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작업일지
6화

에필로그; 한 발짝 더 실천하는 것의 중요성

마치면서


어렸을 때 동네 언니들과 집 근처 약수터에 종종 놀러 가곤 했다. 저녁 어스름할 무렵 약수터에 도착하면 꽁지에 초록 불을 달고 유영하듯 떠다니는 반딧불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내가 무럭무럭 자라 학교에 다니고 취업을 해서 집과 회사를 바쁘게 오가는 동안 반딧불이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알고 보니 반딧불이는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곤충이었고 오염되는 환경 속에 하나둘 사라져 간 것이다. 현재는 전라북도 무주에 있는 서식지를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비단 반딧불이만 그럴까.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던 동식물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생물 다양성의 파괴부터 각종 바이러스의 창궐에 기후 재난까지…. 환경 관련 뉴스가 매일 쏟아지지만, 그 심각성은 금세 잊히는 것 같다.

아쉽게도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는 환경보다는 경제를 중심으로 굴러간다. 나는 환경문제가 해결되려면 이 경제의 논리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한 해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게 있다면 코로나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평가지수일 것이다. 2020년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서 앞으로 환경보호, 사회공헌, 지배구조 건전성을 충족하는 기업에만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블랙록은 우리나라의 대기업에도 서한을 보내서 기업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해 4월에는 한전에 “석탄 투자는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계획”이라며 지분 매각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전력이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연관됐다는 이유로 네덜란드 공적 연금이 작년 2월 6000만 유로의 한전 지분을 매각하고 투자를 회수하기도 했다. 갈 길이 멀지만, 거대 자금의 움직임으로 국내기업에도 ESG 관련 팀이 생기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구에 사는 개개인들까지 바뀌려면 친환경 활동을 하는 다수의 사람이 부자가 되는 세상이 온다면 빠르게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불편을 선택했을 때 더 부유해지고 즉각적으로 얻는 이득이 있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아무개가 쓰레기 덜 배출해서 수억을 벌었대 하는 소문이 돌면 분명 많은 사람이 움직일 것 같다. 만약 그게 가능해진다면 친환경 노하우를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전략적으로 공부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흘러왔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에코마일리지’ 제도를 통해서 에너지를 적게 쓴 세대에게 분기별로 세금을 돌려주고 있지만 큰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부족한 듯하다. (정책 담당자님, 전기 아껴서 쏠쏠하게 돈 좀 벌었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전기를 아낀다고요~)
헌 옷 더미 위가 의류폐기물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촬영을 해보았다.
여전히 오염을 유발하는 기업과 소비자가 얻는 이득에 비하면 페널티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오히려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친환경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비난과 잣대가 쏟아지는 현실이 불편하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만 꺼내도 마치 ‘플라스틱 한 개라도 안 쓰며 살 수 있는지 보겠어’라는 감시의 눈이 바로 들이닥친다. 비판의 시선을 거두고 무엇이라도 실천하고 있다면 응원을 건넸으면 좋겠다.

개인으로서도 피스모아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의 엄격한 잣대가 때론 피곤하게 느껴졌다. 생활 속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편리함에 대한 욕망이 튀어 오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느슨하게라도 실천하는 것이 어디냐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 입 밖으로 나올락 말락 하지만 세상의 시선은 할 거면 완벽하게 하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려운 과제일수록 완벽함을 추구하면 사고가 경직되고 시작이 어려워진다. 마치 완벽한 글을 쓰려다가 단 한 글자도 적지 못하는 것과 같다. 조금이라도 실천해서 어제보다 좀 더 나아갔다면 실로 대단한 것이다. 이번 달에는 화장품 한 가지를 줄여보고, 옷 한 벌을 덜 사보고, 그다음 달에는 샴푸를 끊어보고 이렇게 점진적으로 시작해보자. 기꺼이 불편함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비판보다는 다정한 응원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은 기니까. 친환경을 실천해야 하는 길도 꾸준한 노력과 체력이 필요한 일이니까. 노력하는 많은 사람에게 응원을 보내며 내일은 조금 더 나은 하루를 위해 한 발짝 더 나아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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