다.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보건소장을 통해서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김영환 후보의 질문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는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검찰은 사실로 판단했습니다. 김영환 후보는 2018년 6월 10일 이재명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합니다. 경기도지사 선거 사흘 전이었죠. 이재명 후보는 56.4퍼센트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합니다. 남경필 현직 지사와 김영환 후보의 득표율을 모두 더해도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었죠. 네거티브에 치중한 김영환 후보의 득표율은 고작 4.8퍼센트에 머뭅니다. 그렇지만 이재명 신임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김영환의 그림자와 함께 시작됩니다. 경찰과 검찰 조사를 잇따라 받을 수밖에 없었죠. 이때만 해도 네거티브 후유증으로만 보였습니다. 실제로 검찰은 김부선 스캔들과 성남지역 조직폭력배 유착설에 관해선 불기소 처분을 내립니다. 김부선 스캔들은 사생활이었습니다. 성남 국제마피아파 유착설은 가정사였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어머니쪽 조카는 한때 성남국제마피아파의 조직원이었습니다. 

검찰은 친형 고 이재선 강제입원에 관해선 기소를 결정합니다. 가정사지만 허위사실 공표가 맞다고 본 겁니다. 이때부터 646일 동안 이어진 이재명 재판에 참여한 로펌만 10개가 넘습니다. 30명 가까운 변호사가 재판에 참여했습니다. 이재명 재판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재판과 함께 2022년 대선 판도를 바꿀 결정적 변수였습니다. 실제로도 이재명 경기지사는 2020년 7월 16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반면에 김경수 경남지사는 2021년 7월 21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유죄를 받으면서 한국 정치의 흐름이 바뀌었죠. 그래서 이재명 재판은 검찰도 이재명 지사도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2019년 5월 16일 수원지법이 판결한 1심에선 이깁니다. 그런데 1심부터 이미 법리적 쟁점은 이재명 지사가 형 이재선의 강제입원을 시도했느냐 여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TV토론에서 숨길 의도로 거짓말을 했다고 볼 수 있느냐의 여부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무죄를 판결합니다. 재판정 바깥 대외적으로 이재명 지사의 논리는 물론 좀 달랐습니다. 자신은 강제입원을 부인한게 아니라 불법적인 강제입원을 부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죠. 유권자에게 절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1심 승리의 키맨은 2곳의 로펌이었습니다. 하나는 서초동 김앤장으로 불리는 LKB파트너스입니다. LKB파트너스는 이재명 지사처럼 직위 상실 위기에 처한 정치인들 재판에 유독 강합니다. LKB파트너스는 특히 전직 판사와 전직 검사가 주력인 로펌입니다. 전관들이 유난히 많죠. 김강대 LKB 대표변호사만 해도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입니다. 수원지방법원은 이재명 재판의 1심을 판결한 곳입니다. LKB파트너스는 이재명 재판의 마지막 3심 대법원 판결까지 함께 합니다. 다른 키맨은 법무법인 평산입니다. 이곳엔 문제의 강찬우 대표변호사가 있습니다. 강찬우 변호사는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을 지냈습니다. 범정은 검찰에서도 요직 중의 요직입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장도 지냈습니다. 2015년 2월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이 됩니다. 수원지법 부장판사 출신 전관과 수원지검 검사장 출신 전관이 수원지방법원에서 이재명 지사를 변호한 겁니다. 

