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작은 정부의 시대를 끝장냈나?
2화

정부는 더욱 커지는 걸 멈추지 않을 것이다

초대형 정부는 저항하기 어려운 추세다. 정치인과 관료와 복지 산업 종사자와 복지 혜택을 원하는 유권자가 더 큰 정부를 더 크게 원하기 때문이다.

1996년에 빌 클린턴 대통령이 “큰 정부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을 때, 좌파 진영에 있는 그의 지지자들은 그렇게 말하는 것이 그러한 상황을 더욱 부추길까봐 우려했다. 그들은 틀렸다. 클린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1996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의 연간 정부 지출은 GDP 대비 1퍼센트씩 증가했다. 그리고 지난해 경제가 붕괴되었을 때는 추가로 10퍼센트가 상승했다. (표1 참조) 이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판데믹과 연관된 비상 정책으로써 시작된 것을 기반으로 자녀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연방 정부가 지원하는 보편적인 아동보육 시스템을 만들고, 유급 육아휴가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오바마케어를 확대하고 있다.
(표1) 끝나지 않는 시대 미국, 연방정부 지출액의 원천 GDP 대비 비중(%) (네이비) 재량적 지출 (민트) 법안에 의한 총지출 (버건디) 순이자 수입 출처: 미국 의회예산국(CBO), 예산관리국(OMB)
미국의 정부 지출은 선진국의 평균에는 여전히 약간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따라잡아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 목표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OECD 전체 회원국의 GDP에서 정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 기구가 1961년에 창설된 이후로 60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일부 국가들은 이러한 추세에 잠시 저항하기도 했다. 2019년 독일 정부의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앙겔라 메르켈이 총리로서 1년을 온전하게 책임지기 시작한 첫 해인 2006년의 수준과 동일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적인 상태도 기본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다른 분야에서도 검소함을 강제하려는 독일의 시도는 오래 가지 못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모두 2010년대 초에 유로존 위기를 거치면서 엄격한 긴축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GDP 대비 공공부문의 지출은 2006년보다 2019년에 더욱 높았다.

선진국들에서 진정으로 국가가 긴축을 하는 사례는 흔치 않은 경우이다. 스웨덴은 1980년대에 어렵사리 그것을 해냈다. 1990년대 초, 당시 뉴질랜드의 재무장관이었던 루스 리처드슨(Ruth Richardson)은 국가의 규모를 대폭 줄였다. 농담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걸 두고 “루스 안락사(Ruthanasia)[1]”라고 불렀다. 그러나 환자는 죽지 않았다. 국가의 지출은 현재 1990년보다 GDP 대비 비중이 6퍼센트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드문 성공 사례이며, 아마도 운명이 다했을 수도 있다. 현재의 뉴질랜드 재무장관인 그랜트 로버트슨(Grant Robertson)은 “30년 전에 일어나 변화들 가운데 가장 불공평한 것들을 시정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복지 분야의 지출을 크게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낮은 세금과 작은 정부가 정답이며, 신뢰할 수 있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아마도 유일한 조건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좋은 정부라 하더라도 수백만 명의 주권을 가진 개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들 자신보다 더 잘 알 수는 없다고 20세기 중반에 말했던 오스트리아의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미국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 등의 주장은 인기를 잃었다. 정부가 그러한 이상적인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그들은 부패하고 비효율적이며, 성장을 방해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지만, 선거에서는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이 좌파의 승리라고 보기는 힘든데, 좌파는 여전히 정부의 지출이 부족한 것을 수많은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성장하는 경향은 현대의 특징이다. 1274년부터 1691년까지 잉글랜드 정부가 거두어들인 세금은 GDP의 2퍼센트 미만이었다. 18세기와 19세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변했는데, 특히 전쟁 시기에 세금이 인상되고 정부의 지출 능력이 대규모로 확장되었다. 1870년대에 부유한 나라들의 정부는 GDP의 약 10퍼센트를 지출했다. 1920년에는 거의 20퍼센트에 달했으며,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증가했다. (표2 참조) 현재 부유한 나라들의 지출은 과거와 비교해서도 물론이고 개발도상국들에 비해서도 훨씬 더 높은 수준이다.
(표2) 추세 확인 정부 지출, GDP 대비 비중(%) 오스트리아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미국 출처: 비토 탄지(Vito Tanzi)와 루드거 슈크네흐트(Ludger Schuknecht), OECD, AMECO(유럽연합 연간 거시경제 데이터베이스) * 각국의 2021년은 추정치 † 스페인의 1870-1937년은 중앙정부, 1960-2021년은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 공기업 부문을 제외한 분야 부문
정부가 지출하는 돈이 증가하면 일반적으로 그들이 하는 일도 늘어나고 그들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규모도 함께 늘어난다. 미국에서는 1970년 이후로 연방의 규제 건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독일 법률의 총 단어 수는 1990년대 중반보다 60퍼센트가 더 많다.

