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택은 뉴미디어의 뉴욕타임스가 될까?

11월 17일 - FORECAST

구독 플랫폼 서브스택은 광고에 의존해 온 미디어 비즈니스의 미래를 바꿀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뉴스레터 구독 플랫폼 서브스택이 11월 15일 유료 구독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 2017년 10월 서비스 출시 후 4년 만이다. 서브스택은 창작자가 뉴스레터를 제작해 구독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서브스택은 미디어의 수익 모델을 혁신하고 나아가 일하는 방식마저 바꾸고 있다.
WHY_ 지금 서브스택의 성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는 사용자 게시물을 무료로 이용해 왔다. 사용자 게시물로 피드를 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독차지했다. 서브스택 같은 구독 플랫폼이 등장하면서부터 창작자들은 콘텐츠에 합당한 보상을 받게 됐다. 서브스택의 과거와 현재를 알면 미디어의 미래, 일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NUMBER_ 100만 명

2020년 3월 서브스택의 유료 구독자 수는 10만 명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콘텐츠 수요가 늘면서 서브스택은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2020년 12월에는 25만 명, 2021년 11월에는 100만 명을 돌파한다. 디지털 유료 구독자가 760만 명인 《뉴욕타임스》, 300만 명인 《워싱턴포스트》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96만 명인 《이코노미스트》는 뛰어넘었다.
RECIPE_ 5달러×1000명

서브스택의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하다. 플랫폼이 창작자를 모으고, 창작자는 구독자를 모은다. 지난해 코로나 판데믹으로 미국 잡지사들은 경영난을 겪었다. 인력을 감축하고 외부 원고 청탁을 줄였다. 이때 기자와 프리랜서 작가 다수가 서브스택으로 유입됐다. 구독료는 작가마다 다르지만 보통 월 5달러다. 구독자 1000명을 모으면 월 5000달러를 번다. 서브스택은 여기서 수수료로 10퍼센트를 가져간다.
MONEY_ 2500만 달러

창작자들은 얼마나 벌까. 서브스택은 작가 평균 수입은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상위 10명의 수입은 공개한다. 상위 10명은 연간 총 2500만 달러를 번다. 우리 돈으로 295억 원이다. 1인당 29억 원이 넘는다. 국내 작가가 이 돈을 벌려면 정가 1만 5000원짜리 책을 197만 권 팔아야 한다. 참고로 초대형 베스트셀러였던 《정의란 무엇인가》는 123만 부 팔렸다.
DEFINITION_ 열정 경제

미국의 벤처캐피털 a16z를 이끄는 마크 안드레센은 인터넷을 세 단계로 구분한다. 인터넷 제1의 물결은 인터넷으로 돈을 벌지도 쓰지도 못하던 시기다. 제2의 물결은 광고로 돈을 버는 시기다. 제3의 물결은 서브스택, 패트리온, 온리팬즈 같은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창작자에게 직접 비용을 지급하는 시기다. 이런 비즈니스를 열정 경제(passion economy)라고 부른다.
KEYMAN_ 그 사람

열정 경제와 긱 경제는 모두 디지털 플랫폼에서 작동하지만,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긱 경제가 ‘사람’을 필요로 한다면 열정 경제는 ‘그 사람’을 필요로 한다. 배달 앱에선 누가 배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매뉴얼대로 배달하는 게 중요하다. 반면 열정 경제에선 누가 제공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긱 경제에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공급과 수요를 연결해 노동자에게 일감을 분배하지만, 열정 경제에서는 창작자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하고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
CONFLICT_ 클론

열정 경제의 시장 규모는 380억 달러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자 그동안 창작자 콘텐츠를 공짜로 사용하던 플랫폼 거인들도 열정 경제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택한 전략은 경쟁사를 베끼거나 사들이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서브스택과 유사한 서비스인 불레틴을 출시하고 2023년까지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서비스 출시에 맞춰 말콤 글래드웰, 애덤 그랜트 같은 유명 작가도 필진으로 섭외했다. 트위터는 뉴스레터 플랫폼 레뷔를 인수했다. 경쟁은 지금부터다.
RISK_ 1K 창작자

열정 경제 플랫폼은 창작자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스포티파이에 음원을 올린 아티스트 700만 명 가운데 로열티로 연간 1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은 0.6퍼센트에 불과하다. 연간 1000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은 2.6퍼센트다.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열정 경제 플랫폼의 미션은 창작자의 전문성을 수익화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1K 창작자, 즉 매달 1000달러 이상을 버는 창작자 수를 늘리는 것을 성공 지표로 여긴다.
REFERENCE_ 고스트

서브스택에 대항하는 서비스가 있다. 고스트(Ghost)다. 서브스택은 디지털 퍼블리싱 도구로 출발했지만, 최근 우수 작가를 지원하고 주제별 작가 순위를 공개하는 등 편집권을 강화하고 있다. 신문사처럼 퍼블리셔 성격이 강해지면서 편집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반해 고스트는 철저하게 퍼블리싱 소프트웨어 회사임을 강조한다. 콘텐츠 제작과 편집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INSIGHT_ 퍼블리셔냐 플랫폼이냐

서브스택은 퍼블리셔와 플랫폼의 결합을 바라지만 두 모델은 반대로 작동한다. 퍼블리셔는 모두가 신뢰하는 서비스를 꿈꾼다. 플랫폼은 모두가 사용하는 서비스를 꿈꾼다. 플랫폼이 대중화되면 유통 콘텐츠에 대한 책임 문제에 직면한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정보가 흘러가기만 하는 휴대폰 회사와 정보를 편집하는 신문사 사이의 어디쯤으로 규정한다. 이 탓에 정치 편향적 검열 논란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퍼블리셔냐 플랫폼이냐. 서브스택도 선택의 순간이 머지않았다.
FORESIGHT_ 신문의 탄생

서브스택의 미래는 역설적으로 다시 신문이다. 서브스택의 인기 작가를 하나둘 구독하다 보면 어느새 월 구독료가 수십 달러를 넘어간다. 과다한 구독 비용과 구독 피로감을 호소하는 독자들이 늘자 작가들은 번들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컨대 각각 월 5달러에 영화, 게임, IT 칼럼을 제공하던 세 명의 작가가 구독 상품을 통합해 월 12달러에 제공하는 식이다. 신문과 잡지의 탄생이다. 레거시 미디어의 폐해를 지적하며 등장한 새로운 디지털 퍼블리싱 플랫폼은 갈수록 레거시 미디어를 닮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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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택, 로블록스, 패트리온 등 주요 플랫폼들의 사례를 통해 크리에이터 경제의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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