강찬우 변호사가 수원지검 검사장이었던 2015년은 수원지검이 남욱 변호사에 대한 LH로비 의혹을 본격 수사하던 때입니다. 지난 11월 5일 《경향신문》 단독보도에 따르면 구속기소된 상태로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던 남욱 변호사는 이재명 시장에 대한 로비 시도가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당시 남욱 변호사를 직접 조사했던 주임검사가 이번에 대장동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돼 논란이 일었던 대검찰청 공판5부 강일민 검사입니다. 강일민 검사는 대장동을 알아도 너무 잘 아는 건지도 모르죠. 2015년 강찬우 검사장이 이끌던 수원지방검찰청의 대장동 수사는 흐지부지 끝나 버립니다. 남욱 변호사는 무죄였죠. 남욱 변호사에게 돈을 준 이강길 씨세븐 대표만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수원지검의 수사라는 장애물을 넘자 대장동 개발은 급물살을 탑니다. 강찬우 검사장은 이재명 지사와 연수원 동기입니다. 무료 변론 의혹에 대해서도 연수원 인연 때문이라고 해명했죠. 따지고 보면 LKB파트너스의 김종근 대표변호사도 이재명 지사와 강찬우 검사장과 같은 연수원 18기 동기 사이입니다. 김종근 LKB대표변호사는 이재명 재판팀을 이끌었습니다. 강찬우 검사장은 2015년 12월 퇴임합니다. 2018년부터 이재명 재판에서 이재명 지사를 변호합니다. 2018년부터 화천대유의 법률자문을 맡습니다. 남욱 변호사와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이죠. 

강찬우 변호사 말고도 화천대유와 수원지검과 동시에 연관된 인물도 하나 더 있습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입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2012년에 수원지검장을 지냈습니다. 2019년부터 화천대유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도 2016년까지 화천대유에서 법률고문을 지냈습니다. 박영수 특검은 남욱 변호사와 대장동 이전부터 오래 알던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5년 수원지검에 구속기소된 남욱 변호사를 변호했던 변호사가 박영수 특검입니다. 박영수 특검이 특별검사에 위촉되면서 화천대유를 떠나자 대신 딸이 화천대유에 입사합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30명 가까운 화천대유의 법률고문단은 김만배 부국장이나 남욱 변호사와 연결돼 있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의 실질적 역할은 화천대유라는 저수지를 지키는 호위무사였던 건 아닐까요. 그런데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지사 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적 위기에 처하자 호위대상이 확대된 건 아닐까요. 강찬우 변호사는 대선정국 속 대장동 사건에선 이번엔 김만배 부국장의 변호를 맡았습니다. 이재명의 변호사가 김만배의 변호사인 것이죠. 

지금 대장동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규모로는 거의 지방경찰청급입니다. 검사만 20명에 수사관만 40명입니다. 정작 이재명 지사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수원지검으로 넘겼습니다. 사실상 하나의 사건을 별개의 사건처럼 분리한 것이죠. 게다가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당사자들이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수원지검과 연관돼 있습니다. 저수지 수사보다 중요한 건 저수지를 지키는 호위무사들에 대한 수사입니다. 결국 그 분으로 이어질 수 있죠. 대한민국 최강 수사집단은 저수지의 밑바닥만 뒤지고 있습니다. 저수지 뒷문은 열려 있습니다. 
 

이재명 파트너스의 탄생 

이재명 경기지사는 2019년 9월 6일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항소심에서 대패합니다. 2심 재판부는 이렇게 판결했습니다. “정신보건법에 따른 절차 진행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형에 대한 입원 절차 일부가 진행되기도 한 사실을 일반 선거인들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봄이 타당하다.”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 유죄를 선고합니다. 일반인들에게 2심 선고는 최종심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에선 항소심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만 주로 따지기 때문입니다. 2심 패배의 원인은 어쩌면 전관의 유무였습니다. 1심처럼 호화변호인단이 아니었죠. 방심 했다 역전패를 당한 꼴이었죠. 이재명 경기지사는 9회말 2아웃 상태였습니다. 