각국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더욱 강력하게 성장한 것은 아니다. 관료들은 1960년대나 1970년대에 많이 그랬던 것과는 다르게, 이제는 일반적으로 더 이상 임금이나 가격을 결정하지 않고, 엄격한 통화 통제를 시행하지도 않는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공공 부문은 광산이나 통신망과 같은 국가 자산을 민영화하면서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1948년부터 1984년까지 영국 정부가 국영 호텔 체인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그다지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적절한 위치에 대해서 “신자유주의적” 관점이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는, 현재의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 개발업자들이 무언가를 지으려면 환경 및 보존과 관련한 규제, 그리고 지역의 반대에 부딪혀서 예전보다 더욱 많은 고생을 감내해야 한다. 건강 및 안전과 관련한 법률은 더욱 확대되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전역에서는 직업과 관련한 면허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많은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수십 년 동안 노동조합들이 정부가 시행하는 최저임금에 반대하면서, 임금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직접 맡아서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세력이 약해지자, 정부가 직접 나서서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 육아휴직이나 임금의 성별 격차 등 일자리와 관련한 다른 규칙들도 동일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설령 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약화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재분배라는 형식으로 더욱 많이 대체되었다고 할 수 있다. 큰 정부의 시대가 끝났다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objective correlative)[2]은 세액공제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그는 자녀를 가진 저소득층에 대한 세액공제를 세 배 늘렸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보편적 복지 혜택을 도입했는데, 이는 현재 바이든 대통령이 확대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1979년에 미국의 소득 수준 최저 5분위 계층은 세전 소득의 평균 32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복지수당으로 지급받았다. 2018년에는 그 수치가 68퍼센트였다. OECD에서 현금 지금, 상품 및 서비스의 직접적인 현물 지급, “사회적 목적의 세금 감면” 등을 포함하여 GDP와 비교했을 때의 사회적 보호 관련 총지출은 1980년의 15퍼센트에서 2019년에는 20퍼센트로 증가했다.

세 가지 영향력이 주로 이러한 추세를 이끌었다. 그것은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장려책,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 비용의 증가, 그리고 유권자들의 요구다. 정부와 관료들은 최소한 어느 정도는 이기적이다. “공공선택론(public choice theory)”에서는 억제되지 않은 관료들은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고 그것을 확장하려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최근의 좋은 사례는 바로 중앙은행들일 것이다. 그들의 권한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대량인출 사태를 막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그들의 권한에 대하여 모호하면서도 때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들은 새로운 책임을 떠맡았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자신들에게 인종 불평등을 줄여야 하는 의무가 있고 그럴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른 나라의 많은 중앙은행들은 회사채 시장에 개입하여 화석연료 기업들에 대한 상대적인 자본비용을 올리고 싶어 한다.

정치인들도 국가를 확대해야 하는 나름의 동기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에게는 오래된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할 때 더욱 후한 보상이 주어진다. 그에 대한 비용은 모든 납세자들이 전반적으로 나누어 떠맡는 반면, 그로 인한 혜택은 소수에게 집중된다. 그리하여 관련된 이익단체들이, 그리고 때로는 심지어 유권자들조차도 그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기도 한다.

기술은, 특히 통신기술은 관료체제의 장악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더욱 커진 정부가 새로운 통신 인프라를 필요로 했던 대기업들이 출현한 20세기의 대략 비슷한 시점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러한 새로운 합의에 의해 추진력을 얻은 경제가 더욱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정부가 성장하는 것을 생각했던 것보다 덜 부담스럽게 해주었다.



