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생 최수연》

11월 23일 - FORECAST

'81년생 최수연'이 화제다. 네이버는 왜 젊은 여성 CEO를 선임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81년생 최수연’ 소식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지난 11월 17일 네이버 대표 이사회에서 밝힌 새로운 CEO다. 젊은 여성 CEO를 환영하는 목소리와 우려하는 눈빛, 두 입장이 교차한다. 최수연 내정자는 네이버에 어떤 장밋빛 미래를 선사해줄까? 젊은 여성 CEO라는 베일에 가려진 네이버의 그림자는 무엇일까?
WHY_ 지금 신임 네이버 CEO를 읽어야 하는 이유

모든 길은 녹색 창으로 통한다. 구글보다 자국 포털을 더 많이 쓰는 몇 안 되는 나라에 러시아, 중국에 이어 한국이 있다.[1] 한국의 네이버는 검색 엔진이 아니다. 네이버 뉴스판, 네이버 쇼핑, 네이버 예약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 일상을 잠식한 문어발이자 국내 시총 3위의 대기업이며 글로벌 빅테크 유망주다. 네이버 신임 CEO를 통해 국내 산업 전반의 동향과 경영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
DEFINITION_ 81년생

최수연 신임 CEO는 1981년생이다. 만 40세다.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연세대와 하버드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좌뇌와 우뇌가 동시에 돌아가는 인재를 네이버가 선임했다. 한성숙 현 네이버 대표는 1967년생이다. 만 54세다. 경영진 교체는 모든 기업의 가장 큰 변화다. 지금 이대로 괜찮다면 바꿀 이유가 없다. 네이버는 현재 경쟁 전략과 조직 문화를 비롯해 총체적인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 
MONEY_ 27조

네이버는 쇼핑 회사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점유율 1위다.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유통 전문 플랫폼도 제쳤다. 시장 전체 연간 거래액 160조 원 중 27조 원을 네이버가 차지한다. 1위인 서치플랫폼 부문 다음으로 네이버에게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 분야가 바로 커머스다. 네이버의 올해 3분기 커머스 부문 영업수익은 3803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3.2퍼센트 증가했다. 정기 구독,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 등 네이버의 커머스 부문 혁신은 진행형이다.  #네이버 2021년 3분기 실적
NUMBER_ 3년

커머스 확대의 배경엔 유통 강자 한성숙 대표가 있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 이사의 계약 기간은 3년이었다. 2017년 3월 첫 취임 후 2020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새 임기는 2023년 3월까지였다. 아직 임기의 절반이 남은 시점에서 조기 사퇴를 밝혔다.
RECIPE_ 라인

왓패드는 캐나다발 전 세계 최대 규모 웹 소설 플랫폼이다. 올해 1월 네이버가 6000억 원을 주고 인수했다. 네이버가 체결한 단일 인수 건 중 최대 규모였다. 네이버 라인은 월 사용자 수가 8600만 명에 달하는 일본의 국민 메신저다. 야후 재팬은 일본의 국민 포털이다. 올해 3월 네이버 라인은 야후 재팬을 운영하는 Z 홀딩스와 경영을 통합했다. 국민 메신저와 국민 포털이 만나 아시아 최대 IT기업을 꿈꾸고 있다. 네이버의 목표는 한국의 이커머스 강자가 아니다. 글로벌 인수 합병을 통한 외연 확장이다.
KEYMAN_ 김남선

78년생 김남선은 최수연 CEO와 함께 내정된 CFO다. 작년 8월 네이버에 합류했다. 모건 스탠리, 맥퀀리 등 금융사에서 인수 합병 전문가로서 활약은 이미 유명하다. 16대 국회의원 김택기 전 한국자동차보험 사장의 아들이자 김남호 DB그룹 회장의 사촌인 건 덜 유명하다. 근 몇 년간 네이버는 내부 서비스의 자생력을 키운 뒤 분사하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공격적인 인수 합병으로 몸집을 불리는 카카오의 비교 대상이었다. 국내 기업 가치 3위 네이버가 인수 합병을 못한 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적임자가 없어서였다. 이번 최수연 CEO와 김남선 CFO의 교집합은 해외 경험을 곁들인 법적 전문성이다. 네이버가 꿈꾸는 글로벌 인수 합병의 미래는 김남선 CFO의 선임으로 선명히 드러났다.
CONFLICT_ 모빌리티