3심에서 패하면 경기지사직만 박탈당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2020년 2월 24일 페이스북에 〈운명이라면... 시간 끌고 싶지 않다〉는 제목의 글을 올립니다. “이제 인생의 황혼녘에서 경제적 사형은 사실 두렵다. 전 재산을 다 내고도 한 생을 더 살며 벌어도 못다 갚을 엄청난 선거자금 반환채무로 인해 필연적인 신용불량자의 삶이 날 기다린다.” 3심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이재명 지사가 물어내야 하는 선거자금은 40억 원 정도였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아버지가 파산하면서 성남시에서 경제적 최하층민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에 따르면 쓰레기통을 뒤져서 과일을 주워 먹는 삶이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가난과 실패의 고통을 아는 사람입니다. 

이재명 지사가 3심에서 사력을 다할 수 밖에 없었다는 뜻입니다. 돈과 재력과 인맥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이었으니까요. 1심에서 승리를 가져다줬던 LKB파트너스는 이제 기본이었습니다. 화우와 양재까지 포함해서 모두 7개의 법무법인이 이재명 재판에서 변론을 맡습니다. 이홍훈 전 대법관과 이상훈 전 대법관도 이재명 재판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립니다. 민변 회장을 역임한 최병모 변호사와 백승헌 변호사도 포함됩니다.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도 3심에서 이재명 지사의 변호를 맡았습니다.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되면서 이재명 무료 변론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발화점이 됩니다. 이재명 재판은 변호사비용으로만 얼추 30억 원 이상일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2017년 공직자 재산신고를 통해 공개한 금액은 30억원이 안 됩니다.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처럼 무료 변론을 한 경우를 감안해도 한 두 푼이긴 어렵습니다. 적어도 10개 가까운 로펌들이 무료 변론을 했을 턱이 없으니까요.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낙연 캠프측 윤영찬 의원은 “1개 로펌당 최소한 수억원은 들어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재산이 줄지 않았는데 지출은 크게 늘었다면 어딘가에 저수지가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해집니다. 저수지가 화천대유일까요. 이재명 대선 후보가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재판의 3심 선고시한은 선거법상 2019년 12월 5일이었습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 해를 넘기며 미뤄집니다. 재판이 미뤄지는 거야 흔한 일입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좀 다릅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당선이 무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선자가 공직을 수행하고 있다면 행정의 적법성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무자격자가 결정한 꼴이 되니까요. 3심이 미뤄진 유력한 이유 중 하나는 친이재명측 변호사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입니다. 2019년 10월 31일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합니다. 제250조 1항은 흔히 허위사실공표죄라고 불리는 조항입니다. “당선되거나 당선 목적으로 연설방송등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의 출생지, 가족관계, 신분, 직업, 경력, 재산, 행위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백종민 변호사는 2020년엔 경기도 코로나 19 가짜 뉴스 대책단에서 공동단장을 맡았습니다. 특히 이재명 지사에 관한 가짜뉴스 90건을 적발해서 분당경찰서에 고발했죠. 2021년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자 이재명 캠프 가짜뉴스 대책단장을 맡았습니다. 백종민 변호사는 2022년 6월 1일 실시될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양평군수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이재명 지사는 “시간 끌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지만 백종민 변호사가 헌법소원으로 시간을 끌었습니다. 물론 겉으론 이재명 지사측과 무관합니다. 백종민 변호사는 2020년 4월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이재명 지사측은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들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하지도 않을 말 때문에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청구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재명 3심 변호인단 가운데엔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이 있습니다. 

