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변호사 있으세요?
 

12월 1일 - FORECAST

로톡과 변호사 협회의 갈등이 첨예하다. 법은 멀고 변화는 가깝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11월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을 징계하는 대한변호사협회의 행위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장하고 있는 법률 거래 플랫폼을 막기 위해 지난 8월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가입을 금지했다. 세계적으로 리걸테크(LegalTech)의 흐름은 막기 어렵다. 전 세계가 리걸테크 분야로 뛰어드는데 우리나라는 왜 아직 걸음마 수준일까?
WHY_ 지금 리걸테크를 둘러싼 갈등을 읽어야 하는 이유

대부분의 사람은 아는 변호사가 없다. 소송에 휘말렸을 경우 찾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결국 포털사이트 검색이나 알려진 대형 로펌에 찾아갈 수밖에 없다. 혹은 소송을 포기하거나 변호사 없이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법조계의 문턱은 높다. 변협은 리걸테크를 향한 사람들의 수요를 금지하려고 한다. 수요가 넘쳐나는 시장을 거부하는 것이다. 미래의 법률 시장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MONEY_ 132억 원

직접 만나야만 가능했던 서비스는 코로나 사태를 발판 삼아 플랫폼으로 나아갔다. 법조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로톡을 비롯한 리걸테크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법률 관련 서비스가 이용자를 유입시켰다. 리걸테크는 법과 기술의 결합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산업 서비스를 지칭한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새로운 산업이기도 하다. 시비인사이츠(CB Insights)가 집계한 결과 리걸테크 분야의 글로벌 투자 규모는 2016년 2200억 원에서 2019년 1조 2100억 원으로 81퍼센트 증가했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2015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투자 규모는 132억 원 수준이다. 현재 변협과 마찰을 빚고 있는 로톡 이외에도 인공지능 기반 판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텔리콘연구소’, 법률문서를 번역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베링랩’ 등이 있다. ‘헬프미’는 기업의 법인등기부 등본을 관리하는 서비스로 법인 설립이나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 기업 고객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시도들은 등장했는데 시장은 인위적으로 막혀 있다.
KEYMAN_ 김본환

로톡 서비스를 시작한 로앤컴퍼니의 김본환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목표했지만 수능을 망쳤다. 서울대 라인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법조계에서 메인스트림 법조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김본환 대표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법조인의 테크트리를 타지는 않았다. 로톡은 웹기반의 교육회사 이후 김본환 대표의 두 번째 창업이다. 법을 전공한 사업자가 맞서야 했던 자는 법을 전공한 법조인이었다. 사업자의 입장에서 리걸테크 시장은 필요한 블루오션이었지만 주류 변호사의 눈에 비친 것은 파이 뺏기 플랫폼이었다. 법조인접직역 축소, 변호사 시험 합격자 축소 등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고자 하는 변호사들에게 김본환 대표의 창업은 눈엣가시였다.
DEFINITION_ 선택

한국의 변호사 시장은 대형 로펌이 독점하고 있다. ‘김앤장’과 ‘태평양’을 포함한 6대 로펌 매출이 전체 매출의 37.7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들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는 11.8퍼센트다. 전체 변호사 중 10퍼센트 남짓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독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의뢰인이 대형 로펌을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형 로펌이 양질의 인적자원을 빠르게 흡수해가는 구조인 탓도 있다. 무엇보다 접근성 면에서 대형 로펌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자신의 상황이나 형편에 맞는 변호사를 언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익숙한 대형 로펌을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담료를 내고 상담을 받아도 비싼 수임료로 인해 실제 수임까지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 플랫폼은 하나의 선택지가 된다. 비싼 상담료를 지불하며 대형 로펌을 찾지 않아도 자신의 상황과 맞는 분야의 변호사를 쉽게 고를 수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CONFLICT_ 중개

변협은 법률 플랫폼이 중개를 선다는 점에서 브로커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징계사례집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를 위반한 경우 정직 및 과태료 등의 징계를 받는다. 그러나 로톡 서비스의 구조는 중개와 거리가 멀다. 변호사가 한 달에 일정 금액을 정액제로 지불하고 광고 키워드를 구매하면, 의뢰인이 해당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광고 키워드를 구매한 변호사가 노출되는 형태다. 로톡이 직접 의뢰인을 변호사와 연결해주는 중개 시스템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키워드 광고에 가깝다. 이런 측면에서 포털사이트의 검색 광고와 다를 바가 없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변호사만 검색해도 수많은 파워링크가 노출된다.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광고비로 지출된다. 세분화된 전문 분야를 내세울 수 있는 로톡에서는 광고비로 큰 돈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 법무부와 공정위가 로톡의 손을 들어준 것도 로톡이 중개 서비스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RECIPE_ 접근성

로톡에서는 의뢰인의 후기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내담자는 상담 서비스에 만족감을 드러냈으며, 수임 의사를 비추기도 했다. 플랫폼 특성상 개별 웹사이트를 전전하지 않고도 변호사의 이력과 전문 분야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는 의뢰인뿐 아니라 개별 변호사에게도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창구다. 기업 근무 이력, 대형 로펌 출신, 국선변호인 경력 등을 강조하여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다. 접근성은 지금의 한국 법조계가 넘어야 할 산이다. 로스쿨 제도 도입을 처음 논의한 건 김영삼 정권 시기였던 1995년이었다. 당시에도 거셌던 변협의 반대 때문에 2007년 관련 법률이 겨우 통과됐다. 만 명의 변호사가 느는 데 백 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로스쿨 도입 이후 8년 만에 변호사는 2만 명을 돌파했다. 더 많은 국민이 법률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변호사 수가 늘어나야 했다. 법조인접직역을 포함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변호사 수는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친다. 변호사가 없다. 변호사를 찾을 길도 없다. 주변에 아는 변호사도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NUMBER_ 1.26건