카카오 페이, 카카오 엔터, 카카오 모빌리티. 카카오가 상장을 추진했거나 계획 중인 대표적인 계열사들이다. 이 중 네이버가 밀리는 분야는 단언컨대 모빌리티다. 네이버 페이도 네이버 웹툰도 승승장구하는데[2] 모빌리티 쪽엔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네이버가 처음으로 PM 플랫폼 구축에 뛰어든 건 올해 4월이다. 지난 17년간 네이버 지도가 쌓아온 데이터는 무시할 수 없다. 1년 전만 해도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미 잘하는 기업이 많으니 모빌리티 사업을 직접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옛말이다. 모빌리티는 네이버와 카카오 경쟁의 판도를 뒤집을 핵심 사업 분야다.
REFERENCE_ 임지훈

IT업계의 젊은 대표 이사는 최수연 대표가 처음이 아니다. 2004년 넥슨은 이미 스물일곱 살 서원일 대표를 선임한 적 있다. 1년 반 만에 사퇴했다. 2015년 9월 취임 당시 ‘김범수 키드’로 불리던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는 만 35세였다. 2년 반 만에 사퇴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던 카카오의 브랜드 전략에 맞는 인재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수연 대표의 임기는 몇 년일까. 네이버가 최 대표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젊음의 활기가 아니라 성과다. 
RISK_ 갑질

지난 5월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인근에서 한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발생 전 직장 내 괴롭힘을 수차례 호소했으나 묵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방관한 최인혁 COO는 본사 직책에서 사퇴했다. 계열사 대표직엔 그대로 남았다. 네이버 파이낸셜과 네이버 해피빈이다. 해피빈은 최근까지도 직장 내 갑질로 논란이 됐다. IT 업계의 위계적인 조직 문화는 성장통이 아니라 병폐다. 네이버의 진짜 적은 구글도, 카카오도 아닌 네이버 자신이다.
INSIGHT_ 최수연

최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사람들은 젊고 반짝이는 두뇌에서 글로벌한 경쟁력을 기대한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에서 조직 문화의 유연함을 기대한다. ‘81년생 여성’ 이야기는 이제 좀 지겹다. 국내 81년생 여성 인구는 39만 명이다. 최 대표가 해당 집단을 대표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여성 CEO는 많았다. 젊은 CEO는 더 많았다. 최수연 대표를 설명할 수식어는 사회적 프레임이 아닌 최수연 개인의 실력이다.
FORESIGHT_ 수평

청바지 입는다고 김 부장님이 데이빗이 되지 않는 것처럼, 젊은 여성 CEO를 선임하는 것만으로 네이버가 하루아침에 수평적인 조직이 되는 건 어렵다. IT 산업군에서 직장 내 갑질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네이버의 경영진 교체는 하나의 시작일 뿐이다. 카카오가 1등, 삼성전자가 2등, 네이버가 3등했다는 그 유명한 ‘대학생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 조사[3]에서 해당 기업을 택한 이유 1순위는 연봉도 장기근속도 아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22.6퍼센트)’였다. 그렇다고 카카오나 삼성전자의 기업 문화가 네이버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가? 네이버는 모빌리티도 핀테크도 아닌 다른 곳에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깨끗한 조직 문화야말로, 업계 최강 블루 오션이다.


조직 문화와 기업의 CEO 선임에 대해 더 깊이 읽고 싶다면 〈어떻게 유리천장을 깨부술 것인가〉를 추천합니다.
올해 8월부터 실적용되는 여성 임원 할당제를 읽고, 댓글을 통해 관련 의견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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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시아에 얀덱스, 중국에 바이두가 있다면 한국엔 네이버가 있다. 일본의 야후 재팬 또한 네이버가 지분을 갖고 있다.
[2]
네이버 페이와 카카오 페이는 시장 점유율, 거래액 등 평가 기준에 따라 간편 결제 서비스 1, 2위를 다투고 있다. 네이버 웹툰은 2019년 기준 전 세계 100개 이상 국가에서 만화 앱 수익 1위를 차지했다.
[3]
잡코리아, 2021년 8월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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