화천대유 고문단은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김만배 부국장과 남욱 변호사 관련 사건과 연관돼 있습니다. 남욱 변호사 사건의 변호사였던 박영수 특검과 검사였던 강찬우 검사장이 모두 화천대유의 고문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권순일 대법관만 예외입니다. 권순일 대법관은 2020년 9월 퇴임했습니다. 두달 뒤인 2020년 11월부터 화천대유의 법률고문을 맡습니다. 최근까지 매달 1500만 원씩 1억 원 남짓한 자문료를 받았습니다. 권순일 대법관과 화천대유 사이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화천대유 고문단은 대부분 검사나 변호사들입니다. 평생 판사였던 권순일 대법관은 아주 예외적입니다. 권순일 대법관은 2020년 8월 출간한 저서 《공화국과 법치주의》에서 스스로 법관 생활 내내 행정법에 주력해왔다고 밝힙니다. 화천대유 부동산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민법이나 상법 전문가는 아닌 겁니다. 화천대유에서 권순일 대법관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화천대유의 고문인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과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만 해도 검찰을 대표하는 특수부 검사입니다. 특수부 검사의 전공과목이 정경유착입니다. 정치인과 부동산 개발업자의 유착 관계를 돈 흐름과 사람 관계를 추적해서 파헤치는 일이 종특이죠.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 퇴직금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곽상도 검사가 파헤친 정치인과 부동산 세력의 대표적인 유착 사건이 바로 2002년 분당 파크뷰 아파트 용도 변경 및 특혜 분양 사건입니다. 이재명 변호사의 탄생을 알린 바로 그 사건입니다. 

김만배 부국장은 2009년 2월 16일 《머니투데이》에 ‘특수수사교본 곽상도 검사, 변호사로 제2인생’이라는 기사를 씁니다. 대구서부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는 곽상도 검사를 향해 후배 검사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글 100건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렸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김만배 부국장은 2002년 파크뷰 사건을 곽상도 검사의 대표 사건으로 꼽습니다. 당시 수사가 언론으로부터 “콜럼부스가 계란을 세운 것 같은 아이디어로 수사 성과를 거뒀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씁니다. 무엇보다 당시 법조출입기자들이 “수원지검 특수부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보다 한 수 위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칭송합니다. 물론 김만배 부국장도 당시의 법조출입기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김만배와 곽상도의 인연은 2002년 파크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겁니다. 이재명 캠프는 곽상도 의원이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이유로 대장동의 본질은 박근혜 적폐라고 규정합니다. 프레이밍 전략이죠. 화천대유의 뿌리는 더 깊고 더 오래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탄생 

김만배 부국장은 화천대유 고문단을 “좋아하는 형님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머니투데이》법조팀장으로 일하면서 근 30년 동안 필요에 따라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김만배 부국장은 경기도 안성 출신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겹치는 게 별로 없는 권순일 대법관을 2019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1년 동안 8차례나 만납니다. 이재명 사건은 2019년 9월 19일에 대법원에 접수됐습니다.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 2부에서 맡습니다. 대법원 2부는 노정희와 김상환 대법관 그리고 박상옥과 안철상 대법관까지 4명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권순일 대법관은 이재명 사건과 무관해 보입니다. 대법원 2부의 의견이 2개로 갈라지면서 상황이 급변합니다. 노정희와 김상환 대법관은 무죄 의견이었지만 박상옥과 안철상 대법관은 유죄 의견이었습니다. 결국 대법원 2부는 선고 기한인 2019년 12월을 넘기고 말죠. 이렇게 소부에서 결론이 안 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됩니다. 13명의 대법관 전원의 의견을 묻는 최종심의 최종심입니다. 이재명 사건을 둘러싼 대법원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던 시기와 김만배 부국장이 대법원에서 권순일 대법관을 집중적으로 만난 시기는 일치합니다. 