전혀 괜찮지 않은


국가의 힘이 커지는 현상의 이면에 있는 두 번째의 폭넓은 요인은 경제학자인 윌리엄 보몰(William Baumol)이 “비용 질병(cost disease)”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1960년대에 보몰은 일부 분야에서의 생산성이 다른 분야에 비해 더욱 뛰어나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그런데 생산성이 낮은 분야에서는 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는 걸 막기 위해서 생산성이 우수한 부문에서와 마찬가지로 임금을 올려주어야만 했다. 그래서 로열 앨버트 홀(Royal Albert Hall)의 오케스트라에 소속된 음악인들의 숫자는 이 공연장이 개관한 1871년과 거의 비슷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는 경제에서 훨씬 더 많은 기회들이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들은 현재 훨씬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
(표3) 의료진 및 질병 미국, 물가지수 선별된 상품 및 서비스 대상, 1988년 10월 = 100 기준 (네이비) 의료 (민트) 교육 (머스터드) 필수 항목 (버건디) 일상생활 (초콜릿) 기술 병원 의료비 대학 등록금 육아 서비스 의료 서비스 주거 음식* 신차 구입 의류 가구† 휴대전화 서비스 소프트웨어 장난감 텔레비전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BLS), AEIdeas * 음료 포함 † 침구 포함
정부 지출의 많은 액수는 노동생산성의 성장이 느린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교육 및 의료 분야에 대한 지출이 가장 두드러진다. (표3 참조) 의사, 간호사, 교사들에 대한 실질 임금이 경제의 다른 분야들과 비슷한 비율로 올라가면서, 해당 분야에서의 지출도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 및 의료는 또한 경제학자들이 “상급재(superior goods)”라고 부르는 항목이다. 즉, 사람들이 더욱 부유해질수록 소득의 더욱 많은 부분을 해당 분야에 지출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경우에는, 더욱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OECD 전반에 걸쳐서 전반적인 의료비 지출은 GDP와 비교하여 2005년의 8퍼센트에서 현재는 10퍼센트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그러한 증가분의 대부분은 정부가 책임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정부의 개입이 생산성의 성장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며 보몰의 생각을 더욱 확장시켰다. 워싱턴DC 소재의 싱크탱크인 니스캐넌센터(Niskanen Centre)의 스티븐 텔스(Steven Teles), 새뮤얼 해먼드(Samuel Hammond), 대니얼 타카시(Daniel Takash)가 작성한 최근의 보고서에서는, 주택이나 교육 등 규제에 의해 공급이 제한되는 서비스 부문에 대한 보조금이 가격을 상승시켜서 결국엔 더욱 많은 보조금에 대한 수요를 발생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가지 사례는 바로 학자금 대출이다. 뉴욕 연방준비제도은행(Federal Reserve Bank)의 연구에 따르면, 재정보조학자금대출(subsidised loan)의 한도액이 증가하면 그 중 60퍼센트는 결국 등록금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한다. 미국의 정치권은 고등교육에 대한 보조금을 더욱 늘리겠다는 공약들로 가득하다. 비용을 줄이겠다는 공약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마지막 영향력은 유권자들의 욕구이며, 이는 유권자들이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20세기를 거치면서 노동계급의 수는 증가했고 여성 유권자들의 수도 증가했다. 정치학자들은 부유한 세계 전반에 걸친 여성들의 참정권 확대가 사회적 비용의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보는데, 특히 의료 및 교육 분야에서 그런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20세기의 유권자들은 또한 세계대전에서 싸웠거나 살아남은 사람들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지출을 크게 증가시켰고, 두 차례 모두 전쟁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전쟁에서 대규모의 동원이 이루어지면서, 실업급여 및 보건의료와 같은 서비스를 평시에도 더욱 널리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렸다.

그리고 오늘날의 유권자들은 점점 더 고령화되어 가고 있다. 지금의 나이 든 사람들은 정부의 도움이 없었던 젊은 시절에도 비교적 잘 견뎌왔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의 피터 린더트(Peter Lindert)가 최근에 펴낸 책 《사회적 지출이 작동하게 만들기(Making Social Spending Work)》에 의하면, 노인 1인당 13개의 사회복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소득에 대한 비중으로 보면 20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학령기 아동 1인당 공교육비보다 노인 1인에 대한 지출액이 더욱 빠르게 늘어났다고 한다. 1980년대에는 1인당 지출액에서 크게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의 수명은 더욱 길어졌는데, 이는 관련한 지출액이 지금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노인들에 대한 지출액을 유지하라는 정치적인 압력은 지금도 강력하다.

정부가 성장하는 이면에 있는 다른 영향력들은 꽤나 안정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반면, 인구통계학적 요소들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앞으로 40년 동안, 부유한 세계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은 절반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아주 고령인 사람들의 비중은 훨씬 더 급격하게 늘어날 텐데, 영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연령층의 연간 1인당 의료비는 4배나 더 필요하다고 한다. 만성 질환이 증가하면서 의료 분야와 사회복지 분야 모두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사람들이 말년에 필요로 하는 서비스들의 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2019년에 OECD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회원국들 전반의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2015년의 8.8퍼센트에서 2030년에는 10.2퍼센트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그 수준에 거의 다가가고 있으며, 지난 18개월 동안 코로나19 검사 및 백신 접종을 위하여 구축된 막대한 인프라가 조만간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결국 상당히 보수적인 예측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요소도 작용하고 있다. 부유한 세계의 정부들은 각국의 경제를 탄소배출을 없애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각국 정부가 그러한 전환을 독려하기 위하여 탄소가격과 같은 원칙을 시장에서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결국엔 규제가 늘어나고 각종 보조금이 급증하게 될 것이다. 영국의 재정을 감시하는 기관인 예산관리청(OBT)은 탄소세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2050년까지 순제로(net zero)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러한 노력이 마무리될 때쯤이면 영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에 21퍼센트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더욱 커다란 정부를 위해 조성되어 있다. 이처럼 아마도 막아서기 힘든 경제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지적인 사고는 단지 정치적 좌파에서만이 아니라,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재분배의 규모에 대해서는 절대로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더욱 놀랍게는 정치적인 우파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은 더욱 커진 국가에 우호적인 네 번째의 영향력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은 바로 반대 세력의 부재이다.