단순히 변호사 수의 문제가 아니다. 2018년 기준 인구 1만 명당 한국의 법조인 수는 5.01명이다. 세무사, 노무사와 같은 법조인접직역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의 경우 3.52명이다. 2001년 변호사 한 명당 사건 수임 건수는 3.46건이었으나 2019년에는 1.26건으로 급감했다. 이 과열이 과연 변호사 수가 많아져서 생기는 문제일까? 낮은 수임률은 소비자가 그만큼 변호사를 찾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법률 시장 규모는 7조 원에 머문다. 이마저도 변협이 그토록 거부했던 로스쿨 도입 이후 두 배나 오른 수치다. 낮아진 수임률은 변호사들에게도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는 걸 말해 준다.
RISK_ 48년

2007년 대법원에서는 변호사법에 대한 해석을 내놨다. 변호사법 대부분의 조항이 변호사의 영리 추구 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변호 업무는 상인의 영업 활동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재편되었다. 변호사 수는 늘어나는 실정인데, 사건의 상당수를 대형 로펌이 독점한다. 로톡은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는 구조를 뒤집어 놓았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찾는 구조로 변했다. 로펌을 뛰쳐나온 몇몇 변호사는 유튜브나 지방 분사무소 등 새로운 전략을 꾀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과 다르게 법은 노화되어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동업 금지 항목은 사무장 로펌을 막기 위해 1973년 개정된 법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이다. 변협은 1973년의 법조항을 논거로 들면서 2021년의 흐름을 규제하려 한다. 48년의 간극이다.


REFERENCE_ 벤고시 닷컴

일본 변호사의 49퍼센트는 ‘벤고시 닷컴’에서 활동 중이다. 일본 역시 로스쿨 출범 이후 변호사 수가 급증하였기 때문에 마케팅과 홍보는 필수였다. 벤고시 닷컴에서는 변호사들이 직접 일반인의 질문에 답변을 달아 더 많은 이용자에게 자신을 노출시킨다. 유료 결제로 프로필을 등록하면 승소 사례나 구체적인 수임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변호사 중개와 광고가 합법이다. 전문가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알선과 광고를 구분하는 것에서 드러난다고 말한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변호사의 광고와 알선을 분리했다. 일본은 변호사가 자신을 광고하고 그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허용한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알선과 광고를 분리하는 기준과 조항이 미비하다.
INSIGHT_ 법률업계

불투명한 수임료와 높은 문턱에 가로막혀 대부분의 소송이 변호사 없이 진행되는 실정이다. 대법원의 ‘민사 본안 및 형사사건 변호인 선임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민사 본안 소송 1심 약 495만 건 중 원고와 피고 모두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소송을 진행한 경우가 72.7퍼센트에 달했다. 한쪽만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92퍼센트를 넘어간다. 단순히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에만 변호사가 귀한 것이 아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주변에 아는 변호사가 없다는 답변이 62퍼센트를 넘었다. 언젠가 변호사를 찾아야 할 때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막막한 잠재 의뢰인은 스스로 의문을 해결한다. 쉽게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잘 알려진 대형 로펌과 법무법인은 의뢰인이 넘쳐난다. 이제 막 업계에 들어선 신입 변호사나 개인 변호사는 형사 사건을 구경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야말로 빈익빈 부익부다. 변호사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가 국민의 법률 접근성 향상이라면 플랫폼은 금지가 아닌 반겨야 할 대상이다.
FORESIGHT_ 법률시장

변호사 3만 명의 시대다. 우리나라 국민이 5000만 명이라면, 국민 1600명당 한 명의 변호사가 있는 꼴이다. 올해 2월 출범한 제51대 변협 회장 이종엽 변호사는 법조인접직역의 직역 침탈과 늘어나는 변호사 수로 인한 과잉 경쟁, 법률 플랫폼이 내모는 변호사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58퍼센트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것은 변호사 업계의 관심이 향하는 곳을 보여 준다. 국민의 법률 접근성이나 시장의 자유가 아니다. 폐쇄적인 업계 내부의 관행을 유지하는 쪽이다. 수임률의 저하나 나홀로 소송이 증가한 것은 변호사 업계 전반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변호사는 장사꾼이 아니라는 고상한 말로 이를 거스를 수는 없다. 플랫폼은 평평한 것에 형태를 부여해 접근성을 높인 창구다. 국민에게 이로운 법률 체계는 폐쇄적이고 접근하기 어려운 로펌이 아니다. 의아한 점이 있거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문턱 낮은 변호사다. 이미 징후는 나타났다. 포털사이트의 과열된 광고와 거대 로펌의 독점은 변호사도 시장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시장과 경쟁, 플랫폼을 거부하고 폐쇄적인 업계를 유지하는 것은 변호사와 국민 모두에게 해답이 아니다. 지금 한국에는 보편적이고 열려 있는 법조계가 필요하다.


법조계의 뒷얘기를 더 알고 싶다면 《검사는 문관이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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