권순일 대법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선 키맨입니다. 대법관의 임기는 6년입니다. 권순일 대법관은 2014년 8월 양승태 대법원장에 의해 지명됐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공모 관계로 기소 위기에 몰렸지만 제외됐습니다. 당시 수사팀을 지휘한 팀장이 서울중앙지검 한동훈 3차장 검사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오른팔로 불렸던 인물이죠. 권순일 대법관의 임기는 2020년 8월까지였습니다. 이재명 재판이 대법원에서 심리되던 시기에 대법원 최고참 대법관이었단 의미입니다. 김만배 부국장은 단순히 일개 대법관을 만난 게 아니었습니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법조기자답게 이재명 재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최선임 대법관을 찾아갔던 것이죠. 단순히 대법원 이발소에 들른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는 중요한 2가지 관행이 있습니다. 맨 마지막 의견은 최고참인 최선임 대법관이 냅니다. 찬반이 팽팽할수록 마지막 의견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공산이 큽니다. 법조계는 학교 선후배와 사법시험 기수로 서열이 정해지는 대단히 수직적인 분야입니다. 최고참 대법관의 마지막 의견은 상당한 영향력을 지닙니다. 또 다른 관행은 대법원장은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마저 찬반이 팽팽하면 판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니까요. 확실한 다수 의견을 도출하려는 관행입니다. 이재명 사건은 2020년 6월 15일에 전원합의체에 회부됩니다. 김만배 부국장은 회부 일주일 전인 2020년 6월 9일과 회부 다음 날인 2020년 6월 16일에 대법원에서 권순일 대법관을 만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사건을 본격 심리한 건 정확하게 2020년 6월 18일입니다. 이재명 재판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의견도 소부처럼 찬반이 팽팽했습니다. 김재형, 박정화, 민유숙, 노정희, 김상환 대법관은 무죄 의견이었습니다. 박상옥,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은 유죄 의견이었습니다. 김선수 대법관은 회피했습니다. 김선수 대법관은 민변 회장 출신으로 이재명 지사와 함께 인권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첫 심의에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잠정 종결됩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무죄 취지의 보고서를 하나 더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재판연구관은 대법원의 허리입니다. 연간 5만 건에 달하는 상고사건을 총 14명의 대법관들이 모두 심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나마도 대법관 1명은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재판에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재판연구관들이 법리를 검토한 보고서를 올리면 대법관들이 판결을 하는 형식입니다. 이재명 사건의 경우 당초 재판연구관들은 유죄 취지의 보고서만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가 열리고 재판연구관들이 무죄 취지의 보고서를 하나 더 올렸다는 게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주장입니다. 

2020년 7월 16일이 운명의 날이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관례에 따라 마지막에 의견을 말한 최고참 권순일 대법관은 이재명 지사의 무죄를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결국 이재명 사건은 무죄6에 유죄5로 결론이 납니다. 관례상 김명수 대법원장이 무죄 취지의 다수에 표를 던지면서 7대5로 무죄 판결이 나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죄 판결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선거 후보자 토론의 경우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 시간 내에 즉흥적이고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토론 중 질문과 답변이나 주장과 반론을 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이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로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 한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되었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허위사실공표행위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원래 판결문은 해독이 어렵습니다. 이걸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TV 선거 토론 중이라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대법원의 최종 의견은 사실 최선임 권순일 대법관의 의견이었던 걸로 알려집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관행상 소수 의견도 공개하게 돼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유죄를 판단한 5명의 대법관은 이렇게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후보자 토론회에서 공표의 범위를 제한하는 해석은 자칫 선거의 공정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질문에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만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 전체적으로 형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 두 마디로 후보자가 유권자한테 거짓말을 해도 TV 선거 토론 중이어서 괜찮다고 용서해주면 안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재명 지사는 토론 중의 실수라기 보단 명백한 의도를 갖고 교묘한 거짓말을 했다고 보인다. 2020년 7월 16일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이재명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사건을 파기 환송합니다. 

그렇게 이재명 지사의 2022년 대선 출마의 길이 열립니다. 김만배 부국장은 2020년 7월 17일 대법원으로 권순일 대법관을 방문합니다. 김만배 부국장은 대법원 구내 이발소에 간 것이라고 애써 부인하고 있습니다. 권순일 면담이라고 쓰고 이발소 방문이라고 읽어야 한다는 김만배의 주장이죠. 대법관 방문이라고 쓰고 재판 거래라고 읽어야 한다는 게 야당의 주장입니다. 두 달 뒤인 2020년 9월 권순일 대법관은 퇴임합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2020년 11월 화천대유의 고문이 됩니다. 