2017년에 창간된 보수 성향의 저널인 아메리칸 어페어즈(American Affairs)는 지난 2019년에 “국가의 정당을 향하여(Toward a Party of the State)”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의 작성자인 글래든 파핀(Gladden Pappin)은 “국가는 전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과 현대의 보수적인 사상에 비하여 훨씬 더 거대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인정하며, 헝가리가 더욱 많은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하여 각 가정에게 현금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처럼 “유럽에서 민족국가를 지향하는 세력과 같은 집단”에게 “원조와 편안함”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포퓰리즘 우파의 다른 사람들은 노인들에 대한 지출은 보전하고, 특정한 이익집단의 돕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최소한 개념적으로는 대규모의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영국의 보수당은 오히려 더욱 큰 목소리고 작은 국가를 지향한다고 주장하지만, 리시 수낙(Rishi Sunak) 재무장관은 역사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지출과 과세 정책을 주관하고 있다. 평의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재정의 삭감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거의 없다.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스웨덴의 사상가인 요한 노르베리(Johan Norberg)는 스스로가 정치적 홈리스라고 말한다. “주요한 정치세력들은 그 누구도 저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경제적 자유에 초점을 맞춘 싱크탱크를 운영하는 철학자인 가스파흐 커니그(Gaspard Koenig)가 논의의 조건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대체적인 여론은 여전히 큰 정부와 거액의 공공지출에 확실히 우호적인 편이다. 벨기에의 플랑드르 지역에서는 독립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일부가 세금을 낮추고 작은 국가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데, 다만 그것은 호기심의 차원이지 어떤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노르베리와 같은 사람들은 지적인 흐름이 권력의 중심부에서 프리드먼이나 하이에크의 사상들이 넘쳐나던 1970년대 말과 같은 상황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과도한 규제와 국가가 장악한 자본주의의 실패가 점점 더 명백하게 드러나면서 그러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그들에게는 여전히 지지할 수 있는 정책들이 존재한다.

한 가지 방안은 쉽게 말해서 “습지를 포장도로로 닦기(pave the swamp)”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즉, 관료주의가 여전히 거대하게 남아 있다면, 그러한 관료주의의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인데, 적어도 그러한 상태를 통해서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더욱 쉽기 때문이다.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경제학자인 스탠퍼드대학교 후버연구소(Hoover Institution)의 존 코크란(John Cochrane)은 규제들에 대해서 “시간제한(shot clock)”과 일몰조항(sunset clause)을 추가하자고 제안한다. 시간제한이란 예를 들자면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이 신약이나 새로운 식품을 심사하는 시간을 미리 정해놓는 것으로, 허용된 시간 내에 타당한 판결을 내리지 못한다면 자동적으로 승인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일몰조항이란, 계획적으로 다시 제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해당 규제는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일부에서 선호하는 또 하나의 임시적인 방안은 기존의 시장이 더욱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자면, 인수합병을 더욱 철저하게 조사해서 그로 인한 독점기업의 출현을 막는 것이 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효율적인 시장이라면 정부 지출의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 어떤 식으로든 경제의 성장을 지원할 것이다.



감히 작은 꿈을 꾼다면


아니면, 국가를 조금씩 갉아먹는 대신에, 사람들이 그로부터 손을 떼도록 하는 것이 있다. 대처 정책을 지지하는 싱크탱크인 경제문제연구소(Institute of Economic Affairs)의 마크 리틀우드(Mark Littlewood)는 국가의 서비스를 일부 포기하는 대가로 사람들에게 세금을 덜 내게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비록 세수가 줄어들더라도 서비스 제공에 드는 비용이 더욱 크다면, 이는 결국 국고를 절약하는 일이다. 그러나 국가의 우산 아래에서 가장 간절히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미 언제나 그것의 보호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실제 세수 감소의 폭은 서비스 비용의 감축으로 상쇄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마거릿 대처는 언젠가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The Constitution of Liberty)》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면서 동료 보수당 의원들에게 “이것이 우리가 믿는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오늘날 작은 정부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확신이 결핍되어 있다. 그러나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정부가 더욱 커지는 것을 막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가장 중요한 논의는 국가의 규모가 아니라, 그것의 본질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1]
루스(Ruth) + 안락사(euthanasia)
[2]
어떤 특정한 감정을 일으키는 대상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