이재명 민주당의 탄생 

큰절. 지난 11월 24일이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습니다.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민생개혁입법 추진 간담회에서였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당직자들도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각종 민생과 개혁 입법이 지지부진한 것에 관해 이재명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대신해 사과를 한 것이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180석 다수 의석은 장애물이 생기면 힘으로 넘으라고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머리 색깔도 하룻밤새 달라져 있었습니다. 백발이 흑발이 됐죠. 성남시장 시절의 머리 색깔이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그 자리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37개 주요 법안의 추진 상황을 보고 받았습니다. 그러더니 각 법안마다 여야 합의로 처리할지 단독 강행 처리할지를 하나하나 정해주기 시작했습니다. 대장동과 관련된 개발이익 환수 법안도 강행 처리 안건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이 없습니다. 입법부 경험이 전무하죠. 그런데 국회의원들에게 사실상 업무 지침을 하달했습니다. 당대표나 원내대표도 비공개로나 하는 일을 공개석상에서 해버린 겁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1월 20일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큰절에 이어진 깨알지시는 사실상 이재명의 민주당 창당 선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민주당판 모라토리엄 전략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성남시정을 순식간에 휘어잡았습니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차례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오히려 정체 상태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5일 선출 직후 상당한 컨벤션 효과를 봤던 것과도 대비됩니다. 여론 조사 기관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다르게 나옵니다만 분명한 건 윤석열이 이재명을 리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역전 당한 겁니다.

원인은 분명 대장동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컨벤션 효과를 잃은 것도 대장동 때문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밀당을 하느라 선거 운동 공회전을 하는 동안에도 뒤집지 못한 것도 대장동 때문입니다. 대장동 의혹은 결국 이재명 후보 개인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거꾸로 민주당 개혁을 외친 것이죠. 이재명의 민주당이 창당되면서 사실상 아무도 대장동이 문제라고 말할 수 없게 됐습니다. 조국 사태와 같습니다. 진보 지지층 안에선 조국 장관에 대한 비판 의견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오직 조국 지지키냐 조국 죽이기냐의 흑백 논리만 허락됐죠.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국면을 전환하는 건 정치인 이재명의 장기입니다. 대장동 의혹이 자신을 향하자 당선되면 토건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말하는 식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12월 정기 국회에서 민주당이 통과시킬 걸 요구한 최우선 법안도 개발이익 환수 3법입니다. 이대엽의 성남시를 파산시키고 이재명의 성남시를 만든 것처럼 민주당 모라토리엄과 12월 법안 통과를 통해 문재인의 민주당을 해체하고 이재명의 민주당을 창당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가 당을 결국 장악하게 되는 건 대통령 중심제 정치의 속성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미 민주당의 주요 당직을 순식간에 장악했습니다. 주요 당직자들이 스스로 사퇴했기 때문입니다. 윤관석 사무총장이 대표적입니다. 사무총장은 선거에서 인사와 비용을 관장합니다. 요직 중의 요직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 자리에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전략기획위원장에는 측근 강훈식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경쟁자 윤석열 후보도 국민의힘을 장악해나가는 과정입니다. 민주당과 양상은 많이 다릅니다. 윤석열 후보가 입당하자마자 과거 친이계 의원들이 알아서 줄을 섰기 때문입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으로선 뼈아픈 대목이죠. 지금도 밀당이 거듭되는 이유입니다. 국민의힘 친이계 의원들은 대부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앙숙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박근혜 정부 출범을 도울 때 이명박 정부 인사들을 대부분 솎아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국민의힘 대표는 0선 이준석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2030표를 유인할 수 있는 국민의힘의 젊은 얼굴일 순 있어도 국민의힘의 대주주는 아닙니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 11월 25일에 인선한 6인의 총괄본부장은 고스란히 국민의힘의 당내 세력분포도를 보여줍니다. 민심에선 홍준표 후보에게 밀렸던 윤석열 후보를 밀어준 당심의 실체가 바로 이들입니다. 대부분 김종인 위원장이 쇄신하려는 정치인들이죠.

국민의힘이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았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정치인 이재명이 제일 잘하는 일 가운데 하나죠. 12월엔 정기국회는 사실상 이재명의 민주당이 어떻게 문재인의 민주당과 다른지를 보여주는 자리가 될 공산이 큽니다. 만일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의 지침대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나선다면 국회는 아수라장이 될 공산이 큽니다. 민주당이 단독 처리를 검토하고 있는 노동이사제만 해도 경총을 필두로 한 재계에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대선을 3개월 앞두고 국회에서 난장판이 벌어지는 겁니다.

솔직히 이재명 후보한텐 나쁠 게 하나도 없는 전술입니다. 이재명은 합니다가 이재명의 민주당은 합니다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를 차별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장동으로부터 국민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습니다. 대장동으로 와해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핵심 지지층을 다시 규합할 수도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180석 민주당을 대권 가도의 돌격대로 쓰려고 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당을 미리 장악해두면 대선 직후 지방선거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만의 하나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탄생하지 못하더라도 이재명의 민주당은 지속될 수 있단 의미입니다.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엔 이재명계들이 대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2020년 4월 총선에선 당내 경선에서 친문계한테 밀렸던 인사들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오히려 야당보다도 여당 내 친문계와 더 치열한 투쟁을 벌여왔습니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만 해도 본선보다 경선이 더 치열했습니다. 당시 친문 전해철 의원과 맞붙었죠. 따지고 보면 2017년 대선 경선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맞붙었습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친문의 깊은 반감은 이때 싹튼 것이라고 하죠. 마지막까지 이재명 후보와 경쟁한 친문 주자는 이낙연 전 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작 이낙연 대표도 이재명 후보한테 역전패당하고 맙니다. 대장동 사건의 뇌관이 된 변호사비 대납 사건은 이낙연 캠프측에서 처음 제기한 의혹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재명 후보가 사실상 문재인과 이낙연의 민주당을 모라토리엄시키고 이재명의 민주당을 재창당해버린 겁니다. 하루아침에 당의 주류가 바뀐 셈이죠. 이미 이재명 후보의 측근 그룹인 성남 라인과 7인회가 민주당의 주류가 됐습니다. 이번 대선은 시대 교체가 아니라 세력 교체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지율 정체라는 위기를 민주당의 주류 교체의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야말 이재명이 평생 동안 가장 잘해 온 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탄생?! 

검찰의 대장동 수사는 윗선을 향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권 주자를 수사하는 것 자체가 부담입니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후유증이 남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받겠다고 약속한 특검도 2022년 3월 9일 대선 전까지 출범하는 것조차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11월 29일을 기준으로 딱 100일 남은 대선 내내 대장동은 의혹으로만 불리울 공산이 큽니다. 선거에 검찰이나 특검이나 사법부가 공증한 실체적 진실이 반영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정치인 이재명은 사법적 의혹들을 정치적 평가로 치환해서 풀어왔습니다. 두 번의 성남시장 선거와 한 번의 경기도지사 선거 그리고 대선 후보 경선이 그랬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 같은 정책들과 경기도 재난지원금 같은 행정들로 유권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냈습니다. 덕분에 이재명 후보에 대한 개인적 스캔들과 사법적 쟁점들도 유권자의 표를 통해 판단과 검증이 유예돼 왔던 게 사실입니다. 민주주의에서 정치인에 대한 진정한 최종적 판결은 사법부가 아니라 유권자가 내려주는 것이니까요. 동시에 인간 이재명의 기구한 인생 역정 역시 유권자들에게 적잖은 울림과 충격을 줬습니다. 정치인 이재명은 바야흐로 2022년 3월 9일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대장동입니다. 유권자가 대장동 의혹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렸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이재명은 부동산에서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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